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84화 (84/237)

# 8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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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족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장소는 넓은 공터였다. 공터의 바닥에는 거대한 원형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는데, 마족들은 그 마법진 안에서 두 눈을 감고 집중하고 있었다.

마족들의 숫자는 정확히 일곱이었다. 일곱이라는 숫자의 녀석들은 손에서 연신 마기를 내뿜고 있었다.

그렇게 내뿜어진 마기는 마법진에 공급되고 있었고, 공급된 어둠의 힘은 마법진에 의하여 드래곤의 레어로 향했다.

‘아마 저 기운들은 드래곤에게 들어가는 것이겠지.’

그런데 집중을 도대체 얼마나 하고 있었던 것일까? 충렬과 일행들의 접근에도 일곱 마족들의 집중력이 깨어지는 일은 없었다. 그렇지만 놈들의 집중력도 거기까지였다.

마족들이 이쪽의 접근을 아직 알아차리지 못했을 때, 충렬이 선공을 취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레일리. 부탁합니다.”

무엇을 부탁하는지는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가 있었다. 여기 있는 이들 중 원거리 딜러는 그녀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네.”

그녀는 충렬의 부탁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입을 열었다. 스킬을 사용한 것이다. 전방에서 의식을 진행 중인 마족들에게로 말이다.

“스피어스 오브 헬.”

스킬명을 외치자마자, 지옥과 연결된 포탈이 생성되어 갔다.

우우우우우우웅.

그렇게 잠시 뒤, 레일리는 포탈이 생성된 것을 확인하고서 마족들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켰다. 그러자 지옥의 문으로부터 다량의 불의 창, 즉 지옥의 창이 튀어나오며 마족들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갔다.

쉬이익!

쉬이이이이이익!

지옥의 창은 주변의 공기를 뜨겁게 달구며 들이쳐 갔다. 마족들의 집중력이 깨어진 것은 그때였다.

사람의 모습이었지만 이마에는 뿔이 있고, 온몸이 검은색인 마족들은 레일리의 지옥 창이 접근하자 그제야 기습을 알아챘다.

“이게 뭣……!”

“갑자기 무슨……!”

당황한 녀석들을 향해 레일리가 미소로 화답했다.

“당황하지 말고 받아들이세요. 저승길 선물이니까요.”

아무리 강인한 마족이라고 할지라도, 피하기에는 한참 늦은 상황이었다. 너무 뒤늦게 발견했기 때문이다. 놈들은 즉시 자리를 이탈하려고 했지만 레일리의 마법이 적중되는 것이 먼저였다.

곧, 마족들과 놈들이 만든 마법진의 위로 무차별적인 마법 폭격이 시작되었다.

콰광!

콰과광!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광!

레일리는 거기서 끝내지 않았다.

“해골 마법사 소환.”

그녀는 해골 마법사들을 소환함과 동시에, 기초 마법들을 퍼붓기 시작했던 것이다.

“저쪽으로 마법을 난사해. 트리플 파이어 볼트!”

그로 인하여 해골 마법사들의 기초 마법들까지 공격을 이어갔다. 덕분에 마족들이 자리를 잡고 있던 장소는 단번에 초토화가 되어가고 있었다.

퍼벙!

퍼버벙!

콰앙!

콰과과과광!

얼마나 많은 마법들이 들이친 것일까? 엄청난 마법들의 폭격으로 인하여 다량의 먼지가 발생했다.

일시에 솟아오르는 먼지와 연기로 인해 전방의 시야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는 알 수 있었다. 시스템의 음성이 어떠한 상황인지를 알려주어서다.

[최하급 마족 ‘바리안’을 처치하였습니다.]

[최하급 마족 ‘크로암’을…….]

[최하급 마족…….]

그렇게 마족들이 처치되었다는 소리가 끝없이 이어졌다. 저렇게 무방비하게 당하다니.

‘오히려 마족들이 몬스터들보다 처치하기가 더 쉽잖아?’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지는 시스템의 음성. 그것은 매우 기분이 좋은 소식이었다.

[1,000카르마를 습득합니다.]

[1,000카르마를 습득합니다.]

[1,000카르마를…….]

…….

[1,000카르마를 습득합니다.]

카르마를 준다고 들려온 횟수는 정확히 6번이었다.

‘레일리 덕분에 쉽게 싹쓸이해 버렸군.’

그러나 충렬은 이내 이상한 점을 발견해 내었다.

“잠깐. 아까 분명 마족의 숫자가 일곱이었는데?”

그랬다. 일곱이었던 마족들 중 하나가 처치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충렬이 이상한 점을 눈치챘을 때, 먼지 속에서 무언가의 움직임이 나타났다. 그 움직임은 살아남은 마족의 것이었다.

