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80화 (80/237)

# 80화.

?드래곤 레이드

***

충렬의 영지에서 주민이 된 이상, 박해일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비록 해골에 불과한 몸이 되었지만 여기서 사망하게 된다면 그는 진짜로 죽은 목숨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앞으로 살아갈 터전에 위험 분자가 머물도록 놔둘 수는 없지.]

그런 이유로 박해일은 충렬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행동했던 것이다. 어쨌거나 그는 그 말을 남기며 잔당들을 토벌하러 이동했다. 충렬도 함께 이동할까 했지만 아쉽게도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다.

[보스토크 백작의 뼈를 수집하시겠습니까?]

충렬은 당연히 고개를 끄덕였다.

“수집해.”

그러자 이전과 마찬가지로 보스토크 백작의 시체는 순식간에 해체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얼마 지나지 않아 뼈만 남게 되었다.

그렇게 깨끗하게 정리된 그의 뼈는 지금껏 보지 못한 성능을 내는 뼈였다.

[보스토크 백작의 뼈: 적용한 대상 해골이 ‘흡혈’ 스킬을 배울 수 있게 된다. 흡혈에 성공하면 새살이 돋아나고, 뱀파이어의 신체를 가지게 되면서 이전보다 전투력이 상승된다.]

무려 스킬을 배울 수 있게 해주는 뼈라니. 이곳에 도착하기 전, 다른 뱀파이어들의 시체도 살펴보았지만 이러한 기능은 없었다. 오직 보스토크 백작의 뼈에만 이런 능력이 추가되어 있었다.

‘흠… 누구한테 적용시켜야할까.’

샤오링과 마렉은 이미 뼈의 교체가 이루어진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데프론과 레일리, 그리고 제레미였다.

하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저에게 적용해 주세요.]

레일리. 그녀가 원했다. 솔직히 말해 레일리에게 보스토크 백작의 뼈를 적용시킨다면 나쁘지 않았다. 지금도 충분히 강력한 리치인데, 뱀파이어의 뼈로 인하여 신체를 얻어 전투력이 상승된다면…….

‘아마도 엄청나게 강해지겠군.’

외형은 뱀파이어처럼 되겠지만 평범한 뱀파이어의 수준은 아득히 뛰어넘을 존재가 될 것이 분명했다. 본질은 리치였으니까.

마음을 정한 충렬이 시스템에게 말했다.

“레일리에게 적용한다.”

그러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보스토크 백작의 뼈를 <리치 레일리>에게 적용합니다.]

동시에 백작의 뼈가 레일리의 체형에 맞게 약간씩 변형이 되었다. 그러고서는 레일리의 기존에 있던 뼈와 교체되어 갔다. 그렇게 잠시 뒤, 레일리에게 모든 뼈가 적용되었다.

[<리치 레일리>에게 보스토크 백작의 뼈를 완전히 적용했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충렬은 레일리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아직까지는 별다른 특징이 없었다. 모습만 보자면 이전과 같았다. 하지만 전투력은 확실히 달라졌다.

[<리치 레일리>가 ‘흡혈’을 배웠습니다.]

[흡혈: 대상을 물어서 혈액을 흡수해 스스로를 회복시킨다. 근접 거리에서 사용할 수 있다. 흡혈에 당한 대상은 흡혈이 끝나기 전까지 제압이 되며 움직일 수가 없다. (재사용 대기시간: 30초)]

이제 누군가를 흡혈하기만 한다면, 어느 정도로 강해질지 예상이 불가능했다.

‘원거리 딜러의 포지션도 이제는 무의미하게 되었다.’

근거리에서도 막강한 무력을 행사할 수 있을 터였다. 원래 강했지만, 이제는 더더욱 강해졌다.

다만 아직 흡혈할 대상이 없으니 조금 아쉬울 뿐이었다. 물론 충렬이 자신의 혈액을 내어줄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사양이었다.

‘헌혈은 다음 기회에 하도록 하고…….’

그나저나 요즘 하운드가 무언가를 먹질 않아서 조금 고민이었다.

잘 먹어야 진화도를 빨리 상승시킬 텐데, 언데드의 시체에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썩은 시체도 별로인가 보네.’

뭐, 나중에 어련히 알아서 챙겨 먹을까 싶었다. 그렇게 충렬이 보스토크 백작의 시체에 대해서도 마무리 지을 즈음, 시스템이 알려왔다.

[해골 기사 빈센트가 방문하기 위해 포탈을 연결하려 합니다.]

[허락하시겠습니까?]

충렬의 영토가 되어서 그런 것일까? 빈센트가 포탈의 연결을 시도했다. 포탈의 연결은 이런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았다.

‘신기하군.’

