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122화 (122/237)

# 122화.

?***

엄청난 수의 악인들이 포탈로 들어가기 위해 발악했다. 녀석들에게는 이곳에서 빠져나가기 위한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였으니까.

하지만 녀석들은 포탈로 진입할 수가 없었다. 포탈을 지키고 있는 충렬과 네임드 언데드들에 의하여 다가가는 족족 처치가 되어야 했다.

그러나 전투도 거기까지였다. 진입하려는 자들과 막으려는 자들, 그 끝이 없을 것 같던 공방전도 곧 마무리되어 갔다. 포탈이 사라지기 대략 3초 전, 충렬과 네임드 언데드들이 포탈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뒤늦게 포탈의 앞까지 도달한 악인들은 금방 사라져 가는 포탈을 바라만 보아야 했다.

그렇게 수용소의 역할을 하는 섬에서 빠져나가지 못한 악인들만이, 그곳에 남아 절규할 뿐이었다.

***

포탈을 통해 영지로 되돌아 온 충렬은 보유 중인 카르마를 재빨리 살폈다. 임무 완수로 레벨이 오르기 전에 상승시킬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역시나, 레벨을 충분히 상승시키고도 남을 만한 카르마가 모여 있었다.

“시스템! 카르마를 소모해 레벨을 상승시킨다!”

요행이었지만 다행히 시스템은 묵인해 주었다. 보상을 받기 전에 카르마를 소모하여 충렬의 레벨부터 올려주었던 것이다.

[130,000카르마를 소모합니다.]

[레벨이 13에서 14로 상승하였습니다.]

[현재 레벨: 14 (다음 레벨까지 140,000카르마 필요)]

그런데 보유 중인 카르마의 양이 적지 않았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악인들을 사냥한 것인지 또다시 레벨을 올릴 수가 있을 정도였다.

“한 번 더 레벨을 올려줘!”

그러자 시스템은 충렬의 레벨을 한 단계 더 상승시켜 주었다.

[140,000카르마를 소모합니다.]

[레벨이 14에서 15로 상승하였습니다.]

무려 두 단계나 레벨을 상승시키자 보유 중인 카르마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남은 카르마: 4,500]

그런데 보유 중인 카르마에 대하여 살필 때가 아니었다. 레벨이 15가 되자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고난의 레벨에 도달하였습니다.]

[15레벨에서 16레벨이 되기 위해서는 막대한 카르마가 필요합니다.]

[현재 레벨: 15 (다음 레벨까지 999,999카르마 필요)]

고난의 레벨이라니. 갑자기 레벨 상승에 필요한 카르마가 100만에 가까운 숫자로 확 상승해 버렸다.

‘뭐가 이렇게 많이 필요해?’

하지만 충렬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이번 임무의 보상이 바로 레벨 상승이었으니까.

[임무 완수로 인해 레벨이 16으로 상승합니다.]

덕분에 충렬은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남들은 막대한 손해를 보았을 고난의 레벨을 무사히 빗겨갈 수가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도 16레벨부터는 필요한 카르마의 양이 다시 줄어들었다.

[현재 레벨: 16 (다음 레벨까지 160,000카르마 필요)]

‘만약 레벨을 미리 올리지 않았다면 정말 큰일이 날 뻔했다.’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레벨을 미리 올렸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오랫동안 15레벨에 머물러야 했으리라.

그러나 충렬의 기쁨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성녀와 드워프들을 구하러 다녀오는 사이, 샤오링과 아르타디아의 성장이 이루어졌다. 샤오링의 경우에는 성장 속도가 너무나 빨랐다. 영지에 머무르기만 해도 쑥쑥 성장하다니. 엄청났다.

[샤오링의 숙련도가 최대에 도달하였습니다.]

[샤오링이 검황과 관련된 옵션을 자동적으로 하나 선택합니다.]

그렇게 샤오링이 배우게 된 것은 이번에도 특별한 것이었다.

[상월보(霜月步) 1성: 서리가 내리는 밤의 달을 보고 만들어진 보법이다. 매우 천천히 움직이는 듯 보이게 하나, 상대가 아차 하는 순간 이미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할 수가 있다. 극성의 수준에 이르게 되면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주변에 한기를 만들어낸다. 내공을 소모하여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지속적인 사용으로 샤오링의 역천심법(逆天心法)이 2성에 도달하였습니다.]