***

잠시 뒤, 먼지를 뚫고 마족 하나가 튀어나왔다. 녀석은 레일리의 마법 폭격에서 살아남은 마족이었다. 그리고 놈은 대략 2미터 40센티미터는 넘어갈 듯한 거구였다.

녀석의 접근에 시스템이 알려왔다.

[마족 ‘바라투스’가 당신들을 인식하였습니다.]

바라투스라는 이름을 가진 마족. 녀석은 이쪽을 바라보더니 외쳤다.

“누가 감히 방해하는가! 드래곤을 소유하려는 우리 마족들의 경건한 의식을!”

특히나 그의 분노는 레일리를 향했다.

“네년이로구나! 이 저급한 언데드 따위가……!”

저급한 언데드 따위라니. 말이 너무 심했다. 그 때문일까? 레일리가 놈에게 물어보았다.

“저급한 언데드에게 당한 마족들은 그럼 뭐죠?”

그녀의 도발에 바라투스가 격분하며 달려들었다.

“나에게 말장난을 걸어오다니 감히!”

녀석은 그 말을 남기며 땅을 박찼다. 얼마나 세게 박찬 것인지, 녀석이 박찬 땅이 한 움큼 파였다.

푸욱!

땅을 박찬 녀석이 대포처럼 레일리를 목표로 달려왔다. 그런 녀석을 향해 레일리가 공격을 시도했다. 그녀가 시도한 공격은 기초 마법들의 세례를 퍼붓는 것이었다.

[<리치 레일리>가 해골 마법사들을 조작하여…….]

하지만 바라투스는 지옥 창의 폭격에서도 살아남은 녀석이었다. 고로 놈이 기초 마법들을 버티지 못할 리는 없었다.

들이쳐 오는 기초 마법들의 난사에 바라투스는 양팔을 앞으로 교차하며 막아갔다.

콰광!

펑!

퍼벙!

콰과광!

수많은 마법이 놈의 팔뚝을 때렸지만, 피해를 주지는 못했다. 그만큼 엄청난 방어력을 가지고 있는 녀석이기 때문이리라.

바라투스도 자신의 방어력을 알고 있었는지, 후퇴하려는 기색 없이 달려들었다. 그러면서 노호를 내뱉었다.

“네년은 내가 곱게 죽이지 않을 것이다!”

그 말을 끝으로 레일리의 지척거리까지 도착한 바라투스. 녀석이 그녀를 공격하기 위해 자세를 잡았다. 하지만 레일리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녀를 향해 다가오는 바라투스의 길목을 제레미가 막아섰다.

해골 방패병이 자신이 향하려던 길목을 막아서자 바라투스는 분노했다.

“네 녀석은 상대하기도 귀찮다! 썩 꺼져 버리거라!”

그러면서 오른손의 주먹을 꽉 말아 쥐었다. 그러더니 제레미를 향해 휘둘렀다. 놈의 주먹이 묵직한 소리를 내며 제레미를 향해 짓쳐들었다.

후우웅!

제레미가 죽음의 방패를 들어 막아갔다. 그렇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바라투스의 주먹이 방패를 때리자마자 제레미는 즉시 전투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퍼엉!

그 소리가 들림과 함께 제레미의 몸이 저 멀리 날아갔다. 마치 강력하게 휘둘러진 야구배트에 홈런이 된 야구공처럼, 제레미는 한없이 훨훨 날아간 것이다.

그렇게 날아간 제레미는 나무기둥에 부딪치더니 곧바로 산산조각이 났다.

[<부활한 제레미>가 역소환됩니다.]

바라투스의 움직임도 움직임이었지만 녀석의 괴력은 상상할 수조차 없을 정도였다.

‘엄청나군.’

그렇게 제레미가 역소환이 되고 제레미의 뒤를 이어 샤오링이 바라투스의 앞을 막아섰다. 물론 이번에는 샤오링 혼자 막아서지 않았다. 바라투스의 양옆으로 왕찌엔과 자르딘, 두 사내가 함께 녀석을 포위했다.

충렬은 그들을 지원하기 위해 해골 하나를 다시 소환했다. 녀석의 무지막지한 파괴력을 본 만큼 이번에 소환해야 할 해골은 정해져 있었다.

“해골 소환. 데프론.”

어차피 한 방에 당할 수밖에 없다면 물량이 답이었다.

‘해골 보병들을 이용해 최대한 놈의 공격을 받아낸다.’

특히나 레일리의 마법 폭격에서도 살아남은 존재가 바라투스였다.

