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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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아 발현 스킬이 주어지마자마 아르타디아는 스킬을 사용했다. 본 드래곤의 상태이기에 그녀가 스킬명을 말하자 정신을 울리는 음성이 들려왔다.
[폴리모프.]
그렇게 그녀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무척이나 거구였던 본 드래곤의 모습이 축소되기 시작한 것이다.
우드드드드득.
뼈가 축소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뼈가 평범한 사람의 크기 정도로 축소되었을 때, 뼈에서부터 새살이 돋아났다.
그녀에게서 새로 돋아나는 살은 신비한 색이었다. 언뜻 보면 회색빛 같기도 했다.
‘아니, 회색빛보다는 조금 더 밝다.’
자세히 표현하자면 은색과 회색빛의 사이 정도였다.
그리고 정신계에서 보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녀의 머리에 하얀색의 생머리가 자라났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었다. 피부색이 그때에 비하면 탁했지만, 특히나 달라진 점은 그녀의 귀였다. 이전에 비해 길쭉한 귀가 생겨난 것이다.
‘저게 무슨 생물이지?’
언뜻 보면 사람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절대로 사람은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하던 와중이었다. 전라였던 그녀의 몸에 옷차림이 적용되어 갔다.
옷은 자동적으로 완성이 되어갔다. 그런데 옷의 모양이 평범하지는 않았다. 그녀를 덮기 시작한 것은 뼈였으니까.
‘그리고 완성되어 가는 모습을 보니 그 용도가 옷은 아니다. 갑옷이 분명해.’
아마 틀리지 않으리라. 그러나 갑옷이라고 해도 그렇게 촘촘하게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가볍게 중요한 부분과 핵심적인 부분만을 보호할 뿐이었다.
하지만 아직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녀의 양 손에는 날카로운 단검 두 개가 함께 등장했다. 물론 그것도 뼈로 만들어진 단검이었지만 말이다.
그녀의 변모한 모습에 충렬이 감탄했다.
‘저게 폴리모프인가.’
충렬이 감탄할 사이, 그녀가 다른 생물로 변화한 모습에 시스템이 알려왔다.
[<본 드래곤 아르타디아>가 ‘다크 엘프’로 변하였습니다.]
[아르타디아가 자신의 뼈를 이용해 드래곤 본 아머를 착용합니다.]
[아르타디아가 자신의 뼈를 이용해 드래곤 본 대거를 각각의 손에 착용합니다.]
역시나, 그녀가 폴리모프를 사용하면서 생겨난 무기와 간단한 갑옷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었다.
‘변할 때 뼈도 함께 변형시켜서 저렇게 만든 것인가 보군.’
아마도 그런 것 같았다. 중요한 것은 그냥 뼈 갑옷과 단검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무려 드래곤의 뼈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무척이나 튼튼하겠네.’
어쨌거나 새롭게 합류하게 된 아르타디아. 그녀가 다크엘프의 모습으로 충렬의 앞으로 걸어왔다. 그녀는 대거 2개를 허리춤에 넣으며 입을 열었다. 본 드래곤일 때와는 달리 성대가 생겨났기에 그녀의 음성은 제대로 들려왔다.
“유희를 다닐 때, 엘프의 모습을 자주 해서 말이지. 편하기도 하고 말이야. 평범하게 다닐 때는 이렇게 다니도록 하겠다. 앞으로 잘 부탁하지.”
아름답게 생긴 모습과 다르게 어울리지 않는 그녀의 말투는 무척이나 적응이 되질 않았다.
그러나 충렬은 그런 것을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비록 소환수가 되긴 했지만, 그녀에게 존댓말을 해주었다. 그녀의 말투에 자신이 적응해 주기로 한 것이었다. 괜히 그런 것으로 트러블을 만들 필요는 없었다.
“아, 예. 잘 부탁드립니다.”
그러나 아직 장내의 상황이 정리된 것은 아니었다. 그녀가 본 드래곤이 되면서, 탈피보다 심한 작업을 했기 때문이다. 뼈를 제외한 모든 것들을 떼어내는 작업이었다. 그래서 근처에는 각종 부산물들이 많았다.
그냥 버리기에는 아까웠다. 드래곤의 비늘만 해도 방어력이 어느 정도이던가.
‘그걸로 방패 하나만 만들어도…….’
