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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마스터-101화 (101/237)

# 1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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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록이 위치한 대장간으로 한창 날아가던 아르타디아는 곧 공중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드래곤의 덩치 보다는 작았지만, 그래도 월등한 덩치를 가진 발록이 이쪽으로 날아오고 있어서다.

발록은 등 뒤에 박쥐같은 날개를 달고 있었는데, 놈의 날개는 너무나 거대해서 무거운 육체를 날아다닐 수 있게 해줄 정도였다.

어쨌거나 아르타디아는 한껏 경계하며 충렬에게 경고했다.

[놈이다.]

아르타디아의 위에 탑승하고 있던 충렬은 저 멀리서 날아오는 발록을 바라보았다. 한눈에 보아도 범상치 않게 생긴 녀석이었다.

‘무시무시하게 생긴 녀석이군.’

아직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패도적인 발록의 기운이 물씬 느껴지고 있었다. 가까이 있는 것도 아니고, 거리가 꽤 되는데도 강렬한 기운을 뿜어내다니… 이전에 상대했던 마족 바라투스와는 차원이 달랐다.

그렇게 느낀 것은 데프론과 마렉 또한 마찬가지였다. 특히 데프론은 한결같이 충렬의 안전만을 생각했다.

[마렉. 우리가 모시는 분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다오. 놈은 내가 맡도록 하지.]

물론 충렬의 안전을 생각하는 것은 마렉 또한 마찬가지였다. 비록 자아가 발현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충렬에 대한 마음은 모두가 같았다.

[걱정 말라고. 그나저나 엄청난 녀석인데?]

마렉의 말을 옆에서 듣던 충렬은 고개를 끄덕였다. 틀린 소리가 아니었으니까. 더군다나 문제는 발록이 날아다닐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럴 때 레일리라도 있었다면 충분히 도움이 되었을 텐데.’

그녀의 부재가 조금 아쉬웠다. 저렇게 하늘을 날 수 있는 적이라면 원거리 공격이 필수였기 때문이다.

그나마 아르타디아가 있었기에 공중에서 녀석을 마주할 수가 있는 것이지, 그녀마저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몰랐다.

공중에서 날아다니며 파괴 광선을 쏘아대는 적이라니. 상상만 해도 아찔했다.

‘그나저나 어쩐다.’

데프론이 의욕적으로 보이기는 했지만 실상은 그리 유리한 상황이 아니었다. 저렇게 날아다니는 녀석이라면 날아다니지 못하게 해야만 했다. 그래야 상대하기가 수월했다. 지속적인 공격을 퍼부을 수 있는 원거리 딜러도 딱히 없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마렉의 원거리 공격 스킬인 징벌은 쿨타임이 1분이나 되었다. 그렇기에 지속적으로 원거리 공격을 행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래도 일단은 부딪쳐 보는 수밖에 없나.’

현재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을 모두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여의치 않아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말이다.

저런 녀석을 처지 직전까지 갔던 도전자들이 새삼 대단해 보였다.

하지만 일단은 상황을 살피는 것이 먼저였다. 아직 녀석에게서 곧장 공격할 기세는 느껴지지 않았다.

‘우선 상황을 보고 대처를 해야겠군.’

그렇게 충렬이 발록을 상대할 방법을 생각할 사이, 신비롭게 만들어진 방어구를 착용한 발록이 가까운 거리까지 도착하는 것은 금방이었다.

***

공중에 떠 있는 아르타디아의 맞은편, 얼마 멀지 않은 장소에 발록이 도착했다. 녀석은 도착하자마자 미치광이처럼 광포하게 웃었다. 얼마나 심하게 웃은 것인지 공중에서 웃다가 추락하려고 할 정도였다.

“크하학! 크흑! 크크크크크큭.”

녀석이 웃은 이유는 별것 없었다. 그 이유는 바로 아르타디아 때문이었다.

“그 도도한 척을 다하던 년이 저따위로 망가지다니. 엄청난 구경거리잖아. 이거 마중해 오길 잘했는데?”

그랬다. 녀석은 현재의 상황이 너무나 재미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놈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정작 아르타디아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충렬은 느낄 수 있었다. 그녀가 지금 얼마만큼의 분노를 하고 있는지를 말이다.

