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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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북쪽 산맥으로 이동하려던 충렬은 잠시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시스템이 알려오는 것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충렬은 그것부터 먼저 살피기로 했다.
시스템이 알려오는 것들은 바로 레일리와 샤오링의 성장에 관한 것이었다. 새로운 임무 지역을 다녀오는 사이, 둘의 숙련도가 100%에 도달했던 것이다.
충렬이 무언가를 해줄 필요는 없었다. 보고만 받아도 되었다. 레일리는 숙련도 상승에 따른 옵션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었고, 샤오링은 ‘검황의 길’이라는 것 때문에 옵션이 강제적으로 선택되었으니 말이다.
우선 먼저 보고받을 대상은 레일리였다.
[레일리의 숙련 등급이 D등급에서 C등급으로 상승합니다.]
[레일리가 액티브 스킬 ‘블링크’를 배웁니다.]
그녀가 배운 새로운 스킬인 블링크는 공격 마법이 아니었다. 하지만 매우 유용한 스킬임에는 분명했다.
[블링크: 레일리가 시야 내의 일정 거리를 순간 이동 한다. 레일리의 수준에 따라 이동할 수 있는 거리가 다르다. 만약 해골 마법사들을 소환했다면 소환된 해골 마법사들과 함께 이동된다. 정신의 집중이 필요하지 않으며, 사용하자마자 즉시 시전된다. (재사용 대기 시간: 1분)]
무척이나 신기한 스킬이었다. 일정 거리를 즉시 순간 이동 할 수가 있다니. 갑자기 그녀의 스킬인 흡혈이 떠올랐다.
갑자기 어딘가에서 뿅 하고 나타나 흡혈을 사용한다면…….
‘그것만큼 소름끼치는 일이 없겠군.’
물론 그것만이 끝이 아니었다. 혹여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블링크를 사용해 몸을 내뺄 수가 있었다. 혼자만이 아니라 소환한 해골 마법사들도 함께 말이다.
‘제법 좋은 스킬을 얻은 것 같은데?’
분명히 유용하게 쓰일 만한 스킬이리라.
어쨌거나 레일리의 숙련 등급 상승 뒤에는 샤오링의 차례였다. 생각해 보면 얼마 전에 숙련 등급이 상승했던 샤오링이었다. 그런데 벌써 이렇게 빠른 시기 안에 또다시 오르다니. 원래라면 그럴 수가 없었는데 숙련도가 빨리 오른 이유가 있었다.
[샤오링이 운기조식으로 단전을 형성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그 덕분에 샤오링의 숙련도가 최대에 도달하였습니다.]
[다만, 해골의 상태이기에 샤오링은 ‘무형의 단전’. 즉, 형체가 없는 단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무형의 단전: 앞으로 운기조식을 통해 내공을 축적할 수가 있다.]
그렇게 단전을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과 동시에 샤오링의 숙련 등급이 상승했다.
[샤오링의 숙련 등급이 D등급에서 C등급으로 상승합니다.]
그리고 숙련 등급이 상승한 샤오링에게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옵션이 주어졌다.
[샤오링은 인간의 상태가 아닙니다. 자연의 이치를 거스른 언데드의 상태입니다.]
[때문에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는 심법 중 하나를 배우게 됩니다.]
그 음성을 끝으로 잠시 뒤, 시스템이 알려왔다.
[샤오링이 새로운 내공심법 ‘역천심법(逆天心法) 1성’을 습득합니다.]
[역천심법(逆天心法) 1성: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내공심법이다. 기존의 운기조식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도와준다. 1성에 불과함에도 다른 심법에 비해 무척이나 빠른 속도로 내공을 축적할 수 있다. 그러나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심법이기에, 주화입마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역천심법이라니. 이름부터 범상치 않았다. 주화입마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있었지만,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다. 샤오링은 언데드였다. 만약 무언가 일이 잘못된다고 하더라도 바로잡기가 어렵지는 않을 터였다.
