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110화 (110/237)

# 110화.

?정신계 전투

***

대충 상황을 마무리하고 충렬은 여관의 빈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머리를 식히며 해결해야 할 일을 떠올려 갔다.

영지에서 우선 처리해야할 일은 바로 네임드들을 맡기는 일이었다. 임무지역으로 떠나기 전, 여관에 네임드 둘을 영웅으로 등록할 수가 있었다. 등록은 반드시 하는 것이 좋았다. 그래야 빠른 성장을 이루어낼 수가 있었으니 말이다.

‘특히 저번에 샤오링의 경우에는 무척이나 성장이 빨랐지.’

때문에 샤오링은 이번에도 영지의 영웅으로 등록하여 성장시킬 계획이었다.

‘나머지 하나는 누구로 등록을 해야 할까.’

레일리는 놔둘 생각이 없었다. 데려갈 계획이었다. 데프론에게 원거리 스킬이 생겼다고 한들, 연속으로 사용할 수는 없었으니까.

원거리 딜러가 필요하기는 했다.

‘흐음…….’

그렇지만 샤오링을 영지에 남길 거면, 나머지 하나는 자아가 있는 이로 남기는 것이 좋았다. 그 이유는 굳이 성장 때문만이 아니었다.

‘내가 임무 지역으로 떠났을 때, 영지를 보호할 인원이 있어야 한다.’

충렬이 소환 가능한 언데드 중에서는 자아가 있는 언데드가 강했다. 그러니 이왕이면 영지에 강력한 언데드 하나를 두는 것이 좋았다.

이번 성기사들의 경우는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었다. 만약 충렬이 아무런 언데드도 남기지 않고 발록을 사냥하러 떠났다면. 그리고 영지로의 귀환이 늦어졌다면.

‘위험했겠지.’

마침 적절한 때에 영지로 귀환을 하였고, 레일리와 아르타디아가 보유한 광범위 공격 마법이 있었기에 이번에는 쉽게 이겼던 것일 뿐이었다.

혹여 영지에 있는 존재들만으로 방어를 해야 하는 상황이 찾아왔었다면 꽤나 고전했을지도 몰랐다. 물론 박해일과 왕찌엔, 자르딘이 있었지만, 그들만으로는 영지를 지키면서 싸운다는 것 자체가 쉽지는 않으리라.

그렇게 충렬이 고민을 이어가던 찰나. 해답은 가까이에서 나왔다.

***

누군가 충렬이 머물고 있는 방을 노크했다.

똑똑.

“들어오십시오.”

노크한 이는 곧 문을 열며 들어왔다.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아르타디아였다. 그녀는 충렬에게 용무가 있었다.

“이봐. 바쁜가?”

“아닙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그녀는 충렬이 앉아 있는 침대의 옆으로 앉더니 입을 열었다.

“네가 다녀오는 동안 나는 영지에 잠깐 머물고 싶어서 말이야.”

그녀가? 무슨 일로 영지에 남아 있겠다고 하는 것일까.

“남아주신다면 저야 영지에 대한 걱정을 덜어낼 수가 있으니 좋죠. 그런데 왜 굳이 남으려고 하시는지……?”

하기야, 그녀가 머물러준다면 영지에 대한 걱정을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영지에 무슨 일이 발생하거나, 혹은 누군가 방문한다고 해도 그녀는 분명 적절하게 대처할 것이리라.

그러나 동시에 궁금했다. 왜 스스로 남기를 자청하는지를 말이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의문을 풀기 전에 심상치 않은 내용을 들어야 했다.

“성기사들이 말하더군. 이쪽으로 추가적인 병력이 오게 될 수도 있다고.”

아마 멀쩡한 성기사 셋이 그녀에게 정보를 전달한 것 같았다.

‘그나저나 추가적인 병력이라고?’

뭔가 좋은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정확했다.

“그들도 지금 상황을 별로 달가워하지는 않는 눈치야. 내부의 적을 두 눈으로 명백히 보고 말았으니까. 그래서인지 적극적으로 알려주더군.”

그렇다면 그녀는 영지에 남아서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충렬이 물어보기도 전에 그녀는 자신이 하려는 것에 대해서 알려주었다.

“네가 영지를 떠나있는 동안, 신성국에서 이곳의 위치를 발견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 성기사들이 이곳으로 넘어온 흔적을 지우려는 계획이지.”

그녀의 말은 충분히 납득이 되었다.

‘과연. 그러한 이유로 남으려던 것인가.’

