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96화 (96/237)

# 96화.

?마계 진입

회색빛을 발산하는 날개를 움직여 날아오는 마렉. 그는 곧 충렬의 앞에 착지했다.

마렉은 착지하자마자 황당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몸뚱이는 뭐야. 혼돈은 무슨, 나를 아주 혼종으로 만들어 놨구만?]

그렇게 그가 내뱉은 첫마디는 투덜거림이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와 정신을 차려보니 이상한 몸이 되어 있다면, 누구라도 같은 반응을 보일 터였다.

[순간적으로 복수를 위해 해골이 되었다지만. 이 이상한 몸은 정말 너무하잖아?]

하지만 그의 투덜거림도 거기까지였다.

[휴, 어쩔 수 없지. 어쨌거나 이렇게 질긴 인연이 되었으니 앞으로도 잘해보자고.]

마렉의 말에 충렬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전까지는 마음대로 말하며 부렸지만, 자아를 발현한 이상 그를 존중하는 말투로 바꾸어주었다.

“예, 잘 부탁드립니다.”

마렉과의 인사 후에는 그를 다른 이들에게도 소개시켜 주었다. 앞으로도 함께하게 될 사이였다. 때문에 서로가 미리 알고 있다면 나쁘지는 않으리라.

마렉에게도 여러 인물들을 소개하고 뚫렸던 여관의 지붕을 수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적지 않은 시간이 소모되었다. 지붕을 수리하는 것과 사람들을 소개하는 것 자체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마렉이 스스로의 몸에 적응하는 시간이 제법 오래 걸렸다.

날개까지 생겨 버린 탓에, 마렉은 자신의 변화된 몸을 자연스럽게 사용하지 못했던 것이다.

다행이라고 할 것은 마렉이 아르타디아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오랜 세월을 산 그녀는 마렉이 스스로의 몸에 적응할 수 있도록 각종 조언과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그녀가 제법 잘 가르쳐 주는 것인지, 마렉도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몸에 대한 감각을 깨우쳐 가고 있었다.

어쨌거나 시간이 흐르자 다음 임무 지역으로 가기까지는 얼마 남지 않게 되었다.

[다음으로 향할 임무 지역을 선택하십시오.]

[1. 마계]

[2. 무작위]

[선택하지 않으면 1시간 39분 뒤, 강제적으로 이동됩니다.]

2시간도 남지 않은 시간이었다. 이제는 어디로 갈지 슬슬 정해야 했다.

‘다음 임무 지역에는 레일리와 샤오링이 함께하지 못한다.’

만약 마계로 가게 된다면 모든 전력과 함께 가고 싶었다. 그렇지만 아르타디아와 약속한 것도 있었다. 그녀를 본 드래곤으로 만드는 대신 마계를 자주 가주겠다는 바로 그 약속. 아무리 망나니 같은 자신이라도 그런 약속은 반드시 지킬 생각이었다.

‘일단은 마계부터 먼저 가보기로 한다.’

어떻게 보면 마족들의 천적이나 마찬가지인 레일리를 데려가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상관은 없었다.

‘위험하면 영지 귀환석을 사용하면 되니까.’

그랬다. 충렬은 영지를 가진 순간부터 어떤 임무 지역에 있던지 안전하게 귀환할 수가 있었다. 비록 일정 카르마를 지불하게 되겠지만, 아차 하는 경우에는 마계 지역에서 귀환하면 되었다.

‘우선은 마계에 도전해 보고 힘들다 싶으면 다른 임무 지역으로 가면 되겠지.’

마음을 정한 충렬은 남은 시간 동안 최대한 가진 전력을 파악하는 데 힘썼다. 아무리 마렉이 자아를 발현시켰다고는 하나, 그의 스킬도 자신이 세심하게 검토할 필요성은 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

마침내 이동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충렬의 영지에 머물며 일을 돕던 도전자들도, 이미 모두가 떠난 지가 오래였다. 시스템이 하염없이 그들을 놔두지는 않아서다.

[강제적으로 이동되기까지 2분 남았습니다.]

충렬이 마계로 떠나가기 전, 왕찌엔이 나와 마중해 주었다.

[이번에도 잘 다녀오시게.]

박해일과 자르딘, 샤오링과 레일리는 북쪽 산맥으로 떠나서 이곳에는 없었다. 여관을 지키려고 왕찌엔만이 혼자 남아 있을 뿐이었다.

어쨌든지 충렬은 왕찌엔의 마중에 대답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나중에 다녀오면 뵙죠.”

만약 박해일을 포함한 왕찌엔과 자르딘. 그들이 없었다면 충렬은 영지를 꾸미느라 엄청난 격무에 시달렸을 뻔했다. 그들 덕분에 충렬은 편하게 임무 지역으로 갈 수가 있었다.

