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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마스터-85화 (85/237)

# 8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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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라투스가 주먹을 내뻗을 때마다 해골 보병이 하나씩 역소환되었다. 녀석의 주먹은 포가 발사되는 것처럼 우렁찬 소리를 울리며 해골들을 박살 내었다.

펑!

퍼엉!

펑!

덕분에 왕찌엔과 자르딘은 놈에게 접근도 하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재차 소환할 수 있는 해골들과는 달리 그들은 한 번 죽으면 끝이었으니까.

그래도 자르딘은 용감하게 공격을 시도해 보았다.

“매의 일격!”

동시에 그의 날카로운 창끝이 빛났다. 그는 예리한 느낌을 풍기는 창을 그대로 쭈욱 내밀었다. 창끝이 향한 곳은 바라투스의 옆구리였다.

자르딘이 창을 내지른 때는 바라투스가 한창 해골 보병들을 박살 내고 있을 때였다. 득달같이 달려드는 보병들에게 시선을 빼앗긴 녀석은 자르딘의 공격을 눈치채지 못했다. 고로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의외로 시야가 좁았던 탓일까? 그것이 아니라면 맷집에 자신이 있어서 일지도 몰랐다. 그러니 공격하는 것을 알면서도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리라.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자르딘의 공격이 어렵지 않게 성공했다는 것이었다. 결국 바라투스는 자르딘의 창에 옆구리가 꿰뚫렸다. 생체기도 잘 생기지 않던 녀석의 피부가 자르딘의 스킬에 당하는 순간이었다.

푸욱!

자르딘의 스킬은 물리 관통력이 뛰어난 것에 그치지 않았다. 꿰뚫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던 것이다.

자르딘의 창날이 바라투스의 옆구리를 꿰뚫자 신기하게도 녀석의 옆구리가 갈라졌다. 갈라진 놈의 옆구리에서는 무척이나 신선한 피가 분수처럼 쏟아졌다.

옆구리에서 엄청난 출혈이 발생했음에도 녀석은 간지럽다는 반응을 내보였다.

“조금 따끔하군.”

하기야, 그럴만했다. 회복력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충렬에게 생명력이 빨리고 있는 와중임에도 녀석의 출혈은 곧 멎어갔기 때문이다. 저대로 조금만 있으면 갈라진 피부마저 순식간에 봉합될 터였다.

반대로 체력이 방전된 것은 자르딘이었다. 자르딘은 자신의 스킬이 성공한 것을 확인하더니 자리에 주저앉았다.

레벨은 10이었음에도 아직 스킬의 랭크가 낮았던 것이 분명했다. 때문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주저앉아야만 했다.

“크윽… 내 공격이…….”

하지만 자르딘의 음성은 채 이어지지 못했다. 바라투스가 자르딘을 향해 시선을 돌려서다.

“그래도 설마 나에게 피해를 입힐 줄이야. 피해를 입혔다는 점에서는 칭찬을 해주지.”

그렇게 녀석은 감탄함과 동시에 즉시 움직였다. 자리에 주저앉은 자르딘을 향해 주먹을 뻗어간 것이다.

공기를 밀쳐내는 바라투스의 주먹이 삽시간에 들이쳤다. 자르딘의 얼굴을 함몰시키기 위해서 말이다.

후우웅!

자르딘은 깜짝 놀랐다. 그렇지만 몸을 내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자신의 얼굴을 향해 들이쳐 오는 바라투스의 주먹에 절망감을 표할 뿐이었다.

“아, 안 돼!”

그러던 그때였다. 절규하는 그의 뒷목을 누군가가 끌어당겼다. 자르딘의 뒷목을 끌어당긴 이는 왕찌엔이었다. 왕찌엔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가 적절한 때에 자르딘을 살려낼 수가 있었다.

그 순간은 정말로 간발의 차이였다.

왕찌엔이 자르딘을 끌어당기자마자, 자르딘의 코앞으로 묵직한 바라투스의 주먹이 스쳐 지나갔다.

후우우웅!

졸지에 스킬 한 번을 성공시키고 생을 마감할 뻔했던 자르딘. 그는 왕찌엔의 도움으로 간신히 살아날 수 있었다. 그는 왕찌엔에게 감사 인사를 하였다.

“고맙습니다.”

