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83화 (83/237)

# 8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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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찌엔은 아직 고블린을 상대로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버티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런 그에게 충렬과 자르딘, 제레미가 합류했다.

충렬은 고블린과의 거리를 좁히자마자 스킬을 사용했다.

“라이프 드레인.”

그러자 고블린을 향해 붉은 선이 연결되었다. 아무리 행동이 빠른 녀석일지라도 이 스킬은 피할 수 없었다. 일정 거리의 안에 들어온다면 반드시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 때문일까? 한창 왕찌엔을 상대로 농락하고 있던 고블린은 곧바로 인식 대상을 충렬로 바꾸었다. 동시에 녀석은 성을 내었다. 감히 자신에게 스킬을 적중시킨 충렬에게 말이다.

“키에엑!”

고블린은 기다릴 것도 없다는 듯, 충렬을 향해 들이쳤다. 녀석의 한쪽 손에 들려 있는 단검이 당장에라도 충렬의 가슴을 찌를 듯 다가왔다. 그렇지만 녀석은 공격을 성공시키지 못했다.

충렬이 놈의 공격을 회피했기 때문에? 아니었다. 충렬은 고블린의 공격에 반응하지 않고 지켜볼 뿐이었다.

그런데도 고블린의 공격이 실패한 이유는 단순했다. 어느새 둘의 사이로 들어온 제레미가 방패로 단검을 막아냈기 때문이다.

제레미는 충렬의 앞을 막아서자마자 고블린의 단검을 향해 방패를 휘둘렀다. 빠르게 휘둘러지는 방패로 인해 바람이 묵직하게 발생했다.

후웅!

그와 함께 제레미의 방패가, 고블린의 단검 옆면을 후려쳤다.

투웅!

그러자 순간 고블린은 단검을 놓칠 뻔했다. 그렇지만 녀석은 평범한 고블린이 아니었다. 고블린은 놓칠 뻔했던 단검을 회수하더니 즉시 자세를 고쳐서 잡았다.

동시에 녀석은 공격에 실패하자 괴성을 질렀다. 설마 자신의 공격이 가로막힐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었다.

“키엑! 키에엑!”

그러나 녀석이 가만히 서서 괴성을 지를 시간은 없었다. 괴성을 지르는 고블린을 향해 자르딘이 창을 내질러서다. 자르딘이 내지른 창은 공기를 가르며 순식간에 고블린을 향해 짓쳐들었다.

얼마나 빨랐는지 그의 창날이 공기를 매섭게 갈랐다.

쉬이이익!

하지만 고블린은 자르딘의 공격을 이미 계산하고 있었다. 놈은 자르딘이 창을 내지르는 순간, 몸을 옆으로 살짝 이동하며 그의 공격을 피해내었다.

자르딘의 공격을 간단히 피해낸 녀석은 낄낄거렸다. 마치 너희들의 수준으로는 자신의 움직임을 절대로 따라잡을 수 없다며 약올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키키키킥. 키키키키키키.”

무척이나 얄밉게 행동하는 고블린이었다. 그러나 놈의 비웃음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녀석이 계산하지 못한 이가 한 명 있었기 때문이다.

고블린이 미처 계산하지 못한 존재. 그는 바로 조금 전까지 상대하던 왕찌엔이었다. 고블린이 비웃을 동안 왕찌엔은 은밀하게 움직였다.

고블린이 눈치채지 못하게 조용히 움직인 왕찌엔. 그가 타이밍을 보더니, 득달같이 고블린의 등을 향해 창을 내찔렀다. 무방비하게 등을 노출시킨 고블린을 향해 나비처럼 날아가 벌처럼 쏘았던 것이다.

여유를 부리던 고블린은 뒤늦게 왕찌엔의 존재를 알아차리고서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면서 당황했다.

“키엑!”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은 순간이었다. 전투 경험이 많았던 탓인지, 왕찌엔은 무척이나 노련하게 고블린을 압박했다. 기회가 생기니 놈이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던 것이다.

뱀처럼 휘감아오는 왕찌엔의 창격으로 인해, 고블린은 맹수에 의하여 궁지에 몰린 초식동물처럼 꼼짝달싹 못 했다.

그 모습을 보고서 충렬은 속으로 생각했다.

‘끝이군.’

결국 예상대로 고블린은 노장에게 목숨을 내어주고야 말았다.

단숨에 등을 파고든 왕찌엔의 창이 고블린의 심장을 어렵지 않게 찔러 버렸다.