[역천심법(逆天心法) 2성: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내공심법이다. 기존의 운기조식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도와준다. 2성이 되면서 단기간의 운기조식으로도 막대한 내공을 축적할 수가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만큼 주화입마에 빠질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새로운 스킬인 상월보부터, 기존에 있던 역천심법의 강화까지. 거기까지 끝나자 시스템은 샤오링의 숙련 등급이 상승되었음을 알려왔다.

[샤오링의 숙련 등급이 B등급으로 상승하였습니다.]

이대로라면 샤오링의 성장이 과연 어느 정도까지 되어버릴지 상상조차 가질 않았다. 충렬의 네임드 언데드 중, 그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이 속도라면 조만간 데프론의 숙련 등급도 뛰어넘겠는데?’

어마어마했다.

어쨌거나 샤오링의 성장이 끝나고, 그 다음은 아르타디아의 차례였다.

아르타디아가 새롭게 배우게 된 스킬도 역시 범상한 것은 아니었다.

[아르타디아의 숙련도가 최대에 도달하였습니다.]

[아르타디아가 ‘아이스 브레스’를 배웁니다.]

[아이스 브레스: 아르타디아가 살아생전 사용했던 브레스에 비한다면 그 효과가 강하지는 않다. 하지만 본 드래곤이 되면서 죽음의 한기까지 더해졌기에, 상대에게 적중하는 순간 영혼까지 얼려 버릴 정도의 피해를 입힌다. 브레스를 사용하면 아르타디아가 역소환이 되며 일정 시간 동안 다시 소환할 수가 없다. (재소환이 가능하기까지의 시간: 24시간)]

드디어 브레스를 사용할 수가 있게 되다니.

‘브레스라면 엄청난 공격 수단이다.’

살아생전에 비한다면 약하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살아 있을 때에 비한다면이었다.

‘분명 약하지는 않겠지.’

더군다나 사용하면 역소환이 되는 스킬이었다. 다시 소환하려면 24시간이나 필요했고 말이다.

‘한마디로 재사용 대기시간이 24시간이라는 소리로군.’

최근 마렉이 습득한 부활보다 대기시간이 길었다. 거기다가 스킬을 사용한 후는 그녀를 전투에 참여시킬 수가 없었다.

‘그만큼 무지막지한 스킬이라는 뜻이겠지.’

충렬이 아이스 브레스에 대해 생각할 무렵, 시스템이 알려왔다.

[아르타디아의 숙련 등급이 E등급으로 상승하였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샤오링과 아르타디아의 성장이 그렇게 끝나갔다.

***

시스템의 알림이 끝나고 영지에 도착하자 보이는 것은 매우 바쁜 광경이었다. 박해일을 포함한 이들이 인사를 해올 틈도 없었다. 그들은 한창 기절한 성녀를 옮기고 드워프들과 어린 아이들을 숙소로 배정해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건물들이 제법 많이 생겼는데?’

그동안 모은 자원을 사용한 것인지 영지에는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서 있었다. 그 숫자가 적지 않았다. 어떤 것들이 추가된 것일까?

“영지 상태창.”

<영지 상황>

1. 언데드의 땅

대리인: 박해일 (활, 검치호)

네임드 주민: 왕찌엔(창, 해골마), 자르딘(창, 해골마)

고급 주민: 해골 경비병(5), 드워프(족장 오란 외 32명)

일반 주민: 해골 일꾼(22+8)

건설된 건물:

[오두막: 적은 인원이 숙면만 취할 수 있도록 간단하게 지어졌다. (건설된 수: 10채)]

[대장간: 각종 장비를 제작한다.]

[여관: 소환 가능한 네임드 언데드를 영지의 영웅으로 등록하여 머물도록 할 수 있다. (최대 등록 가능한 수: 2)]

현재 여관에 등록된 영웅: 샤오링, 아르타디아

영지에 방문한 이들: 신성왕국(성녀 실비아, 사제 윌리엄, 성기사 7명, 어린 아이 10명)

추가로 건설된 건물은 오두막 열 채와 대장간 하나였다. 새로운 이들이 올 것을 대비했는지 오두막의 숫자가 특히나 많았다.

‘대충 3~4명은 편안하게 생활할 정도군.’

하기야, 여관에서만 생활하도록 하기에는 방이 부족했다. 아무리 크다고는 하나 모든 인원을 수용할 수는 없었다.

‘그나마 여관에서 식사가 제공되니 다행이야.’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충렬에게 레일리가 알려왔다.

“충렬 씨, 저건 뭐죠?”

그녀가 가리킨 곳은 여관 근처였다. 그리고 그곳을 본 충렬은 의아함이 생겼다. 그곳에는 묘비가 세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저건…….”

