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76화 (76/237)

# 76화.

흡혈 VS 라이프 드레인

***

처음에 나타난 5마리.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목적지로 향할수록 나타나는 구울들은 끊임이 없었다.

등장하는 놈들의 숫자는 매번 일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괜찮았다. 놈들은 나타나는 족족 카르마를 반납해야만 했으니 말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환경이었다. 이동하면 할수록 안개도 더욱 짙어졌다. 때문에 시야를 구분하기가 점점 어려워졌고, 마침내는 미니맵만 보고서 이동을 해야 했다.

시야가 온통 가려지자 레일리가 말했다.

[주변 환경이 정말 지독하군요.]

“그래도 거의 다 왔습니다. 조금만 이동하면 도착입니다.”

과연 도착하게 된다면 어떠한 뱀파이어를 만나게 될까?

‘처음부터 보스토크 백작을 마주쳤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놈은 이곳에서 제일 강한 존재였다. 그러니 그만큼 많은 카르마를 줄 터.

‘뭐, 다른 뱀파이어더라도 상관은 없겠지만.’

어쨌거나 그렇게 생각하며 이동할 무렵, 목적지가 눈앞에 나타났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짙었던 안개는 다시 옅어졌다.

아직까지 뱀파이어는 단 한 마리도 만나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만나게 될 것이었다.

“다 왔습니다.”

목적지에 근접하니 구울들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도착한 장소는 이상한 건물이었다. 거주지와 같은 그런 건물은 아니었다. 마치 공장이나 창고와 같이 생긴 거대한 건물이었다.

그러나 추측할 필요는 없었다. 어떤 장소인지는 시스템이 알려주었으니까.

[뱀파이어들의 혈액 공장에 도착하였습니다.]

‘혈액 공장?’

충렬이 알기로는 뱀파이어들 주로 먹는 것은 혈액이었다.

‘그 혈액을 공급하기 위한 공장인가.’

하지만 어떻게 혈액을 공급하는 것일까.

‘설마 살아 있는 사람들을 묶어놓고 계속해서 피를 뽑는 것은 아니겠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위를 둘러본 충렬은, 자신의 생각이 사실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혈액 공장 근처에는 수많은 묘비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묘비들이 공장과 관련된 정보를 알려주었다.

해골왕의 영역으로 오면서 이 정도로 많은 묘비들은 지금껏 보지 못했다. 그만큼 수많은 묘비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형님들, ㅠㅠ 저는 먼저 갑니다.

-여러분 고생하세요. 저도 이만 갑니다!

-꼼짝도 못 하고 피만 뽑힌 지난 세월. 드디어 벗어난다! 야호!

-자살했는데 햇볕 따뜻한, 농사 짓기 좋은 곳으로 가고 싶다.

-와! 자살에 성공하셨나요? 축하드려요!

수많은 도전자들의 묘비. 그를 보면 모를 수가 없었다. 이곳에서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강제로 피만 뽑히고 있는 중임을. 그것도 무려 도전자들이 말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지?’

왜 이렇게 도전자들의 묘비가 많을까? 그 이유는 단순했다. 바로 이곳은 임무를 수행하는 지역 중에 하나여서다.

-사람들 구출하기 임무 왜 이렇게 어렵나요.

-헐랭. 뱀파이어 너무 안 죽는다.

-거의 다 죽였다고 생각했는데 흡혈로 생명력 회복ㅋ

처음엔 다른 임무였겠지만 나중에 구출 임무로 변하면서 결국 이렇게 되어버린 것이리라. 그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 채로.

그런데 그때였다. 충렬이 묘비들을 잠시 살필 무렵, 시스템이 알려왔다.

[당신에게 돌발 임무가 주어집니다.]

그렇게 시작된 돌발 임무는 다음과 같았다.

[혈액 공장에서 고통 받고 있는 도전자들을 해방하십시오.]

[해방에 성공한 도전자 한 명마다 카르마의 추가적인 지급이 있습니다.]

