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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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껏 부풀어 오른 드래곤의 가슴팍.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뱉어지는 녀석의 브레스. 어둠에 물든 검은색의 브레스가 도전자들의 캠프를 향해 들이쳤다.
멀리서 쏘아졌지만 녀석의 브레스가 캠프에 도달하기까지는 금방이었다. 일직선으로 짓쳐오는 놈의 숨결이 당장에라도 캠프 전체를 집어삼킬 듯 짓쳐왔던 것이다.
‘뭐가 저렇게 갑자기……!’
충렬도 당황했지만 다른 도전자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도전자들은 드래곤의 공격에 딱히 대처하지를 못했다. 대처를 하지 못할 정도로 순식간에 이루어진 공격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장내는 아비규환이 되기 일보 직전이었다.
“좆됐다.”
“젠장할! 레벨 올리는 것은 그냥 포기할걸!”
“으아아악! 흙의 방어막!”
“물의 정령이여! 내 앞을 가로막아 주세요! 워터 실드!”
“매, 맷집 강화!”
대처가 빠른 몇몇 이들이 방어와 관련된 온갖 스킬들을 사용했지만, 들이쳐 오는 브레스를 막기엔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엄청난 위용으로 덮쳐오는 그것은 막을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그 때문일까? 충렬도 다른 생각을 하지 못했다.
‘저 브레스에 당한다면 아무리 언데드로 부활한다고 해도 또다시 죽어버릴 확률이 크다!’
끝없이 이어지는 브레스의 행렬이라면 부활하는 도중에 재차 사망할 것이 분명했다. 생사를 장담할 수가 없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옆에 있던 레일리를 품에 안고서 외쳤다.
“우로갈의 펜던트를 활성화한다!”
그랬다. 우로갈의 펜던트. 충렬에겐 우로갈의 펜던트가 있었다. 그 어떤 공격도 무조건 막아낼 수 있는 절대적인 에너지 실드가 있었던 것이다. 단 10회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제한이 있었지만, 지금만큼은 사용해야 했다.
[우로갈의 펜던트가 활성화됩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펜던트를 활성화시키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나 버렸다. 우로갈의 펜던트를 사용하면, 충렬은 자신과 레일리만이 날아오는 드래곤의 브레스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줄로만 말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캠프를 향해 일직선으로 쏘아진 검은색의 드래곤 브레스. 그것이 캠프와 충돌하려는 찰나 감쪽같이 사라졌다. 왜냐고? 펜던트에 충전된 에너지 실드가 드래곤 브레스 자체를 무효화시켰기 때문이다.
티잉.
그 소리와 함께 시스템이 알려왔다.
[우로갈의 펜던트가 아르타디아의 브레스를 무효화시킵니다.]
[우로갈의 펜던트에 저장된 에너지 실드의 횟수가 1회 차감됩니다.]
[남아 있는 횟수: 9회]
드래곤 브레스를 막아내자마자 충렬이 말했다. 날아오는 작은 돌멩이에도 반응하는 것이 에너지 실드였으니 말이다.
“펜던트를 다시 비활성화한다.”
[우로갈의 펜던트가 비활성화됩니다.]
그렇게 드래곤의 브레스가 무효화되자 본래라면 전멸했어야 할 대부분의 도전자들이 전원 살아남게 되었다.
“오, 누가 스킬을 사용한 것인가?”
“내가 봤어! 저 사람이 우리를 살렸다!”
누군가가 충렬을 가리키며 외치자 다른 사람들이 엄지를 척 올리며 말했다.
“나이스하다고!”
“고마워!”
“와, 십년감수했네!”
그러나 그들은 감사 인사를 나중으로 미루어야 했다. 아직 드래곤이 떠나지 않아서다.
“제기랄, 그나저나 저렇게 공중에 날아다니는 녀석을 무슨 수로 사냥하지?”
“게다가 거리조차 너무 멀어. 스킬의 범위 밖이야!”
덕분에 도전자들은 끊임이 없는 긴장감 속에서 드래곤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했다. 하지만 드래곤의 공격은 거기까지였다. 놈은 더 이상 공격하지 않았다.
[브레스를 사용한 아르타디아가 막대한 피로감을 느낍니다.]
[아르타디아가 휴식을 취하기 위해 자신의 레어로 되돌아갑니다.]