‘시체 폭파는 자제하는 것이 좋겠지.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니까.’

물론 주변에 시체가 엄청났다면 이야기가 달라졌을 터였다. 그러나 레일리의 궁극기같은 스킬에도 당하지 않은 녀석을, 단순히 시체 폭파로는 처치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때문에 보병들에게는 그냥 고기 방패의 역할만을 주기로 했다.

‘그나마 지금 믿을 것은 샤오링이 들고 있는 블랙 데스다.’

그래도 질병과 관련된 상태 이상이 계속 걸리다 보면 바라투스도 쓰러뜨릴 수 있으리라.

***

바라투스를 처치하기 위한 난전이 시작되었다. 충렬 또한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스킬을 사용했다.

“라이프 드레인!”

그러자 빨간 선이 충렬과 바라투스의 사이를 연결했다. 이제부터는 시간 싸움이었다. 아무리 강력한 방어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충렬이 당하지만 않으면 승산이 있었다.

‘상대의 생명력 자체를 빨아들이는 스킬이니 시간만 끌 수 있다면 이쪽의 승리다.’

그런 충렬과 마찬가지로 레일리도 근접전을 선택했다.

“기회를 보아 흡혈 스킬을 사용할게요.”

그랬다. 상대를 완전히 제압하는 그녀의 흡혈 스킬도 있었다. 만약 근접 거리에서 사용할 수만 있다면 바라투스를 처치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생길 터.

충렬은 왕찌엔과 자르딘에게 부탁했다.

“무리해서 공격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녀가 안전히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충렬의 부탁에 둘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맡겨주십시오!”

그러나 바라투스는 일행들의 협공이 같잖지도 않다는 듯, 크게 외쳤다.

“이런 바퀴벌레 같은 놈들. 단번에 처리해 주마!”

그러면서 녀석은 자신의 전방을 막아서고 있는 샤오링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녀석이 주먹을 휘두르자 주변의 공기가 밀려났다.

후우우웅!

하지만 샤오링은 바라투스의 주먹을 직접 막아내지 않았다. 간단히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놈의 공격을 회피해 내었다. 그러면서 샤오링은 곧바로 들고 있던 블랙 데스를 바라투스의 복부를 향해 내질렀다.

그리고 의외로, 바라투스는 샤오링의 공격을 쉽게 허용하고 말았다.

푸욱!

바라투스의 복부를 뚫고 들어간 블랙 데스가 부르르 떨었다. 자신과 비슷한 어둠의 속성이 느껴지니 반가웠던 것이다. 그러나 블랙 데스의 반가운 인사는 거기까지였다. 바라투스는 곧 블랙 데스가 부여하는 상태 이상에 당해야 했다.

운이 따랐을까? 바라투스에게 적용된 질병은 초반부터 강력한 것이었다.

[블랙 데스가 바라투스에게 상태이상 ‘급성 뇌경색’을 부여합니다.]

하지만 바라투스는 씨익 웃었다.

“크큭. 겨우 이까짓 것을 믿고 덤볐던 것인가?”

녀석은 왜 웃었던 것일까? 그 이유는 간단했다.

[바라투스 육체의 강인함으로 인해 상태이상 ‘급성 뇌경색’이 해제됩니다.]

그랬다. 녀석의 육체는 질병 따위를 단번에 날려 버릴 만큼 강인했다. 그랬기에 블랙 데스에 당하고도 웃어넘긴 것이었다.

그리고 이어서 알 수가 있었다. 녀석은 샤오링의 공격을 일부러 허용했다는 것을.

“역시 언데드 따위는 멍청하다니까.”

녀석은 자신의 복부에 박힌 블랙 데스가 뽑히지 않게, 복부 근육에 힘을 주었다. 그 때문에 샤오링은 어쩔 줄 몰라 하며 검을 뽑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런 샤오링의 머리 위로 바라투스가 묵직한 자신의 주먹을 내리쳤다.

이런 상황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샤오링은 판단을 내리기도 전에 역소환이 되어야 했다.

[<죽음을 거부한 샤오링>의 두개골이 박살 나며 역소환됩니다.]

만약 튼튼한 랜서의 뼈가 맞았다면 조금이라도 버틸 수가 있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샤오링의 두개골은 아직 평범한 해골의 뼈였다. 때문에 튼튼하지 못했다.

그렇게 샤오링마저 역소환이 되자 충렬은 이를 꽉 깨물었다.

‘블랙 데스가 통하지 않다니.’

그래도 아직 놈을 상대할 카드는 있었다.

‘일단은 레일리의 흡혈이 통하는지부터 먼저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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