충렬과 레일리는 재빨리 여관 앞으로 이동했다. 둘의 행동에 궁금증을 참지 못한 마렉도 뒤따라왔다.

그렇게 잠시 뒤, 충렬은 충격적인 묘비의 글을 목격할 수가 있었다. 영지를 침공한 도전자들이 있었나 보다. 묘비의 내용은 그들이 죽으면서 작성한 것들이었다.

-야 ㅅㅂ 여기 해골 ㅈㄴ 셈.

-화살 쏘는 해골이 지존임; 무슨 화살을 쏘는데 원콤이냐.

-화살이었냐? 난 뭐에 당하는지도 모르고 죽음.

-아 그냥 탈주할걸. 괜히 깝쳤다.

-영지 약탈 임무 받고 오는 님들. 이거 한다고 하지 마셈.

-여기서 죽으면 해골 주민으로 태어나서 강제 노역 하게 되는 듯.

-ㅇㅇ 진짜네. 해골 일꾼으로 부활한다는데?

-너도? 젠장 ㅈ망. 허술해 보여서 좆밥 영지인 줄 알았는데.

묘비에 작성된 댓글의 수는 정확히 여덟이었다.

그러고 보니 원래 충렬이 보유한 해골 일꾼 숫자는 22마리였다.

‘그런데 8마리가 추가되어 있었지.’

아마도 이곳에서 죽은 도전자들이 해골 일꾼으로 태어난 것 같았다. 굳이 충렬의 주변에서 죽지 않아도 말이다.

‘내 영지에서 죽으면 주민이 되기도 하는 건가.’

성녀와 드워프들을 구하러 가는 사이, 도대체 무슨 일이 발생한 것인지는 몰랐다. 이따가 상황이 정리되면 해일에게 물어보면 될 듯했다.

***

해일에게 물어보니 충렬이 임무 지역에 나가 있는 동안 도전자들의 침입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걱정할 수준은 아니었다. 해일 혼자서 충분히 처리할 정도였다.

그래도 대비는 해야 할 것 같았다. 영지라고 해서 안전한 것만은 아님을 알게 되었으니까.

어쨌거나 새로 온 드워프들은 곯아떨어졌다. 어린 아이들과 성녀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신성 쪽 관련 인물들 중에 윌리엄과 성기사 7명은 아직 쉬지 않았다.

그들이 따로 충렬에게 면담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아직 영지에는 마땅한 장소가 없었기에 충렬과 해일은 윌리엄과 성기사들의 대화 요청을 받아들이고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그러니까 여기에 숨어서 지내고 싶다 이겁니까?”

“예.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이번 일로 깨달았습니다. 지금의 신성 왕국은 악의 소굴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성기사들도 윌리엄의 생각과 모두 같았다.

“성녀님께 감히 이런 짓을 하다니. 설마 언데드의 땅에서 숨어 지내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겁니다.”

“성녀님을 지키려면 이러는 수밖에…….”

하긴, 저들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최상의 선택이리라. 그러나 저들과 언데드들이 과연 잘 지낼 수가 있을까? 충렬이 생각하기에는 무작정 승낙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떻게 보면 쫓기는 이들을 거두어야 하는 입장이었으니까.

그런데 그때였다. 충렬의 눈앞에 시스템의 메시지가 생겨났다. 시스템은 그들이 머무는 것을 주민이 되는 것으로 인식했다.

[이들을 주민으로 받으면 영지 내에 ‘신전’을 건설할 수가 있습니다.]

[신전: 종교의 기본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추가적으로 새로운 주민이 생길 때, 신전과 관련 직종의 주민이 등장할 확률이 증가한다.]

하지만 시스템이 전달하는 것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곧 새로운 음성이 들려왔다.

[성녀를 주민으로 받는 것에 성공하면 당신의 상황을 고려하여 이들에게 개종이 이루어집니다.]

[단, 개종의 의미는 약간 다릅니다.]

[믿는 신은 같으나 신성 왕국의 종교와 궤를 달리하고, 속성이 조금 변하게 될 뿐입니다.]

[신의 힘을 고려하여 어둠의 속성으로 변경되지는 않습니다.]

[‘마렉’이 가진 힘을 빌려 그들의 속성은 빛과 어둠이 조화를 이룬 ‘혼돈’ 속성으로 변경됩니다.]

그 말을 끝으로 시스템이 물어왔다.

[성녀와 사제, 그리고 성기사들을 주민으로 받아들이겠습니까?]

[그들을 받아들이면 아이들 또한 자동으로 편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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