푸욱.

왕찌엔이 고블린을 처치하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충렬은 샤오링과 레일리를 살폈다. 이제 남아 있는 고블린은 두 마리뿐이었으니 말이다.

충렬이 고개를 돌릴 사이, 움직임이 빠른 샤오링은 때마침 고블린의 목을 베어갔다.

서걱.

반대로 아직까지 고블린을 잡아내지 못하는 해골은 레일리였다. 아무리 강력한 무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들, 고블린이 재빠르게 움직이니 공격을 성공시키지 못한 것이다.

[이익!]

평소 성을 내지 않던 레일리가 짜증을 내었다. 그만큼 얍삽하게 움직이는 고블린의 행동에 열이 받은 것이 분명했다.

그 때문일까? 그녀는 마법을 사용하는 것을 포기했다. 그리고 소환한 해골 마법사들에게 기존과 다른 명령을 내렸다. 마법을 쏘아도 전부 피해 버리니 답이 없었던 탓이다.

[그냥 몸으로 덮쳐!]

그렇게 일시에 모든 마법사들이 몸뚱이를 이용해 고블린을 덮쳐갔다. 별다른 근접 능력이 없던 해골 마법사들은, 고블린에게 있어서 허수아비나 다름이 없었다.

녀석은 해골 마법사들이 자신에게 맨몸으로 다가오자 웃으면서 단검을 휘둘렀다.

“키킥.”

놈이 단검을 휘두를 때마다 해골 마법사들의 두개골이 박살 났다.

퍼걱!

퍽!

빠각!

그러나 마법사들의 희생은 헛되지 않았다. 마법사들이 하나씩 역소환되는 동안, 레일리가 고블린의 근처에 다다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블린의 지근거리까지 도달한 레일리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요 녀석. 드디어 잡았다.]

그러더니 그녀는 고블린에게 손을 뻗으며 스킬을 사용했다.

[흡혈.]

그렇게 레일리가 흡혈을 사용하자 고블린의 몸이 굳었다. 놈은 갑자기 움직일 수 없는 자신의 몸에 당황했는지 소리를 지르려 했다. 그러나 목소리가 온전히 나오지는 못했다.

“케에엑……!”

그런 고블린을 향해 레일리가 입을 쫘악 벌렸다. 흡혈이라는 스킬을 사용해서일까? 그녀의 송곳니가 순간적으로 길게 돋아났다.

그렇게 돋아난 송곳니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는 고블린의 목을 깨물었다. 목뼈까지 단번에 부러뜨릴 정도로 그녀의 송곳니는 강력하게 파고들었다.

콰드득!

그 뒤로 들려오는 소리는 무척이나 소름끼쳤다. 그것은 바로 혈액을 마시는 소리였으니 말이다.

꿀꺽. 꿀꺽.

뼈만 남아 있는 상태의 레일리였다. 흡혈한 혈액이 뼈의 사이로 흘러내릴 것 같았지만 그러지는 않았다.

다만 고블린의 혈액을 흡수하자 피부와 근육을 포함한 각종 조직이 재생되어 갔다. 재생은 순식간이었다.

그렇게 잠시 뒤, 창백하지만 그녀는 곧 완벽한 신체를 하나 얻을 수 있었다.

[<리치 레일리>가 흡혈을 통해 뱀파이어의 육체를 얻었습니다.]

[<리치 레일리>의 전투력이 급격히 상승합니다.]

물론 흡혈에 당한 고블린이 죽은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어둠에 잠식당한 고블린이 처치되었습니다.]

[600카르마를 습득합니다.]

결국 레일리는 새롭게 뱀파이어의 육체를 얻게 되었다. 리치이면서 뱀파이어의 전투력까지 가지게 된 그녀는 새살이 돋아난 자신의 몸을 보더니 말했다.

“하아… 드디어 뼈다귀에서 벗어났네요.”

그런 그녀의 모습을 3명의 남자들이 멍하니 쳐다보았다.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왕찌엔이었다. 그는 큰 소리로 기침을 내뱉더니 눈을 돌렸다.

“크흠…….”

자르딘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변화한 레일리의 모습에 어색했는지 시선을 돌렸다.

“하하…….”

둘의 행동에 레일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을 보더니 갑자기 저런 행동을 보이는 둘에게 이상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충렬을 바라보며 물어보았다.

“제가 뭘 잘못했나요?”