[도중에 사망한 도전자가 발생 시, 그는 구울이 되어 적으로 돌아섭니다.]

충렬에게 주어지는 돌발 임무. 아마 이 임무는 이곳으로 이동된 도전자들에게 주어지는 임무가 분명했다.

‘그나저나 추가적으로 카르마를 준다라.’

그래. 이래야 움직일 의욕이 생겼다. 사실 충렬은 구해주어야 할 의무 따위를 느끼지는 못했다. 어디까지나 자신은 뱀파이어들을 처리하고 빠르게 이동하여야 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묘비의 글을 보았음에도 별다른 관심을 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적으로 돌아선다는 것은 조금 골치가 아프겠지.’

때문에 레일리를 시켜서 저 공장을 파괴시켜 버릴까도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그러면 안 되었다.

‘준다고 하는 카르마를 마다할 이유는 없다.’

그러한 이유로 지체 없이 이동하기로 했다. 혈액 공장을 향해서 말이다. 그렇지만 이동하기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혈액 공장을 지키던 뱀파이어들이 당신을 저지하기 위하여 등장합니다.]

***

충렬의 전력은 헬 하운드, 레일리와 해골 마법사 4마리, 그리고 샤오링에 더하여 마렉과 데프론을 포함한 해골 보병 8마리까지. 모든 전력이 소환되어 있었다.

해골은 거기에서 하나를 더 소환할 수가 있었다. 그렇기에 마렉의 직업과 같은 사제를 추가적으로 소환했다. 해골들의 빠른 치료를 위해서다.

그런 충렬의 맞은편으로 나타난 뱀파이어의 숫자는 겨우 3마리였다.

‘이곳을 지키는 뱀파이어는 3마리밖에 없는 것인가.’

자신의 전력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적은 숫자였다. 하지만 뱀파이어들의 기세는 범상치 않았다.

특히 뱀파이어들 중에서 가장 강해 보이는 한 녀석. 녀석은 혀를 끌끌 차며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조금 귀찮게 되었군. 고작 인간의 몸뚱이 하나를 얻는 것 치고는 힘든 싸움이 되겠어.”

가운데 위치한 그 녀석은 어지간히 전투에 자신이 있었던 것일까? 말은 그렇게 했어도 물러나려는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마치 언제나 하던 일이라는 듯이 평범한 말투를 이어갔다.

그러자 그의 옆에 있던 뱀파이어가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해골들을 지원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해골들은 제가 모두 처리하겠습니다.”

녀석들은 충렬이 소환한 해골들인 것을 몰랐다. 그저 해골왕에게서 지원을 받은 줄로 아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가운데 위치한 뱀파이어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나서려는 뱀파이어를 만류했다.

“흠… 그럴 것 없다. 내가 가서 모두 처리하고 오마. 너희들은 탈출하는 인간들이 없나 감시해. 가끔 소란이 일어나면 눈을 속였던 녀석들이 한둘씩 탈출하려고 하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감시하기 위해 돌아가겠습니다.”

그렇게 나머지 뱀파이어 둘은 공장으로 돌아갔다. 결국 혼자 남게 된 뱀파이어 하나. 녀석은 충렬을 향해 걸어왔다.

뚜벅. 뚜벅.

물론 완전히 다가올 수는 없었다. 해골들이 길을 가로막고 있었으니까.

어찌되었거나 충렬과의 거리가 어느 정도까지 가까워지자 녀석이 제안했다. 녀석은 충렬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이봐 인간. 얌전히 붙잡힌다면 목숨만은 살려주지.”

뱀파이어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녀석의 꿍꿍이를 충렬이 모를 리는 없었다. 공장에 들어가 혈액을 공급할 생각이 없었던 충렬이 녀석의 말을 따라서 해주었다. 그 내용은 약간 수정했지만 말이다.

“얌전히 목을 내민다면 고통 없이 깔끔하게 죽여주지.”

그러자 녀석이 인상을 찡그렸다.

“오만방자한 녀석. 네 녀석은 평생 고통스럽게 피를 갈취해 주마.”

