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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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몬스터가 네임드화되는 과정은 도전자들이 네임드 해골이 되는 것과 비슷한 과정을 거치는 것 같았다.
‘물론 해골로 만들기 위해서는 몬스터의 동의가 필요하겠지만.’
어쨌거나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것은 확실했다.
‘나쁘진 않네.’
그렇게 충렬이 생각할 사이 스킬의 설명이 변경되어 나타났다.
[해골 병력 소환 - 9랭크: 고유의 직업을 가진 해골병력을 소환한다. 최대 6개체까지 유지 가능. 병종에 등록만 되어 있다면 몬스터도 해골로 부릴 수 있다. 단, 몬스터는 네임드로 등록된 이들만 부릴 수가 있다. (8랭크까지 150,000카르마 필요) (재사용 대기 시간: 1분)]
바뀐 설명을 충렬은 곧바로 이해했다.
‘몬스터를 등록한다고 해도 네임드만 부릴 수 있다는 소리인가. 같은 종류의 일반 몬스터는 소환할 수가 없다는 뜻이군.’
간단히 예시를 들자면 데프론을 소환할 수는 있지만 평범한 보병은 소환하지 못한다는 소리였다.
‘뭐, 상관은 없다.’
애초에 다른 네임드 해골들을 성장시키기에도 바빴으니 말이다. 일반적인 해골을 소환할 이유는 없었다.
그렇게 한창 스킬에 대해 이해할 사이, 충렬의 두 눈이 빛났다.
“잠깐.”
그랬다. 당장 자신이 사냥한 드래곤 아르타디아. 녀석의 시체가 눈앞에 있었다. 충렬은 지체하지 않고 스킬을 사용해 보기로 했다.
‘설마 이 녀석도 해골로 만들어지려나?’
드래곤도 몬스터였다. 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 충렬이 스킬을 사용하기도 전에 시스템이 물어온다.
[아르타디아의 시체를 활용해 해골로 만드시겠습니까?]
[아니면 아르타디아의 시체를 분해하여 뼈를 수집하시겠습니까?]
시스템의 물음에 충렬은 즉각 답을 내었다. 솔직히 고민할 내용이 아니었다.
‘해골로 등록되지 않는다면, 뼈를 수집해야겠군.’
아르타디아가 해골 소환수가 되든지 되지 않든지 결국은 이득이었다. 그래서 충렬은 먼저 해골로 만드는 작업을 시도했다.
“해골로 만든다.”
그러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아르타디아의 영혼에게 의사를 물어보는 중입니다.]
그리고 잠시 뒤.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현상이 일어났다.
[에이션트급의 드래곤인 아르타디아.]
[그녀의 영혼이 당신에게 대화를 요청합니다.]
[대화 요청을 수락하시겠습니까?]
[수락하면 당신의 의식이 정신계로 이동됩니다.]
[위험한 상황이 닥칠 수도 있습니다.]
상대가 드래곤이라서 그런 것일까?
‘해골로 만드는 작업을 하려고 했더니, 저쪽에서 대화를 먼저 걸어온다고?’
시스템은 상대의 대화 요청에 수락하면 위험해질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충렬은 괜히 겁을 먹고 무를 생각이 없었다.
‘해골이 되기 싫었다면 단박에 거절했겠지.’
그러나 대화를 요청하는 것이라면.
‘무언가 요구 사항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 외에는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순수하게 대화를 요청하는 것이라면 아마도 요구사항이 있다는 것이 확실해 보였다.
드래곤이 무슨 생각을 가지고 대화를 요청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대화를 나누어 볼까.’
때문에 충렬이 입을 열었다.
“드래곤의 대화 요청에 응한다.”
그러자 충렬의 승낙과 동시에 시스템이 알려왔다.
[아르타디아가 당신의 정신계로 방문하였습니다.]
[당신의 의식이 바뀝니다.]
***
충렬의 바뀐 시야로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허허벌판이었다. 태양도, 달도, 그 흔한 불빛도 보이지 않는 ‘무’의 세계였다.
불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음에도 이상하게 시야가 보이기는 했다. 어쨌거나 그러한 상황에서 새하얀 생머리를 가진 여성이 소복한 차림으로 충렬의 앞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녀가 걸어올 때마다 신기하게도 구둣발이 바닥과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또각. 또각.
그렇게 잠시 뒤, 충렬의 근처까지 도착한 그녀. 그녀가 입을 열었다.
“역시 인간의 정신계인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군.”
그녀의 말에 충렬이 의문을 품었다.
‘저 여자는 누구지?’
설마 그녀가 드래곤 아르타디아일까? 그 설마는 맞았다. 그녀는 드래곤 아르타디아였다. 어째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지는 몰랐지만 말이다.
