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103화 (103/237)

# 103화.

?새로운 주민

***

본연의 실력을 제대로 보이지 못한 발록. 충렬은 그런 녀석의 영혼을 낚아채게 되었다. 당장에는 아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녀석의 영혼을 가지고 있는 것은, 양날의 검을 가지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욕심을 부린다면 발록의 힘을 흡수해 강해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반대로 망할 수도 있었다. 정신계에서의 전투에서 패배한다면 발록에게 몸을 빼앗길 테니까.

‘당장에 위험한 모험을 강행할 수는 없다. 그러니 일단을 보류하는 것이 좋겠지.’

나중에 정신계에 대해서는 아르타디아에게 물어보면 될 것 같았다.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발록이 결국 손도 쓰지 못하고 무너졌다는 것이었다. 물론 놈의 영혼은 아직 건재했다. 하지만 녀석의 육체는 바닥에 누운 신세였다.

그 때문일까? 임무는 완료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발록이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은 없어서다.

[발록을 무력화시키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발록이 현재의 지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합니다.]

[오염된 땅이 정화의 과정을 거치며 본래 있던 장소로 돌아갈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15,000카르마가 당신에게 주어집니다.]

그나저나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가만히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렬이 발록을 처치한 것처럼 보였다. 그 모습에 드워프들이 수군거렸다.

“여, 역시. 엄청난 인간이었잖아.”

“발록을 저렇게 간단히 제압하다니.”

그러나 드워프들의 수군거림에 아직 반응할 때는 아니었다. 발록의 무너진 육체. 그것을 전리품으로 챙길 시간이었으니 말이다.

충렬은 발록의 시체에 다가갔다. 그러자 시스템이 물어왔다. 시스템이 물어오는 것이야 매번 같았다. 어차피 놈을 해골로 부릴 생각은 없었다. 뼈를 착취할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시스템의 음성은 평소와 조금 달랐다.

[발록의 시체에서 추출한 뼈는 사용하지 않기를 권장합니다.]

[발록의 영혼이 아직 건재합니다.]

[그렇기에 이후 발록의 뼈를 적용한 해골은 발록의 육체 장악에 당할 확률이 큽니다.]

시스템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녀석의 시체는 폐기물이 아니었다. 유용하게 쓰일 곳이 있었다.

[헬 하운드가 문양 밖으로 나와 발록의 시체를 탐하고 싶어 합니다.]

[허락하시겠습니까?]

그랬다. 사용하지 않을 시체는 언제나 하운드의 한 끼 식사일 뿐이었다.

***

문양 밖으로 나온 하운드가 발록의 시체를 모조리 먹어치우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언제 보아도 신기했다. 어떻게 자신보다 덩치가 큰 시체를 온전히 다 먹어치울 수 있는지를 말이다.

어쨌거나 하운드가 발록의 시체를 전부 먹어치우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헬 하운드의 진화도가 10.3% 상승합니다.]

[현재 진화도: 50%]

드래곤의 시체를 먹었을 때보다는 적었지만, 그래도 상승한 진화도의 퍼센트가 무려 10%를 넘겼다. 확실히 강력한 몬스터를 먹였을 때 진화도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그렇게 대충 상황이 일단락될 때였다. 아직 이곳에 드워프 셋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시스템은 충렬이 그들을 구출한 것으로 보았다. 그래서일까? 충렬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나타났다.

[고향을 잃은 드워프 셋을 영지로 초대할 수 있습니다.]

[그들을 초대하시겠습니까?]

충렬은 시스템의 말에 곧장 답하지 않았다. 우선은 어떤 이들인지 알아보는 것이 먼저였다.

***

드워프들과 이야기해 본 결과 대충 그들의 처지를 알 수가 있었다. 그들은 본래 어느 철광산 근처에서 살아가던 이들이었다. 200명 정도의 인원끼리 뭉쳐 살아가던 그들은, 어느 날 발록의 습격을 받았다.

그래서 대부분 죽거나 흩어지게 되었고, 족장을 포함한 30명이 발록에 의하여 마계로 끌려오게 되었다.

끌려온 30명도 온전히 살아남을 수는 없었다. 척박한 마계에서의 환경과 노동이 드워프들을 괴롭혔다. 그 과정에서 30명 중 27명이 사망하고, 결국 3명만이 남은 것이다.