[아르타디아는 당분간 브레스를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엄청난 파괴력을 보여주는 공격 수단이 바로 드래곤 브레스였다. 그렇지만 그만큼 드래곤에게도 무리가 가는 공격 수단이었을까? 녀석은 더 이상 공격하지 않고 방향을 돌려 보금자리로 돌아갔다.
드래곤이 물러나는 모습에 그제야 도전자들이 하나둘씩 자리에 주저앉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강력한 모습으로 등장했던 드래곤이 물러나니 긴장이 풀렸던 탓이다.
“와나, 내가 이정도 레벨이나 되어서 오줌을 지릴 줄은 예상하지 못했는데 말이야.”
“크큭. 너도 지렸냐?”
“왜 처음 보는데 반말이야?”
“같은 오줌싸개들끼리는 말을 편하게 하자고.”
첫 상황은 엄청난 긴장감 속에서 보내야 했다. 그러나 일단은 전원이 살아남게 되자 분위기는 화기애애해졌다.
특히 도전자들은 충렬을 중심으로 뭉치기 시작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살아남을 수 있게 해준 존재가 충렬이었으니 자연스레 뭉치게 된 것이다.
여기 있는 이들의 레벨은 전원이 10이었지만 모두가 같은 수준을 가진 동급의 레벨은 아니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이번 임무만큼은 본능적으로 강자로 느껴지는 충렬에게 모였다.
물론 그러고 싶지 않은 이들도 있을 터였다. 그러나 한번 흐름을 타게 되니 분위기가 그렇게 흘러갔다. 좋으나 싫으나 충렬이 그들의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봐, 아까는 고마웠다.”
“브레스라는 공격을 아예 사라지게 하다니. 정말 놀랍습니다.”
“어이 거기, 당신은 이쪽으로 다가오지 마. 오줌 냄새가 나잖아. 우리들의 목숨을 살려준 사람한테 실례를 범하지는 말라고.”
“하하, 미안미안.”
서로 뭉치게 된 도전자들끼리 가식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런 살벌한 전장에서 가식 따위는 사치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모이게 된 이들 중에서 누군가 중요한 핵심을 내뱉었다.
“그런데 저 드래곤을 어떻게 잡아야 하지? 시스템은 분명 사냥이 아예 불가능한 지역으로 우리들을 집합시킨 것이 아닐 텐데 말이야.”
그의 말이 시작됨과 동시에 도전자들도 더 이상은 농담을 하지 않았다. 어쨌거나 드래곤을 토벌하기 위해 모인 장소였으니까.
그의 물음에 충렬이 주변을 보고서 말했다.
“저희가 할 일이야 단순하지 않겠습니까? 주변에 묘비가 많네요.”
그러면서 충렬은 울타리가 만들어져있는 캠프 밖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그러자 모든 도전자들의 시선은 충렬이 가리킨 방향으로 향했다.
충렬도 혹시나 싶어서 주변을 둘러보았던 것이었는데.
‘마침 여기에도 묘비가 수두룩하군.’
경황이 없었을 뿐. 드래곤이 한차례의 공격을 퍼붓고 물러나자 얼마나 많은 묘비들이 존재하는지 알 수가 있었다.
뒤늦게 묘비들을 발견한 도전자들도 충렬이 말한 의미를 깨닫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충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다른 도전자들 또한 지금까지 해왔던 일이 매번 같았으니까 말이다.
“하기야, 처음에 해야 할 일은 매우 단순하지.”
“묘비를 통해서 정보를 모을 시간이군.”
“자, 그럼 다들 흩어져서 쓸 만한 정보를 찾아보자고.”
역시, 여기까지 온 도전자들이니만큼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지 않았다. 덕분에 첫 시작은 순조롭게 흘러갔다.
***
묘비들을 둘러본 결과. 알 수 있었다. 그냥 싸워서는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존재가 바로 드래곤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게 진짜 레이드다. 기존의 보스몹들? 그건 애들 장난이다.
-ㅎㅎ직접 사냥할 생각은 접기를. 10레벨로는 절대 사냥 불가.
-브레스는 맛보기다 린정?
-린정합니다! 마주치면 마법 한 방에 먼지가 됨!
-드래곤이 울부지져따. 졸라짱쎄서 전부다 주거버렸따
-아… 묘비글 오타 좀 치지마라
하지만 드래곤의 사냥이 힘들다는 그런 것들을 읽으려고 묘비를 찾던 것은 아니었다. 드래곤을 사냥할 수 있는 방법. 그 방법을 알아내어야 했다.
