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90화 (90/237)

# 9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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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청난 크기를 가진 드래곤이 한 발자국씩 가까워질 때마다 바닥이 크게 울렸다.

쿵! 쾅! 쾅! 쾅!

그런 드래곤을 향해 가장 먼저 선공을 취한 이는 레일리와 해골 마법사들이었다. 레일리는 손가락을 드래곤의 머리로 가리켰다.

“저곳에다가 마법을 퍼부어!”

레일리가 드래곤의 머리에 마법에 집중하려는 이유는 간단했다. 머리는 어떤 생명체라고 한들 약점이 될 수밖에 없었고, 이는 드래곤이라도 예외가 아닐 터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명령을 내린 레일리. 그녀 또한 주문을 완성해 갔다.

“스피어스 오브 헬!”

동시에 그녀가 가진 최고의 공격 마법이 준비되어 갔다. 지옥에서 만들어진 창들이 하나둘씩 소환되었던 것이다.

그녀가 지옥 창들을 소환할 사이, 해골 마법사들의 공격이 먼저 시작되었다.

[<해골 마법사1>이 아이스 볼트를…….]

…….

[<해골 마법사4>가 라이트닝 볼트를…….]

여러 기초 마법들이 한데 어우러졌다. 어우러진 마법은 조화롭게 한 지점으로 뭉쳤다. 그러면서 달려오는 드래곤의 머리를 향해 날아갔다.

드래곤이 달려오는 모양은 너무 정직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본능밖에 남질 않아서다. 제대로 된 이성이 존재하질 않으니 녀석은 일직선으로만 달려왔다. 아무리 조준 실력에 자신이 없더라도 정확히 맞출 수밖에 없었다.

드래곤 또한 피할 생각이 없었던 것일까? 녀석은 저 앞에서 마법이 날아옴에도 회피하려는 기색 자체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레일리의 마법이 쏘아지기 전, 해골 마법사들의 기초 마법이 드래곤의 머리에 어렵지 않게 적중할 수가 있었다.

퍼벙!

펑!

콰과광!

쾅!

기초 마법임에도 해골들의 마법은 화력이 매우 강한 편이었다. 일반적인 몬스터나 도전자들에게 적중하면 단번에 절명시킬 정도로, 그 위력은 결단코 약하지 않았다.

평범하지 않은 위력에 드래곤이 잠깐 멈출 정도였다.

‘먹혔나?’

하지만 상대는 드래곤이었다. 녀석이 잠시 멈춘 이유는 해골 마법사들의 마법에 당해서가 아니었다. 강력한 화력으로 발생한 마법들에 의해 시야가 잠시 가려졌기 때문이었다.

녀석은 아무리 강력한들 기초 마법들 따위는 가볍게 무시할 만한 스펙을 가지고 있었다.

[드래곤의 비늘이 일반적인 수준의 마법을 모두 견뎌냅니다.]

그 말을 끝으로 드러나는 녀석의 머리. 놈의 머리는 너무나 멀쩡했다. 딱히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몸 자체가 튼튼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은 몰랐다. 레일리의 이어지는 마법 공격이 있었다. 레일리가 쏘아내는 지옥 창들은 일반적인 수준의 마법이 아니었다.

곧이어 잠깐 제자리에 멈춘 드래곤을 향해 무수히 많은 지옥 창들이 들이쳤다. 지옥 창은 하나하나가 해골 마법사들의 기초 마법들이 모인 것보다 강력했다. 그런 창들이 드래곤의 머리에 적중되자, 방금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의 굉음이 울렸다.

콰광!

쾅!

콰과광!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광!

이 정도의 화력이라면 제 아무리 드래곤도 쉽게 버텨낼 수가 없었다. 마족 바라투스의 경우에는 모든 화력에 집중적으로 당하지 않았다. 그래서 멀쩡하게 버틸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몰랐다. 그때는 마족들을 향해 광범위하게 마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러나 드래곤의 경우는 달랐다. 덩치가 거대했기에 모든 창들을 직접 몸으로 받아내어야 했다. 더군다나 레일리는 지옥 창들을 모조리 드래곤의 머리에 집중적으로 향하게 했다.

그래서일까? 레일리의 마법 공격은 효과가 매우 뛰어났다.

그 증거로 당장에 드래곤의 몸뚱이가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 머리가 쉴 새 없이 두들겨 맞으니 제대로 버티지 못했던 것이다. 쉴 새 없이 들이치는 지옥 창들의 폭격에 드래곤이 연신 뒤로 물러나며 소리를 질렀다.

키아아아아아악!

순간 녀석의 비명에 충렬이 귀를 막았다. 혹시나 드래곤 피어에 또다시 걸릴까 싶어서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러한 효과가 없었다. 흉포함이 들어가 있지 않은 비명일 뿐이었다.

그리고 충렬은 잠시 뒤, 들려오는 시스템의 음성에 알 수가 있었다. 레일리의 마법이 왜 그렇게 효과적이었는지를 말이다.

