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화.
?본 드래곤
***
데프론의 근처에서 몸을 숙이며 대기하고 있던 해골 병사들. 녀석들이 다시 일어섰다. 데프론이 드래곤의 꼬리에 엄청난 상처를 만들자 그때서야 일어선 것이다.
데프론도 해골 보병들은 한 방에 떨어져 나갈 것을 알고 자신과 같이 나서게 하지 않았을 뿐. 몸을 피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제는 보병들이 공격할 때였다. 데프론은 드래곤의 꼬리에 나가떨어지자마자 해골 보병들에게 명령하여 드래곤을 공격하도록 했다.
이제는 총 10마리가 된 해골 보병들은, 흉흉한 기세로 드래곤을 향해 들이쳤다. 마렉이 역소환되기 전에 부여한 다크 블레싱. 그것은 보병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 있었다.
물론 보병들은 오러가 없었다. 아무리 다크 블레싱이 적용되어 있다고 해도 드래곤의 비늘을 뚫기엔 부족할 터. 그런 사실을 알고 있어서인지 보병들은 현명하게 행동했다. 데프론이 만든 드래곤의 상처. 즉, 너덜거리는 드래곤의 꼬리를 향해 모두가 공격에 나선 것이다.
10마리의 해골 보병들이 일시에 벌어진 상처를 향해 본 소드를 쑤셔갔다. 그러자 단단한 비늘과 달리, 드러난 속살은 곧 쉽게 벌집이 되어가야 했다. 해골 보병들의 수는 많았지만 면적이 넓은 드래곤을 공격하기엔 공간이 충분했다.
곧 장내는 도축의 선율이 조화롭게 울려 퍼졌다.
푸욱!
푹!
푸북!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드래곤은 해골 보병들이 마구잡이로 찔러대고 있음에도 제대로 된 반응을 하지 못했다. 이런 고통은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것처럼 잠시 패닉 상태에 빠진 것이다.
대략 1분 정도 찔렀을까? 쉴 새 없이 찔러대는 해골 보병들의 칼질에 아르타디아가 비명을 지른다.
키아아아아아악!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녀석은 반격할 생각조차 못했다. 그저 꼬리를 말아 도망을 치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였다. 비늘이 아닌, 안쪽에서부터 칼질이 계속되자 마침내 녀석의 꼬리가 절단되었다.
서걱!
녀석의 꼬리를 절단한 것은 해골 보병이 아니었다. 바로 샤오링이었다. 드래곤에게는 상태 이상 질병이 적용되질 않았다. 하지만 다크 블레싱까지 받은 블랙 데스는 날카로운 예기를 더하며 붙어 있던 드래곤의 나머지 꼬리를 잘라낼 수가 있었다.
그렇지만 드래곤이 당하는 것은 꼬리에서 그치지 않았다. 레일리는 다시금 해골 마법사들을 소환했다. 그리고 해골 마법사들과 함께 연신 마법을 퍼부었던 것이다. 기본 마법임에도 이전에 비해 그 효과는 무척이나 뛰어났다.
처음에는 비늘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래서 기초 마법이 통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비늘과 살마저 녹아버린 이때에, 기초 마법일지라도 통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생각해 보라. 평소에 소금을 피부에 가져다 대면 별 느낌이 없겠지만, 살갗을 벗겨내고 그 위에 소금을 올린다면? 엄청나게 따끔하면서 고통이 뒤따를 것이리라. 아니, 여기서는 더욱 심했다. 살갗을 벗겨낸 것이 아니라 녹여낸 수준이었으니까.
그래서 드래곤은 지독하게 느껴지는 고통에 정신이 아득해져만 갔다.
설마 자신이 이렇게까지 당할 줄은 몰랐던 아르타디아. 녀석은 날갯짓을 시작했다.
‘도망치려는 속셈인가?’
드래곤 레어의 내부는 날아다닐 수 있을 정도로 넓었다. 그러나 충렬은 아르타디아가 날아다니도록 두지 않을 생각이었다.
‘놈이 날아다니게 놔두면 안 된다.’
레일리의 마법이 있다지만 결정타를 날릴 수는 없었다. 녀석을 처치하기 위해서는 근접 딜러들의 공격이 필요했다. 빠르게 판단한 충렬이 명령을 내렸다.
“샤오링! 해골 보병들! 녀석에게 올라타서 날개를 공격해! 무슨 수를 쓰더라도 녀석이 날아다니지 못하게 해라!”
그러면서 충렬도 소환 스킬을 사용했다. 제레미와 마렉 중에서 지금 소환할 것은 마렉이었다.
“마렉 소환!”
그러자 충렬의 옆으로 마렉이 나타났다. 충렬은 마렉이 소환되자마자 명령을 내렸다.
“데프론부터 회복시켜.”