-드래곤 토벌 방법 2가지 있다. 하나는 약화시켜서…….
-사냥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드래곤의 상태 이상을…….
-풀어주는 거다. ‘어둠에 물든’이 중요한 단서.
-어둠에 물든 상태가 해제되면 드래곤 스스로가 물러남.
-그러기 위해서는 마기를 공급하는 마족들을 처치해야 함.
그랬다. 드래곤을 토벌하라는 임무를 완수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였다. 하나는 정석대로 녀석을 사냥하는 방법이었고, 다른 하나는 드래곤에게 걸린 상태 이상을 해제하여 스스로 물러나게 하는 방법이었다.
그 외에도 잡다한 소리가 있었지만 대충 읽었다.
-물러나게 했는데 왜 뒤지셨나요?
-그런 게 왜 궁금해? 뒤늦게 보상받으려고 공격했나 보지.
-그냥 물러나게 하면 사냥 성공에 따른 특별 보상 못 받음.
-ㅋㅋㅋ 드래곤이 정신 차리면 상대하기가 더 까다롭다.
-ㅇㅈ. 똑똑해서 지능 플레이함. 그냥 보내줘라.
-정신을 차린 드래곤의 IQ는 대충 99,999,999,999.
문제는 이번에 함께하게 될 도전자들이 과연 어떠한 선택을 하냐는 것이었다.
‘확실히 다수의 의견으로는 상태 이상을 해제하자는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크다.’
그것이 가장 안전한 길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충렬을 포함한 도전자들은 알 수 있었다. 이곳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하여 어떠한 방식을 선택할지에 대한 고민은 불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도전자들 중 하나가 크게 외쳤다.
“다들 여기로 와서 이것 좀 봐!”
그러면서 그가 하나의 묘비를 가리켰다. 충렬을 포함해 하나둘씩 모인 도전자들은 그가 가리킨 묘비를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마족과 관련된 정보가 적혀 있었다.
-마족들은 동서남북의 끝에 한 무리씩 존재함.
-마족들을 다 처치하면 드래곤이 어둠의 힘을 받지 못…….
-못하게 되어서 약해지던가, 정신을 차리던가. 둘 중 하나.
-마기를 공급받지 못하면 일단 드래곤은 스킬 사용 못 합니다.
-물론 정신 차리면 본래 속성으로 마법을 다시 사용하긴 함.
-어쨌거나 핵심은 마족들을 처치해야 한다는 거.
-그래도 마족들은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니까 걱정 ㄴㄴ
-? 나는 마족도 어려웠는데?
이러나저러나 어차피 마족들을 처치해야 했다. 마족들을 처치하지 않고서는 드래곤의 토벌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렇게 도전자들 모두가 현 상황을 인식했다. 그리고 정보들을 종합하여 결론을 내렸다.
“만약 운이 좋다면 드래곤이 정신을 차리고 물러나겠지만…….”
“운이 없다면 그때는 전면전에 들어가야 한다는 소리군.”
그래도 다행이었다. 만약 드래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해도 마족들을 모두 처단한다면 가능성은 충분해 보였으니까.
‘아무리 드래곤이라도 스킬을 사용하지 못한다면 덩치가 큰 몬스터에 불과하겠지.’
더군다나 마족들은 충분히 상대가 가능해 보였다. 물론 그것도 드래곤에 비해서겠지만 말이다.
‘그러면 이제 팀을 나누어야 할 때인가.’
아무래도 다함께 몰려다닐 수는 없었다. 드래곤이 재차 나타나서 브레스를 사용하기 전에 마족들을 처치하는 것이 좋을 터였다.
‘지금부터는 시간 싸움이군.’
도전자들이 생각을 이어갈 사이, 결국 먼저 입을 연 것은 충렬이었다.
“드래곤의 휴식이 언제 끝날지 모릅니다. 휴식이 끝나면 또다시 브레스를 사용하러 올 테니, 서로 인원을 나누어 신속히 움직이죠.”
충렬의 의견에 다른 이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 또한 알고 있었다. 머뭇거릴 시간은 없다는 것을.
“동의합니다. 저분 덕분에 모두가 살아남았으니 나눌 인원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그래, 인원을 나누어서 빠르게 마족들을 처치하고, 합류하는 것이 나아 보인다.”
“각자 포지션이 어떻게 됩니까? 직업에 따라 배치를…….”
그렇게 도전자들은 서로를 파악하며 신속하게 자신의 위치를 찾아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