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86화 (86/237)

# 86화.

?바라투스의 정수를 사용해야 한다면 누구에게 적용해야 할까? 그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무조건 데프론에게 사용해야 한다.’

해골의 숙련도가 높을수록 더욱 상위의 존재가 될 확률이 크다는 설명이 있었다. 그렇다면 데프론에게 적용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현재 충렬이 소유한 해골들 중 가장 높은 숙련도를 보유한 해골이 바로 데프론이었으니까.

때문에 충렬은 지체하지 않았다. 마침 데프론도 소환이 되어 있었다.

“바라투스의 정수를 데프론에게 사용한다.”

그러자 바라투스의 정수가 반응했다.

[바라투스의 정수가 <해골 분대장 데프론>에게 흡수됩니다.]

그 말과 함께 데프론의 두개골 안으로 진입하는 바라투스의 정수였다. 그리고 그 정수는 곧 데프론의 전신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시스템은 데프론이 어떤 존재로 될지를 알려왔다.

[<해골 분대장 데프론>의 숙련도는 C등급입니다.]

[C등급으로 될 수 있는 언데드의 목록까지만 개방합니다.]

[데프론은 다음 목록 중 하나의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보이기 시작하는 목록들. 그런데 보이는 목록은 끊임이 없었다.

[해골 정규 보병(20%), 구울(17%), 유령 보병(14%), 어둠의 보병(7%), ……, 돌격 대장(3.2%), 해골 장군(2.5%), 해골 귀족(1.3%), ……, 듀라한(0.01%)]

너무나 많은 목록이 보였다. 더군다나 확률이 0.01%인 듀라한까지. 끝도 없는 목록에 충렬이 입맛을 다셨다.

‘이번에도 확률 게임인가. 그러면 기대를 하지 말아야겠군.’

데프론의 직업이 보병이라 그런지, 대부분 상위 존재의 명칭엔 보병이 붙어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충렬은 솔직히 기대하지 않았다. 자신의 눈앞에 수많은 목록이 보인다고 한들,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다.

‘어차피 랜덤일 테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충렬의 앞으로 반투명한 추첨 박스가 하나 생성되었던 것이다. 추첨 박스 안에는 여러 종이가 접혀 있었다.

[추첨 박스 안으로 손을 집어넣으십시오.]

[그리고 박스에서 종이 하나를 꺼내십시오.]

[박스에서는 종이를 하나만 꺼낼 수가 있습니다.]

[당신의 해골은 꺼낸 종이에 적혀 있는 존재로 진화할 것입니다.]

시스템의 설명에 충렬이 인상을 구겼다.

“어쨌거나 랜덤이라는 소리잖아.”

투덜거린 충렬이 종이를 꺼내기 위해 박스 안으로 손을 넣으려 했다. 그런데 충렬의 눈이 번뜩인 것은 그때였다.

‘잠깐. 박스에서 종이를 꺼내면 거기에 적힌 존재로 진화를 한다고 했지?’

박스는 반투명했다. 즉, 밖에서 박스 안을 살필 수가 있다는 소리다.

‘종이를 꺼내지만 않으면 되잖아. 박스 안에서 종이를 펼쳐서 확인하지 말라는 소리는 없었어.’

순간 떠올린 잔꾀였다.

‘그래, 선택한 종이를 추첨 박스 안에서 펼쳐봐야겠다.’

만약 종이를 펼쳐보았는데 거기에 적힌 존재로 강제 선택이 된다면 그때는 어쩔 수 없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시도를 해볼 가치는 충분해.’

혹시라도 추첨 박스 안에서 종이를 펼쳤는데 시스템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제일 좋은 것이 적힌 종이를 집어서 꺼내어야지.’

때문에 충렬은 혹시나 싶어 물어보았다. 물론 박스 안에서 종이를 펼쳐도 되냐는 그런 하수 같은 질문은 하지 않았다.