그러나 한가하게 인사나 할 시간은 없었다. 한번 목표로 정한 대상은 끝까지 따라붙는 존재가 바로 바라투스였기 때문이다. 녀석은 자르딘이 운 좋게 자신의 공격을 피해내자 인상을 찡그렸다.

“운이 좋군.”

그러고서는 그 말을 끝으로 자르딘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중간에 남아있던 해골 보병들이 길을 막았다. 하지만 바라투스가 가볍게 손을 휘저어 버리자 박살이 나며 역소환되었다. 그렇게 녀석은 태산이 무너져 오는 것과 같은 압박감을 풍기며 자르딘에게 다가갔다.

뚜벅, 뚜벅, 뚜벅.

천천히 다가오는 바라투스였다. 그렇지만 오히려 그렇게 다가오자 어떻게 반응할 수가 없었다.

도무지 어떻게 할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 녀석의 앞을 왕찌엔이 막아섰다. 그는 바라투스의 앞을 막아서자마자 녀석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창을 내질렀다. 그러면서 아직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자르딘에게 외쳤다.

“최대한 뒤로 물러나시게!”

그러면서 그는 바라투스를 상대해 갔다.

양 손으로 꽉 쥔 왕찌엔의 창이, 바람마저 가를 기세로 바라투스를 향해 짓쳐들었다.

쉬이이익!

하지만 상대가 좋지 않았다. 왕찌엔은 바라투스에게 창을 내질러 보았지만 공격을 전혀 성공시키지 못했던 것이다. 왜냐고? 바라투스는 어렵지 않게 왕찌엔이 내지른 창을 두 손으로 잡아내었기 때문이다.

왕찌엔의 창을 맨손으로 잡은 바라투스가 입을 열었다.

“크큭. 겨우 무기 따위에 의지하다니. 역시 인간은 나약하다니까.”

그러면서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웬걸. 녀석이 손아귀에 힘을 주자 왕찌엔의 창이 단번에 박살 났다.

빠각.

왕찌엔의 창은 단단해 보이는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런 창을 단번에 박살 내다니. 바라투스는 창에 금을 내는 과정도 없이 순식간에 부러뜨렸다. 무기가 부러지자 왕찌엔이 당황했다.

“이런…….”

더 이상 사용할 무기가 없었다. 그러나 미련이 남았던 것일까? 그는 부러진 무기의 손잡이를 놓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그는 상황을 냉정히 파악했다. 부러진 무기에 미련을 가지지 않은 것이다.

왕찌엔은 오히려 무기에서 즉각 손을 놓아버리고는 자르딘을 끌어안아 뒤로 후퇴했다. 무기에 대한 애착이 있었을 텐데 저렇게 쉽게 포기하다니. 역시 그도 평범한 인물은 아니었다.

어쨌거나 전투력을 상실한 자르딘과 왕찌엔을 향해 바라투스가 계속해서 걸어갔다. 충렬의 라이프 드레인에 한창 생명력이 빨리고 있었음에도, 얼마나 강인한 생명력을 소유한 것인지 녀석의 걸음에는 조금의 흔들림조차 없었다.

놈은 자르딘과 왕찌엔의 지척거리까지 도착하자 입을 열었다.

“자, 이제 어떻게 할 거냐. 얌전히 내 손에 죽…….”

하지만 바라투스는 여유를 부릴 수 없었다. 어느새 접근한 레일리. 뱀파이어의 육체를 가진 그녀가 소리 소문 없이 바라투스의 지근거리까지 도착해서다. 그녀는 도착하자마자 바라투스의 등 뒤를 점했다.

“약한 이들을 괴롭히다니. 악질이로군요.”

그런 말을 남기며 그녀가 스킬을 사용했다.

“흡혈.”

레일리가 다가온 것에 대해 한 박자 늦게 반응한 바라투스였다. 녀석은 설마 자신을 옭아매는 스킬이 있을 줄로는 상상하지도 못했다.

사실 흡혈은 바라투스를 완전히 제압하지 못했다. 바라투스의 몸을 잠깐 멈추게는 했지만, 녀석의 입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엇? 몸이……!”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입이 움직이거나 말거나, 몸이 움직일 수가 없다면 끝이었으니까.

레일리는 입을 쫙 벌렸다. 그러더니 긴 송곳니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었다. 곧 레일리의 뾰족한 송곳니가 바라투스의 두툼한 팔뚝을 파고 들어갔다.

푸욱!

