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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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투에 참여한 드워프들의 숫자는 정확히 30이었다.
그렇게 생존하기 위한 처절한 방어가 시작되었다. 악인들이 상대하기 쉽다고 방심할 수는 없었다. 그것은 충렬에 한해 쉬운 것이었지, 다른 이들에게는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드워프들이 정신을 차린 것처럼, 아이들도 조금이나마 움직일 정도는 되었다. 어린아이들의 숫자는 10명이었다.
아이들은 성녀에게 맡기고, 마렉은 드워프들에게 신경을 쏟았다. 장소를 옮기기란 이미 늦었다. 그렇기에 울타리 안에서 적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사방이 트여 있었지만 버텨내어야 했다. 드워프들이 인원을 나누어 후방과 좌우를 맡았고, 충렬이 전방의 공간을 혼자 감당해 내기로 했다. 물론 중간에 상대하기가 힘든 악인이 나타난다면 충렬이 즉시 출동하여 요격해야 했다.
그렇게 자리를 정하였을 때, 악인들이 목책을 넘어 들이치기 시작했다. 처음에 들렸던 한둘의 소리는 애교였다. 그것은 시작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 이후에 들려오는 소리는, 들이치는 악인들의 숫자가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키아악!”
“키아아악!”
“캬아아악!”
목책 안에 마련된 울타리. 그 안에서 모두가 무기를 거머쥐었다. 그러고서 저 멀리서 다가오는 악인들을 쳐다보았다. 사방에서 오는 놈들이었다. 그렇기에 다른 곳을 살필 겨를은 없었다. 각자가 맡은 앞을 바라볼 뿐이었다.
마치 좀비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이었다. 사방에서 다가오는 좀비들, 그리고 그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뭉친 사람들. 그런 상황과 같았던 것이다.
물론 저들은 좀비가 아니었다. 그저 처치해야 할 몬스터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렇게 다른 이들이 자신의 자리를 고수하는 사이, 충렬은 자리를 이탈하였다. 악인들이 다가오기 전에 최대한 처치하기 위해서다. 고전하는 드워프들을 돕기 위해 합류하려면 서둘러야만 했다. 충렬은 더욱 바빠지겠지만, 피할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이쪽의 피해를 조금이나마 줄이려면 그 수가 최선이었다.
***
파밧!
충렬이 땅을 박차고 나섰다. 그러자 충렬이 향하는 장소에서 들이치던 악인들. 놈들이 일시에 충렬을 인식했다.
“캬캬캭!”
“키키키칵!”
달려드는 악인들을 향해 충렬이 거리를 좁혔다.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졌다. 거리가 좁혀지자마자 라이프 드레인이 자동적으로 적용되어 갔다. 충렬은 라이프 드레인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보고서 생각했다.
‘암흑 투기를 최대한 아껴서 사용해야 한다.’
암흑 투기는 무한정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일정 용량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테지만, 한 번에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은 정해져 있었던 것이다.
‘주먹에만 암흑 투기를 적용해야겠군.’
다른 곳에는 적용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어차피 상처를 입는다고 해도 상관이 없었기 때문이다. 상처 따위는 라이프 드레인으로 회복할 수가 있었다. 그렇다면 암흑 투기를 오랫동안 사용하기 위해서는 손에다가만 적용하는 것이 좋으리라.
그렇게 충렬은 온몸에 적용된 암흑 투기를 일시에 거두어들였다. 그리고 오로지 손에만 적용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악인들을 상대하기에는 말이다. 순식간에 암흑 투기를 운용한 충렬은 지척까지 거리가 좁혀진 악인 하나를 향해 파고들어 갔다.
암흑 투기만 믿고 무작정 움직일 때와는 자세를 달리했다. 상체를 낮추며 가드를 올렸다. 그러면서 놈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악인은 충렬이 갑작스럽게 덤벼오자 본능적으로 오른팔을 내뻗었다. 오른쪽 손에 나 있는 악인의 손톱. 그것이 충렬의 얼굴을 할퀼 듯 다가왔다. 언뜻 보면 단순히 할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저기에 당한다면 그 즉시 살이 갈라져 버리리라. 아무리 상대하기가 쉽다고 해도 악인의 공격력을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물론 충렬은 놈의 공격을 무시하지 않았다. 다만 가드로 올렸던 왼쪽 손을 내뻗어, 할퀴어오는 악인의 손을 쳐내어갈 뿐이었다.
