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95화 (95/237)

# 95화.

?마렉의 각성

***

충렬의 앞에 놓인 드래곤 박스. 과연 그 안에서는 무엇이 나올까? 드래곤 박스의 크기는 한 손에 들어올 만큼 작았다.

‘영혼 수확자의 반지 같은 게 나오려나?’

영혼 수확자의 반지는 저번에 사용한 뒤로 아직도 중첩이 21밖에 되질 않았다. 몬스터가 많이 나오는 구간을 만나지 못해 스택이 별로 쌓이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런 비슷한 아이템이 나온다면 나쁘지 않을 터였다.

물론 드래곤의 레어에 있던 것을 가지고 오는 것이니, 영혼 수확자의 반지보다 좋은 것이 나올 수도 있었다.

충렬이 한껏 기대에 부풀어있을 때였다. 마침 시스템이 충렬에게 물어왔다.

[드래곤 박스를 개봉하시겠습니까?]

시스템의 물음에 충렬이 즉시 답했다.

“당연하지. 개봉해.”

그러자 드래곤의 그림이 그려진 박스가 스스로 분해되어 갔다. 그리고 잠시 뒤, 등장한 아이템은 무척이나 생소한 것이었다.

[축하드립니다.]

[‘천상의 로브’를 획득하셨습니다.]

박스의 크기와는 관계없이, 아이템은 드래곤 박스보다 큰 것이 나왔다. 그런데 나타난 아이템은 전혀 상상하지도 못했던 것이었다.

‘천상의 로브?’

은은한 하얀색의 빛이 흘러나오는 로브였다. 새하얀 순백의 색이 무척이나 아름답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름과 동시에 그 모양만 보아도 무언가 느낌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정확했다. 천상의 로브는 충렬이 사용할 수가 없는 아이템이었다.

[천상의 로브: 신성, 또는 빛과 관련된 속성을 소지하고 있는 자만 착용할 수 있다. 한 번 착용하면 착용자가 소멸하기 전까지 절대로 벗지 못한다. 착용자를 강제로 각성시켜 잠재된 힘을 이끌어낸다.]

하필 아르타디아가 살아생전 레어에 이러한 것을 보관하고 있었다니. 아르타디아 또한 빛의 속성과는 관련이 없었기에 사용하지도 못했다. 그런데 이러한 것을 왜 가지고 있었던 것일까.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쓸모가 없는 아이템이 등장했다는 것이었다.

‘이런. 망했군.’

만약 충렬이 신성과 관련된 직업이었다면 이것은 엄청난 아이템일지도 몰랐다. 설명은 매우 짧고 단순했지만 무려 드래곤의 레어에서 나온 아이템이었으니까. 각성시킨다는 수준이 결코 평범하지는 않으리라.

그렇지만 그것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에 한해서였다. 충렬은 천상의 로브를 착용할 수가 없었다.

“이거 참. 이걸 교환할 만한 사람도 없고…….”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정령의 주머니에 넣고 다녀야만 하는 것일까?

하지만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잠깐. 마렉은 신성 속성과 관련이 있지 않나?’

그랬다. 마렉에게 적용된 뼈. 그것은 바로 천사 아리엘의 뼈였다. 비록 마렉에게 적용이 되면서 타락하게 된 아리엘의 뼈였지만, 그래도 신성과 관련된 속성의 뼈임에는 분명했다.

충렬은 혹시나 싶어 즉시 밖으로 이동했다. 마렉은 충렬이 자는 동안 밖에서 노동을 하고 있었다. 때문에 마렉을 부르기 위해서 이동한 것이다.

***

충렬이 흰색의 로브를 들고 마렉을 찾아갔다. 마렉은 아르타디아를 도와 여관에 마련된 식당을 꾸미고 있었다. 아르타디아는 충렬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을 보고서 입을 열었다.

“오호라. 그것은 내가 예전에 유희를 다닐 때, 신성 제국에서 훔친 그들의 국보인데. 용케 나쁘지 않은 아이템을 얻었군.”

그녀는 알고 있었다. 드래곤 박스라는 것은 자신이 예전에 레어에 보관하고 있던 아이템을 등장시키는 것이라고.

‘그나저나 신성 제국의 국보였다고?’

역시나, 자신과 친해지기 힘든 종류의 아이템이었다. 충렬은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이거. 좋은 아이템입니까?”

충렬의 질문에 그녀가 풋 웃었다. 다크엘프로 변한 드래곤이 저렇게 웃을 수도 있을까 싶었다. 그만큼 재미있는 질문이라는 것이리라.

“내 기준에서 보았을 때는 그냥 평범한 아이템이지.”

평범하다니. 그러나 이어지는 그녀의 대답은 의외였다.