“대화를 쉽게 승낙해 주기에 적어도 테이블과 의자 정도는 있을 줄로 알았는데 말이지. 스스로의 정신계는 아직 개척하지를 못했나 보군.”
대화라는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보니 드래곤이 분명했다.
어쨌거나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손을 한번 휘저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테이블과 의자가 생겨났다.
그녀는 자리에 앉으며 충렬에게 물어보았다.
“자리에 앉지 그래?”
그녀의 말에 충렬은 얼떨떨한 느낌을 받으며 의자에 앉았다. 마치 주객이 전도된 것 같았다. 그래도 그녀의 행동을 보니 적의는 없어 보여서 다행이었다.
그녀는 충렬이 자리에 앉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우선은 고맙다는 말부터 하는 것이 도리겠지. 더럽혀진 내 몸을 해방시켜 주었으니 말이야.”
그러면서 그녀는 충렬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아름다운 호수를 보는 것 같이 매력적인 그녀의 두 눈동자가 자신을 향하니 조금은 부담스러웠다. 그렇지만 그녀는 충렬이 그렇게 느끼거나 말거나 입을 열었다.
“고맙다.”
솔직히 충렬은 드래곤이 왜 자신에게 고맙다고 하는지 완전히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다만.
‘마족들의 힘에 잠식당한 육체를 잠재워 주어서 그런가?’
라고 대충 상황을 추측할 뿐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내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런데 나를 본 드래곤으로 만들려고 하더군.”
그녀의 말에 충렬이 침을 꿀꺽 삼켰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충렬은 고개를 끄덕였다. 틀린 말은 아니었으므로.
그러자 드래곤이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미 마족들에 의해 더럽혀진 몸이라지만. 그렇다고 해도 해골 드래곤이 될 정도로 나는 타락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거절의 의사를 밝힌다는 것일까? 그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대가 가진 힘은 타락과는 거리가 먼, 순수한 어둠의 힘이더군. 본 드래곤이 된다고 하더라도 내 자아 의지가 명확히 존재할 수가 있을 정도로 말이야.”
그 말을 끝으로 그녀가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즉, 대화를 요청한 이유에 대한 본론을 말한 것이다.
“만약 내 요청을 하나 들어준다면, 그대가 바라는 대로 본 드래곤이 되어주겠다.”
역시나, 드래곤을 해골로 만드는 데 조건이 있었다. 그 조건이 무엇일까? 충렬은 정중히 물어보았다. 아무리 몬스터라고는 하나, 영혼의 상태로 정신계를 방문해 대화를 할 정도로 강력한 존재였다. 그래서 일단은 예의를 차리기로 했다.
“어떤 요청입니까?”
충렬의 물음에 그녀가 답했다. 그리고 그녀가 답한 내용은 범상치 않은 것이었다.
“마족이라는 종족에게 종말을 고하는 것. 그것이 내 요구다.”
***
아르타디아. 그녀가 바라는 것은 하나였다. 그것은 바로 마족들의 멸종. 그것이 전부였다.
“마계로 향하는 포탈은 내가 열어줄 수가 있다. 물론 네 실력으로는 당장에 마계 자체를 쓸어버리는 것이 쉽지는 않을 터. 그러나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지 상관은 없다. 차근차근 놈들을 밟아주면 되니까.”
그렇게 말한 그녀가 재차 물어보았다.
“어떻게 할 것이지? 내 요청을 받아줄 것인가?”
그녀의 말에 충렬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고민할 것도 없었다.
“알겠습니다. 마족들을 모조리 제거하죠.”
별다른 거부감 없이 즉각 승낙하는 충렬의 모습에 당황한 것은 아르타디아였다. 설마 충렬이 단숨에 자신의 제안을 수락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충렬이 마족들을 제거하기로 한 이유는 별것 없었다.
‘흐흐. 마족들이라. 이거 제법 짭짤하겠는데?’
그랬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충렬은 바라투스의 정수와 뼈를 얻으면서 엄청난 이득을 얻어버렸다. 그런 마족들을 상대하게 해준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한 제안이었다.
어쨌거나 충렬의 거침없는 승낙에 그녀가 조금 당황해하며 답했다. 그녀는 솔직히 충렬이 승낙하지 않을 줄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계의 마족들을 전멸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고작 인간이 감당해 내기엔 벅찬 것이었으니까.
“그, 그래. 나의 제안을 받아주어서 고맙군.”
그녀가 그렇게 말하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당신은 드래곤 ‘아르타디아’와 계약을 하였습니다.]
[앞으로 당신의 임무 지역에 마계가 추가됩니다.]
그렇게 충렬에게는 새로운 해골이 추가되었다.
[아르타디아가 당신의 스킬을 받아들이기로 하였습니다.]