그나저나 새로 얻은 심법으로 내공을 쌓게 되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아직은 겨우 단전을 형성한 상태라서 어느 정도인지 감을 잡기가 어려웠다.
‘나중에 확인해 보면 되겠지.’
어쨌거나 처음으로 여관을 이용하여 영지에 영웅 둘을 등록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이 정도로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앞으로도 종종 애용해야겠어.’
그렇게 샤오링의 숙련 등급이 상승된 것까지 확인한 충렬은 길을 나서기로 했다.
***
정체불명의 인물들을 마주하기 위해 영지에서 출발한 충렬과 그 무리들은 곧 북쪽 산맥의 입구에 다다를 수 있었다. 왕찌엔과 자르딘, 그리고 해골 경비병 다섯은 여관에 머물게 했다. 해골 일꾼들과 잠에 빠진 드워프들을 지키기 위해 최소한의 인원을 남기고 이동한 것이다.
그 외의 나머지들은 모두가 빠짐없이 이동했다. 감히 남의 영지에 함부로 땅을 밟은 이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먼저 도착한 것은 충렬 쪽이었다. 사제를 포함한 성기사들의 무리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도대체 그들은 언제 오는 것일까? 하지만 기다리는 것도 잠시뿐이었다. 산맥의 높은 언덕에서 그들이 내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의 모습이 보이자 박해일이 한마디를 했다.
[드디어 오는군.]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음성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는지가 말이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만약 충렬이 임무 지역에서 돌아오기 전에 저들을 직접 마중해야 했다면 엄청난 진땀을 빼야 했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저들을 상대할 병력이 모이게 되니 해일도 한시름 놓았다는 표정이었다.
어찌되었든지 저들도 막 산맥을 내려오다가 충렬을 포함한 언데드들을 목격하게 되었다. 그들 중 하나가 큰 목소리로 외치며 이쪽을 경계했다.
“언데드의 무리를 발견했습니다!”
충렬은 딱히 숨거나 그러지 않았다. 어차피 숨어서 기습을 하려고 해보았자 실패할 것이 뻔해서였다. 레일리의 말을 들어본다면 먼 거리에 있는데도 이쪽의 위치를 파악했다고 했다. 그 말인 즉, 언데드의 기운을 잘 느낀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애초에 숨을 필요가 없었다.
차라리 모든 병력을 드러내어 위협을 하는 것이 나았다. 그리고 그 판단을 옳았다. 이쪽을 발견한 성기사들의 발걸음이 무척이나 느려졌으니 말이다. 함부로 다가올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거기엔 아르타디아의 영향이 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성기사들은 곧 발걸음을 완전히 멈추어야 했다.
“보, 본 드래곤이 있잖아!”
“헉!”
그랬다. 그들이 이쪽을 발견했을 때, 아르타디아는 본 드래곤으로 모습을 바꾸었다.
본 드래곤으로 변한 그녀는 곧바로 성기사들에게 경고를 했다.
[거기서 멈추어라. 더 이상 다가온다면 너희들의 생사를 장담해 주지 못한다.]
***
신기했다. 아르타디아가 경고의 음성을 단 한 번 전달했을 뿐인데, 성기사들이 그대로 걸음을 멈추다니. 그리고 그들은 경계를 하고는 있었지만 거기까지였다. 괜히 쓸데없이 나서서 무슨 일을 벌이려는 식의 미련한 짓거리는 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충렬의 두 눈에 이채가 발했다.
‘오호라.’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동안 빛의 속성, 또는 신성 속성과 관련된 자들을 만났을 때는 다들 미친놈들밖에 보질 못했던 탓이다. 신성의 결정체인 천사, 아리엘을 만났을 때는 또 어떠하던가.
‘그때가 제일 절정기였지.’
하지만 저렇게 고분고분하게 반응하는 녀석들은 지금껏 만나보지를 못했다.
저들의 모습에 레일리도 의외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녀의 기억에도 빛의 속성과 관련된 인물들의 행태는 충렬이 알고 있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의외군요. 저렇게 반응을 하다니.”
