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111화 (111/237)

# 1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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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부족할 것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정신계에서는 무려 시간조차 조절할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충렬의 정신계는 아직 미약하기에 그렇게까지 많은 시간을 늘릴 수는 없었다. 그래도 최대 3배까지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가 있었다.

그것마저도 아르타디아의 도움이 있었기에 그 정도였지, 그녀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렇게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는 없었으리라.

덕분에 충렬에게 실제로 주어진 20시간을 촉박하게 사용하지 않아도 되었다. 1시간을 사용해도 3시간과 같은 효과를 볼 수가 있었으니까.

그러나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니었다. 그만큼 충렬은 고통을 받아야 했다.

자신을 공격하여 내쫓아보라던 아르타디아. 그녀는 충렬에게 잠깐이라도 쉴 틈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르타디아는 하나같이 무시무시한 마법을 구사해 내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마법들은 이것이 바로 드래곤이라고 알려주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이것은 빨간 녀석들이 주로 사용하는 마법이지.”

그녀가 말하는 빨간 녀석들이란 레드 드래곤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간략한 설명과 함께 스킬을 사용하는 그녀.

“메테오.”

그 말과 동시에 하늘에서 거대한 운석이 충렬을 향해 떨어졌다.

그런데 운석의 크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충렬의 크기가 개미라면 운석의 크기는 마치 45인승 버스와 같았다.

문제는 그런 운석이 하나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충렬을 향해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의 운석들이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잠시 뒤.

바닥과 충돌한 운석들이 울리는 하모니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쾅!

콰앙!

쾅쾅!

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

레일리의 마법과는 차원이 달랐다. 아니, 이건 비교조차 할 수가 없는 수준이었다. 만약 실제로 메테오가 사용된다면 도시 하나쯤은 그냥 증발시킬 수준이었으니 말이다.

당연히 그러한 운석에 당한 충렬은 사망해야만 했다.

[아르타디아의 메테오에 당하였습니다.]

[당신의 형체를 처치한 아르타디아에게 당신의 의식이 흡수됩니다.]

***

상대의 흔적조차 지워 버리는 그녀의 마법에 또다시 충렬의 의식이 사라졌다. 하지만 충렬의 의식은 다시금 돌아올 수 있었다. 아르타디아가 충렬의 상태를 원래대로 복구해 주었기 때문이다.

“복원.”

그 말과 함께 충렬이 당하기 전의 시간대로 돌아왔다. 본래대로 모습이 돌아온 충렬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메테오에 당했던 순간이 마지막 기억이었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크윽…….”

하지만 처음과 달리 지금은 꿋꿋하게 서 있었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아르타디아가 충렬을 몰아칠수록 충렬의 정신은 튼튼해져 가서다. 쇠가 두들겨질 때마다 단단해지듯, 아르타디아의 마법에 당할수록 충렬의 내성은 점점 강해져 갔다.

[정신계에 대한 이해도가 한층 상승합니다.]

[정신계 개척도가 0.3%상승합니다.]

[정신계 개척도가 5%에 도달하였습니다.]

[현재 정신계 개척도: 5%]

물론 그냥 당하기만 해서 개척도가 상승하는 것은 아니었다. 버티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 했고 상대의 강함에 굴복하지 않아야 했다.

그리고 충렬은 지금까지 그저 당하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당하는 도중, 어떻게 그녀의 공격을 방어해야 할까 계속해서 생각했다.

덕분에 이번의 죽음으로 깨달았다.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무언가를 구체화하는 것보다는, 실제로 사용하거나 기억에 있는 것을 구체화하는 것이 정신계에 훨씬 더 반영이 잘된다는 것을 말이다.

그것을 깨닫기 전까지 제법 많은 죽음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깨달아서 다행이었다. 계기는 다름이 아니었다. 아르타디아가 드래곤이었을 때 알고 있던 마법만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서 힌트를 얻은 것이었다.

충렬이 그러한 점을 깨닫자, 그녀의 마법에 당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개척도가 상승했다.

[정신계에 대하여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정신계 개척도가 4%상승합니다.]

[현재 정신계 개척도: 9%]

한순간의 깨달음만으로 개척도가 무려 4%나 상승하게 되다니. 솔직히 아르타디아는 깨달음의 내용을 온전히 충렬에게 알려줄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알려주지 않았다. 어렴풋이 힌트에 대해서만 던져줄 뿐이었다.

왜 그랬냐고? 스스로 깨달아야 비로소 정신계에 큰 발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다. 그래서 그녀는 일부러 충렬이 깨달을 때까지 계속해서 몰아치고 있었다. 물론 충렬의 정신이 이 정도에 피폐해질 것이라면 그녀도 이렇게 까지는 하지 않았을 터였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의외로 강인한 충렬의 정신에 그녀는 최적의 방법으로 교육했다.