어쨌거나 그의 방문 요청에 충렬이 고개를 끄덕였다.

“허락한다.”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충렬의 앞으로 하나의 포탈이 생성되었다.

지이이잉.

그리고 거기로부터 하나의 해골이 등장했다. 그 해골은 충렬에게도 익숙한 해골 기사, 빈센트였다.

[반갑군.]

그런데 등장한 존재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뒤를 따라 제법 많은 숫자의 해골들이 이어서 등장했다.

***

빈센트가 찾아온 이유는 별것 아니었다.

[전하께서 앞으로도 잘 지내보자는 의미로 그대에게 주는 선물이다.]

그랬다. 그가 데려온 해골들. 그들은 해골왕 레오가 충렬에게 주는 주민들이었던 것이다. 물론 도전자들이 죽어서 되는 주민과 달리, 본래 이곳에서 살아가는 인원들이었기에 강력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해골들의 직업이 마음에 들었다.

<해골 일꾼1> <해골 일꾼2>… <해골 일꾼20>

무려 20마리나 되는 일꾼들이었다. 주민이라고는 해일밖에 없었는데, 충렬의 영지에 단번에 20마리의 해골 일꾼들이 추가되었다.

일꾼들을 전달해 준 빈센트는 다시금 되돌아가기 전에 충렬을 향해 말했다.

[다음에 시간이 되면 전하께서 한번 보자고 하시더군. 함께 사냥이나 가자고 말이야.]

“알겠습니다. 일꾼들을 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대신 전해주십시오.”

충렬의 대답에 빈센트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아직 사라지지 않은 포탈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럼, 이만 가보도록 하지.]

그렇게 빈센트가 되돌아가고, 남게 된 20마리의 해골 일꾼들. 녀석들은 멀뚱히 서서 충렬을 지켜볼 뿐이었다.

***

“흠… 무얼 시켜야 하지.”

충렬이 고민을 이어갔다. 한 영지의 수장이 되었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는 아직 잘 모르는 풋내기에 불과했다.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는 땅덩어리 하나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충렬의 고민을 시스템이 줄여주었다.

[도전자인 당신은 임무를 수행하기에 바쁩니다.]

[고로 주민들 중 하나를 대리인으로 선정하여 영지를 발전시켜 나아가십시오.]

[선정된 대리인은 나머지 주민들을 통솔하여 영지를 꾸려 나갈 것입니다.]

그러면서 시스템이 주민들의 목록을 보여주었다. 그 덕분에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각종 상태창과 능력들을 살필 수가 있었다. 그러나 해골 일꾼들이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을 리는 없었다. 일꾼이라는 명칭에 걸맞은 능력들뿐이었다.

‘흐음. 대리인이라…….’

물론 대리인을 선택할 수가 있다면 충렬의 선택은 이미 마음속으로 정해져 있었다.

“박해일을 대리인으로 지정한다.”

[당신 영지의 대리인으로 ‘박해일’이 선택되었습니다.]

[앞으로 그가 당신을 위해 영지를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덕분에 충렬은 이제 편하게 임무를 진행하면서, 영지의 혜택을 누리기만 하면 되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뭐? 대리인? 이게 뭐야?]

근처에 존재하지 않던 박해일의 음성이 충렬에게 들려왔다.

‘이건……?’

충렬도 의아해했다. 하지만 곧 알 수 있었다. 박해일과 떨어져 있어도 연락이 가능하다는 것을 말이다.

어쨌거나 박해일은 곧 상황을 파악하고 투정을 부렸다.

[젠장, 나한테 귀찮은 일을 떠넘기는군.]

충렬은 혹시나 싶어 속으로 생각해 보았다. 저쪽에서 음성을 전달해올 수가 있다면 이쪽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으니 말이다.

‘하하, 잘 부탁합니다.’

그러자 예상대로 생각한 것이 해일에게 전달되었다.

[어쩔 수 없지. 잡다한 일은 내 선에서 맡아주도록 하겠어.]

겉으로는 싫다는 내색을 하면서도 막상 역할이 생기자 수긍하는 그였다. 그리고 대리인으로 지정되면서 그도 어느 정도의 권한이 생긴 것 같았다.

[벌써 해골 일꾼 20마리가 생긴 것인가? 일단 잔당들을 먼저 처리하고 나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살펴볼 테니 나중에 연락하도록 하지.]

그러면서 그는 해골 일꾼이 생긴 것에 대해 조금은 만족하는 것 같았다.

[일꾼들이 해골로 구성되어 있으니 꾸준한 노동력을 착취할 수가 있겠군. 먹일 필요도, 재울 필요도 없으니까.]

역시나 그를 대리인으로 선택하길 잘한 것 같았다. 벌써부터 그의 발상은 심상치 않았다.