물론 살아남은 3명은 자신들이 죽을 것이라 판단해 발록에게 복수를 시도한 것이었고 말이다.

‘대충 그것이 저들에게 닥친 상황인가.’

딱히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어찌되었거나 평소라면 외부인을 영지로 초대하는 것에 고민을 해보았을 것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것은 저들의 사정이었으니 말이다. 괜히 잘못 초대하여 영지에 분란의 소지가 발생한다면 좋지 않았다.

그리고 엄연히 말해 저들은 이방인이었다. 충렬의 영지에서 새롭게 태어난 해골 주민에 비교한다면 말이다. 그러니 평소였다면 조금 꺼려졌을 수도 있을 터였다.

그러나 충렬은 이번만큼은 길게 고민하지 않았다. 드워프들을 초대하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저들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결정을 내렸던 것이다. 영지로 초대해야겠다고.

‘이들에게 최소한의 잠자리라도 당분간 제공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멀리서 보았을 때는 그래도 건강한 몸을 가지고 있는 줄로만 알았다. 그렇지만 가까이서 보니 아니었다. 근육이 커다랗게 자리를 잡고는 있었지만, 얼마나 지친 것인지 피부는 푸석했고 영양 결핍의 증세가 보였다. 당장에라도 쓰러질 것만 같이 보이는 그들이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함께하던 이들과 이별을 해서일까? 그들의 두 눈에는 공허함만이 가득했다. 이대로 저들을 보살펴주지 않는다면 어떠한 극단적인 선택을 할지 몰랐다.

물론 동정심 때문에 충렬이 저들을 초대한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충렬도 드워프들에게 은혜를 입은 상황이었다. 저들이 마지막 의지를 불태우며 발록의 갑옷에 술수를 부렸기에 그나마 일이 쉬워졌기 때문이다.

만약 드워프들이 그러지 않았다면, 충렬은 영지 귀환석을 이용해 도망쳐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수도 있었다.

어쨌거나 행동은 밝은 것 같았지만, 내면의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는 드워프들. 그들의 상태를 알아차린 충렬은 저들을 영지에 초대하기로 했다.

“저의 영지에서 잠시 쉬었다가 가시겠습니까? 별건 없지만 그래도 잠자리와 식사 정도는 대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충렬의 제의에 드워프 족장이라는 자는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무언가 걱정이 있는 것일까? 그의 표정엔 수심이 가득했다.

“흐음…….”

족장이 그렇게 고민하거나 말거나 부족원 둘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결정을 내렸다.

“뭘 그리 고민하는 것이요? 고맙수다! 난 따라가겠소!”

“이봐, 같이 가자고. 족장님! 그럼 저희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드워프들끼리의 의리 따위는 없었다. 족장이 결정을 내리거나 말거나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그들이었다. 그러자 잠시 고민하던 족장도 표정을 풀었다. 그는 혹여나 자신을 제외하고 갈까 봐 서둘러 대답했다.

“이 의리 없는 놈들아! 나도 당연히 따라간다!”

그렇게 충렬은 드워프 셋을 데리고 영지로 귀환했다.

***

드워프들과 함께 영지로 되돌아 온 충렬은 그들이 휴식을 할 수 있게 방을 내주었다. 그런데 드워프들은 쉬기는커녕, 여관에 마련된 식당에서 한창 음주를 즐겼다.

“이보슈, 족장님! 이거 대박이요! 달라고 말하기만 해도 맥주가 계속해서 쏟아져 나옵니다!”

“얼마 만에 마셔보는 맥주야. 헉! 흑맥주까지 나오잖아? 뭐야. 여기는 천국인가?”

천국인가 의심했던 드워프는 이내 근처에서 쉬고 있는 마렉을 보더니 말을 이어갔다. 마렉의 등 뒤에 나온 천사의 날개를 보고 말았던 것이다. 비록 혼돈으로 이루어진 날개였지만, 드워프에게 그러한 것은 상관이 없었다.

“처, 천국이었구나!”