엄청난 효율을 보여주리라. 그렇지만 아르타디아는 안타까운 소식을 알려주었다. 딱히 충렬의 생각을 알고서 내뱉은 말은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의 몸에서 나온 것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나저나 아깝군. 저것들이 쓸모가 없어졌으니.”
쓸모가 없어졌다고? 무슨 소리일까. 그 이유는 곧 밝혀졌다.
“내가 드래곤 하트를 온전히 소유하고 있었다면, 떨어져 나갔다고 한들 저것들이 제 기능을 유지했을 텐데.”
그 말인 즉, 아르타디아의 몸에서 나온 부산물들은 이제 더 이상 쓸모가 없다는 소리였다. 기존의 기능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소리가 분명해 보였으니 말이다.
자신의 몸에서 나온 것이었지만 그녀의 말에서 딱히 애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미 몸에서 떨어져 나간 것이니만큼 물건 취급을 했다.
특히나 그녀는 한쪽에서 식어가는 드래곤의 심장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음성을 내었다.
“마족들에게 오염되고 회복하지 못한 드래곤 하트라 그런지, 저렇게 되어버리는군.”
그러면서 그녀는 더 이상 미련을 가지지 않았다. 그녀의 음성을 들어보니 그녀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것들을 이용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무려 드래곤 본인이 말한 것이었으니 그 내용은 정확하리라.
하지만 의외로 사용할 곳은 있었다.
[헬 하운드가 드래곤의 각종 부산물을 원합니다.]
‘하운드가 저걸 원한다고?’
하운드는 그러면서 어느새 충렬의 옆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충렬의 몸에 자신의 볼을 비비기 시작했다. 먹어도 되냐고 애교를 부리는 것이리라.
“끼이잉.”
물론 충렬은 하운드의 애교에 넘어가지 않았다. 다만 입을 열어갈 뿐이었다.
“아르타디아.”
“무슨 일인가?”
“당신의 몸에서 나온 저것들. 제가 사용해도 되겠습니까?”
그래도 그녀의 몸에서 나온 것들인데, 당사자 앞에서 마음대로 사용하기엔 좀 그렇지 않은가. 때문에 물어본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별다른 상관을 하지 않았다.
“알아서 해.”
그녀의 대답에 충렬이 하운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들었지?”
그러자 하운드가 고맙다는 의미로 혓바닥을 내밀었다. 그러더니 아르타디아의 전신을 한번 핥았다. 누가 본다면 먹이의 맛을 본 줄로만 보였다.
하운드의 침 대신 유황 냄새가 잔뜩 배기기는 했지만, 그녀는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강아지가 좀 귀엽군.”
그런 말을 내뱉은 그녀의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
하지만 아르타디아의 반응에 충렬이 의아해했다.
‘저게 귀엽다고?’
충렬이 보기엔 헬 하운드의 모습은 전혀 귀여운 존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충렬은 대충 그러려니 했다.
‘뭐, 드래곤의 눈에는 충분히 귀엽다고 느껴지겠지.’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하운드는 드래곤의 떨어져 나간 살점들을 향해 발랄하게 뛰어갔다.
***
오드득. 오드드득.
헬 하운드가 드래곤의 비늘과 살점들을 포함해서 말라 버린 드래곤 하트까지 시식하기 시작했다. 녀석의 몸보다 드래곤의 부산물들이 부피가 더욱 많았다. 그렇지만 하운드는 끊임없이 계속해서 먹어갔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녀석의 식성은 정말로 놀라웠다. 마침내 하운드가 모든 것들을 섭취하자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평소라면 헬 하운드의 진화도는 얼마 상승하지 않았다. 그 어떤 시체를 섭취한다고 한들 진화도에 그리 큰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하운드가 마지막으로 드래곤 하트까지 먹었을 때, 녀석의 진화도는 놀랍도록 상승했다.
5%도 넘기지 않던 녀석의 진화도가 단숨에 상승한 것이다.
[헬 하운드의 진화도가 39.7%가 되었습니다.]
하운드는 식사를 끝내자마자 트림을 했다.
“꺼어억.”
그러더니 새빨간 빛으로 변했다.
[만족스러운 식사를 한 헬 하운드가 휴식을 위해 문양으로 되돌아갑니다.]
