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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마스터-120화 (120/237)

# 12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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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병력이 합류하자 악인들을 처치하는 것은 너무나 수월했다. 쳐들어오는 녀석들을 일망타진하는 것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은 것이다. 물론 네 번째 웨이브부터는 더 이상 일반적인 악인들이 주를 이루지 않았다. 절반 이상이 각성한 악인들이었다.

그만큼 들이치는 악인들의 전체적인 숫자가 줄어들긴 했지만, 그래도 상대하기가 까다로운 녀석들이 대부분이었다.

만약 충렬 혼자서 이곳에 있었다면 힘들었을 터였다. 녀석들을 전부 상대하기에는 말이다. 하지만 충렬은 혼자가 아니었다. 휘하의 수많은 언데드들이 함께했다.

10마리의 해골 보병들은 흩어져서 각자 악인들을 하나씩 맡으며 고군분투했다. 그리고 4마리의 해골 마법사들은 주변의 상황을 주시하며 위급한 아군을 돕기 위해 적에게 마법을 사용했다. 해골 마법사들이 원거리에서 적절한 타이밍에 마법을 사용하자 악인들은 더 이상 쉬이 날뛸 수가 없었다.

그나마 해골 보병이나 드워프들과 싸우고 있는 악인들은 양반이었다. 아직 목책까지 들이치지 못한 악인들, 뒤늦게 달려오고 있는 녀석들은 레일리의 광범위 마법 폭격에 당해야 했다.

혹여 거기에서 살아남을 수가 있다고 해도 끝은 아니었다. 끈질기게 버티는 녀석의 목에는 곧 데프론의 다크 오러가 짓쳐들었기 때문이다. 그랬다. 데프론은 끈질긴 녀석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내려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충렬의 네임드 중에서 가장 약한 제레미. 녀석 또한 뛰어난 활약을 해내었다. 숙련도가 제일 낮다고 무시하면 안 되었다. 녀석은 드워프들이 다치지 않게 자신의 몸을 불살랐다. 필사적으로 악인들의 시선을 끄는 등, 이 전투에 적지 않게 기여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중에 단연 압권은 헬 하운드였다. 하운드는 완전히 먹방을 찍고 있었다. 헬 하운드가 입을 벌려 악인 하나를 물어버리면, 곧바로 맛있다는 듯이 잘근잘근 씹어버렸다. 그리고 단번에 삼켜갔다. 얼마나 맛있게 먹는지 악인을 통째로 씹을 때마다 주변에 그 소리가 다 울릴 정도였다.

콰드드득.

물려 버린 악인은 당연히 즉각 사망이었다.

예전에는 헬 하운드가 다칠까 봐 걱정했다. 그래서 마음대로 꺼내어놓고 다니지를 못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달랐다. 마렉의 치료 스킬이 있었기에 위험한 곳이 아니라면 꺼내어놓고 다니는 것도 괜찮지 싶었다.

여기까지 오면서 얼마나 많은 악인들을 먹어치운 것일까? 하운드의 진화도는 눈에 띄게 상승했다. 이곳에 오기 전에 비하여 무려 20%나 상승한 것이다.

[현재 진화도: 70%]

하운드의 진화도를 살피는 충렬의 얼굴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이번 임무는 완전 꿀인데?’

아낌없이 퍼주는 임무였다.

어쨌거나 하운드까지 날뛰어준 덕분에 네 번째 웨이브도 그다지 어렵지 않게 막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네 번째 웨이브까지 악인들을 처치하자, 충렬은 한 번 더 레벨을 올릴 수가 있었다. 엄청난 숫자의 악인들을 쓸어버리자 카르마는 자연스레 모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카르마가 또 엄청 쌓였네. 시스템 레벨 하나 올려줘.”

충렬의 말에 시스템은 곧바로 레벨을 하나 상승시켜 주었다.

[120,000카르마가 소비됩니다.]

[레벨이 1상승하였습니다.]

[현재 레벨: 13 (다음 레벨까지 130,000카르마 필요)]

성녀와 드워프를 찾으러 왔을 뿐이었다. 그런데 순식간에 레벨 상승을 두 번이나 해버렸다. 곧 임무를 완수하면 레벨을 또 하나 올리겠지만 말이다.

물론 스킬의 랭크도 올리고 싶었다. 하지만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우선은 레벨을 올려야 했다.

더군다나 기쁜 소식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충렬이 레벨을 올리는 사이, 제레미에게도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드디어 숙련 등급을 상승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제레미의 숙련도가 최대에 도달했습니다.]

[원하시는 옵션을 선택하여 주십시오.]

다른 네임드들과는 달리 제레미는 직접 옵션을 선택해 주어야 했다. 충렬은 녀석에게 어떤 목록이 주어졌는지 살펴갔다.