충렬이 생각하지도 못한 부분이었다. 드래곤인 그녀가 없었다면 꽤나 고생을 했을지도 몰랐다. 이는 시스템이 딱히 알려주는 내용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어쨌거나 참으로 아이러니였다. 언데드를 바로 곁에 두고 있으면서 내부의 적을 걱정하는 성기사들이라니.

그러나 그들의 입장에서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뭐, 충렬에게는 다행이었다.

그래도 일단 확실한 것은 신성국 내에서의 배반자들은 충렬에게 있어서도 적이었다. 충렬의 입장에서는 드워프들도 함께 구해내어야 했으니, 그들을 감금한 이들은 적으로 보아도 좋았다.

어쨌든지 아르타디아의 생각을 들은 충렬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영지에 남아주십시오. 영지에서의 일은 잘 처리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충렬이 의사를 내비치자 시스템은 곧바로 영지에 등록할 영웅이 변경되었음을 알려왔다.

[영지에 머물도록 등록된 영웅이 ‘레일리’에서 ‘아르타디아’로 변경됩니다.]

[현재 여관에 등록된 영웅: 샤오링, 아르타디아]

그렇게 그녀가 영지에 머물 수 있게 한 충렬은 한 가지를 부탁했다.

“제가 없는 동안 샤오링을 잘 돌봐주십시오.”

“알겠다.”

동시에 충렬은 화제를 돌렸다.

‘마침 아르타디아의 도움이 필요했는데 적절한 때에 이야기를 나누게 되네.’

사실 그러지 않아도 충렬은 그녀와 대화를 나누려고 했다. 그녀와 나누려던 이야기는 다른 것이 아니었다. 바로 발록에 대한 내용이었다.

충렬은 다음 임무 지역으로 떠나기 전, 정신계에서 발록과의 전투를 해보려고 했다. 그 때문에 그녀에게 자문을 구할 셈이었고 말이다.

“저기, 아르타디아.”

충렬이 부르자 그녀가 자애로운 눈빛으로 충렬을 바라보았다. 그녀와 함께한 시간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녀는 무척이나 평온하게 충렬을 대했다.

“무슨 일인가?”

“발록에 대해 물어볼 것이 있어서 말입니다.”

발록이라는 단어를 꺼내자 그녀는 충렬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대강 눈치를 챈 듯 했다. 그녀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충렬의 정신계에 발록의 영혼이 갇혀 있다는 것을.

“정신계에서 생길 일을 걱정하는 것이로군.”

충렬이 따로 말하지 않았는데도 핵심을 짚는 그녀였다.

“예. 거기에 대해서 조금 궁금한 게 있어서요.”

충렬이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녀는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체감하게 해줄 요량으로 충렬에게 말했다.

“정신계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매우 단순하다. 어렵게 생각할 내용이 아니야. 잠시 자리를 빌리지.”

그러면서 그녀가 침대 위로 완전히 올라왔다. 침대 위로는 왜 올라온 것일까? 의문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그녀가 한쪽에 누우며 충렬에게 말했다.

“내 옆에 누워라.”

갑자기 옆에 누우라니. 잘못 들은 것일까?

“옆에 누우라고요?”

“그래.”

침대는 좁았다. 혼자 사용하기에만 적절할 정도로 말이다.

‘만약 눕게 된다면 좁아서 불편할 텐데.’

물론 충렬 자신이 불편하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그녀가 불편하게 느낄지도 모른다는 소리였다. 그렇지만 아르타디아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정신계에서 힘을 쓰려면 편하게 누운 자세로 있는 것이 좋다. 동시에 신체가 붙어 있어야 너의 정신계로 내가 진입하기도 수월하지. 그러니 잔말 말고 올라와.”

그녀의 말에 충렬은 어쩔 수 없이 침대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 누웠다. 어쩌겠는가. 아쉬운 것은 자신이었는데 말이다.

막상 누우니 생각하던 것 이상으로 그녀와 밀착되는 상황이었다. 서로 살결이 맞닿으니 조금 그렇기는 했지만 정작 그녀는 불편해하지 않았다.

“그럼 시작한다.”

그 말을 하면서 그녀가 충렬의 품에 안겨왔다. 붙어 있어야 정신계로의 진입이 쉬워진다더니, 설마 이 정도로 딱 달라붙을 줄은 몰랐다. 그렇지만 충렬은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그녀가 충렬에게 안긴 후, 충렬의 의식이 곧장 정신계로 이동되었기 때문이다.

***

충렬의 시야가 흐려졌다. 그리고 잠시 뒤, 전에 와본 적이 있던 장소로 도착했다.