찌그러진 갑옷 탓에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데프론이었지만, 녀석은 잠시 후 무리 없이 일어설 수 있었다.
[<안식을 거부한 마렉>이 데스 힐링을 <듀라한 데프론>에게 사용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데프론의 갑옷이 제 자리를 찾아가며 복구되었다. 동시에 언제 타격을 입었냐는 듯, 데프론은 안광을 번뜩이며 다시금 일어섰다.
그리고 다른 해골들과 마찬가지로 데프론 또한 일어서자마자 드래곤을 향해 달렸다. 하지만 조금은 거리가 멀어서일까? 데프론이 제시간 내에 도착하기엔 불가능해 보였다.
샤오링과 해골 보병들이 드래곤의 몸에 올라탔을 때, 데프론은 아직 먼 거리에 위치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대로라면 제때에 도착하지 못할 것 같았다. 드래곤이 날갯짓을 시작하며 녀석의 몸이 서서히 떠오르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녀석을 처치하기 위해서라면 데프론의 다크 웨펀이 필수적이었다. 그래서 충렬이 외쳤다.
“헬 하운드 나와!”
그러자 하운드가 즉각 문양에서 밖으로 소환되었다.
“데프론을 반드시 드래곤의 몸에 올라타도록 만들어!”
충렬의 명령에 하운드가 즉각 움직였다.
“컹컹!”
데프론도 충렬의 의도를 금방 파악했다. 그래서일까? 달려가면서 하운드를 향해 점프했다. 하운드도 마찬가지로 데프론에게 마주 달려가며 거리가 좁혀지자 탑승하기 쉽게 자세를 낮추었다.
순식간에 데프론을 태운 하운드는 등을 돌렸다. 그리고 날아오르려는 드래곤을 향해 질주했다. 얼마나 세게 땅을 박찬 것인지 하운드의 발바닥과 땅바닥이 세게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타닷! 탁! 타닷! 탁! 타다닥!
그만큼 하운드는 전력 질주를 하는 중이었다.
그렇게 땅을 박찬 하운드는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 속도를 내며 드래곤에게 달려갔다. 그렇지만 간발의 차이로, 드래곤의 몸뚱이가 허공으로 올라가는 것이 먼저였다.
묵직한 날갯짓에 의해 드래곤의 몸이 이제는 닿을 수가 없을 정도로 떠올랐다.
후우우웅!
‘제기랄 1초만 더 있었어도 될 것 같았는데.’
정말로 아쉬웠다. 하운드에게 1초만 더 있었어도 충분히 뛰어오를 수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때였다. 절대로 닿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거리에서 하운드가 몸을 웅크리더니 도약했다.
파밧!
힘차게 뛰어오른 헬 하운드. 녀석이 드래곤의 몸에 올라타기에는 무언가 부족했다. 역시나, 잠시 뒤 그 결과가 나왔다. 하운드가 앞발을 쭉 뻗었지만 드래곤의 잘린 꼬리에도 닿지를 못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하운드는 임무를 충분히 완수할 수 있었다. 하운드의 등에서 기회만 보던 데프론이, 즉시 하운드의 등을 박찼기 때문이다.
하운드의 등을 발판 삼아 점프한 데프론. 녀석은 어렵지 않게 드래곤의 몸뚱이 위로 착지할 수가 있었다.
***
공중에서의 2차전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양상은 일방적으로 흘러갔다.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인 드래곤은 자신의 몸에 올라탄 언데드들을 상대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드래곤의 오른쪽 날개로 이동한 데프론. 녀석이 드래곤의 날개에 상처를 만들기 시작했다.
[<듀라한 데프론>이 드래곤의 오른쪽 날개에 깊은 자상을 만듭니다.]
그렇게 데프론이 상처를 만들면, 그 상처를 향해 해골 보병들이 달려들어 쉴 새 없이 쑤셔대었다.
푹!
푸욱!
푹! 푹! 푹! 푹! 푹!
그럼에도 드래곤은 날갯짓을 멈추지 않았다. 그만큼 놈의 거대한 날개는 칼질로만 작업하기엔 충분하지 못했던 것이다. 녀석의 날개를 단기간에 무력화시키려면 하나밖에 방법이 없었다. 때문에 충렬은 지상에서 외쳤다.
“해골 보병들을 날개에 만든 상처에다가 들어가게 해!”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충렬의 음성을 들은 데프론이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때부터였다. 데프론이 날개에 상처를 만들면, 샤오링이 상처를 벌려주었다. 그리고 해골 보병들은 거기를 비집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뒤.
10마리의 해골 보병들이 상처가 생긴 드래곤의 속살 안에 들어가자 데프론이 상황을 전달했다.
[해골 보병들을 모두 드래곤의 상처 안에 집어넣었습니다.]
그 말을 전달받자마자 충렬이 데프론에게 말했다.