[드래곤 아르타디아가 극심한 고통에 울부짖습니다.]

[지옥의 업화와 같은 불의 속성이 어둠에 물들어 버린 아르타디아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힙니다.]

어둠의 속성에 효과적인 것은 빛의 속성뿐만이 아니었다. 화염의 속성 또한 어둠에게는 치명적인 피해를 남길 수 있었다.

더군다나 지옥은 본래 죄인이나 악한 존재들을 불태우기 위한 장소였다. 그 때문에 일반적인 수준의 불의 속성이 아닌 지옥의 불은, 어둠의 존재가 된 아르타디아에게 엄청난 피해를 줄 수가 있었다.

아무리 기초 마법을 벗어났다고 해도 웬만한 마법이라면 버틸 수 있는 것이 드래곤의 비늘이었다. 하지만 어둠에 물들어 버리자 녀석은 레일리의 마법에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잠시 뒤.

레일리의 폭격과 같은 마법 공격이 멈추자 드러났다. 완전히 곤죽이 되어버린 드래곤의 머리가 말이다.

녀석의 머리부터 시작해 목까지. 드래곤의 비늘과 피부가 온통 녹아버렸다. 마치 염산에 피부가 녹아버린 좀비를 보는 듯했다. 비늘이 벗겨져 거무튀튀하면서도 시뻘건 속살을 드러낸 드래곤. 녀석을 보며 충렬이 속으로 생각했다.

‘레일리의 마법을 버텨낸 바라투스도 보통 녀석은 아니었군.’

녀석도 마찬가지로 어둠의 속성이었기에 하는 소리였다.

‘하기야, 다른 마족들은 레일리의 마법 공격 한 번에 모조리 비명횡사를 했었다.’

단지, 바라투스가 특이한 경우였을 뿐이었다.

‘상극의 속성도 버텨낼 만큼 강자였다는 것이겠지.’

그러나 아직 잡념을 할 때는 아니었다. 호되게 당했다고 한들 드래곤은 과연 드래곤이었다. 아무리 상태가 나빠졌다고 할지라도 역시나 녀석은 괴물이었던 것이다.

비늘과 살이 녹아내리거나 타들어갔음에도 드래곤은 곧 다시 움직였다. 그리고 고통을 당한 만큼 녀석은 더욱 크게 분노했다.

동시에 시스템이 알려왔다.

[아르타디아가 2초 뒤, 큰 괴성을 지릅니다.]

[괴성에 이전보다 강력한 분노가 담깁니다.]

심상치 않은 시스템의 음성에 충렬도 가만있지만은 않았다. 처음 이곳에 발을 들였을 때와 비슷한 패턴이었기에 즉각 반응한 것이었다.

그렇게 충렬이 시스템의 정보에 반응할 사이, 아르타디아가 괴성을 질렀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

시스템이 말한 것대로 이전보다 더 깊은 흉포함이 들어간 괴성이었다. 더군다나 처음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발생되었다.

[이전보다 더욱 강력한 드래곤 피어가 지근거리에서 발생합니다.]

[일정 거리 내에 있는 모든 존재의 육체가 터져 버립니다.]

하지만 충렬도 바보가 아니었다. 녀석에게서 심상치 않은 낌새가 보이자 즉시 펜던트를 활성화시켰던 것이다.

[우로갈의 펜던트가 아르타디아의 드래곤 피어를 무효화시킵니다.]

[우로갈의 펜던트에 저장된 에너지 실드의 횟수가 1회 차감됩니다.]

[남아 있는 횟수: 8회]

그랬다. 충렬은 멍청하게 놈의 똑같은 공격에 재차 당하지 않았다. 단순히 드래곤 피어를 막는데 펜던트를 사용했지만 전혀 아깝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아직 목숨을 잃을 수는 없다. 최대한 내 목숨을 보존해야만 해.’

만약 죽어서 언데드가 되어버리면 이후에 어떻게 될지 몰랐다. 비록 우로갈의 펜던트에 충전된 실드를 소모하더라도 최대한 살아남아야 했다.

어쨌거나 녀석의 피어를 한차례 막아낸 충렬은 다시 펜던트를 비활성화했다.

그렇게 한차례의 괴성 후, 드래곤이 재차 달려왔다.

***

레일리와 마법사들이 마법을 사용하고 그 후에 드래곤이 달려오는 사이, 마렉은 다른 작업을 수행하는 중이었다. 이곳에 존재하는 근접 딜러들. 즉, 샤오링과 데프론, 그리고 해골 보병들에게 버프를 걸어주는 중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마렉의 버프가 마지막으로 해골 보병에게 적용되었을 때, 드래곤은 충렬이 있는 장소까지 거의 다 도착했다.

녀석은 근처까지 오자 그 즉시 거대한 몸뚱이를 높이 띄었다. 점프를 한 것이다.

몸을 크게 띄어 올린 드래곤. 녀석의 낙하지점은 충렬과 언데드들이 있는 장소였다. 놈의 육중한 몸이 떨어지면 그 밑에 깔리게 될 존재들은 무조건 즉사였다. 때문에 충렬이 외쳤다.