‘정신계에 도착한 것인가.’

가지고 있는 스킬과는 별개로, 이것은 아르타디아가 충렬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의 종류였나 보다.

정신계는 충렬이 떠나기 이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완벽히 그대로였다. 심지어 아르타디아가 만들어준 테이블조차 조금의 흐트러짐 없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정신계의 장소를 살펴볼 동안, 아르타디아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곧바로 의식이 뒤바뀐 충렬과는 달리 약간 늦게 도착한 그녀였다.

아르타디아는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충렬에게 물어보았다.

“가장 궁금한 것은 발록과의 전투를 했을 때 승리를 하는 법이겠지?”

그녀의 물음에 충렬이 끄덕이며 답했다.

“예.”

그러자 그녀가 알려주었다. 발록과의 전투에서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는지를 말이다.

“나를 공격해라. 그리고 너의 정신계에서 나를 내쫓아봐라. 그러면 발록 따위는 쉽게 제압할 수가 있을 것이다.”

공격해서 그녀를 내쫓아보라고? 쉽지는 않을 것 같았다. 어쨌거나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신기한 것을 보여주었다.

“정신계는 상상의 공간이다. 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모든 것들을 이룰 수가 있지. 가령, 이러한 것들도 말이야.”

그러면서 그녀가 손가락으로 충렬을 가리키더니 신기한 것을 보여주었다. 물론 충렬에게는 끔찍한 경험이 되는 순간이었다.

“파워 오브 킬”

그렇게 그녀가 정체불명의 스킬을 사용하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아르타디아가 당신의 목숨을 빼앗는 힘을 사용하였습니다.]

[정신계이기에 실제 목숨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저항하지 못한 당신은 자아를 잃고 아르타디아의 의식의 일부로 흡수됩니다.]

[아르타디아에게 육체의 지배권을 빼앗겼습니다.]

동시에 충렬의 의식이 꺼져 버렸다.

***

의식이 사라진 것도 잠시. 충렬의 의식은 다시금 돌아왔다. 충렬에게 매운맛을 보여준 그녀가 다시금 충렬의 의식을 되살렸기 때문이다.

[아르타디아가 흡수한 당신의 의식을 다시 본래대로 되돌려 놓았습니다.]

의식이 돌아온 충렬은 그 자리에 무너졌다. 동시에 거칠어진 숨을 몰아쉬었다. 숨을 쉴 필요가 없는 정신계였다. 하지만 정신계에 관해서는 아직 풋내기에 불과한 충렬이었기에 나타나는 증상이었다.

“허억. 헉.”

그만큼 지독했다. 의식이 사라지는 것은 잠시였지만, 그 경험은 두 번 다시 하고 싶지도 않을 정도였다.

충렬이 호흡을 가다듬는 사이, 아르타디아가 설명을 이어갔다.

“방금 것은 내가 온전히 살아 있을 때 사용할 수 있었던 마법들 중 하나다. 지금은 사용할 수 없지만 이곳은 정신계이기에 마음대로 사용할 수가 있는 것이지. 물론 이것도 네가 나의 행동에 제약을 주지 않아서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지만 말이야.”

그녀의 말에 충렬은 알 수가 있었다. 이전에 아르타디아가 처음으로 충렬의 정신계를 방문하려던 날, 시스템이 왜 경고를 했는지를 말이다.

‘괜히 위험한 것이 아니었다.’

정말로 위험했다. 만약 그녀가 좋지 않은 생각을 품었다면 충렬은 단숨에 당했으리라.

어쨌거나 충렬에게 쓴맛을 한번 보여준 그녀는 어떻게 해야 이러한 일을 벌일 수 있는지 자세히 알려주었다.

“나는 그냥 상상했을 뿐이야. 무엇을 구체화시킬지를 말이지. 그리고 원했다. 나의 마법에 네가 당하기를.”

그녀의 설명을 들으니 대충 이해가 되었다.

‘이곳은 물리적인 법칙이 적용하는 장소가 아니라는 소리인가.’

하지만 아르타디아는 충렬이 가만히 생각하게만 두지 않았다. 그녀는 곧바로 몸을 풀며 말했다.

“대충 요령은 그런 것이다. 그럼 시작해 볼까?”

무엇을 시작하자는 말인지는 모르지 않았다. 처음에 말했다시피, 자신을 상대로 먼저 승리를 거두어보라는 소리였다.

그렇게 스파르타인들도 울고 갈 정도로 강도 높은 훈련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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