어쨌거나 효과가 나타나자 아르타디아의 두 눈에 이채가 띄었다. 이렇게 빠르게 적응할 줄은 몰라서다.

“오호라.”

그렇지만 감탄은 잠시 뿐. 그녀는 또다시 스킬을 사용했다. 이번에 사용한 스킬은 앞선 스킬들과 달랐다.

레드 드래곤이 사용하는 마법과 달리, 그녀의 속성에 매우 친화적인 마법을 사용한 것이다. 그 마법은 어떻게 보면 메테오보다도 더 지독했다. 무려 그녀가 살아생전 실제로 사용할 수 있었던 스킬이었으니까.

“블리자드.”

그 말을 끝으로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눈보라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

눈보라라고 말해서 단순한 눈보라를 생각하면 안 되었다. 그 어떤 존재라도 단번에 얼려 버릴 듯한 혹독한 추위. 그리고 멀쩡히 서 있지 못할 정도로 불어오는 강풍. 거기에 더하며 우박까지.

그랬다. 바람에 휘몰아쳐 날리는 것이 눈이라고 생각했건만, 막상 가까이로 들이치니 그것은 단순한 눈이 아니라는 것을 곧 알 수가 있었다. 그것은 울퉁불퉁한 모양을 간직한 거대한 우박이었다. 그러한 우박이 주변을 모조리 휩쓸었다.

충렬은 자신을 향해 들이쳐 오는 우박을 보며 속으로 이를 갈았다.

‘제길. 이번에도 죽을 수는 없다.’

그런 충렬의 모습을 어느새 저 멀리 이동한 아르타디아가 팔짱을 낀 채로 보고 있었다. 충렬이 어떻게 대처를 하는지 지켜보고 있던 것이었다. 극복할 것이냐, 혹은 또다시 죽어버릴 것이냐. 마치 그것을 묻는 듯했다.

아르타디아가 그러거나 말거나 충렬은 그녀를 살필 겨를조차 없었다. 당장에 엄청난 추위에서 얼어 죽을 것만 같았는데, 다른 생각을 할 시간에 현재 상황을 극복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더욱 급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그러나 충렬에게 많은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휘몰아치며 날아오는 수많은 우박들. 거기에 당하는 순간 곧바로 사망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충렬은 이내 하나의 수를 떠올렸다. 마침 이 때에 적절하게 대처할 방법이 있었던 것이다. 존재하지 않은 것을 상상하는 것보다, 실제 경험해 본 것들을 구체화하면 좋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제 처음으로 무언가를 구체화해 볼 생각이었다.

무엇을 구체화 할지는 진즉에 떠올렸다.

‘우로갈의 에너지 실드를 재현한다.’

그 무엇이라도 막을 수 있는 절대적인 실드. 바로 우로갈이 사용했던 에너지 실드를 구체화할 생각이었다.

실제로 에너지 실드와 관련해서는 많은 경험을 해보았다. 그렇기에 실드를 구현하는 것은 어렵지 않게 느껴졌다.

‘그 어떤 것이라도 막아낸다는 느낌으로…….’

그렇게 두 눈을 감고 집중하는 충렬이었다. 당장에라도 살을 벨 것 같은 추위와 우박의 위험에도 굴하지 않고, 실드를 구체화하기 위해 집중을 시작한 것이다.

그런 충렬을 향해 사람의 머리통만 한 우박이 다가왔다. 우박은 하나가 아니었다. 엄청난 숫자였다. 그것들 중에 하나에라도 당한다면 필히 사망이었다.

그리고 수많은 우박들 중 하나가 충렬의 머리를 강타하려는 그때. 충렬이 두 눈을 번쩍 뜨며 외쳤다.

“에너지 실드!”

우로갈의 실드에 막혔던 자신의 공격을 떠올리며, 그의 실드를 재현한 것이다.

그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충렬이 스킬을 사용하자, 그를 위협하던 블리자드 스킬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라져 버렸다.

[에너지 실드가 블리자드를 무효화시켰습니다.]

[정신계에서 무언가를 구체화하는 방법을 터득했습니다.]

[정신계 개척도가 2%상승합니다.]

[현재 정신계 개척도: 11%]

그러나 충렬은 에너지 실드를 사용하자마자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엄청난 피로감이 일시에 쏟아져 왔기 때문이다. 쓰러진 충렬은 숨을 몰아쉬었다.

“하아… 하…….”

하지만 표정은 괴로워 보이지 않았다. 비로소 정신계에서 자신을 지킬 방법을 마련해 내어서다. 충렬의 에너지 실드가 의외였는지 아르타디아 또한 놀란 눈치였다.

어느새 다가온 그녀는 더 이상 공격 스킬을 사용하지 않았다.

“작은 깨달음을 얻자마자 이렇게 곧바로 저항을 해버리다니. 대단하군.”

