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4화.
?스펙 업
***
충렬의 암흑 투기는 아직 수준이 낮았다. 그러나 낮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내재된 가치는 엄청났다. 당장에 응용할 수 있는 부분은 신체를 강화하거나 몸에 둘러서 적의 공격을 방어해 내는 것들밖에 없었다. 어떻게 본다면 고작 그렇게 간단한 것들밖에 사용하지 못한다고 볼 수가 있었다.
그렇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이제는 일반적인 도전자의 범주에서 완벽히 벗어난 충렬이었다.
특히나 지금 행하는 대련을 통하여 명백하게 목격할 수 있었다. 여관의 앞에서 샤오링과 한껏 어울리는 충렬의 모습을 본다면 모를 수가 없었다. 충렬이 엄청난 힘을 얻었음을 말이다.
“샤오링. 덤벼봐.”
충렬의 말에 샤오링이 즉각 덤벼들었다. 샤오링은 드워프가 만들어준 간단한 목검으로 충렬을 향해 짓쳐들었다.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즉각 달려드는 샤오링의 움직임은 이전에 비하여 무척이나 부드러웠다.
샤오링의 움직임이 나아진 이유는 바로 내공의 존재 때문이었다. 무형의 단전 안에 자리를 잡은 그녀의 내공이, 이전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움직이게 해주었다.
아직은 내공밖에 소유하질 못한 샤오링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샤오링의 전투력은 단숨에 껑충 뛰어 올랐다. 일반적인 존재들은 이제 그녀의 털끝하나 건드리기조차 쉽지가 않을 것이리라.
하지만 그런 샤오링을 맞이해 주는 충렬도 만만치 않았다. 어느새 온몸에 암흑 투기를 두른 충렬이 땅을 박찼다.
파밧!
그러자 서로 떨어져 있던 샤오링과 충렬의 신형이 일순간 흐릿해지며 서로의 중간에 위치한 장소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샤오링과는 반대로 충렬은 목검 하나 들고 있지 않았다. 그저 맨손에 암흑 투기를 둘렀을 뿐이었다. 그렇게 한쪽은 목검이, 다른 한쪽은 암흑 투기가 적용된 주먹이 격돌했다. 샤오링과 충렬은 서로 가까워지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각자 공격을 시도한 것이다.
그렇게 목검과 주먹이 일순간 강하게 부딪쳤다.
목검과 주먹이 부딪치자 평범한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마치 두꺼운 둔기로 무언가를 때린 느낌이었다. 그 소리는 충렬의 주먹이 목검을 때리면서 나는 소리였다.
투웅!
그런데 샤오링의 목검은 충렬에게 그 어떤 피해조차 입히지 못했다. 더군다나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충렬의 주먹과 충돌한 목검은 순식간에 박살 났다.
빠각!
목검의 부서진 부분이 저 멀리 날아갔다. 너무나도 간단히, 단 한 번의 일격에 목검을 부러뜨린 충렬의 주먹이었다.
물론 일반적인 도전자라도 이 정도는 누구나 할 수가 있었다. 문제는 충렬의 암흑 투기는 결코 일반적이지가 않다는 것이었다.
“데프론. 이제는 네 차례다. 목검에 다크 오러를 적용시켜서 공격해 봐.”
데프론은 충렬의 명령에 우물쭈물 답하며 어떻게 해야 할 줄을 몰라 했다.
[제가 어찌 감히 주군께 검을…….]
“겨우 목검이잖아. 잔말 말고 빨리해.”
[그래도…….]
데프론이 머뭇거리자 충렬이 혀를 찼다. 그래도 자아가 있는 다른 네임드와는 달리, 데프론만큼은 편하게 다룰 수 있었다.
“빨리 안 하냐? 말 안 듣는 것 보소.”
충렬이 그렇게까지 말하자 데프론은 앞으로 나섰다. 어쩔 수가 없다는 듯이 고개를 푹 숙이면서 말이다. 동시에 녀석은 목검에 다크 오러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데프론에게는 제대로 공격할 의사가 보이지 않았다.
“똑바로 공격해라. 얼마 안 있으면 포탈 닫힌다. 얼른얼른 해보고 가자.”
물론 데프론이 제대로 공격하지 않아도 상관은 없었다. 충렬이 알고 싶은 것은 암흑 투기를 두른 자신의 주먹이 다크 오러가 적용된 무기에도 통하냐는 것이었으니까.