“시스템아, 종이를 꺼내기까지 제한 시간이 따로 존재하나?”

[거기에 따른 제한 시간은 없습니다.]

제한 시간이 없다고?

‘역시, 확률 게임처럼 보이던 것은 속임수였군. 실상은 어떠한 존재로 진화시킬지 고르라는 것인가.’

물론 그것은 충렬이 하려는 행동이 가능할 때의 이야기였지만. 어쨌거나 충렬은 지체하지 않고 추첨 박스의 안쪽으로 손을 넣었다.

그리고 종이를 하나 집어가기 전에 마음을 굳게 먹었다.

‘자, 그럼 시작한다.’

***

추첨 박스 안에 손을 집어넣은 충렬. 충렬은 고민하지 않고 종이를 집어갔다.

첫 번째로 집은 종이는 맨 위에 놓인 종이였다. 충렬은 그 종이를 한 손으로 조심히 펼쳐 보았다. 종이를 박스 밖으로 꺼내서 살피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았다. 계획대로 추첨 박스 안에서 펼쳐 보았던 것이다.

이때만큼은 충렬도 긴장을 했다. 거기에 적힌 존재로 진화될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처음으로 살핀 종이에 적혀 있는 글자는 의외로 나쁘지 않은 것이었다.

-해골 귀족

처음부터 극악한 확률인 해골 귀족이 걸리다니.

‘이 정도라면 강제로 선택된다고 한들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시스템은 별다른 말이 없었다. 펼쳐본 종이라고 할지라도 박스의 밖으로 꺼내지만 않는다면 정말로 선택이 되지 않는 것 같았다.

‘설마… 진짜로 이런 잔꾀가 통한다고?’

솔직히 혹시나 해본 것뿐이었다. 실제로 통할 줄은 몰랐다.

‘그러나 통한 것 같은데?’

충렬은 즉시 해골 귀족이 적힌 종이를 옆에 내려놓고, 다른 종이를 집어서 펼쳐 보았다.

-어둠의 보병.

두 번째에 적힌 종이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평범한 정도였다.

그렇게 결국 두 번이나 종이를 펼쳐보게 되었다. 그런데 시스템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제야 충렬의 입가에 미소가 생겨났다.

‘이런 방법이 진짜로 통할 줄이야.’

그때부터였다. 충렬은 더 이상 볼 것도 없다는 듯이 추첨 박스의 안을 헤집어가기 시작했다. 추첨 박스 안에 존재하는 종이들은 무수히 많았다. 하지만 상관은 없었다. 종이를 꺼내는 데 필요한 제한 시간 따윈 없었으니까.

‘자, 그럼 제일 좋은 녀석으로 골라볼까?’

***

모든 종이를 펼치기 위해 작업을 하는 충렬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종이를 펼쳐 보았는지 셀 수가 없을 정도였다.

종이를 펼칠 때마다 대부분은 확률이 높은 것들만 나타났다.

-해골 정규 보병.

-구울.

-해골 정규 보병.

-유령 보병.

-구울.

-해골 정규 보병.

물론 그것들마저 지금의 데프론에 비한다면 나쁘진 않았다. 상위의 존재임에는 분명했으니까. 하지만 충렬은 겨우 그런 것들을 선택하기 위해 이러한 행위를 하는 것이 아니었다.

‘0.01%의 듀라한을 찾아야 한다.’

듀라한이 아닌 종이가 펼쳐진다면 그 즉시 구겨서 구석에 던져놓았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종이들을 살핀 것인지, 도전자의 육체인데도 손과 팔에 존재하는 힘줄과 근육이 저려왔다.

‘젠장. 종이가 너무 많아.’

대충 봐도 1만개는 가뿐히 넘어 보였다. 아무리 잔꾀를 떠올려 내었다고 해도, 끈기가 없다면 절대로 좋은 종이를 선택하지 못할 터였다.

