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117화 (117/237)

# 11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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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렉은 어느새 공중에서 내려와 충렬의 옆에 섰다.

[저곳에 성녀가 있는 것 같아.]

마렉의 말에 충렬이 고개를 끄덕였다. 앞에는 커다란 목책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드디어 성녀가 있는 곳에 도착한 것인가.’

그런데 그 주변에는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경비가 제법 삼엄했다. 저들의 행색을 보아 다크나이트들은 아니었다.

목책에 가려 안쪽에는 무엇이 있는지 정확하게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경비를 서는 이들의 대화를 들어본다면, 안쪽에 성녀가 있는 것은 확실했다.

“크, 앞으로도 이런 일만 맡았으면 좋겠네. 성녀만 지키면 된다니. 얼마나 편해.”

“보수도 짭짤하겠다. 요즘엔 용병 일만 하기에도 수입이 괜찮단 말이야?”

“용병은 무슨. 너는 산적질 하다가 끌려온 거 아니냐?”

“어허, 산적이라니. 주변의 치안을 담당하면서 보수를 조금씩 받아가는 용병이라고?”

“지랄한다. 치안은 개뿔.”

이곳에서 경비를 서고 있는 이들이 대충 어떤 이들인지 감이 잡혔다. 죄를 짓고 들어온 자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자들이 어느 정도 보수를 받으며 일을 하고 있었다. 죄를 저지른 자들에게 벌을 주는 장소가, 오히려 그들을 위한 일터로 변한 것이다.

“그러면 너는 아녀자들을 강간하고 여기로 끌려왔잖냐. 애들아, 이 새끼 조심해라. 성녀님도 건드려 버릴라.”

“허, 아무리 급해도 성녀는 건들지 말라고. 건드는 순간 우리들은 전부 모가지야.”

“아니, 이것들이 나를 뭐로 보고!”

“크큭, 시끄러운 놈들. 싸우지 좀 마라. 괴물로 변한 우리 죄수 형님들께서 몰려오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

“아, 예전에 끌려왔다가 괴물 된 녀석들? 오든지 말든지. 머리통을 다 박살 내줄 테니까.”

“쯧쯧, 불쌍한 녀석들이야. 예전에는 지금과 달랐으니 말이지. 요즘에는 보수도 주고 대충 시간을 때우기만 하면 다시 내보내 주잖아?”

“병신이 된 우리 선배님들만 불쌍하지. 흐흐.”

그들은 시대를 잘못 만나 괴물이 된 녀석들을 불쌍하게 여겼다. 하기야, 이곳은 예전에 악명 높은 수용소였다. 지금은 모든 범죄자들끼리 알 만큼 좋다고 소문이 퍼져 있었지만 말이다. 겉으로는 벌을 받기 위해 이곳에 오지만, 실상은 여기만큼 좋은 곳이 없다고 말이다. 일부러 죄를 짓고 끌려오는 녀석들도 있을 정도였다.

물론 여기 외에도 좋은 곳은 많았다. 신성국 내의 더러운 치부를 닦아주는 대신, 보수는 그만큼 짭짤했다. 이번 성녀의 경우에는 한 달만 일해도 최소 2년은 놀고먹을 정도로 보수가 약속되었다.

어쨌거나 성녀를 지키고 있던 그들은 몰랐다. 충렬과 마렉이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는 줄을. 그저 자기들끼리 시시덕거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뿐이었다.

충렬은 저들의 대화를 듣고 판단했다.

‘성녀는 확실히 안쪽에 있나 보군.’

그렇다면 저들은 명백한 적이었다. 성녀를 가둔 이들과 한패였으니까. 적이라고 판단된 이상 쓸어버릴 뿐이다. 때문에 저들의 대화는 더 이상 이어지지 못할 것이었다. 충렬은 이 이상 지켜볼 생각이 없었으니 말이다.

저들의 수준은 굳이 측정하지 않아도 알 수가 있었다. 완전히 오합지졸이라는 것을.

‘이건 뭐 볼 것도 없군.’

충렬은 마렉에게 말했다.

“저는 정면으로 돌파를 할 테니, 다른 길로 가서 성녀와 드워프들부터 챙겨주십시오. 경비를 서고 있는 이들의 시선은 제가 다 끌어모으겠습니다.”

아무리 허접해 보인다고 해도 충렬은 신중하게 판단했다. 마렉을 따로 움직이게 한 것이다.

‘성녀를 지키는 데 고작 저런 녀석들만 보내었을 리는 없지.’

충렬의 생각을 읽은 마렉은 즉시 원하는 답을 내어놓았다.

[그래. 나는 곧바로 성녀에게 가도록 할게. 조심하라고.]

충렬이 대충 고개를 끄덕이자 마렉은 지체하지 않고 출발했다. 삼엄한 경비를 뚫고 진입하기 위해 길을 돌아가려는 것이다. 어차피 마렉은 날개가 있었으니, 충렬이 시선을 끌어준다면 어렵지 않게 목책 내부로 들어갈 수가 있으리라.