그런데 부족원 둘과 다르게 드워프 족장이라는 자는 더욱 웃겼다. 그는 말도하지 않고 미친 듯이 맥주를 마셔대었다. 아예 대야에 맥주를 주문해 얼굴을 박으며 마시고 있었던 것이다. 누가 보면 그 동안 맥주를 마시지 못해서 귀신이 들린 듯한 모습이었다.

그들의 모습에 평을 내놓는 것은 어느새 충렬을 마중 나온 박해일이었다.

[이거, 이번에는 술고래들을 데려왔군.]

박해일의 말에 충렬이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드워프들 중 하나가 시뻘건 얼굴로 충렬을 바라보더니 크게 외쳤다.

“이보슈, 영주! 여기서 거주하고 싶소! 밥값은 할 테니 여기서 살게 해주면 안 되겠소? 제발 살게 해주쇼!”

그의 외침에 다른 드워프 또한 마찬가지로 고함을 질렀다.

“어, 어……? 잠깐! 너보다는 내가 더 쓸모가 있다고! 내가 먼저야!”

그들의 다툼에 시스템이 알려왔다.

[드워프 2명이 영지의 주민이 되기를 원합니다.]

[그들을 받아들이겠습니까?]

그러나 시스템의 음성은 곧 변경되어야만 했다. 영지민이 되고 싶어 하는 드워프는 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셋이었다.

한창 대야에 얼굴을 박으며 맥주를 마시고 있던 드워프 족장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더니 부족원 둘을 꾸짖었다.

“이놈들아. 순번이 있지. 어디서 족장보다 먼저 선수를 치려고 해!”

그 말을 끝으로 주민이 되고 싶어 하는 드워프가 2명에서 3명으로 변경되었다.

***

무제한 맥주라는 문화 충격을 받고 충렬의 영지민이 된 드워프 셋. 특히나 얼굴이 터질 것 같이 시뻘겋게 변한 드워프 족장은, 술에 한껏 취한 다음에야 충렬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충렬이 영지로 초대했을 때, 왜 고민을 한 것인지 그제야 숨김없이 이야기를 한 것이다.

물론 인사불성이 될 때까지 맥주를 마셨기에 그는 제대로 말을 하지 못했다.

“불쌍한 놈들이… 딸꾹. 흩어져서……. 꺼어억.”

어쨌거나 그의 말을 종합해 본 결과, 드워프 족장의 표정에 잠시 고민이 생겼던 이유는 간단했다. 발록에 의하여 흩어져야만 했던 부족원들. 그들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한번 흩어진 이상, 흩어진 드워프들을 다시 찾아내기란 어렵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드워프 족장의 고민을 알게 된 충렬에게 새로운 임무가 부여되었다.

[이후 당신의 임무 지역에 흩어진 드워프들을 찾는 임무가 추가됩니다.]

[그 임무를 수행하면 영지에 드워프들을 추가로 받을 수 있습니다.]

시스템의 음성을 들은 충렬이 생각했다.

‘이런 식으로 새로운 임무가 생길 수도 있는 것인가.’

무작위로 진행되던 이전 임무도 슬슬 서로 연결이 되며 이어지는 것 같았다.

‘행방불명이 된 드워프들을 찾는 임무라…….’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언제나 해골 주민들만 생겨나는 영지였다. 그러한 영지에 드워프들이 추가된다면 영지에 다양성을 꾀할 수가 있으리라.

그리고 잠깐 알아본 결과, 드워프들은 영지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되는 존재였다. 그들이 있다면 한층 빠른 영지의 성장이 가능할 터였다. 박해일도 드워프 셋이 주민이 된 것을 반겼다.

‘그런 드워프들을 더 받을 수 있다면, 주어진 기회를 놓치면 안 되겠지.’

어쨌거나 새로운 임무는 이따가 생각할 문제였다.

드워프들이 맥주를 마시고 피곤에 곯아떨어졌을 때, 박해일이 충렬에게 따로 말을 건네었다.

[그나저나 드워프들을 상대하느라 잠시 시간을 지체했군. 영지에 골치 아픈 문제가 하나 발생했다.]

박해일의 말에 가볍게 나눌 이야기가 아님을 파악한 충렬은 데프론에게 명령했다.

“데프론, 드워프들을 숙소로 데려다 줘.”

그러자 충렬의 곁을 지키던 데프론이 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드워프들을 잠자리로 보낸 충렬은 박해일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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