그러한 뱀파이어의 반응을 보며 충렬이 심드렁하게 반응했다.

“그러시던가.”

충렬은 뱀파이어에게서 딱히 긴장감을 느낄 수가 없었다. 뱀파이어가 어떻게 전투를 하는지 직접 겪어보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대충 어떠한 방식으로 전투를 이어나갈지는 알고 있다.’

이곳에 존재하는 수많은 묘비들. 거기에 적혀 있었다. 이곳을 지키는 뱀파이어의 특징에 대해서 말이다.

-여기 뱀파이어는 피의 안개라는 스킬을 사용한다.

-ㅇㅇ조심. 안개로 변해서 이동함. 공격 자체가 통하지 않음.

-자기가 질 것 같으면 안개 사용해서 도망감.

-또는 흡혈로 생명력 회복해서 짜증.

-근데 공격 패턴을 알고 있어도 당할 수밖에 없지 않냐?

-연계하면 ㄹㅇ사기 스킬. ㄷㅇ? ㅇㅂㄱ.

묘비의 글을 모두 읽은 충렬은 어떤 것을 가장 주의해야 할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제일 조심해야 하는 것은 흡혈이다.’

놈이 가진 공격 스킬은 흡혈 하나인 것 같았다. 하지만 그만큼 지독한 스킬이기도 했다. 피의 안개로 모든 공격을 피하고, 흡혈을 사용하니 도전자들이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충렬은 문득 궁금한 점이 생겼다.

‘놈의 흡혈과 나의 라이프 드레인. 둘이 붙으면 어떻게 될까.’

아마 흡수가 더욱 빠른 쪽이 승리를 할 터였다. 어쨌거나 놈에 대한 정보를 머릿속에 넣은 충렬이었다.

그리고 그때쯤, 녀석의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묘비에 적힌 글 그대로 녀석이 스킬을 사용했다.

“기고만장한 네 놈의 표정을 뭉개어주마! 피의 안개!”

동시에 놈의 몸이 붉은 안개로 변했다. 붉은 안개로 변한 녀석은 충렬을 향해 덮쳐갔다.

녀석이 덮쳐오자 해골들이 놈을 막기 위해 길을 막았다. 그렇지만 녀석의 이동을 막을 수는 없었다.

심지어 해골들은 안개로 변한 놈을 향해 공격해 보았지만 모든 공격은 무효화되었다. 허공을 공격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묘비에 적힌 말대로 공격 자체가 되질 않았다. 그렇게 안개로 변한 녀석이 충렬에게 도착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눈치가 빠른 헬 하운드가 충렬을 물고 장소를 벗어나려 했지만 충렬은 하운드를 제지했다.

“괜찮아. 가만히 있어.”

어차피 평범한 수단으로는 뱀파이어에게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 때문에 하나를 실험해 보기로 했다. 라이프 드레인도 과연 통하지 않을지 시험해 보기로 한 것이다.

그래도 당장 안개인 상태에서는 스킬이 통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스킬을 사용하는 시기는 따로 정해두었다.

‘놈의 안개가 풀리는 순간. 라이프 드레인을 사용한다.’

그렇게 충렬이 묵묵히 기다리고 있을 때, 충렬의 앞으로 녀석이 도착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피의 안개로 변했던 뱀파이어. 녀석은 충렬의 앞에서 다시금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녀석은 처음부터 흡혈 스킬을 사용하지 않았다. 구울들과 마찬가지로 물리적으로 충렬을 제압하려고 했다.

“얌전히 무릎을 꿇어라!”

몸을 움직여 충렬을 향해 공격해 오는 뱀파이어. 코앞에서 뱀파이어가 공격해 왔지만 충렬은 피식 웃었다.

“왜? 무릎을 꿇으면 뭘 해줄 건데?”

동시에 충렬은 덮쳐오는 녀석의 공격을 옆으로 이동하며 피했다. 의외로 침착한 충렬의 반응에 위화감을 느낀 뱀파이어였다. 보통의 인간들이라면 도망을 치던가, 혹은 악다구니를 쓰면서 발악을 하던지 등의 반응을 보여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놈이 당황하거나 말거나 충렬은 입을 열었다.