아마 당장에라도 발록에게 날아가 놈을 공격하고 싶은 심정이리라. 하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그녀도 알고 있어서다. 아무리 드래곤이라고는 하나, 이제는 뼈밖에 남지 않아 놈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원수를 만났기에 분노가 치솟아 올랐지만, 그녀는 이성적으로 판단했다.

그런데 발록이 웃은 이유는 정작 아르타디아 때문만이 아니었다.

“가고일들이 빠르게 사라지기에 걱정이 되어서 방어구를 착용하고 왔더니. 이거 순 찌끄러기들만 몰려왔잖아?”

그랬다. 녀석은 충렬과 그 무리들의 전투력을 무척이나 얕잡아 보았던 것이다.

“지금까지 이곳으로 몰려왔던 인간들에 비해 무척이나 수준이 낮군.”

발록의 말을 유추해 보면 이곳에는 충렬보다 월등히 강한 도전자들이 온 것이 확실했다.

그러고 보니 각종 묘비의 글에서는 가고일을 상대하기가 어렵다는 글은 딱히 없었다. 그냥 이곳에서 죽으면 가고일이 된다는 등. 혹은 발록이 강하다는 말만 존재했었다.

‘그렇다면 내 수준보다 높은 장소로 온 곳인가.’

가고일들을 쉽게 상대했다고 해서 발록까지 쉬운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물론 시스템은 수준이 적절한 곳으로 보내준다고 했다.

‘하지만 이곳으로 왔다는 것은, 마계에서는 그나마 현재의 장소가 제일 상대하기가 나은 곳이라는 것이겠지.’

어쨌거나 발록은 길게 하품을 하며 말을 이어갔다.

“하암.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있기는 했다만, 잠이나 더 잘 것을 그랬군. 귀찮게 방어구를 착용하고 왔잖아. 그냥 너희들은 단번에 저승으로 보내주마. 크큭. 잘 가라고.”

그러면서 발록은 그 즉시 스킬을 사용하려 했다. 녀석의 파괴 광선이 어느 정도인지 아직은 정확히 알지 못했다. 아르타디아가 피할 수 있는 수준인지, 혹은 아닌지. 그것조차 불분명했던 것이다. 묘비의 글로만 보던 것과 직접 체험하는 것은 달랐다.

‘그나마 확실한 것은 파괴 광선에 당하면 부상이 가벼운 수준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든 도전자들이 하나같이 파괴 광선을 두려워했으니 그 점은 확실하리라.

때문에 충렬은 우선 초반에는 우로갈의 펜던트를 활성화시키려고 했다.

‘일단은 어쩔 수 없다.’

실드의 횟수가 8번밖에 남질 않았지만, 지금은 아낄 때가 아니었다. 아르타디아가 피하면 다행이고, 피하지 못한다면 우로갈의 펜던트가 놈의 공격을 막아주리라.

재빨리 판단을 내린 충렬이 입을 열었다.

“우로갈의 펜던트를 활성화…….”

그러던 그때였다.

“크큭. 잘 가라.”

충렬이 펜던트를 활성화시키려 하고, 동시에 발록이 스킬을 사용하려던 바로 그때.

“파괴 광……!”

갑자기 놈이 입은 전신 방어구가 폭파하기 시작했다.

퍼벙!

펑!

퍼버버버버버버버벙!

마치 스스로 자폭을 하는 것 같았다. 파괴 광선을 사용하려하자마자 혼자서 터져 버리다니. 싸우기도 전에 무슨 일인가 싶었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충렬이 의문을 가졌을 때, 시스템이 설명해 주었다.

[발록의 방어구에 적용되어 있던 ‘폭파의 룬’이 그가 마력을 운용하자 반응하여 폭파합니다.]

[전신이 갈기갈기 찢긴 발록이 비행 능력을 잃고 추락합니다.]

그러나 시스템의 설명이 있었음에도 의문은 가시지 않았다. 현재 상황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그만큼 갑작스러운 전개였다. 데프론과 마렉 또한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다만 현 상황을 이해한 존재는 아르타디아. 그녀 혼자였다.

[오호라, 이곳에 의외의 아군이 있었군.]

***

발록이 추락하기 시작하면서 잠시 뒤, 저 멀리서 새롭게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는 존재들이 있었다.