그러나 이런 행위에 있어서 충렬은 악착같았다. 대놓고 좋은 것을 준다는데, 귀찮다고 대충 선택할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종이를 어느 정도 펼쳐 보았을까? 반복 작업으로 인해 충렬의 손가락에 엄청난 알이 배겼을 때였다. 바로 그때 충렬은 한참 동안이나 찾아 헤매던 종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듀라한

충렬은 그 종이를 발견하자마자 소리를 질렀다.

“찾았다!”

충렬의 외침에 잠깐 쉬고 있던 왕찌엔과 자르딘이 깜짝 놀랐다.

“드디어 찾은 것인가? 허허.”

“무슨일……? 아, 이제야 찾으셨군요. 휴… 놀래라.”

하지만 충렬은 그들의 놀람에 반응해 주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머릿속은 드디어 찾았다는 흥분으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듀라한이 적힌 종이를 발견한 충렬은 그 즉시 추첨 박스 밖으로 종이를 꺼내었다.

충렬이 종이를 꺼내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해골 분대장 데프론>이 듀라한으로 변모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데프론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

듀라한이 되어가는 데프론. 기존에 뼈다귀만 있던 해골의 위로 검은 색의 갑주가 덮어가기 시작했다.

철컥.

철컥.

철커덕.

덮어지는 갑옷은 머리의 투구부터 시작해 발끝까지 빈틈을 만들지 않았다. 곧 데프론의 전신은 검은 색의 갑옷으로 온통 덮어졌다.

데프론의 모습이 변화하면서 녀석에게 스킬이 생겨났다.

[데프론이 패시브 스킬 ‘듀라한의 갑옷’을 배웁니다.]

[듀라한의 갑옷: 듀라한에게 주어지는 어둠의 힘으로 만들어진 갑옷이다. 데프론의 강함에 따라 함께 성장한다. 물리적인 공격 외에 마법 공격에 대해서도 뛰어난 방어력을 보인다.]

‘듀라한의 갑옷이라.’

한눈에 보아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갑옷이었다. 아직 어느 정도의 방어력을 자랑하는지는 몰랐지만, 차차 알게 되리라.

그렇게 듀라한의 갑옷에 대한 설명을 살필 사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스킬이 강화되었다.

[데프론의 패시브 스킬인 ‘해골 분대장’이 액티브 스킬인 ‘해골 보병 소환’으로 강화됩니다.]

[해골 보병 소환: 데프론이 10마리의 해골 보병을 한꺼번에 소환할 수 있다. 소환된 해골 보병은 충렬의 소환 최대치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재사용 대기 시간: 1분)]

해골 분대장일 때에는 8마리의 해골과 함께 소환되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10마리의 해골 보병을 소환할 수 있게 되었다.

‘더군다나 이제는 따로 소환하지 않아도 데프론이 소환되어 있기만 한다면 계속해서 해골 보병들을 공급할 수가 있다.’

그러나 아직 데프론에게 발생한 변화는 끝나지 않았다. 새로운 스킬은 하나 더 생겨났다.

[당신은 데프론의 염원을 이루어준 적이 있습니다.]

[그 때문에 데프론이 ‘절대적 충성’ 스킬을 습득합니다.]

[절대적 충성: 소환 스킬을 사용하지 않아도 언제나 소환이 되어 함께 따라다닌다. ‘이충렬’이 완전히 소멸하기 전까지 데프론은 끝없이 이충렬의 곁을 함께한다. 만약 데프론이 사망하게 되어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소환된다.]

‘절대적 충성이라고?’

덕분에 충렬이 사망하여 언데드가 되어도 데프론은 함께할 수가 있게 되었다. 레일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말이다.

물론 변화된 것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괜히 0.01%의 확률인 듀라한이 아니었다. 레일리 때와 마찬가지로 데프론에게도 자아가 생겨났다.

[패시브 스킬 ‘자아 발현’이 생겨납니다.]