“하지만 인간의 기준에서 말하자면… 그보다 좋은 아이템이 있을까? 착용하기만 해도 인간이라는 경지를 쉽게 벗어나게 만들어주는데 말이지.”

인간의 경지를 벗어나게 해주는 아이템. 그 말 한 마디만 들어도 평범한 아이템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충렬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군요.”

어떻게 그녀가 로브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는지는 몰랐다. 그렇지만 오랜 세월을 살았던 존재이니만큼 그 말에 거짓은 없으리라.

어쨌거나 그녀의 말을 들으며 충렬은 마렉을 불렀다.

“마렉, 이리와.”

마렉은 충렬의 명령에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마렉이 가까이 다가오자 시스템이 물어왔다.

[마렉에게 천상의 로브를 착용시킬 수 있습니다.]

[착용시키겠습니까?]

[단, 한 번 착용하면 절대로 벗을 수가 없습니다.]

설마 했는데 정말로 마렉이 착용할 수가 있다니.

‘휴. 정말로 다행이다.’

하마터면 쓸모없는 아이템이 되어버릴 뻔했다. 아무리 좋은 아이템이라고 해도 사용할 수가 없으면 무용지물이었으니까.

그러나 다행히도 마렉에게 사용할 수가 있었고, 충렬은 지체하지 않고 마렉에게 천상의 로브를 건네었다.

“착용해.”

그러자 별다른 대꾸도 없이 로브를 받아가는 마렉. 그는 곧바로 새하얀 로브를 덮어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렉이 덮어쓰려는 노력은 필요가 없었다. 왜냐고? 로브 자체가 마렉의 손에 들리자마자 그를 삼켜갔기 때문이다.

그렇게 잠시 뒤, 로브가 마렉의 전신에 안착하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마렉의 각성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알려오는 시스템의 정보는 조금 놀라운 것이었다.

[마렉이 보유하고 있던 잠재된 힘이 매우 뛰어납니다.]

[천상의 로브가 타락한 아리엘의 뼈와 심상치 않은 작용을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뜻밖의 일이 발생했다.

[마렉은 다음의 존재 중 하나가 됩니다.]

[영혼 인도자, 천상의 심판관, 혼돈의 천사]

어떤 존재가 될지에 대해서 확률은 따로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시스템이 알려온 각성 목록은 전부 빛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처음에만 해도 각성이라고 말하기에 평범하게 능력의 강화만 있는 줄로 알았다. 그렇지만 아니었다.

잠재된 힘을 이끌어내기 때문일까?

아마 아리엘의 타락한 뼈 때문에 저러한 목록이 생긴 것이 분명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아르타디아 역시 놀란 눈치를 보였다.

“이건 좀 놀랍군. 마렉의 뼈가 심상치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평범하지 않은 존재의 뼈였다니.”

드래곤이라 그런지 그녀의 눈에도 마렉의 변화 과정이 보이는 것 같았다.

“덕분에 엄청난 잠재 능력을 가지게 되었고 여기서 빛을 발하게 되는군.”

드래곤인 그녀가 감탄할 정도라면 생각 외의 수확임이 확실했다.

‘그만큼 이러한 일이 발생하기란 쉽지 않다는 소리겠지.’

어쨌거나 얼마 지나지 않아 저 3개의 목록 중, 하나가 선택되었다.

선택된 것은 ‘혼돈의 천사’였다.

[천상의 로브가 타락한 아리엘의 뼈에 잠들어 있는 본연의 힘 이끌어냅니다.]

[마렉이 단순한 각성을 뛰어 넘게 됩니다.]

[그의 존재가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마렉이 ‘암흑 사제’에서 ‘혼돈의 천사’로 변모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마렉의 몸이 갑자기 허공으로 치솟아 올랐다.

***

허공으로 솟아오른 마렉. 덕분에 하나밖에 없던 여관의 천장에 구멍이 생겨났다. 하지만 여관의 상태에 신경을 쓸 때가 아니었다. 충렬은 그 즉시 아르타디아와 함께 여관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여관 밖으로 나오자 볼 수가 있었다. 변화하기 시작하는 마렉의 모습을 말이다.

일을 돕고 있던 다른 도전자들도 그 광경에 하던 일을 잠시 멈추었다.

아직 이곳을 떠나지 않았던 도전자들은 놀라워했다.

“헉, 지붕을 뚫고 무언가가 나왔어!”

“저게 뭐지?”

도전자들이 놀라워하거나 말거나 충렬은 마렉을 보았다. 당장에 나타난 변화는 마렉의 뼈가 뒤틀리는 과정이었다.

우득.

우드득 우드드득.