[<지면 강타>: 방패로 땅을 강하게 내려찍어 주변의 땅을 일순간 흔들리게 한다. 흔들리는 땅의 위에 서 있는 적은 무게중심을 잡지 못하고 넘어진다. (재사용 대기 시간: 1분)]

[<마차 소환>: 제레미가 해골마를 소환할 때, 4인승 낡은 마차도 함께 소환한다. 안락하지는 않다.]

[<도발>: 손바닥으로 방패를 세게 두드리며 주변의 적들을 도발한다. 도발에 당한 적들은 오로지 제레미만을 공격하기 위해 달려든다. (재사용 대기 시간: 1분)]

[<실드 플라이>: 방패를 부메랑처럼 날려 적을 공격한다. 실드 플라이로 날아간 방패는 적에게 타격을 입힌 후 다시 되돌아온…….]

그렇게 수많은 목록들이 나타났다. 그 많은 목록들 중에 충렬이 끌리는 것은 2가지였다.

‘지면 강타와 도발이 제법 괜찮은 것 같은데.’

다른 목록들은 볼 것도 없었다. 지면 강타가 고민이 되는 이유는 별것 아니었다.

‘적을 잠시나마 무력화시킬 수 있는 스킬이 분명하다.’

더군다나 하나의 상대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었다. 제레미의 주변에 있는 적이라면 모두가 적용이 되었다. 무척이나 욕심이 생기는 옵션이었다.

하지만 끌리는 것은 도발도 마찬가지였다.

‘확실히 도발이라는 스킬이 있다면 앞으로 사냥이 더욱 수월해지겠지.’

만약 지면 강타와 도발을 한꺼번에 가져갈 수가 있다면 금상첨화였다. 적들을 도발하여 한 지점에 몰아넣은 뒤, 지면 강타로 무력화시킨다면 그보다 좋은 수는 없었다.

‘하지만 선택은 하나밖에 하지 못한다.’

충렬은 잠시 고민했다. 그렇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하나밖에 선택하지 못한다면 어느 것을 골라야 할지는 명백했으니까.

‘어쩔 수 없군.’

마음을 정한 충렬이 입을 열었다.

“도발을 선택한다.”

아무래도 지면 강타보다는 도발이 더욱 유용했다.

‘나중에 숙련도가 상승했을 때, 옵션으로 지면 강타가 또다시 나타나기를 바랄 수밖에.’

일단은 도발이 우선이었다. 마침 제레미는 해골마를 소환할 수가 있었다. 다른 네임드들과는 다르게 탈것이 있었다. 그나마 도발을 사용하며 이리저리 어그로를 끈다면 전투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 그렇게 충렬이 옵션을 선택하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제레미가 ‘도발’을 배웠습니다.]

[제레미의 숙련 등급이 E등급으로 상승합니다.]

충렬이 한창 제레미의 숙련도를 상승시킬 무렵. 임무를 완수하기까지도 얼마 남지 않았다.

[포탈이 생성되기까지 남은 시간: 21분.]

그런데 아직 시체 구더기란 녀석의 모습을 찾아보기란 불가능했다.

‘분명 시스템이 경고를 주었던 녀석인데.’

그러나 그에 대해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마지막으로 발생하는 다섯 번째 웨이브에서 놈을 마주칠 수가 있었으니 말이다.

***

미쳤다. 미쳤다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네 번째 웨이브까지 몰려온 악인들의 숫자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솔직히 다섯 번째 웨이브는 적은 숫자의 악인들이 몰려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 전까지 적지 않은 악인들을 처치하였으니 말이다. 섬에 수용된 이들은 한정되어 있었고, 그렇다면 다섯 번째 웨이브는 자연히 적은 숫자의 악인들이 들이쳐야 했다.

그러나 그 생각은 오판이었다. 첫 번째 웨이브부터 네 번째 웨이브까지 등장한 악인들의 숫자. 그 숫자에 몇 배에 달하는 놈들이 이쪽으로 몰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방이 빽빽했다. 악인들로 인해 발을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수십 단위로는 표현이 불가능했다.

수백, 혹은 그 이상일지도 몰랐다.

‘이런, 위험한데.’

그중에서 단연코 위험한 녀석은 시체 구더기였다. 다섯 번째 웨이브에 와서야 녀석의 모습을 볼 수가 있었지만, 도무지 상대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녀석이었다.

뚱뚱한 덩치를 가지고 있는 녀석은 거인이었다. 그러나 단순한 거인은 아니었다. 여러 시체가 합쳐진 녀석이었다. 마치 세포 하나가 시체 하나로 이루어져 있는 것처럼, 그렇게 수많은 시체가 뒤섞여 혐오스러운 형체를 나타내고 있었던 것이다.

꿀렁꿀렁거리며 움직이는 녀석의 크기는 대략 7미터 정도였다. 그런 녀석이 한 걸음 앞으로 내딛을 때마다 땅이 진동했다.

쿠웅!

동시에 녀석의 몸체로부터 살아 있는 시체들이 떨어져 나갔다.

털썩. 철푸덕.