그렇게 이동하려는 충렬의 옆으로는 데프론, 아르타디아, 마렉, 제레미가 함께 서있었다.

특히 아르타디아의 두 눈은 활활 타올랐다.

“드디어 마계로 가는 것인가? 마족 놈들. 오랜만에 그 면상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리는군.”

그런 아르타디아를 향해 데프론이 말했다. 상대가 본 드래곤임에도 겁먹은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가 모시는 분이 누구인지 잊지 마라. 아무리 복수를 하고 싶다고 한들, 우리를 살아 움직일 수 있게 해주시는 분의 안전이 우선이다.]

데프론의 말에 아르타디아가 답했다.

“그 정도는 나도 알고 있다. 다만 마족들을 보게 된다니 감정이 조절되지 않을 뿐이지.”

데프론과 아르타디아의 모습에 마렉은 연신 즐거워했다.

[오랜만에 떠들썩한 사람 냄새를 맡으니 아주 좋네.]

물론 둘 다 사람이 아닌 언데드였지만 마렉은 둘이 티격태격하는 모습도 나쁘지 않게 바라보았다.

어찌되었거나 제레미를 제외하고 셋은 정말로 평범하지 않은 전력이 된 충렬의 언데드들이었다. 충렬은 그들이 자신과 마찬가지로 이동할 준비를 끝낸 것을 보고 입을 열었다.

“마계 지역으로 간다.”

그러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마계 지역으로 이동시켜 드리겠습니다.]

동시에 충렬의 시야가 잠시 어둠에 물들었다.

***

잠시 뒤, 충렬은 마계 지역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도전자라고는 충렬 하나가 이동했을 뿐이었다. 그렇지만 그 옆을 데프론, 마렉, 아르타디아, 제레미까지 함께 지키고 있으니 하나의 파티가 이동한 것과 마찬가지가 되었다.

그리고 마계의 지역으로 도착한 존재는 충렬과 언데드들뿐만이 아니었다.

각종 조건을 만족한 도전자들도 함께 오게 되었다.

어두컴컴한 밤. 두 개의 달이 떠있는 허허벌판의 장소에는 무려 6명의 도전자가 도착했다. 6명은 충렬까지 합친 숫자였다.

[비슷한 레벨의 도전자 6명이 모두 모였습니다.]

[여기에 모인 인원들은 모두 마계 지역의 진입을 절반 정도 허가받은 이들입니다.]

절반 정도만 허가를 받았다고?

‘느낌이 이상한데.’

역시나 이어지는 시스템의 음성이 심상치 않았다.

[사실 당신들은 아직 마계 지역으로 진입할 수 없습니다.]

[이곳을 정확히 표현하자면 마계로 진입하기 위한 경계에 해당하는 장소입니다.]

[마계로의 진입을 위해서는 신선한 영혼의 제물이 필요합니다.]

그러면서 본론을 꺼내는 시스템이었다.

[마계로 진입하고 싶은 도전자는, 다른 도전자 하나를 제물로 바치십시오.]

[진입하고픈 사람 한 명당 하나의 제물이 필요합니다.]

그 말인 즉, 도전자 한 명이 다른 도전자 하나를 처치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이곳은 그렇게까지 무자비한 장소가 아니었다.

[전투가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면 3,000 카르마를 소비해 현재 지역을 벗어날 수 있습니다.]

[탈주한 도전자들이 남겨놓은 카르마는, 이후 마계로 진입하게 된 이들에게 나누어서 분배됩니다.]

그 말을 끝으로 시스템이 경고했다.

[마계로 진입하고 싶다면 지금부터 3분 이내에 제물을 바치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당신들은 모두 자동으로 탈주 처리가 됩니다.]

***

3분이라는 매우 짧은 시간. 그 덕분에 서로가 간을 보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이곳에 모인 도전자들도 알고 있었다. 때문에 서로를 재빨리 훑어보았다.

그러던 와중에 몇몇은 현재 상황에 의아해했다.

“도전자가 6명이 모여 있다면서? 그런데 숫자가 맞지 않는데?”

“왜 이렇게 많은 거지?”

그랬다. 충렬이 소환한 언데드들을 보고서 그들도 도전자라고 착각한 것이었다. 제레미의 경우에는 딱 봐도 해골이라 의심이 가지 않았다. 그렇지만 다른 언데드들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도전자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데프론은 전신을 검은색의 갑옷으로 무장한 전사의 모습이었고, 아르타디아의 경우에는 양손에 단검을 쥐고 있는 도적으로 보였으니까.

