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7화.
?보스토크 백작
***
라이프 드레인에 의하여 빅터는 안개의 상태에서 곧바로 흡수되며 사라졌다.
동시에 빅터를 처치하자 공장 내부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헉, 설마……?”
“빅터 님께서 당하셨다고?”
빅터와 함께하던 뱀파이어 둘. 녀석들은 즉시 밖으로 다시 나왔다. 하지만 녀석들은 피의 안개라는 스킬도 쓰지 못하는 뱀파이어였다. 그저 흡혈밖에 없는, 그러한 조무래기였던 것이다.
물론 흡혈 하나로도 수많은 도전자들을 제압할 수는 있었다. 그렇지만 오늘만큼은 적수를 잘못 만난 녀석들이었다.
“레일리, 알아서 부탁합니다. 나머지는 사람들이나 찾아서 구해.”
충렬의 라이프 드레인이 뱀파이어에게 있어서는 상성상 우위의 스킬이었지만, 해골들도 만만치 않았다. 혈액이 없으니 흡혈이 통하는 존재가 아니었던 탓이다.
흡혈을 떠나서 만약 일반 해골이었다면, 그랬다면 뱀파이어의 무력에 당하는 것은 해골이었을 터였다. 그러나 충렬과 함께하는 해골들은 일반 해골이 아니었다.
어쨌거나 레일리와 해골 마법사들이 뱀파이어 둘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뒤늦게 상황을 인지한 뱀파이어 둘. 놈들은 뒷걸음질 치며 슬슬 몸을 내빼려 했다.
“이 사실을 어서 전해야……!”
그러나 놈들은 도주할 수가 없었다. 충렬이 해골들에게 뒤로 물러나라고 명령하지 않는 이상, 녀석들은 카르마로 환원되어야 했다.
[<리치 레일리>가 해골 마법사들과 함께…….]
그렇게 결국 혈액 공장을 지키던 뱀파이어들이 제압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
일반 뱀파이어의 시체 따위는 별다른 쓸모가 없었다. 그래서 놈들의 시체는 수집하지 않았다.
그렇게 녀석들을 정리하고 입장한 혈액 공장의 내부는 너무나 잔혹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도살자의 인육 창고를 겪어보았던 충렬이었다. 그런 이유에서일까? 이곳이 도살자의 창고보다 더욱 잔인하다는 것에 인상이 절로 찡그려졌다.
‘이 정도였으니 묘비에서도 자살에 성공한 이들을 축하한 것인가.’
침대 위에 묶여 있는 사람들. 마법적인 처리를 한 것인지 사람들은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입은 강제로 벌려져 있었으며, 혀는 깨어 물지 못하게 고정이 되어 있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들의 벌려진 입. 그 입으로는 돼지들도 먹지 않을 악취가 나는 꿀꿀이죽 같은 것이 연신 주입되는 중이었다. 아마도 죽지 않게 최소한의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리라.
그러나 정작 문제는 그것들이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그런 사람들의 옆구리에 하나의 관이 삽입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관의 끝에 연결된 통에는 혈액이 차오르고 있었다. 죽지 않을 정도로 조절했기 때문인지 그 양은 아주 미미했지만, 어쨌거나 그러한 상태로 사람들은 혈액을 갈취당하고 있었다.
‘마치 혈액을 공급하기 위한 고깃덩이에 불과한 모습이군.’
그러나 그들의 처참한 모습은 거기까지였다. 그들은 곧 충렬의 해골들에 의하여 구조되었으니 말이다.
***
뱀파이어라는 방해꾼이 사라졌기에 모든 이들을 구하는 것은 금방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스템이 알려왔다.
[혈액 공장에서 사육당한 도전자 50명을 모두 구조했습니다.]
[25,000카르마가 당신에게 주어집니다.]
보스 몬스터를 사냥한 것도 아니고, 단순히 인명을 구조한 것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주어지는 카르마의 양은 상상을 초월했다.
‘엄청나게 많이 주잖아?’
만약 이들을 구조하지 않고 지나쳤다면 엄청난 카르마를 날릴 뻔했다. 선행을 자처해서 하는 것은 별로 달갑지 않았지만 이렇게 보상을 약속해 준다면 당연히 움직여 주어야 했다.
“어쨌거나 레벨이나 올려야겠군.”
그 동안은 스킬의 랭크를 올린다고 레벨을 올리지 못했다. 때문에 이번에는 레벨을 올리기로 했다.
“시스템, 레벨을 올려줘.”