그렇게 이어지는 데프론과 충렬의 격돌. 그 격돌에서 충렬은 전율을 느껴야 했다. 암흑 투기가 얼마나 강렬한 것인지 몸소 체험할 수가 있어서다.
샤오링과는 달리, 오러와 암흑 투기가 부딪치자 굉음이 울렸다. 그 소리가 얼마나 컸는지 고막이 터져 나갈 지경이었다.
콰과광!
샤오링 때보다는 소리가 컸지만, 그 결과는 이전에 비교해 본다면 다른 양상을 보였다. 우선 충렬의 주먹이 이번에는 목검을 부러뜨리지 못했다. 데프론의 목검은 다크 오러가 적용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오러가 적용되어 있는 만큼, 목검은 충렬에게 평범하지 않는 피해를 입혀야 했을 터였다. 그 무엇이라도 자르는 것이 오러가 적용된 무기였으니까.
그렇지만 충렬의 주먹은 그 어떤 손상조차 입지 않았다. 오히려 오러와 암흑 투기가 부딪치자 밀려난 것은 데프론이었다. 데프론은 목검이 부서지지 않게 지켜낼 수가 있었지만 힘에서 밀려난 것이다.
‘대박이잖아……!’
오러까지 상대할 수 있을 수준이라면 원거리 공격이나 스킬 등에 당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암흑 투기는 신체 그 어디에라도 사용할 수가 있었으니까.
이런 암흑 투기를 발록은 어째서 사용하지 않았을까?
‘사용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사용하지 못했던 것이겠지.’
놈을 상대했을 당시, 발록에게 있어서의 마력, 즉 어둠의 힘인 암흑 투기가 놈에게는 그다지 많지가 않았다. 기껏해야 파괴 광선을 쏘아낼 정도의 암흑 투기가 전부였다. 그것마저도 웬만한 이들을 물리칠 수가 있었겠지만 그 이상은 무리였던 것이다.
그러나 놈의 힘을 흡수한 충렬은 온몸에 암흑 투기를 두를 정도로 사용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충렬이 그럴 수 있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발록은 거대한 몸집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조금밖에 없던 암흑 투기로는 제대로 활용할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렇지만 발록에 비하여 크기가 월등히 작은, 인간의 몸인 충렬은 이야기가 달랐다. 몸집이 작으니 상대적으로 적은 암흑 투기만으로도 이렇게까지 사용할 수가 있었다.
‘그래도 아직은 수준이 낮아서 그렇게까지 다양한 응용은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파괴 광선 같은 것을 사용하려면 암흑 투기의 랭크를 더욱 올려야 했다. 지금의 수준으로는 불가능했다. 암흑 투기의 보유량이 문제가 아니라, 암흑 투기에 대한 이해도와 기타 등의 것들을 충족해야 했으니 말이다.
어쨌거나 이번 실험으로 알 수가 있었다. 만약 발록이 온전하게 암흑 투기를 사용할 수가 있었다면 놈을 사냥하기가 결코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그나저나 전에 데프론의 다크 웨펀이 통했던 이유는 놈이 사용할 암흑 투기가 많지 않아서였군.’
몸집에 비해 운용할 수 있는 암흑 투기의 양이 적다보니, 자연히 데프론의 다크 오러가 통했던 것이 확실했다.
정말로 다행이었다.
‘그리고 그런 발록의 힘을 사용할 수가 있게 되었으니 나도 운이 좋은 경우인가.’
헬리오스에서 생활을 해본 결과, 새로운 스킬을 얻기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었다. 처음에 주어지는 스킬 이외에는 추가적으로 배우기가 쉽지 않았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스킬이 적힌 스킬북을 구한다고 해도 재능과 관련되어 있지 않다면 배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암흑 투기는 다르다.’
발록의 정신 지배에 저항하고, 정신계에서 놈을 이기기만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막강한 힘을 사용할 수가 있게 되었다.
어찌되었거나 대충 암흑 투기의 강력함을 충렬은 충분히 인지할 수가 있었다.
‘덕분에 방어력도 엄청 상승했군.’
앞으로는 웬만하면 우로갈의 펜던트에 내장된 실드를 소모하지 않아도 될 듯싶었다.