“흩어져!”

그러자 각자가 거리를 벌리며 드래곤의 착지 지점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했다. 다행히 먼저 움직인 충렬은 어렵지 않게 벗어났다. 샤오링과 데프론. 해골 보병들마저 아슬아슬하지만 어느 정도 거리를 벌렸다.

레일리는 말할 것도 없었다. 뱀파이어의 육체를 얻었기 때문에 그녀 또한 민첩하게 장소를 벗어날 수가 있었다. 제레미 또한 빠르게 이동하며 위험 장소에서 벗어났다.

다만 다른 이들에 비해 움직임이 조금 느렸던 마렉과 해골 마법사들은 탈출에 성공하지 못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착지한 드래곤의 몸뚱이가 땅을 울렸다.

쿠우우웅!

그리고 시스템이 알려왔다. 그 밑에 깔린 존재들의 사망을.

[<안식을 거부한 마렉>의 전신이 가루가 되며 역소환됩니다.]

[<리치 레일리>가 소환한 해골 마법사들이 모조리 박살이 나며 역소환되었습니다.]

하지만 역소환이 된 존재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드래곤은 착지하자마자 꼬리를 한차례 휘둘렀기 때문이다.

거대한 드래곤의 꼬리가 근처에 존재하던 모든 존재를 휩쓸어갔다. 마치 건물 하나가 들이치는 것 같은 위압감이었다.

충렬은 재빨리 바닥에 몸을 밀착시켰다. 눈치 빠른 레일리와 다른 해골들도 충렬을 따라 몸을 낮추었다.

‘저기에 맞으면 즉사다!’

충렬이 자세를 낮추자마자 드래곤의 꼬리가 머리 위를 스치면서 묵직한 바람이 일어났다.

후우우우우우우웅!

그러나 아직은 전투 센스가 조금 아쉬운 이가 있었다. 데프론과 제레미. 둘은 들이치는 드래곤의 꼬리에 겁을 먹기는커녕 오히려 맞서갔다.

[<듀라한 데프론>이 다크 웨펀을 활성화시킵니다.]

그러면서 데프론은 덮쳐오는 드래곤의 꼬리를 앞에 두고 검을 똑바로 세웠다. 제레미는 데프론의 옆에서 죽음의 방패를 들고 드래곤의 일격을 막으려 했다.

그렇게 드래곤의 꼬리와 데프론, 제레미가 충돌했다.

충돌의 결과는 볼 것도 없었다.

퍼엉!

그 소리를 끝으로 데프론과 제레미가 저 멀리 날아갔다. 그러면서 제레미는 파괴되었다. 아마도 죽음의 방패가 가진 효과를 발동시켜 보려고 한 것 같은데, 그 의도는 실패했다.

[<부활한 제레미>가 충격에 버티지 못하고 박살이 납니다.]

그런데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제레미와 마찬가지로 저 멀리 날아간 데프론. 녀석은 역소환되지 않았던 것이다.

[<듀라한 데프론>의 갑옷이 크게 찌그러졌습니다.]

그랬다. 제레미가 박살이 난 것과 다르게 데프론은 가벼운 부상에 그쳤다. 물론 언데드가 아닌 살아 있는 사람이었다면 절대 가벼운 부상이 아니었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의외의 결과는 하나 더 있었다. 그것은 바로 데프론의 공격이 드래곤에게 통했다는 것이었다.

[<듀라한 데프론>의 다크 오러는 아직 수준이 높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본래 드래곤의 비늘을 쉽게 뚫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다크 오러가 다크 블레싱과 조화를 이루면서 강력한 절삭력을 얻었습니다.]

[덕분에 어렵지 않게 드래곤의 꼬리를 크게 베었습니다.]

[<듀라한 데프론>의 오러가 드래곤에게 큰 고통을 남깁니다.]

데프론. 녀석은 충돌하는 그 찰나의 순간, 몸이 파괴될 것도 불사하며 드래곤의 꼬리를 베었던 것이다. 물론 너무나 거구의 드래곤이었기에 꼬리 전부를 자를 수는 없었다.

그러나 데프론의 오러가 지나간 드래곤의 꼬리는 크게 갈라지며 속살을 내보였다. 갈라진 부위는 당장에라도 떨어져 나갈 듯이 덜렁거렸다.

어떻게 보면 드래곤에게 제대로 된 공격이 통하는 순간이었다. 레일리의 공격도 당연히 통했지만 그녀가 가진 스피어스 오브 헬은 엄청난 재사용 대기 시간이 필요했다.

아무리 비늘과 피부를 녹여 내린다고 한들 거기서 끝이었다. 계속해서 사용하지 못한다면 드래곤을 처치할 수준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데프론은 다르다.’

데프론의 다크 웨펀은 재사용 대기 시간이 필요가 없었다. 데프론이 가진 오러만 모두 소모되지 않는다면, 드래곤에게 끊임없는 공격을 이어갈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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