레벨을 올리려면 40,000카르마가 필요했다. 그렇게 레벨을 올리기로 결정하고 잠시 뒤, 상승된 레벨과 남은 카르마를 알 수가 있었다.
[레벨이 8에서 9로 상승되었습니다.]
[현재 레벨: 9(다음 레벨까지 50,000카르마 필요).]
[보유 카르마: 20,000]
충렬이 레벨을 올리는 동안, 구조된 사람들도 마침 정신을 차렸다. 그들은 방금 막 구조가 되어서 그런지 상태가 좋지 못했다. 깡마른 몸에 눈 밑까지 내려온 다크서클을 본다면 그들이 얼마나 힘든 상태인 것인지를 모를 수가 없었다.
피골이 상접했지만 그래도 도전자의 몸이라 그런지 간신히 버티고는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그들 중 회복 스킬을 가진 사람은 있었다. 그가 스킬을 사용했다.
“리커버리 에어리어!”
동시에 그를 중심으로 주변 이들에게 활력이 주어졌다. 해골들에게는 역효과의 스킬이었다. 하지만 스킬을 사용한 도전자의 스킬은 적아 구분이 가능했던 것인지, 해골들에게 별다른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어찌되었거나 덕분에 혼미한 상태이던 도전자들의 정신은 점점 맑아졌고, 혈색이 조금이나마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정신을 차리자 한 사람씩 충렬에게 감사 인사를 건네었다.
“드디어… 드디어 구출이 되었네요……. 크흑… 정말 감사합니다!”
“하… 죽고 싶어 미칠 뻔했는데.”
“와, 진짜 여길 벗어날 수 있게 된 거야? 젠장. 이제야……!”
“저희를 살려주신 분이신가요? 고맙습니다!”
그들의 인사에 충렬이 대충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신했다. 그러나 지금은 반갑게 인사를 나눌 시간이 아니었다.
‘아직 남아 있는 다른 뱀파이어들을 처리해야 한다.’
미니맵에는 아직 처치되지 못한 주요 뱀파이어가 존재하고 있었다. 그곳은 제레미가 향한 곳이었다.
충렬이 도착한 장소, 그리고 해일이 도착한 장소의 뱀파이어는 처치되었다는 표시가 따로 남겨져 있었다.
‘제레미는 아직 끝내지 못한 것인가. 설마 당한 것은 아니겠지?’
그렇게 충렬이 제레미가 향한 장소로 이동하려는 사이, 구조된 도전자들에게도 시스템이 임무를 부여했다.
“어? 여기 머물고 있는 잔당들을 처리하라는데?”
“곳곳에 퍼져 있는 구울들과 하급 뱀파이어를 없애라는 임무가 발생했어.”
“나도야.”
그랬다. 충렬과 일행들이 받은 임무는 주요 뱀파이어들을 사냥하는 임무였다. 때문에 구조된 이들에게는 흩어져 있는 적들을 제거하라는 임무가 주어진 것이다.
이 넓은 지역을 일일이 돌아다니기에는 솔직히 시간이 조금 아까웠다.
‘덕분에 귀찮은 일이 줄어들게 되었군.’
묘비에서 보았던 글대로 이들이 자살을 하려고하면 어쩔까도 싶었지만, 이들의 눈빛을 보니 당장에 그럴 것 같지는 않았다.
“제기랄. 복수를 해야겠어.”
“우리들을 이렇게 만든 녀석들에게 쓴맛을 보여주자고!”
그렇게 뒤처리는 구조된 이들에게 맡기기로 하고 충렬은 제레미를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
충렬과는 다른 방향으로 이동한 박해일.
그의 활솜씨는 일반적인 구울들이 감당해 내기엔 벅찼다. 한 발씩 쏘아질 때마다 하나의 구울이 처치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가 도착한 장소는 별달리 특별한 장소가 아니었다. 수면기에 들어간 뱀파이어들이 잠들어 있는 무덤가였다.
무덤가를 지키고 있는 뱀파이어들은 모두 다섯이었다. 놈들의 덩치는 모두 거대했다. 대략 2.3m 정도는 되어 보였다.
놈들의 주변에는 무덤가에 어울리는 묘비가 있었다. 물론 묘비는 뱀파이어들의 것이 아닌, 도전자들로 인해 생겨난 것이었지만 말이다.
-뱀파이어 오 형제 이놈들은 무슨 살가죽이 뚫리지 않아.
-뚫려도 금방 재생이 됨.