***
충렬은 정신 세계에서 벗어나 다시금 원래대로 돌아왔다. 원래대로 시야가 돌아오자 시스템이 놀랄만한 정보를 알려주었다.
[스스로의 정신계를 체험하였습니다.]
[패시브 스킬 ‘견고한 정신’을 습득합니다.]
[견고한 정신 - 패시브: 정신력이 극도로 상승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각종 정신과 관련된 상태 이상에 저항력이 높아진다. 앞으로 계기가 주어진다면 정신계는 개척되며 성장할 것이다. 개척도가 100% 달하면 그 누구도 당신의 정신을 침범할 수가 없다. (현재 정신계 개척도: 1%)]
‘견고한 정신이라고?’
아르타디아에 의해 정신 세계에서 대화를 나누었을 뿐인데 스킬을 하나 배워 버렸다. 물론 개척도는 고작 1%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렇지만 100%에 달하게 된다면 엄청난 효과가 주어졌다.
‘그 누구도 정신을 침범할 수가 없다니.’
그렇다면 100%의 개척도를 달성한 상태에서는 드래곤의 피어 같은 것에 완전한 면역이 된다는 소리였다.
‘대박이군.’
더군다나 카르마를 소비하는 스킬도 아니었다.
‘엄청난 이득이다.’
어쨌거나 가만히 놔두어도 알아서 성장할 패시브 스킬을 얻은 충렬에게 시스템의 음성이 이어졌다.
[본 드래곤 ‘아르타디아’가 당신의 부름에 일어섭니다.]
그러면서 눈앞에 있던 드래곤의 시체가 허물을 벗기 시작했다.
***
거대한 위용을 보이며 본 드래곤으로 탄생한 아르타디아. 그렇게 본 드래곤이 만들어지자 시스템이 아르타디아에 대한 정보를 알려왔다.
[아르타디아는 본래 화이트 드래곤이었습니다.]
[본 드래곤으로 부활한 그녀는 빙(氷)계 마법을 주로 배우게 됩니다.]
[일반적인 본 드래곤은 스킬을 사용할 수가 없지만, 당신의 스킬로 탄생한 그녀는 생전에 보유한 스킬들을 습득할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보이는 그녀의 상태창은 놀라웠다. 태생이 달랐기 때문일까? 숙련 등급이 F에 불과함에도 시작부터 막대한 스킬들이 주어졌다.
<해골 상태창>
이름: 아르타디아
숙련: F등급 - 0%
종족: 본 드래곤
스킬:
[드래곤 피어: 나약한 존재들에게 드래곤의 공포를 심어준다. 드래곤 피어에 당한 상대는 각종 상태 이상에 빠지게 된다. 상대가 너무 약하다면 피어만으로도 상대를 죽일 수 있다. (재사용 대기 시간: 20분)]
[아이스 스파이크: 넓은 지대에 날카로운 얼음 꼬챙이를 솟아오르게 하여 적에게 타격을 입힌다. (재사용 대기 시간: 30분)]
[폴리모프: 다른 생물로 변할 수 있다. 다만 본 드래곤의 상태이기에 어둠의 속성과 관련된 존재로만 변하기가 가능하다.]
처음부터 주어지는 스킬만 무려 3개였다. 솔직히 스킬이 없어도 괜찮았다. 드래곤의 몸뚱이 하나만으로 막대한 전투력을 가진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스킬이 주어지다니.
특히나 드래곤 피어와 아이스 스파이크. 그 2개는 분명히 강력한 스킬임에 분명했다.
‘드래곤 피어는 당해봐서 알지. 얼마나 강력한 스킬인지를.’
아이스 스파이크에 대해서는 몰랐지만 결코 약하다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무려 재사용 대기 시간이 30분에 이르는 스킬이다.’
절대로 약한 스킬은 아니리라. 다만 아쉬운 것은 아르타디아에게는 간단한 마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전부 한 방 스킬로만 주어졌네.’
그래도 나쁘지는 않았다. 자잘하게 사용하느니 큰 것을 한 방 사용하는 스킬들이 지금은 필요했으니까.
폴리모프의 경우는 공격 스킬이 아니었지만 제법 유용해 보였다.
그런데 아직 아르타디아에 대한 설명은 끝나지 않았다.
[아르타디아의 영혼이 스스로의 의식을 깨웁니다.]
[그녀의 자아가 발현합니다.]
그랬다. 드래곤인 그녀는 평범한 존재가 아니었다. 때문에 언데드가 되었음에도 아르타디아는 스스로의 자아를 발현시킬 수가 있었다.
그렇게 그녀는 부활하자마자 패시브 스킬인 ‘자아 발현’까지.
4가지의 스킬을 가지고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