“샤오링이랑 거기서 벗어나!”
충렬의 명령에 데프론과 샤오링이 오른쪽 날개에서 벗어나 드래곤의 등으로 이동했다. 그것을 확인한 충렬이 해골 보병들을 가리키며 크게 외쳤다.
“데프론 빼고 시체 폭파!”
그러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해골 보병1>부터 <해골 보병10>까지 모두 터뜨립니다.]
[총 13배의 추가 대미지가 적용됩니다.]
그러면서 일시에 해골 보병들이 터져 나가기 시작했다.
펑!
퍼벙!
퍼버버벙!
퍼버버버버버벙!
해골 보병들이 터져 나가자 드래곤의 오른쪽 날개도 마찬가지로 걸레짝이 되어갔다. 날개가 갈가리 찢어지는 고통에 아르타디아는 연거푸 비명을 내질렀다.
키아아아아악!
만약 드래곤의 멀쩡한 겉에서 사용했다면 그리 큰 타격을 입히기가 어려웠을 터였다. 그러나 놈의 겉이 아닌, 상처를 비집고 들어간 속에서부터 사용한 시체 폭파였다.
그래서일까? 그 결과는 무척이나 효과적이었다.
[드래곤 아르타디아의 오른쪽 날개가 무력화되었습니다.]
[드래곤 아르타디아가 추락합니다.]
하늘을 날아 도망치려 했지만 결국 그것이 최악의 수가 되어버린 아르타디아였다.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지상으로 추락하는 아르타디아.
녀석의 머리부터 아래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그 때문에 녀석의 머리는 곧 땅바닥과 크게 부딪쳤다.
녀석의 머리가 바닥과 부딪치자 바닥이 크게 울렸다.
쿠웅!
그와 함께 시스템이 알려왔다.
[아르타디아가 머리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습니다.]
[30초간, 아르타디아가 스턴 상태에 빠집니다.]
스턴 상태는 고작 30초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 정도면 충분하다.’
스턴 상태에 빠진 아르타디아. 녀석의 머리를 향해 데프론과 샤오링, 더불어 지상에서 기다리고 있던 레일리까지 즉시 이동했다.
***
30초라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매우 촉박한 시간이었다. 그렇지만 녀석을 처치하기에는 충분히 가능했다. 움직이지 못하는 이상 아르타디아는 데프론의 다크 웨펀 아래에 목숨을 잃어야 했으니까.
30초도 필요하지 않았다. 데프론이 무방비해진 녀석의 목으로 가서 검을 몇 번 휘두르자, 녀석의 머리가 마침내 목에서 떨어져 나갔기 때문이다.
서걱.
그 소리를 끝으로 시스템이 알려왔다.
[축하드립니다.]
[드래곤 ‘아르타디아’의 토벌을 완료하였습니다.]
[당신의 레벨이 11로 상승됩니다.]
[현재 레벨: 11(다음 레벨까지 100,000카르마 필요).]
시스템의 음성은 레벨이 올랐다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당신의 직업 명칭이 ‘견습’에서 ‘평범한’으로 바뀝니다.]
[이제부터 당신은 ‘평범한 네크로맨서’가 되었습니다.]
드래곤의 사냥에 성공했는데 겨우 ‘평범한’이라니. 앞으로도 가야 할 길이 까마득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시스템의 보상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드래곤의 사냥에 성공한 당신에게 한 가지 혜택이 주어집니다.]
[그것은 바로 당신이 가진 스킬 하나의 랭크를 강제적으로 상승시켜 드리는 것입니다.]
물론 어떤 스킬을 상승시킬지는 충렬이 선택하지 못했다. 무작위였다.
‘어떤 스킬을 올리던지 상관은 없다. 어차피 다 올려야 하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즈음, 충렬의 스킬 하나의 랭크가 상승되었다. 랭크가 상승된 스킬은 소환 스킬이었다.
[해골 병력 소환 스킬이 A랭크에서 9랭크로 상승되었습니다.]
[해골 병력 소환 스킬의 랭크가 9랭크가 되면서 기능이 두 가지 추가됩니다.]
그렇게 추가된 두 가지의 기능.
하나는 충분이 예상하고 있던 개체수의 증가였다.
[최대 5개체에서 6개체까지 소환이 가능해졌습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두 번째의 기능은 전혀 상상하지도 못했던 것이었다.
[앞으로 도전자뿐만이 아닌, 몬스터 또한 해골 병력으로 삼을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시스템의 말에 충렬이 설명을 요구했다.
“몬스터를 네임드 해골로 부릴 수 있다는 소리인가?”
그러자 시스템이 답변해 주었다.
[그렇습니다.]
[도전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몬스터의 영혼에게 동의만 구할 수 있다면, 그의 시체를 이용해 네임드 해골로 부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