충렬이 악인의 손을 쳐내자 그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충렬의 손에는 암흑 투기가 적용이 되어 있었기에, 악인의 손은 손톱과 함께 단번에 박살 났던 것이다.
빠각!
둔기에라도 맞은 것처럼 손뼈가 박살 나자, 녀석이 고통에 가득찬 비명을 내질렀다. 아무리 악인이 되었다고 한들 놈은 고통이라는 것에서 쉽게 벗어날 수가 없었다.
“키아아아아아악!”
목청이 떠나가라 괴성을 지르는 악인이었다. 하지만 놈의 비명은 이어지지 못했다. 충렬의 다음 공격이 녀석에게 영원한 침묵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상대의 공격을 무력화시킨 충렬은 그 즉시, 오른발을 앞으로 내밀었다.
한 발자국 앞으로 나간 충렬이 오른손을 말아 쥐었다. 그리고 아래에서 위로, 악인의 턱을 향해 강렬한 어퍼컷을 먹였다.
악인은 아무런 방비도 할 수가 없었다. 고통에 의해 냉정한 정신을 유지할 상황이 아니었다. 물론 만약 몇 초만 주어졌더라면, 그랬다면 녀석도 대비를 할 수가 있었을 터였다. 충렬이 피하지 못할 속도로 주먹을 날린 것이 아니었으니까. 그렇지만 녀석에게 그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다만 물 흐르듯 이어지는 충렬의 공격에 당해야 할 뿐이었다.
결국 충렬의 어퍼컷을 막지 못한 악인은 어쩔 수 없이 이승을 하직해야 했다. 강렬한 충렬의 올려치기가 놈의 턱을 터뜨렸다. 박살 내는 수준을 넘어, 정말로 터뜨린 것이다.
퍼엉!
그 소리와 함께 녀석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엄살이 심한 악인을 처치하였습니다.]
[500카르마를 습득합니다.]
손에만 암흑 투기를 적용했음에도, 악인 하나를 처리하는 것은 별다른 힘이 들지 않았다. 그러나 충렬도 안전한 상황만은 아니었다. 상대해야 할 악인이 하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주변에 있는 수많은 악인들이 충렬을 향해 덤벼오고 있었다.
암흑 투기가 손에만 적용되었을 뿐, 몸에는 적용시키지 않은 충렬이었다. 그래서일까? 충렬은 어느새 옆으로 접근한 다른 악인에 의하여 옆구리를 내어주어야 했다.
서걱!
악인의 손톱은 무척이나 날카로웠다. 단 한 번 베었을 뿐인데, 충렬의 옆구리가 단번에 갈렸다. 장인이 회를 뜬 것처럼 너무나 쉽게 갈라졌던 것이다. 잘못한다면 옆구리를 통해 내장이 흘러내릴 판이었다. 그만큼 베인 정도가 제법 깊었다.
하지만 괜찮았다. 충렬에게는 무지막지한 스킬이 있었다.
[라이프 드레인으로 전방에 위치한 악인의 생명력을 흡수합니다.]
[라이프 드레인이 우측의 악인에게서 생명력을 빨아들입니다.]
그 말을 끝으로 시스템이 알려왔다. 갈라졌던 충렬의 옆구리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어 감을 말이다.
[갈라진 옆구리가 즉시 붙어갑니다.]
이전에 비하여 한층 강해진 라이프 드레인이었다. 자동적으로 사용되는 것도 그렇지만 그뿐이 아니었다. 무려 한 번에 대상 둘에게 적용이 되었다. 덕분에 충렬의 회복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라이프 드레인의 효과에 만족한 충렬은 더 이상 몸을 돌보지 않기로 했다. 혹시나 싶어 상대의 공격을 주의하며 공격했건만.
‘이 정도의 회복력이라면 오로지 공격에만 신경을 써도 된다.’
머리만 다치지 않게 조심하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머리가 다치더라도 상관은 없겠지만.’