마렉의 경우에는 장비의 수준이 장난 아닌 도전자로 보였다. 물론 마렉은 로브 안에서 해골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천상의 로브를 덮고 있던 탓에 자세히 보지 않으면 해골의 모습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문제는 로브가 아니었다. 마렉의 등 뒤에 튀어나온 날개. 특히 그것은 마치 고레벨의 도전자를 보는 듯했다.

그 때문일까? 시작하자마자 도전자 두 명이 탈주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비슷한 레벨끼리 모인 거 맞아? 저 사람은 딱 봐도 엄청 레벨이 높아 보이는데. 난 포기하겠어.”

“나도 포기다. 괜히 여기서 죽느니 다음을 도모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겠지.”

둘이 포기를 선언하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도전자 ‘미르’. 도전자 ‘크로쉬’가 포기를 선언했습니다.]

[6,000 카르마가 적립됩니다.]

[적립된 카르마는 마계에 진입하게 되는 도전자들이 나누어 가지게 됩니다.]

그러나 아직 충렬을 제외하고 3명의 도전자들이 남아 있었다. 그들은 망설이는 눈치를 보였지만 쉽게 떠나지 않았다.

그런데 떠나지 않은 그들의 대화가 심상치 않았다.

“으으… 이번에 꼭 마족과 계약을 해야 하는데.”

“어? 너도 계약하기 위해 방문한 거냐? 동지끼리 힘을 합치는 게 어때?”

그러더니 서로 팀을 맺기 시작했다. 둘의 대화에 끼지 못한 한 명도 서둘러 입을 열었다.

“이봐, 잠깐만. 나도 마찬가지라고. 마족들에게 임무를 받기 위해서 왔으니까.”

그러자 셋은 충렬 쪽을 바라보더니 수군거렸다.

“아무래도 일단은 우리끼리 손을 잡아야 할 것 같은데?”

“그러자고.”

“우선 급한 불부터 끄는 게 먼저겠지.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저쪽은 파티로 온 것 같아. 시스템이 실수를 한 건가?”

저들은 연신 충렬이 있는 쪽을 흘끔흘끔 바라보더니 불안해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저들과 달리 충렬은 여럿이 모여서 이곳에 도착했으니 말이다.

그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그들의 대화를 엿들은 아르타디아. 그녀가 충렬에게 물어보았다.

“전부 다 적들이었군. 저 녀석들은 나에게 맡기지 그래?”

하기야, 그녀의 입장에서 보면 마족과 손을 잡으려는 이들은 적이나 마찬가지였다. 충렬도 딱히 상관은 없었다. 저들의 말을 들어본다면 마족들을 처치하러 온 자신과는 입장이 달랐다. 그렇다면 저들의 존재가 앞으로의 여정에 방해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이틈에 아르타디아의 전투력이나 한번 보아야겠군.’

대문에 충렬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알아서 처리해 주십시오.”

충렬의 대화를 듣던 도전자 셋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내비쳤다.

“뭐야, 겨우 저 따위 계집 하나로 우리 셋을 상대하겠다고?”

“어지간히 얕보였나보군. 무려 마족의 힘을 사용할 수 있는 내가 이런 취급을 받다니.”

“나도 어지간하게 당하지는 않는다고. 10레벨 때 마족들의 침공을 돕는 전장에서 엄청난 성장을 했거든.”

충렬의 경우에는 10레벨이 되면서 마족들이 오염시킨 드래곤과 싸우는 임무를 받았다. 그렇지만 저들은 충렬이 받은 임무와는 달라보였다.

‘오히려 마족의 편에 서서 임무를 진행할 수도 있는 것이었나?’

아마도 그런 것 같았다.

그러나 상관은 없었다. 적이라면 여기서 처치할 뿐이었다. 그리고 저들이 그 어떤 반응을 보이든지 아르타디아는 하찮은 미물들을 보는 눈빛으로 앞으로 걸어갔다.

양 손에 단검을 역수로 쥔 그녀가 무시무시한 기세로 걸어오자 도전자 셋은 전투를 시작할 자세를 잡아갔다.

걸어가던 아르타디아도 당장에 단검을 쥐고 돌진할 것처럼 자세를 취했다.

그렇게 양 쪽이 붙으려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아르타디아의 움직임이 먼저 시작되었다.

점프할 것처럼 자세를 잡은 아르타디아.

그녀가 땅을 박찼다.

파밧!

그러면서 그녀는 입을 벌리더니 외쳤다.

“마족의 하수인을 자처하는 어리석은 인간들이여! 여기가 네 놈들의 무덤이다!”

그런데 아르타디아가 외치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그 외침은 단순한 외침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르타디아가 드래곤 피어를 사용하였습니다.]

[아르타디아가 적으로 인식한 존재들이 드래곤 피어에 타격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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