그러나 그들이 멈춘 이유는 결코 아르타디아 때문이 아니었다. 성기사들의 호위를 받고 있던 사제. 그의 지시 때문이었다.
성기사들의 사이에서 나타난 사제는 이쪽이 언데드임에도 공손한 자세로 나왔다. 그렇지만 그의 표정에는 약간의 다급함이 있었다. 한 무리의 언데드가 등장했던 탓에 그는 만나려고 하는 이에게 무슨 변고가 생겼을까 걱정이 되었던 것이었다. 아무래도 이 근처는 성물이 사용된 장소였으니 말이다.
그래도 그가 공손하게 나온 이유는 따로 있었다. 쓸데없는 전투. 즉, 소모전을 하기가 싫어서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길을 지나가게 해주십시오!”
하지만 그의 음성은 곧 멈추어졌다.
“저희는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부탁하는 어조를 내뱉던 그의 시선이 어느새 마렉에게 가있었다. 그는 마렉을 보더니 놀라움 반, 두려움 반으로 입을 열었다.
“서, 선지자님……?”
사제의 그 반응 하나에 충렬은 알 수가 있었다. 저들은 로브를 되찾으러 온 것이 아님을 말이다. 사제의 반응을 보니 로브를 차지한 마렉을 보기 위해서 찾아온 것이 분명했다.
그것이 바로 성물의 위치를 파악하고 향해 오던 이유였다.
“마렉, 천상의 로브를 빼앗으러 온 것은 아닌 것 같은 모양인데요.”
그러자 마렉이 살았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푹 내쉬었다.
[휴, 한시름 놓았네. 엄청 긴장했다고.]
어찌되었거나 저들은 이쪽을 크게 경계하기는 했지만 공격의 의사는 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우선은 이야기를 들어주기로 했다. 왜 마렉을 만나려고 하는지를 말이다.
그런 충렬의 마음을 박해일이 먼저 파악했다. 그는 성기사들의 무리를 향해 의지를 전달했다.
[성기사들은 그쪽에 그대로 있어라. 사제만 이쪽으로 오도록. 그렇다면 그쪽이 만나고 싶어 하는 대상과 자리를 마련해 주겠다.]
해일의 판단은 올바른 것이었다. 저들에게 공격의 의사가 없다고 해도 틈을 만들어주면 안 되었다. 사제 하나만 온다면 무슨 짓을 해도 재빠르게 대처할 수가 있지만, 성기사들이 단체로 내려온다면 대처하기가 힘들었다. 서로가 상극의 속성을 지닌 존재들이었다. 만약 함께 어우러져 있다가 누군가 미친 짓거리를 벌인다면 상황이 가볍게 끝나지만은 않으리라.
하지만 저들의 입장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사제를 혼자 보낸다면 그들이 보호할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언데드들의 틈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던가. 성기사 하나가 박해일의 요구에 사제를 바라보았다.
“안 됩니다. 윌리엄 사제님.”
다른 성기사도 마찬가지였다.
“그렇습니다. 혼자 가시면 위험합니다.”
하지만 윌리엄이라는 사제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이런 실랑이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다.
“형제님들. 저희에게 이럴 시간은 없습니다. 저희가 맡은 임무를 잊으신 겁니까?”
핵심을 짚는 사제의 말에 성기사들이 입을 다물었다. 그들은 사제의 말에 반박할 수가 없었다.
윌리엄 또한 더 이상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오겠다는 말. 그 말을 끝으로 그는 성기사들의 무리에서 벗어났다. 조곤조곤 말하는 윌리엄이었지만, 그의 행동은 강단이 있었다.
성기사들은 여전히 윌리엄을 만류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그럴 수가 없다는 것을 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무슨 일이 생기면 곧장 들이칠 기세로 모두가 자세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그들이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성기사들 쪽에서 먼저 수작을 부리지 않는다면, 충렬도 딱히 무언가를 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운이 좋았다. 하필 마주친 충렬의 언데드들은 속성만 어둠과 관련이 있었을 뿐, ‘악’은 아니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