그러더니 충렬의 상태에 대해 조언해 주었다.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그러한 상태에 빠진 것뿐이다. 정신이 무리를 한 것이지. 그러나 계속해서 구체화하는 것은 연습하다 보면 곧 적응이 되어 아무렇지도 않게 될 것이야.”

그렇게 그녀는 충렬을 쉬도록 놔두었다. 아직 그녀를 향해 공격을 시도조차 하지 못했지만, 이 정도라면 이제 고지가 얼마 남지 않아서다.

그녀는 충렬에게 잠시 휴식 시간을 주며 생각했다.

‘인간의 정신력으로 이렇게까지 빠르게 적응을 할 수가 있었나? 흐음. 어쨌거나 이 정도 속도라면 나쁘지 않군. 그래도 지금부터는 몰아치지 않고 차근차근 진행하는 것이 좋겠지.’

그렇게 잠시간의 휴식 뒤, 충렬의 훈련은 이어졌다.

***

정신계에서 대략 30시간을 보냈다. 실제로는 10시간이 흘렀다는 소리였다. 그러나 그 시간 동안, 충렬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정신계에 익숙해졌다. 정신이 피곤하기는 했지만 피로감 따위는 가뿐하게 극복할 정도였다.

지금의 충렬은 방어하는 것을 떠나서, 반대로 아르타디아를 몰아치기 시작했다. 충렬이 입을 열었다.

“메테오.”

그러자 아르타디아가 흉내 내었던 레드 드래곤의 고급 마법이 충렬을 통해 재현되었다. 그런 충렬의 공격에 그녀가 방어해 나갔다.

“디스펠.”

그러자 쏟아지려던 메테오는 단번에 사라졌다. 하지만 충렬의 공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블리자드.”

그녀가 사용했던 마법을 그대로 재현해 내는 충렬. 물론 그것마저도 아르타디아의 디스펠 마법에 막히고 말았다.

이후부터는 무의미한 공방전의 반복이었다. 비록 충렬이 정신계에서 많은 성장을 이루어내긴 하였지만 이 이상은 그다지 발전이 없었던 것이다. 충렬이 그 어떤 공격을 하여도 그녀가 전부 막아내니 어쩔 수가 없었다.

충렬은 아직도 아르타디아에게 아무런 피해를 입히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에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여기서 수련할 시간이 많지 않다.’

자칫하면 발록과 전투를 벌일 시간이 부족해질 수가 있었다. 그러나 충렬의 조급한 마음을 본 아르타디아가 충렬을 멈추게 했다.

“이제 그만. 여기까지면 되었다. 조급해한다면 너의 정신계에 빈틈이 생기면서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녀의 말에 충렬은 급해진 자신의 마음을 추슬러 갔다. 스스로의 심신을 안정시키는 충렬을 바라보며 그녀가 말을 이어갔다.

“그 정도의 수준이라면 발록에게는 절대로 당하지 않겠지.”

물론 확실하게 이긴다고 장담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당하는 일은 없다는 소리였다. 그녀의 말에 충렬은 고개를 끄덕이며 현재 개척한 정도를 살폈다.

[현재 정신계 개척도: 15%]

어느새 정신계는 15%까지 개척되어 있었다. 그녀와 공방을 주고받을 수 있을 정도까지 오니 15%에 도달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15%이후부터는 아무리 노력해도 더 이상 개척도가 상승하지 않았다. 거대한 문에 가로막힌 듯,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었다.

그래도 이 정도까지 온 것이 어디란 말인가. 충렬은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 아르타디아가 있었기에 이 정도까지라도 올 수가 있었다.’

어쨌거나 그녀는 당장에 충렬의 실력은 이 이상 상승하기가 무리라고 판단했다.

“정신계에 대해서는 나중에 이야기하도록 하지. 오늘은 여기까지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렇다면 발록과의 전투는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 했던 것일까? 그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발록에게 당하지는 않을 것 같으니까, 녀석과 전투를 벌이고 싶다면 적당히 하다가 안 된다 싶으면 빠져나오면 될 거다.”

그녀의 말에 충렬이 동의했다.

‘생각해 보면 시스템은 전투에 돌입하고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둘 중 하나가 어떻게 될 때까지 싸워야 한다는 소리는 없었던 것이다.

충렬이 잠깐 발록에 대해 생각하는 동안, 아르타디아는 마지막으로 정신계에서 벗어나는 법을 알려주었다.

“정신계에서 나가고 싶다면, 나가고 싶다고 생각하면 끝이다. 무언가를 구체화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는데 그 정도는 식은 죽 먹기지.”

그녀의 말에 충렬이 답했다.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아르타디아의 교육은 여기서 끝나게 되었다. 충렬이 그녀를 정신계에서 쫓아내지는 못했지만, 그녀도 거기까지는 바라지 않았다. 그저 처음에 목표를 높게 두었을 뿐이었다. 고작 한 술에 배가 부를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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