죽더라도 언데드로 부활할 수가 있으니 사실 죽음이 겁나지는 않았다.
그렇게 일행들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충렬은 악인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
악인들의 물결은 일정한 텀을 가지고 들이쳤다. 쉴 새 없이 들이치리라 생각했는데, 한번 들이치면 약간 정도는 쉴 시간이 주어졌던 것이다.
그렇게 첫 번째와 두 번째 웨이브까지는 어떻게 버텨내었다. 그리고 지금은 세 번째 웨이브였다. 하지만 세 번째 웨이브부터는 더 이상 평범한 수준의 악인들만 나타나지 않았다. 간간히 섞여오는 각성한 악인들. 그들이 무리에 섞여 공격해 왔다.
각성한 악인들을 골치가 아팠다. 단순히 신체적인 강함을 넘어서, 스킬을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강한 놈들이 나타날 때마다 충렬이 나서서 처리해 주었지만, 이대로라면 위험했다. 점점 각성한 놈들이 나타나는 빈도가 증가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어쨌거나 드워프들도 혼신의 힘을 다하여 들이치는 악인들을 막아내고 있었다. 충렬이 바삐 움직이는 만큼 그들도 쉬지 않고 악인들의 머리통을 깨부수는 중이었다.
“하아압!”
“양날 도끼만 있었어도 이런 놈들 따위는……!”
충렬이 다른 곳의 악인들을 처치하는 사이, 드워프들이 맡은 곳에서 상대하기 힘든 악인이 또다시 등장했다. 수상한 모습의 악인이 등장하자 드워프 하나가 외쳤다.
“헉! 저쪽에 이상한 연기를 내뿜는 놈이 온다!”
충렬은 그 소리를 듣자마자 상대하던 악인을 즉시 처치했다. 그리고 드워프가 목격한 악인을 상대하기 위해 이동했다.
각성한 악인을 상대할 때에는 암흑 투기를 아끼지 않았다. 아끼는 순간 이쪽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보이는 녀석은 몸 주변으로 초록색의 연기를 내뿜으며 달려오는 녀석이었다. 충렬이 놈의 근처로 다가오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포자 독가스가 당신의 호흡기를 침범하여 중독을 일으키려 합니다.]
물론 암흑 투기를 두른 충렬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암흑 투기가 당신의 상기도를 지나치려는 포자 독가스를 차단합니다.]
하지만 충렬과는 달리, 드워프들에게는 평범함 이상의 피해를 입힐 것이 분명하리라. 충렬은 새롭게 등장한 악인을 향해 단숨에 짓쳐들었다. 독가스를 이쪽으로 퍼뜨리지 못하게 빠르게 제거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놈을 처치해 가면서 속으로 노심초사했다.
‘언제 오는 것이냐.’
그랬다. 윌리엄과 성기사들이 애타게 기다려지는 것이었다. 그들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세 번째 웨이브까지는 어찌어찌 노력만 해도 버틸 수가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힘겨운 것도 사실이었다. 다른 이들이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말이다. 세 번째 웨이브가 이 정도인데 네 번째부터는 어떻게 될지 몰랐다.
하지만 그때였다. 충렬이 노심초사하고 있을 사이, 저 멀리서 반가운 소리가 들려왔다.
“성녀님 괜찮으십니까!”
“선지자님! 저희가 왔습니다!”
그 목소리의 주인은 윌리엄과 성기사들이었다. 아군의 등장이 이토록 반가울 줄은 몰랐다. 이제 저들이 합류한다면, 더 이상 성녀와 아이들이 다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리라.
물론 합류하는 아군은 사제와 성기사들만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윌리엄과 성기사들이 안전하게 올 수 있도록 도와준 충렬의 소환수들, 그들도 존재했다.
그중에서 가장 이동속도가 빠른 헬 하운드가 즉각 충렬 쪽을 향해 달려왔다. 지금껏 보여주지 않은 크나큰 포효를 내지르면서 말이다.
헬 하운드의 뒤를 데프론과 10마리의 해골 보병들. 그리고 레일리와 4마리의 해골 마법사들. 동시에 아직 서투르지만 방패병이라는 직업을 가진 제레미가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