-ㅁㅊ. 근접거리까지 가지마라. 흡혈에 당한다.
-진짜 짜증. 맷집이 장난 아니잖아.
-장남 아니고 막내인데요.
-아재요. 여기서 이러시면 아니 됩니다.
해일은 주변의 묘비에 대한 정보를 읽으며 즉각 움직였다.
‘어차피 머리통이 박살 나면 죽겠지.’
그렇게 뱀파이어 다섯과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
뱀파이어 오 형제와의 전투. 그 전투의 승리는 박해일이 가져가게 되었다. 원거리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활을 쏘아대니 뱀파이어들은 당할 수밖에 없었다.
충렬이 상대했던 뱀파이어 빅터. 놈과는 달리 여기 있는 녀석들은 안개 스킬이 없었다. 그렇기에 해일이 손쉽게 승리를 거머쥘 수가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를 알고 있을 리가 없던 해일은 미니맵을 보더니 씨익 웃었다.
‘내가 제일 빨리 처치했군.’
뱀파이어 오 형제를 처치한 해일은 무덤 속에 잠들어 있는 나머지 뱀파이어들도 학살하기 시작했다. 잠들어 있던 뱀파이어들은 박해일 덕분에 깨어나지 않고 영원한 숙면을 취하게 되었다.
무덤가의 일을 마무리 지은 박해일은 다음 지역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제레미가 가까우니 그를 먼저 도와주러 향해야겠어.’
***
제레미를 돕기 위해 이동한 박해일, 이동하는 도중 이번에도 역시나 구울들이 간간히 나타났다. 그렇지만 구울들 따위는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렇게 구울들을 사냥하며 이동한 해일은 마침내 제레미가 있을 장소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저기인가…….”
박해일이 도착한 장소는 넓은 별장이 보이는 곳이었다. 별장의 근처에는 제레미의 것으로 보이는 흔적들이 보였다. 그런데 무언가 느낌이 이상했다.
‘왜 이리 조용하지?’
제레미가 이곳에 왔다면 한창 전투를 하고 있을 터였다. 미니맵에는 아직 적이 처치되었다는 표시다 되어있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다니.
의문을 품은 해일이 조심히 앞으로 나아가기로 했다. 그가 검치호에게 말했다.
“기척을 죽이고 이동해.”
그러자 검치호가 알았다는 듯이 소리를 낮게 깔아가며 대답했다.
“크르르…….”
검치호와 박해일은 정문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별장의 담벼락을 넘어 그 안으로 침투하기로 했다.
잠시 뒤, 담벼락을 넘은 박해일은 볼 수가 있었다. 별장의 드넓은 정원. 그곳에 말라비틀어진 제레미의 시체를 말이다.
제레미의 시체 주변에는 수많은 구울들이 박살 나 있었다. 아마도 저 많은 구울들은 제레미가 직접 처리한 녀석들이 분명했다.
문제는 그중에 멀쩡히 서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바로 보스토크 백작. 이 일대를 차지한 뱀파이어 백작이었다.
제레미의 시체를 한창 살피던 보스토크. 그는 보고 있지도 않았으면서 어떻게 알았던 것일까? 조용히 담벼락을 넘어온 박해일을 향해 즉시 고개를 돌렸다. 박해일의 모습을 본 것도 아닌데 그의 존재를 알아차린 것이다.
“쥐새끼가 한 마리 더 있었군.”
그러면서 보스토크는 곧바로 스킬을 사용했다.
“블러디 커스.”
그러자 박해일에게 상태 이상이 주어졌다.
[보스토크 백작이 ‘블러디 커스’를 당신에게 사용하였습니다.]
[당신의 혈액이 점점 오염되어 갑니다.]
[혈액이 완전히 오염되기 전에 보스토크를 처치하지 않으면 당신은 15분 뒤에 사망합니다.]
[혈액이 완전히 오염되기까지 남은 시간: 14분 59초.]
보스토크 백작의 저주에 당한 박해일은 욕을 내뱉었다. 지금껏 이런 지독한 상태 이상은 처음이었던 탓이다.
“이런 미친!”
그 때문일까? 본래라면 침착하게 대응했을 해일도 이번만큼은 어쩔 수 없이 보스토크 백작을 향해 즉시 들이쳐 갔다.
왼쪽 손목으로는 죽음의 방패를 끼우고 손에는 활을 쥔 박해일. 그는 동시에 오른쪽 손으로 활시위를 당기며 즉각 움직였다. 급하게 움직이는 그의 표정에는 다급함이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