하지만 떨어진 것도 잠시, 악인으로 추정되는 그것들은 다시금 한 몸이 되어갔다. 시체 구더기에 몸이 붙은 악인들은 괴성을 질러대었다.

“키아악!”

“키에에엑!”

악인뿐만이 아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명체들까지. 그 종류는 무척이나 다양했다.

그렇게 녀석의 등장에 시스템이 알려왔다.

[시체 구더기가 등장했습니다.]

[조심하십시오. 녀석에게 접촉당한다면 당신도 시체 구더기의 일원이 됩니다.]

무척이나 간단하게 설명하는 시스템의 음성이었다. 하지만 그 내용은 결코 간단하지 않았다. 접촉하기만 해도 위험했다. 이것은 공격력이 얼마나 강하냐의 수준이 아니었다.

‘상대하기가 제법 까다롭겠는데.’

더군다나 중요한 것은 녀석만 상대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사방에서 짓쳐오는 악인들까지 상대를 해야 했다.

‘진퇴양난이군.’

자칫하면 여기 있는 모두가 사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시체 구더기는 주변에 있는 악인들을 연신 흡수하며 그 덩치를 계속해서 불려가고 있었다. 덩치가 커지면 움직임이 느려질 법도 했다. 그러나 놈은 덩치를 불려갈수록 움직임 또한 빨라지고 있었다.

믿을 것은 레일리뿐이다.

저 녀석을 상대하려면 레일리가 제격이었다. 원거리 마법을 구사하는 그녀는 최근에 블링크라는 스킬을 배우지 않았던가. 블링크는 일정 거리를 즉시 순간 이동 하게 해주었다. 그런 그녀라면 시체 구더기의 시선을 충분히 붙잡으며 상대할 수가 있으리라.

충렬은 근처에서 다가오는 악인들을 상대하고 있던 레일리에게 외쳤다.

“레일리! 힘들겠지만 저 녀석을 부탁합니다!”

그러자 그녀는 충렬이 가리킨 시체 구더기를 쳐다보았다. 레일리 또한 충렬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알았다. 아마 혼자서 상대해 달라는 것이겠지. 상황을 이해한 레일리는 즉시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알겠어요!”

***

레일리가 시체 구더기를 상대하기 위해 이동하는 사이, 데프론이 스킬 하나를 사용하려고 했다. 레일리가 시체 구더기를 상대하기 수월하라고 녀석을 포함한 주변의 악인들에게 스킬을 사용한 것이다.

[마기공.]

마기공. 그것은 일전에 배운 스킬이었다. 적지 않은 오러를 소모하여 날카롭게 만든 오러 자체를 날리는 원거리 스킬이었다.

어쨌거나 데프론이 마기공을 사용하자, 그의 검에서 다크 오러가 진하게 맺히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우웅.

점점 더 크기를 불려가는 다크 오러. 그것이 응축됨과 동시에 크기를 불려 나갔을 때, 데프론이 전방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얼마나 힘을 쓴 것인지 데프론이 잠시 휘청거렸다.

[크윽.]

하지만 스킬은 제대로 사용할 수가 있었다. 동시에 데프론의 검에 응축된 다크 오러가 전방을 향해 날아갔다. 가로로 날아가는 다크 오러는 초승달 모양으로 점점 그 길이를 넓혀갔다.

엄청난 빠르기로 날아가는 마기공. 그것이 바람을 갈랐다.

쌔애애액!

그리고 잠시 뒤, 최대 길이가 된 마기공은 10미터는 가뿐히 넘길 정도였다. 어지간히도 많은 오러를 주입했나보다.

그렇게 크기를 부풀린 마기공은 자신에게 닿는 존재라면 그 누구라도 반으로 베어버릴 듯 나아갔다. 첫 번째 제물은 멍하니 구경하던 악인이었다.

서걱!

그 악인을 시작으로 주변에 있던 수많은 악인들이 마기공에 의해 상체와 하체가 분리되어 갔다. 무척이나 일정한 소리가 주변을 장식했다.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그와 함께 시스템의 음성이 충렬의 귓가로 미칠 듯이 울려대었다.

[500카르마를 습득합니다.]

[500카르마를 습득합니다.]

[500카르마를 습득합니다.]

[500카르마를 습득…….]

수많은 악인들을 도륙하고, 그 끝에는 악인들이 뭉쳐 덩치를 이룬 시체 구더기가 있었다. 시체 구더기 역시 마기공의 영향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서거억!

놈의 하체가 마기공에 의해 단번에 잘려 버렸다. 그렇지만 데프론의 공격은 피해를 줄 수가 없었다. 피해를 입자마자 녀석은 갈라진 시체끼리 다시 엮어갔다. 마치 세포가 재생이 되는 것처럼, 매끄럽게 잘린 단면 따위야 가볍게 붙여 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데프론은 충분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 주었다. 주변의 악인들을 처리해 준 것만 해도 무대를 만들어준 셈이었으니까. 이제 남은 것은 시체 구더기의 근처로 다다른 레일리의 몫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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