“한번 놀아보자.”

그러면서 놈에게 스킬을 사용했다.

“라이프 드레인.”

***

라이프 드레인을 사용하자 놈에게 빨간 선이 연결되었다. 동시에 시스템이 알려왔다.

[뱀파이어 ‘빅터’의 생명력을 흡수합니다.]

[방대한 생명력으로 인해 온몸에 활력이 생깁니다.]

반대로 빅터의 몸은 말라가기 시작했다. 몸에서 생명력이 빠져나가자 빅터의 표정엔 당혹감이 드러났다.

“이… 이 무슨……!”

자신의 생명력이 빨려나가자 당황한 것이었다.

그래서일까? 녀석은 충렬에게 재차 달려들며 스킬을 사용했다.

“흐, 흡혈!”

당연히 충렬은 놈의 흡혈에 당할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피하려고 했다. 그런데 놈의 스킬은 강제성을 띄고 있었다. 그 때문에 충렬의 팔은 자동으로 들리더니 녀석의 이빨에 그대로 내어주었다.

그제야 충렬은 알 수가 있었다.

‘흡혈 스킬에 당하니 몸을 움직일 수가 없군.’

움직일 수가 있었다면 놈이 흡혈하는 동안 목을 쳐내면 되었을 터였다. 왜 도전자들이 당한 것인지 이제야 알 수 있었다.

물론 충렬은 흡혈에 당하자 몸의 혈액이 놈의 입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상관은 없었다. 라이프 드레인이 잃은 만큼의 혈액을 계속해서 보중해 주어서다.

거리가 멀어지지 않는 이상, 라이프 드레인이 취소되는 일은 없었다. 아무리 제압된 상태라고 해도 말이다.

[‘빅터’의 생명력으로 손실된 혈액을 모조리 보충합니다.]

덕분에 말라가는 것은 빅터였다. 아무리 흡혈하기 위해 이빨을 박았다고는 해도 혈관에서 공급되는 혈액의 양은 정해져 있었다.

그러나 라이프 드레인은 달랐다. 대상의 생명력 자체를 흡수하는 것이었으니까.

흡혈로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것일까? 빅터는 즉시 흡혈을 중단했다.

“허억. 헉.”

그러더니 도망을 치려고 했던 것인지 안개로 변했다.

“피의 안개!”

그러자 녀석의 몸은 안개로 변했다. 그런데 신기한 점이 있었다. 놈과 연결된 라이프 드레인이 해제되지 않았다.

비록 놈이 안개로 변했을지라도 한번 연결된 라이프 드레인은 유지가 되었던 것이다. 거리가 멀어지지 않으니 스킬이 취소가 되지 않았다.

‘오, 이건 좀 대박인데?’

안개로 변한 녀석을 공격할 수단은 없다고 보아도 좋았다. 그렇지만 라이프 드레인은 안개로 변한 녀석에게도 통했다.

오히려 안개로 변한 녀석은 계속해서 생명력이 빨려가는 느낌을 받고서 당황했다. 안개로 변해서인지 놈의 목소리가 정신을 울리며 들려왔다.

[이게 무슨……!]

동시에 녀석은 충렬의 곁에서 떨어지기 위해 즉시 이동했다. 안개로 변한 녀석이 공장의 방향으로 이동했지만, 충렬도 녀석을 따라 움직였다.

“어딜 가려고? 같이 가지 그래?”

충렬이 따라오자 녀석이 질겁했다.

[저, 저리 떨어져!]

그러나 녀석은 충렬의 곁을 떠날 수가 없었다. 충렬은 안개로 변한 녀석의 중심지에 들어가 녀석이 움직이는 방향대로 계속해서 따라붙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시스템이 알려왔다.

[혈액 공장을 지키던 뱀파이어 ‘빅터’를 처리하였습니다.]

[3,000카르마를 습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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