녀석이 되돌아오는 모습에 충렬은 현재 상황이 신기할 뿐이었다. 심지어 악마 마르바스의 시체를 먹었을 때도 이렇게까지 상승하지는 않아서다.
물론 그때 섭취한 시체는 마르바스의 본체가 아니기는 했지만 말이다.
‘이번에는 드래곤은 본체와 관련된 것들을 먹어서 그런가? 엄청나게 많이 상승하네.’
어쨌거나 엄청난 발전이었다. 이런 식으로 강한 녀석들의 시체를 먹이다 보면 하운드도 금방 진화를 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하운드가 먹은 것들을 소화시키기 위하여 문양으로 다시금 돌아오자, 충렬은 허리를 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럼, 여기서 할 일은 끝났나?”
이제 영지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할 찰나였다. 그렇지만 아직 이곳에서의 일은 끝나지 않았다. 충렬의 시야 한쪽에 계속해서 나타나는 시스템의 글. 아직 그것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네임드 해골의 숙련도가 100%를 달성했다는 글이었다.
제레미를 제외하고 다른 네임드 해골들의 숙련도도 80%를 넘었다. 하지만 당장에 100%의 숙련도를 달성한 것은 샤오링이었다.
[샤오링의 숙련도가 100%에 도달하였습니다.]
충렬이 100%의 숙련도에 도달했다는 글을 보자 시스템이 물어왔다.
[샤오링의 숙련 등급을 상승시키겠습니까?]
시스템의 물음에 충렬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상승시켜야지.”
그러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딱히 샤오링의 옵션을 충렬이 선택해 줄 필요는 없었다. 샤오링에게는 ‘검황의 길’이라는 것이 적용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와 관련된 옵션이 강제적으로 선택되었다.
[샤오링의 숙련 등급이 E등급에서 D등급으로 상승합니다.]
[샤오링이 스킬 ‘운기조식’을 배웁니다.]
‘운기조식이라고?’
도대체 저게 무엇일까. 그렇게 생각하는 충렬의 앞으로 설명이 나타났다.
[운기조식: 몸 안의 기를 돌리고 호흡을 조절한다. 운기조식을 일정 이상 사용하면 몸 안에 단전을 형성하고 내공을 소유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샤오링은 해골의 상태이기에 뼈를 통해 기를 운용하게 된다. 호흡도 할 필요가 없다. 운기조식을 사용하여 숙련도를 빠르게 상승시킬 수 있다.]
운기조식이라는 스킬은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단전과 내공이라.’
마치 무협 영화에서나 보던 능력이었다. 아마 운기조식을 통해 그것들이 생겨난다면 확실히 적지 않은 성장을 할 것이 분명했다.
‘더군다나 숙련도를 빠르게 상승시킬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사냥 같은 것을 하지 않아도 실시간으로 운기조식을 사용하도록 해도 되겠지.’
이전까지만 해도 샤오링의 성장은 그렇게까지 큰 폭으로 상승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제부터는 다르리라.
‘꽤나 괜찮은 스킬을 얻었군.’
더욱이 샤오링 외에 다른 네임드 언데드들 또한 숙련도가 많이 차 있는 상태였다. 아마 다음 임무 지역에서 꽤나 많은 녀석들이 성장을 이루게 될 터.
‘그래도 일단은 이렇게 끝인가.’
이제는 여기서 볼일이 완전히 끝났다.
시스템도 드래곤 사냥에 성공한 보상을 따로 주면서 충렬을 영지로 되돌려 보내려고 했다.
[드래곤의 사냥에 성공했기에 당신에게 ‘드래곤 박스’가 주어집니다.]
[드래곤 박스: 당신이 사냥에 성공한 드래곤은 ‘아르타디아’다. 상자를 개봉하면 아르타디아가 살아생전 레어에 보관하고 있던 아이템들 중 하나가 당신에게 주어진다.]
현재 드래곤의 레어에서는 딱히 가져갈 만한 물건이 없었다. 이미 마족들이 모조리 쓸어갔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시스템은 이런 식으로라도 보상을 해주었다.
‘드래곤 박스라…….’
그렇게 충렬의 손으로 드래곤의 그림이 그려진 조그만 상자가 나타났다. 하지만 충렬은 상자를 열어보기도 전에 영지로 돌아가야 했다.
시스템이 더 이상은 이곳에 머물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럼, 수고하셨습니다.]
[당신을 영지로 복귀시켜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