충렬은 레일리의 시선을 회피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정말로 몰라서 묻는 것이냐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녀에게 아래를 보라고 턱짓까지 하면서 대답을 했던 것이다.

“춥지 않습니까?”

그제야 자신의 상황을 파악한 레일리였다. 그녀는 흡혈로 인해 새로운 육체를 얻었지만 나신이었다.

“아…….”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전라의 몸이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매우 부끄러워할 상황이겠지만 그녀는 무덤덤한 반응이었다. 하도 해골의 상태로 오랫동안 있다 보니 옷을 걸치지 않은 것에 적응이 된 것이다.

“언데드라 그런지 딱히 춥지는 않네요. 무언가를 입지 않아도 될 정도로.”

하지만 그녀도 여자였다. 물론 크게 걱정하는 눈치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충렬 씨, 남는 옷 있나요? 옷 하나만 주세요.”

그런 그녀에게 충렬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없는데요.”

***

충렬은 핵심적인 아이템을 제외하고는 잡다한 아이템들을 소지하고 있지 않았다. 평소에 잡다한 아이템들은 모두 카르마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옷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괜찮았다. 옷이 없다면 만들면 되었다.

“기다려 줘서 고마워요.”

그녀는 고블린들이 입고 있던 동물의 가죽들을 수거했다. 그러더니 임시방편으로 자신이 입을 옷을 만들었다.

덕분에 레일리는 간신히 중요 부위들만을 가죽으로 걸치며 가릴 수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아마존 등에서 살아가는 여전사의 느낌을 물씬 풍겼다. 물론 허전할 법도 했지만 정작 레일리 본인은 별다른 불만이 없었다.

어쨌거나 그녀가 가죽을 걸치는 사이, 다시금 소환된 헬 하운드는 고블린들의 시체를 맛깔나게 씹어대는 중이었다.

오드득.

오드드득.

하운드에 의하여 고블린들의 시체는 곧 모조리 사라지게 되었다. 당연한 소리이겠지만 고블린들의 시체는 많은 진화도를 주지 못했다.

[헬 하운드의 진화도가 0.3% 상승합니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오르는 것이 어디던가.

그렇게 하운드의 식사까지 끝나자, 충렬은 다시 이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자, 그럼 이동하죠.”

***

목적지까지의 이동은 순탄하게 진행되는 중이었다. 중간에 잡다한 몬스터들이 계속해서 나타났지만, 어렵지 않게 격퇴할 수가 있었다.

나타나는 몬스터들의 숫자가 늘어나도 상대하기는 처음에 비해서 수월했다. 첫 전투 이후부터는 서로의 손발을 제법 잘 맞출 수가 있어서다. 그래서 아직까지 다친 사람은 그 누구도 없었다.

“조금만 더 가면 도착입니다.”

드래곤의 레어 때문에 길은 조금 돌아서 가게 되었다. 그렇지만 미니맵을 보니 목적지가 금방이었다. 탈것이 있으니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던 덕분이다.

그리고 마침 좋은 소식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이제부터는 더 이상 몬스터들이 나타나지 않는 것 같았다.

-여기서부터는 마족들이 완전히 점거한 영역입니다.

-더 이상 잡다한 몬스터들은 상대하지 않아도 됨.

-솔까 보통보다 상타치인 몬스터 잡느라 수고했다.

-그러면 이제 오지고 지리는 마족들을 만날 차례.

-본인이 강하다면 오히려 몬스터들보다 상대하기 쉬울 듯?

일행들은 묘비를 살피며 앞으로 전진했다. 묘비의 말대로 정말 더 이상의 몬스터는 보이지 않았다.

다만 앞으로 나타날 마족이 어느 마족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상대하기 쉬운 마족이 걸리시길. 선빵필승.

-뭐라냐. 너는 선빵 날려서 묘비에다가 글 남겼냐?

-님 왜 그렇게 예민함. 설마 둘이 같이 입장했나요.

-ㅎㅎ말투 보니까 정답. 인정?

-어 인정. 동의?

-어 보감. 고등?

-어 조림. 용비?

-어 천가. 비긴?

-어 게인. 여기까지 하자. 죽어서도 이렇게까지 해야겠냐?

-여기 묘비글 개웃기네. ㅋㅋㅋㅋ 추천 박고 싶다.

그렇게 묘비들을 살피며 얼마나 이동했을까? 충렬과 일행들은 마침내 마족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장소까지 도착할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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