그리고 만약에라도 방어에 실패하여 상처가 생긴다고 해도 상관은 없었다. 라이프 드레인이 있었으니까.
‘이제는 괴물이 되어버린 것인가.’
막강한 방어력에 재생력까지 두루 갖춘 괴물로 말이다. 재생력이라고 말해도 상대의 생명력을 흡수하는 것이었지만 아무려면 어떤가.
발록의 힘을 흡수하니 이제는 스펙 자체가 달라졌다.
‘물론 공격력조차 나쁘지는 않다.’
다만 오러와 다른 점은 암흑 투기를 무기에는 적용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수준이 낮아서 그런 것인지 아직은 스스로의 신체에만 사용할 수가 있었다.
그럼에도 괜찮았다. 막강한 방어력과 회복력까지 겸비하게 되니 근접전에서 적을 겁낼 이유가 사라졌다.
‘오히려 적이 겁을 내어야 하겠지.’
충렬에게 근접 거리를 내어주는 순간, 상대는 그 어떤 저항도 수월하게 해내지를 못하리라.
충렬의 두 주먹을 막아내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자동적으로 사용되어지는 라이프 드레인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악해야 했으니 말이다.
덕분에 이제는 네크로맨서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수준이었다. 그렇게 정신계가 아닌 현실에서의 암흑 투기에 대해 연구한 충렬은 슬슬 출발하고자 했다.
“어쨌거나 이제 출발해 볼까.”
포탈이 닫히기 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았다. 더 이상은 여유롭게 머물 시간이 없었다.
***
모종의 일을 해결하러 간 아르타디아와는 달리, 샤오링은 여관에서 운기조식만 하도록 했다. 그래야 숙련도가 빠르게 올라가기 때문이다. 일반 사람이었다면 지루해할 만도 했다. 하지만 샤오링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이야기였다. 왜냐하면 아직 제대로 된 자아가 없었기에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어서다.
그래서 샤오링은 시킨 대로 운기조식만 계속했다.
그렇게 샤오링을 끝으로 대충 영지에서의 일을 마무리 지은 충렬은 무리들과 함께 포탈의 앞으로 이동했다. 충렬의 뒤로는 데프론과 레일리, 마렉과 제레미. 그리고 몸을 회복한 사제 윌리엄과 성기사 7명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 충렬과 무리들을 박해일과 왕찌엔, 자르딘이 마중을 나왔다.
[잘 다녀오라고.]
[조심히 다녀오시게.]
[다녀오시는 동안 드워프들이 살 만한 공간을 만들어 놓겠습니다.]
자르딘은 아직 드워프들을 완전히 구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충렬을 믿고 있었다. 그들을 충분히 구해서 오리라 생각한 것이다.
‘드워프들을 구한다면 그들의 거처도 미리 준비해야겠지.’
여관으로는 많은 인원을 감당해 내기가 쉽지 않아서다. 역시 자아가 있는 이들이 영지에 머물러주니 이런 세세한 점들도 신경을 써주었다.
충렬은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마중을 나온 그들에게 답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영지를 잘 부탁합니다.”
그러면서 생성된 포탈로 발걸음을 옮겼다. 충렬이 발걸음을 옮기자 나머지들도 그 뒤를 따라 이동했다.
사제 윌리엄은 성기사들을 먼저 보내고 포탈로 진입한 마렉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해일과 그 주변 인물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영지에 남게 된 이들에게 목례하며 간단한 작별 인사를 한 것이다.
“지금까지 도움을 주어서 감사합니다. 선지자님께서 괜히 당신들과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부끄럽지만 언데드에 대한 작은 편견을 이제야 깨뜨리고 갑니다.”
윌리엄은 그 말을 끝으로 포탈에 마지막에 입장했다.
윌리엄이 그렇게 말하고 떠나가는 모습에 해일은 피식 웃었다. 동시에 이미 떠나간 윌리엄을 향해 답해주었다.
[네가 선지자라고 믿는 마렉을 이끄는 녀석을 봐라. 그 녀석이 착하니 자연히 그 주변도 좋아 보일 수밖에.]
윌리엄은 이미 떠나갔기에 해일의 혼잣말을 들을 수는 없었다. 그저 해일의 중얼거림을 들은 왕찌엔과 자르딘만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할 뿐이었다.
물론 스스로는 정작 착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충렬은 귀를 잠깐 파야 했다. 누가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고 투덜거리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