저 높은 허공에 있음에도, 뼈가 뒤틀리는 소리가 지상까지 전달되었다. 그의 뼈가 로브를 뚫고 나올 정도로 들썩였다.

그렇다고 로브가 찢어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마렉의 변화는 뼈가 뒤틀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마렉의 등에 위치한 뼈가 잠깐 뒤틀리더니.

우드드득.

이내 그곳으로부터 회색의 날개가 생성되기 시작했다. 날개는 만질 수 있는 날개로 보이지 않았다. 탁한 회색의 빛이 흘러나와 완성된 날개였으니 말이다.

지이이이잉.

그 소리가 이어지며 완성되어가는 마렉의 날개. 그 날개는 전신을 감쌀 만큼 무척이나 거대했다.

물론 변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렉의 속성에 빛이 있다고 해도 어둠의 속성 또한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때문인지 천상의 로브 절반이 검은 색으로 물들어갔다.

‘아이템 자체도 변화가 이루어지다니.’

동시에 마렉의 안광에 흉흉한 빛이 번쩍이며 나타났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잠시 뒤, 변화된 마렉은 결코 평범하지 않은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로브의 안을 보면 그의 몸은 여전히 해골의 몸이었다. 그렇지만 해골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전신을 덮은 로브와, 몸을 뒤덮을 정도의 날개가 생겨나 버리니 마치 천사의 탈을 쓴 해골 사신과 같은 모습이었다.

어쨌거나 마렉의 변화가 끝나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안식을 거부한 마렉>이 <혼돈의 천사 마렉>이 되었습니다.]

[혼돈의 천사는 빛과 어둠이 뒤섞인 존재입니다.]

[그러나 당신의 네크로맨서라는 직업의 영향을 받아 마렉은 빛의 힘을 머금은 언데드의 모습을 유지합니다.]

[마렉의 존재가 변화했지만 당신은 여전히 일반 해골인 암흑 사제를 소환할 수가 있습니다.]

그 설명을 끝으로 마렉의 변화된 정보들이 이어졌다.

[마렉이 기존에 가진 스킬이 변화되거나, 새로운 스킬이 추가됩니다.]

그렇게 스킬들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데스 힐링’이 ‘혼돈의 치유’로 변화됩니다.]

[혼돈의 치유: 대상의 속성과 관계없이, 그를 치유한다. (재사용 대기 시간: 1분)]

[‘다크 블레싱’이 ‘혼돈의 축복’으로 변화합니다.]

[혼돈의 축복: 대상의 무기에 일정 시간 동안 혼돈의 축복을 부여한다. 혼돈의 힘이 부여된 무기는 그 어떤 속성 저항력도 뚫을 만큼 무척이나 파괴적이다. (재사용 대기 시간: 1분)]

[‘다크 애로우’가 ‘혼돈의 징벌’로 변화하였습니다.]

[혼돈의 징벌: 빛과 어둠의 힘이 담긴 징벌을 대상에게 내린다. 그 어떤 존재라고 하더라도 징벌에서 쉽게 벗어날 수는 없다. (재사용 대기시간: 1분)]

기존에 가지고 있던 스킬 3개가 전부다 상위 스킬로 변화하였다. 스킬의 재사용 대기 시간도 전부 1분이라는 시간으로 그리 길지 않았다.

‘나쁘지 않군.’

그러나 아직 좋아하기는 일렀다. 스킬의 변화 외에도 새로운 스킬이 추가되었으니 말이다.

[마렉이 패시브 스킬 ‘혼돈의 날개’를 습득하였습니다.]

[혼돈의 날개: 혼돈에서 비롯된 날개이다. 허공을 부유할 수 있게 해준다.]

[마렉이 패시브 스킬 ‘혼돈의 존재’를 습득합니다.]

[혼돈의 존재: 소환 스킬을 사용하지 않아도, 마렉은 항시 소환이 되어 따라다닐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아 발현까지.

마렉도 드디어 잠들었던 자아가 깨어나게 되었다.

[마렉이 패시브 스킬 ‘자아 발현’을 습득하게 됩니다.]

[자아 발현: 잠들었던 자아가 깨어난다. 비록 ‘이충렬’에게 소속된 존재이지만 스스로 판단하며 행동할 수 있다.]

새롭게 생성된 스킬은 무려 3개였다. 그 모든 것이 패시브 스킬이긴 했지만 전부다 나쁘지 않은 것들이었다.

어쨌거나 마렉이 변화를 끝마치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그는 완전한 혼돈에 비한다면 아직 무척이나 미숙한 존재입니다.]

[이후 마렉의 숙련도가 상승하면 혼돈의 천사와 관련된 옵션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존재가 된 마렉.

그가 날개를 이용해 충렬에게 날아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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