[자아 발현: 잠들었던 자아가 깨어난다. 비록 ‘이충렬’에게 소속된 언데드이지만 스스로 판단하며 행동할 수 있다.]

그렇게 잠시 뒤, 시스템이 알려왔다.

[데프론의 명칭이 <듀라한 데프론>으로 바뀝니다.]

[상위의 존재가 된 데프론의 기본 전투력은 이전에 비해 무척이나 상승합니다.]

[하지만 데프론은 일반적인 듀라한들과 다르게 해골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듀라한입니다.]

[그 덕분에 여전히 해골에게 적용할 수 있는 각종 혜택들을 누릴 수 있습니다.]

***

데프론의 변화가 한창 끝나갈 때, 시스템이 충렬에게 물어왔다.

[바라투스의 뼈를 수집하시겠습니까?]

당연히 수집해야 했다. 엄청나게 강한 마족의 뼈를 수집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으니 말이다. 레일리의 스킬에 죽은 다른 마족들은 시체조차 남기지 않았기에 아쉬웠다. 그렇지만 바라투스의 뼈라도 건진다면 다행이었다.

“수집한다.”

그렇게 바라투스의 살가죽이 분리되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뒤 충렬은 놀랄 만한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단순히 바라투스의 뼈는 튼튼하겠거니 싶었는데, 그것이 아니었던 탓이다.

[바라투스의 뼈: 무투가를 업으로 삼은 마족의 뼈다. 오랜 기간 동안 마기에 대해서 수련했기에 바라투스의 뼈에서는 막대한 어둠의 힘이 지속적으로 뿜어져 나온다.]

시스템의 음성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해골이 바탕인 데프론에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데프론은 듀라한의 상태입니다. 그렇기에 바라투스의 뼈를 적용한다면 특수한 스킬이 생성됩니다.]

그렇게까지 말을 한다면 고민할 필요조차 없었다. 어느 해골에게 적용할지를 말이다. 시스템은 괜한 말을 하지는 않았으니까.

‘저 말을 바꿔서 생각한다면, 다른 해골들에게 적용했을 때는 스킬이 생성되지 않는다는 소리다.’

때문에 충렬은 일말의 망설임조차 보이지 않고 입을 열었다.

“데프론에게 바라투스의 뼈를 적용한다.”

그와 동시에 데프론의 갑옷이 열리며 기존에 존재하던 데프론의 뼈가 바라투스의 뼈로 교체되기 시작했다.

우선은 덩치에 변화가 나타났다. 데프론의 몸뚱이는 솔직히 작았다. 그렇지만 바라투스의 뼈가 적용이 되면서 데프론의 몸은 커져갔다. 그렇다고 해서 바라투스의 본래 모습처럼 커지진 않았지만, 대략 1미터 80센티미터 정도는 가뿐히 넘길 정도였다.

그리고 데프론에게 또다시 추가되는 스킬 하나. 그것은 듀라한이 되면서 배웠던 것들과는 비교할 수가 없는 스킬이었다.

[<듀라한 데프론>이 새로운 스킬 ‘다크 오러’를 습득합니다.]

[다크 오러: 체내에 방대한 어둠의 힘이 자리를 잡게 되었다. 오러는 데프론의 수준에 따라 성장한다. 오러를 사용하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소모된 오러는 자연적으로 다시 재충전된다.]

[데프론이 다크 오러를 습득하면서 액티브 스킬 ‘다크 웨펀’을 깨우쳤습니다.]

[다크 웨펀: 오러를 무기에 씌우는 가장 기초적인 수준이다. 기초적인 수준임에도 다크 오러가 적용된 무기는 웬만한 것들은 모조리 갈라 버릴 수 있다. 재사용 대기 시간 없이 활성화, 또는 비활성화로 사용한다. 보유하고 있는 오러를 모두 소모하면 사용할 수 없다.]

그렇게 바라투스의 뼈까지 적용을 완료하며 데프론은 폭풍과 같은 성장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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