‘나보다 더 사악한 것 같은데?’

그렇게 그와의 연락이 끝날 사이, 시스템이 물어왔다.

[당신은 특수 임무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그곳에서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여야 레벨을 올리기가 가능합니다.]

[특수 임무 지역으로 이동하시겠습니까?]

[이동을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레벨을 더 이상 올리지 못합니다.]

평온한 말투로 선택을 물어보는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그 내용은 결코 평온하지 않았다.

‘앞으로 레벨을 올릴 수가 없다라…….’

그 말인 즉, 다른 이들이 앞으로 치고 나갈 때 자신은 도태된다는 소리였다. 만약 특수 임무를 수행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렇다면 고민할 필요가 없지. 당연히 수행해야 한다.’

그렇게 충렬이 마음을 정하는 동안 시스템은 친절하게도 다음 임무 지역에 대한 정보를 살짝 알려주었다. 그런데 특수 임무라는 것이 조금 난해한 것이었다.

[다음 지역에서 당신은 드래곤을 토벌하기 위한 토벌대에 참여하게 됩니다.]

‘드래곤을 사냥해야 한다고?’

정말로 드래곤을 사냥해야 한다면 지금까지 상대했던 적들과는 수준을 달리할 것이 분명했다. 상상으로만 떠올려 보았던 존재인 드래곤. 그 녀석을 실제로 마주한다면 어떻게 될까?

‘상대하기가 쉽지는 않겠지.’

[다음 지역에서 상대하게 될 드래곤은 어둠에 잠식당한 ‘아르타디아’입니다.]

어둠에 잠식당한 드래곤. 그리고 그런 녀석을 토벌하라는 시스템.

거기까지가 제공되는 정보의 전부였다. 그 외에는 시스템이 정보를 주지 않았다. 오직 한 가지만 물어볼 뿐이었다.

[토벌에 참여하시겠습니까?]

[아니면 포기하시겠습니까?]

[포기를 해도 레벨만 올리지 못할 뿐, 다음 임무는 계속해서 수행이 가능합니다.]

특수 임무는 포기를 해도 도전자의 자격은 그대로인 것 같았다.

‘그러나 수행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번 임무를 포기한다는 것 자체가 반쪽짜리의 도전자가 되는 것이었으니까.

‘어쩔 수 없군.’

아직 영지에서의 일이 완벽히 끝나지 않았지만, 이곳의 일은 박해일과 시스템의 임무를 수행중인 50명의 도전자들에게 맡기기로 했다. 우선은 특수 임무를 완료하고 오는 수밖에 없었다.

생각을 정리한 충렬이 입을 열었다.

“토벌에 참여한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충렬은 어딘가로 이동되었다.

***

충렬이 이동된 곳은 울창한 나무들이 즐비한 산악 지대였다. 그런 장소에서 충렬이 도착한 장소는 도전자들이 모여 있는 캠프였다.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기운을 가진 도전자들이 주변에 가득했다.

‘엄청나게 많군.’

도전자들의 숫자는 충렬까지 포함해 정확히 30명이었다. 이들은 오로지 ‘드래곤 토벌’이라는 목표 아래에서 모이게 되었다.

충렬이 마지막으로 도착한 도전자였던 것일까? 시스템이 설명을 이어갔다.

[지금부터 당신들을 드래곤 ‘아르타디아’를 토벌하기 위하여…….]

그런데 시스템의 음성은 거기까지였다. 시스템은 더 이상 설명을 하지 않았다. 아니, 설명을 하지 못했다.

저 멀리서 거대한 존재가 허공을 가로지르며 들이쳐 왔기 때문이다. 그 존재는 토벌해야 할 대상인 드래곤이었다. 어둠에 잠식당한 것이 정말인지, 놈의 비늘은 온통 거무죽죽했다. 더군다나 멀리서 보았음에도 녀석의 크기는 상상하지도 못할 정도로 거대했다.

현재 캠프에 모인 이들은 모두가 레벨이 10인 도전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들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는지 욕지거리를 내뱉기 시작했다.

“헉, 씨발. 벌써 드래곤이 나타난다고?”

“뭐야? 시작하자마자?”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이어질 수가 없었다. 저 멀리서 움직임을 멈춘 드래곤. 녀석이 심상치 않은 행동을 해서다.

[어둠에 잠식당한 아르타디아가 드래곤 브레스를 내뱉기 위해 숨을 들이쉽니다.]

[드래곤 브레스는 적중된 모든 지역을 초토화시킵니다.]

[어서 빨리 장소를 벗어나…….]

그렇게 시스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초장부터 등장한 아르타디아가 곧 자신의 숨결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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