그녀의 말대로 정말 아군이었던 것일까? 아마 틀린 말은 아닐 터였다. 난쟁이와 비슷한 키에 수염이 짙게 나있는 그 3명은 명백한 발록의 적이었으니 말이다. 적의 적은 동지나 마찬가지였다.

저들이 발록의 적인 것을 어떻게 알 수가 있었냐고? 멀리서 외치는 그들의 음성을 들어본다면 모를 수가 없었다. 대화 자체가 발록에게 적대적임을 명백히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제기랄! 폭파의 위력이 별로잖아!”

아마도 발록에게 모종의 일을 꾸민 것은 저들이 분명했다.

어찌되었거나 폭파의 위력이 별로라고 말한 이는 옆에 있던 동료에게 화를 내며 말을 이어갔다.

“이게 다 네놈들이 늦장을 부려서 그런 것이 아니더냐! 에잉! 멍청한 놈들!”

자세히 보면 성을 내는 그가 나머지 둘을 이끄는 것 같았다. 대충 보아도 그는 다른 둘에 비하여 나이가 매우 많아 보였다.

“어쩌겠수. 그래도 아예 효과가 없던 것은 아니니 만족해야지.”

“맞습니다. 족장. 그러니 빨리 발록을 상대하던 인간들에게 갑시다.”

그러나 그들의 대화는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이쪽의 모습 또한 어둠과 관련된 언데드여서다.

“자, 잠깐. 족장! 저길 보십시오! 제기랄! 똥 밟았잖습니까! 본 드래곤입니다! 마족을 피하려다가 언데드를 만나 버리다니!”

“본 드래곤을 부릴 정도라면 엄청 강한 언데드가 온 것이 분명하잖수! 진짜로 여기서 죽어야 하는 것 아니요?”

물론 그들의 대화는 또다시 끊겨야 했다. 상황을 파악한 아르타디아가 드워프들에게 음성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철의 후손, 드워프들이여. 내 상황이 여의치 않아 잠시 이러한 모습으로 있을 뿐. 발록이 정신을 차리기 전에 어서 이쪽으로 합류하라.]

다른 설명은 없었다. 간단한 설명과 함께 단지 이쪽으로 오라는 말만 했을 뿐이었다. 그렇지만 그녀의 음성에 드워프 족장이 놀라했다.

“본 드래곤의 모습인데 어떻게 의지가 존재…….”

하지만 그는 이내 자신의 추태를 파악하고서 태도를 바꾸었다. 드래곤의 음성을 듣자마자 거칠었던 말투를 공손히 바꾸었던 것이다. 적지 않은 세월을 살았던 그는 알고 있었다. 드래곤이 스스로의 자아를 포함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결코 사악한 것에 잠식당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위, 위대하신 분을 뵙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부족원들을 재촉했다.

“빨리 가자! 여기서 살아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

발록이 땅으로 추락했다. 그렇기에 더 이상 공중에 있을 필요는 없었다. 아르타디아 또한 해골용의 모습으로 있는 것이 좋은 선택이 아님을 알려왔다. 어느새 다크엘프로 변한 그녀가 입을 열었다.

“해골의 모습으로는 놈의 공격을 피하기가 매우 어렵다. 어쩔 수 없이 이런 상태로 싸울 수밖에 없군.”

그녀의 말에 충렬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자아가 있는 만큼 어련히 알아서 판단할까 싶었다.

그렇게 발록을 상대하기 위해 준비할 즈음, 충렬의 근처로 도착한 드워프 셋은 그제야 한숨을 푹 내쉬었다.

“후우. 드디어 살았잖아. 죽을 줄로만 알았는데 살아남을 수가 있게 되었다니.”

물론 드워프 족장이라는 자는 충렬을 단단히 오해하고 있었다.

“위대하신 분을 저렇게 만들… 크흠. 아니, 위대하신 분과 함께하다니. 발록도 그냥 처치해 버리겠지?”

하지만 드워프의 오해를 풀어주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발록이 추락하는 것을 보고나서 바로 내려온 상황이었다. 방금의 추락으로 커다란 대미지를 입었을 것이 분명한 녀석이 회복하기 전, 재빨리 처치해야만 했다.

‘그나저나 드워프라고 했던가?’

이야기는 나중에 해보기로 했다.

‘우선은 발록에게 모든 신경을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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