마렉이 이동하는 것을 본 충렬은 목과 손발을 풀었다.

뚜둑. 뚜두둑.

이제부터 후퇴란 없었다.

‘온전히 모습을 드러내어 모든 시선을 이쪽으로 돌린다.’

그러지 않고서는 목책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몰래 잠입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정도로 경비를 서는 인원이 많았고, 경계가 삼엄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충렬이 모습을 보인다면 틈은 충분히 생길 터였다.

그렇게 충렬이 전진했다.

뚜벅. 뚜벅.

몇 걸음을 옮기자 모습이 드러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갑자기 충렬이 모습을 드러내자 경비를 서던 이들에게서 소란이 일어났다.

“죄수가 등장했……!”

그들의 입장에서는 누군가 등장한다면 악인일 수밖에 없었다. 아군이 아니라면 죄수라고 불리는 악인만이 등장하는 환경이었으니까. 하지만 악인처럼 보이지 않는 충렬의 모습에 그들은 일순간 당황했다.

“누구……?”

“죄수가 아닌 것 같은데?”

그들의 궁금증을 충렬이 해결해 줄 이유는 없었다. 문답무용이었다. 충렬은 오로지 저들을 제거할 목적으로 달려들 준비를 해나갔다. 눈앞에 보이는 경비병들의 숫자는 대략 20명이었다. 적지 않은 수였다.

그러나 충렬에게서는 두려워하는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먹잇감을 둔 야수와 같은 눈빛을 보이며 앞으로 나아갔다.

***

아군이 아니라면 주변을 얼씬거리지 못하게 지시를 받은 이들이었다. 비록 용병과 같은 일을 하는 범죄자였지만, 그래도 해야 할 일만큼은 제대로 하는 그들이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목숨을 보장할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때문에 그들은 충렬을 향해 각종 무기를 겨누며 경계했다. 시시덕거릴 때는 온갖 자부심들이 가득하더니, 막상 누군가 나타나자 긴장하고 있었다.

범죄자 하나가 창을 들었다. 그러면서 충렬에게 투척할 준비를 하고 외쳤다.

“멈춰라! 더 이상 다가오면 던지겠다!”

일단은 적인지 아군인지 구분이 가지 않기에 그렇게 말한 것이었다. 물론 새로운 아군이 온다는 말은 듣지 못했기에 경계를 먼저 했다.

그런 녀석을 쳐다본 충렬이 답했다. 그러면서 암흑 투기를 발과 다리에 집중시켰다.

“그러시든가.”

동시에 땅을 박찼다. 암흑 투기가 발과 다리에 집중되니 순간 충렬은 엄청난 이동속도를 보여주었다. 일반인의 눈으로는 따라잡기 힘들 정도의 움직임이었다.

파밧!

그 소리를 끝으로 충렬이 서 있던 땅 위로 잔상이 생겼다. 순식간에 이동한 충렬이 새롭게 등장한 장소는 투창을 하려던 범죄자의 앞이었다. 충렬은 그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자, 다가왔는데 어쩔 거냐.”

하지만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눈으로 따라가지 못한 엄청난 빠르기에 그만 당황한 것이다.

그가 대답하지 않자 충렬은 그 즉시 주먹을 움직였다. 범죄자의 면상으로 충렬의 주먹이 다가갔다. 놈이 암흑 투기가 적용된 충렬의 주먹에 당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다음과 같았다.

“가, 각성한 죄수다! 어서 빨리 그분들을 모셔야……!”

각성한 죄수라고?

‘평범한 죄수 외에도 강력한 녀석이 있었던 것인가.’

아마도 그런 것 같았다. 그나저나 그분들이라니. 역시나 이곳은 용병의 탈을 쓴 범죄자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강력한 녀석이 있었나 보군.’

뭐,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자신이 지금 할 일은 이곳을 모조리 쓸어버리는 것이었다. 어쨌거나 충렬의 주먹은 멈추지 않았고, 곧 상대의 머리를 후려갈겼다. 암흑 투기가 적용된 강력한 주먹이었다. 그 때문일까? 상대의 머리는 조금도 버티지 못했다. 토마토가 터지듯 화려하게 터져 버렸다.

파앙!

그 소리를 끝으로 다량의 건더기들이 주변에 튀었다. 암흑 투기로 보호받고 있는 충렬에게는 피 한 방울조차 튀기지 않았다. 대신 주변에 있던 범죄자들의 얼굴과 몸에는 케첩이 뿌려진 것처럼 잔뜩 튀어버렸다. 머리가 터진 범죄자의 뇌수와 혈액이 말이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범죄자들은 모두 얼음이 되었다. 강력한 포식자가 나타나니 움직이질 못한 것이다.

그런데 그때였다. 어디선가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쉬이이.

그 소리는 소변이 흐르는 소리였다. 충렬의 바로 근처에 있던 녀석이 범인이었다. 녀석의 바지춤이 축축하게 젖어갔다. 그러거나 말거나 충렬은 시스템의 음성에 놀랐다.