***

레일리에게 제압당하여 혈액을 빼앗기는 중인 바라투스. 그러나 아무리 흡혈을 적용했다고 한들, 녀석의 육체는 쉽게 시들해지지 않았다. 도대체 어느 정도의 강인한 육체를 지닌 것인지, 녀석의 몸은 지치지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녀석은 레일리의 제압을 금방에라도 풀어버릴 듯 했다. 분명 움직이지 못해야 할 녀석의 손가락이 순간 움직였다.

꿈틀.

‘여기서 시간을 지체한다면 큰일이다.’

아마 조금의 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놈은 제압된 상태에서 벗어날 것이 확실했다.

그러던 그때였다. 대부분의 해골 보병들이 역소환되었지만 아직 데프론은 남아 있었다. 녀석은 흉흉한 기세를 풍기며 제압된 바라투스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러더니 아라크네를 처치하고 얻은 장검을 바라투스의 목으로 가져다 대었다. 놈이 제압에서 풀려나기 전, 끝내려던 것이다.

그렇게 도축 작업이 시작되었다.

서걱. 서걱.

놈에게는 중독의 효과도 발생하지 않았다.

‘어차피 중독 효과는 기대하지도 않았다.’

지금 놈을 확실히 처치하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목을 잘라내는 것. 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바라투스의 목이 얼마나 단단했는지, 단번에 잘리지가 않았다.

‘안 돼, 데프론만으로는 너무 늦어.’

때문에 충렬도 거기에 합세했다. 충렬은 자르딘이 떨어뜨린 그의 창을 주워 들었다.

“잠깐 빌리겠습니다!”

그러고서 데프론의 맞은편으로 가서 작업을 도왔다.

서걱. 푹. 푸욱. 서거걱.

충렬은 창으로 바라투스의 목은 연신 찔러대었다. 그리고 데프론은 구멍이 생긴 바라투스의 목을 중심으로 계속해서 썰어대었다.

그래서일까? 장내는 도축하는 소리만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바라투스는 자신의 목이 썰릴 때마다 몸을 떨었다. 아마 목을 자르는 도중 녀석의 신경계를 건드렸나 보다.

부르르.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대략 10초 정도 이상을 놈의 목을 썰어댄 것에 투자한 것 같았다. 그리고 마침내 놈의 머리가 목에서 분리되는 순간. 시스템이 알려왔다.

[마족 바라투스를 처치하였습니다.]

[처치에 관여한 전원에게 10,000카르마를 습득합니다.]

바라투스가 사망하자 레일리도 녀석의 팔뚝을 놓아주었다.

그러자 지탱할 곳 없던 녀석의 몸뚱이가 바닥에 쓰러졌다.

털썩.

그런데 갑자기 머리를 잃은 놈의 몸은 마치 육지에 올라온 물고기마냥 파닥거렸다.

파닥! 파다닥! 파닥!

쉴 새 없이 파닥거리는 녀석의 몸.

‘젠장, 뭔가 더 있는 건가?’

순간 충렬은 긴장했지만, 녀석의 몸은 잠시 발악을 했을 뿐. 잠시 뒤, 움직임을 멈추었다. 괜히 긴장했던 충렬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놀래라.”

하지만 놀람은 곧 기쁨으로 바뀌었다. 놈의 시체나 수집해야겠다고 생각하려던 찰나였다. 바로 그 찰나에 바라투스의 시체 위로 검은 액체가 응축되며 두둥실 떠올랐다.

그랬다. 바라투스가 사망하면서 하나의 아이템을 남겼던 것이다.

[바라투스의 정수: 섭취하면 강력한 암흑의 속성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단, 암흑과 관련된 속성을 가진 존재만이 흡수가 가능하다.]

그런데 바라투스의 정수는 곧 설명을 바꾸었다. 바로 충렬이 가진 직업의 특수성 때문이었다.

[네크로맨서의 재능이 정수의 숨겨진 기능을 발견해 내었습니다.]

[바라투스의 정수: 네임드 해골에게 섭취시키면 상위의 해골, 또는 상위의 언데드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 해골의 숙련도가 높을수록 더욱 상위의 존재가 될 확률이 크다.]

‘상위의 존재로 만들어준다고?’

하지만 아이템에 대해 집중적으로 탐구할 시간은 없었다. 빠르게 판단을 내릴 차례였다.

[바라투스의 정수를 빠르게 사용하십시오.]

[사용하지 않으면 1분 뒤에 분해되어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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