분명 허약한 녀석을 처치했는데 카르마는 상상외로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성을 상실한 악인보다 더 주었다. 거의 3배에 가까운 카르마였다.

[변절한 신성국의 하수인을 처치하였습니다.]

[1,300카르마를 습득합니다.]

왜 카르마를 더 주는 것일까? 악인들을 상대하는 것보다 쉬웠는데 말이다.

‘오히려 업을 많이 쌓아서 그런 것인가.’

아마도 그런 것 같았다. 충렬은 주변에 보이는 수많은 이들을 보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여기서 벌어갈 카르마의 양이 도무지 계산이 되질 않았던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당장에 보이는 인원들 외에도 처리해야 할 이들이 더욱 많다는 것이었다. 목책 안에는 각종 목조건물들과 그곳을 배회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리고 충렬의 눈에는 저들이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저 사냥해야 할 대상으로 보일 뿐이었다.

‘운이 좋군. 좋은 사냥터를 발견했다.’

지금부터는 카르마를 쓸어갈 시간이었다.

***

상황은 너무나 일방적이었다. 그냥 일반 사람들을 두고 학살하는 수준이었다. 양 떼의 무리에 들어온 늑대 수준이 아니었다. 굳이 표현하자면 지렁이들을 밟으며 지나가는 자동차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였다. 물론 지렁이가 꿈틀거려 봤자 자동차 바퀴에 흠집조차 내지 못한다.

그만큼 충렬에 의하여 범죄자들이 학살되고 있다는 소리였다.

“도… 도망쳐!”

이기는 것이 무리라고 판단한 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도망가려 했다. 하지만 도망갈 곳은 없었다. 목책 밖으로 나가면 사방에 악풀들과 식인목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모습이 변한 악인이 아닌 이상, 그곳으로 가면 즉각 사망이었다.

그래서 그들이 선택한 곳은 목책 안쪽이었다.

충렬은 범죄자들이 도망가거나 말거나 느긋이 이동했다. 안쪽으로 도망을 가보았자 자신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목책의 안쪽에서 일단의 무리들이 쏟아져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그다지 걱정이 될 정도는 아니었다. 물론 쏟아져 나오는 이들 중에는 범죄자들이 의지하던 존재가 있었다.

‘성기사들인가.’

아니, 성기사가 아니라 다크나이트들이었다. 다크나이트의 숫자는 정확히 셋이었는데, 그들은 투덜거리며 앞으로 나섰다.

“젠장, 여기 공기는 꺼림칙해서 밖으로 나오기 싫었는데 말이야.”

“어쩌겠어. 각성한 죄수라면 우리가 직접 처치해야지.”

“빨리 처치하고 쉬러 가자.”

다크나이트로 변하는 성기사 셋의 모습에 충렬은 비웃었다.

‘일전에 영지로 쳐들어온 놈들보다 못하잖아.’

더군다나 저런 녀석들이 각성한 죄수를 상대한다고? 그렇다면 각성한 악인이라고 해보았자 별것이 없으리라.

어쨌거나 도대체 뭘 믿고 저렇게 느긋하게 행동하는지는 몰랐다. 뭐, 죽기 직전 마음껏 여유를 부리라고 생각했다.

***

고열에 시달리는 드워프들과 어린아이들을 간신히 치료한 성녀 실비아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가지고 있는 신성력을 모조리 써버린 탓에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이 없었다. 그런데 그녀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끄아악! 도… 도망가!”

“흐익! 괴, 괴물이다!”

“기사들이 당했어! 어서 빨리 튀라고!”

“멍청한 새끼들아, 어디로 튀어! 기사가 죽어버려서 이제는 이곳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고!”

엄청난 소란이 밖에서 들려왔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었던 성녀는 속으로 불안해했다.

‘정말 괴물이 온 건가?’

이곳 수용소는 사실 안전하지 않았다. 일반인들은 모르지만 성녀인 그녀는 알고 있었다. 수용소 어딘가에는 억겁의 세월 동안 죽지 않고 버텨온 악인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하지만 그녀의 걱정은 곧 사라질 수가 있었다.

[혼돈의 징벌.]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 그리고 그 소리를 끝으로 떨어지는 무시무시한 번개. 그것은 정확히 그녀를 가둔 이들에게 내리쳤다.

도대체 누가 이런 힘을 사용한 것일까? 힘의 크기가 평범한 정도는 아니었다. 궁금했던 실비아가 하늘을 바라보았다. 번개를 소환한 이의 정체가 그곳에서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자 심안으로 보이는 그녀의 시야에 순박하게 생긴 사내의 모습이 보였다.

‘누구지?’

사람이 하늘을 날 수가 있었던가? 알 수는 없었다. 심안은 상대의 겉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어쨌거나 그런 그가 실비아의 주변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흠… 데려가야 할 사람이 많네.]

고민이 있어 보이는 말투였지만, 그의 말투는 곧 해맑게 변했다.

[뭐, 지키고 있기만 해도 되겠지. 보니까 아예 싹 쓸어버리고 있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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