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75화 (75/237)

# 75화.

리치의 무력

***

서로 가기로 한 목적지를 정하고 흩어졌다. 주요 장소를 단순히 표현하자면 왼쪽, 중앙, 오른쪽이었다. 충렬이 목적지로 삼은 곳은 오른쪽. 뱀파이어 영지에서 오른쪽 끝에 표시된 장소였다.

충렬은 레일리와 함께 하운드의 등에 탑승하고 달렸다.

‘빠르게 처치하고 다른 이들에게 합류한다.’

시스템이 적정 지역으로 보내주는 임무와는 달랐다. 그러니만큼 어느 정도로 강력한 적이 등장할지는 몰랐다.

그렇게 생각하며 얼마나 달렸을까? 대략 목적지까지 절반가량이 남은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하운드가 잠시 움직임을 멈추었다.

“크르르르…….”

왜 멈춘 것일까. 이유가 있을 터였다. 하운드의 반응에 충렬도 주변을 경계했다.

‘아무래도 적이 나타났나 보군.’

신경을 한껏 곤두세우자 역시나 심상치 않게 뒤바뀐 공기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안개 때문에 보이지만 않았을 뿐, 주변으로부터 지독한 살기가 느껴졌던 것이다.

짙은 안개로 인해 어느 정도의 적이, 혹은 어떠한 적이 접근하는지는 몰랐다. 그러나 거기에 대해서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시스템이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당신의 접근에 뱀파이어의 수족인 구울들이 깨어났습니다.]

[적지 않은 숫자의 구울의 무리가 당신을 공격하기 위해 움직입니다.]

‘구울이라…….’

충렬은 구울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강력한지 모르지 않았다. 예전에 직접 구울의 몸이 되어본 경험이 있어서다.

‘설마 그 정도는 아니겠지?’

당연히 그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오히려 그때보다 강력했다. 충렬은 안개를 뚫고 달려오는 구울들의 모습을 보고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놈들의 숫자는 총 다섯이었다. 그런데 달려오는 구울들의 속도는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예전에 보였던 자신의 움직임보다도 민첩했다.

‘젠장할! 뭐가 저리 빨라!’

물론 이대로 당할 생각은 없었다. 하운드의 등에서 전투를 벌이기에는 불편했다. 명령만 내리기보다는 직접 전투에 참여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충렬은 곧바로 하운드의 등에서 뛰어 내리며 소환 스킬을 사용하기로 했다.

‘녀석들의 움직임이 빠르니 우선 샤오링을 먼저 소환한다.’

보병들을 소환해도 소용이 없을 정도로 빨랐다. 때문에 마음을 정한 충렬이 입을 열었다.

“해골 소환 샤오링!”

동시에 충렬을 따라서 레일리도 소환 스킬을 사용했다.

[해골 마법사 소환.]

그렇게 소환 스킬을 사용했을 때, 구울들이 지척거리까지 들이닥쳤다. 악귀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구울들. 놈들은 지능적으로 움직였다.

“키에에엑!”

“키아악!”

숫자 자체는 이쪽의 인원이 많았지만 녀석들도 그러한 점은 충분히 인지했다. 그래서일까? 레일리와 해골 마법사들에게는 고작 2마리만 향할 뿐이었다. 반대로 충렬에게는 3마리가 달려왔다.

충렬은 지체 없이 구울 한 녀석을 가리키며 스킬을 사용했다.

“라이프 드레인!”

그러자 라이프 드레인이 구울 한 녀석에게 적용되었다. 하지만 스킬을 사용했을 때는 구울들이 코앞까지 들이닥친 상황이었다. 때문에 충렬은 고개를 숙이며 곧바로 옆으로 굴렀다. 충렬이 자세를 낮추자마자 그 위를 구울들의 손톱이 지나쳤다.

스윽!

슥!

스윽!

재빠른 구울들의 공격에 충렬이 한숨을 쉬었다.

‘더럽게 빠르군.’

어쨌거나 충렬을 일시에 덮친 3마리의 구울은 결국 목표물을 잃고 지나쳐 버렸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녀석들은 오로지 충렬만을 목표로 삼은 것일까? 주변의 다른 존재들에게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놈들은 다시금 충렬을 향해 시선을 주었다.

이어지는 시스템의 말에 충렬은 알 수 있었다. 구울 셋의 시선이 왜 자신에게만 향하는지를 말이다.

[구울들이 살아 있는 당신의 냄새에 깊은 증오를 느낍니다.]

그러나 충렬만 노린 행위는 녀석들의 실수였다. 하운드와 샤오링의 존재에 경각심을 가졌어야 했다. 공격에 실패한 이상 재빨리 장소를 벗어났어야 했던 것이다.

왜냐고? 이제는 놈들이 당할 차례였기 때문이다. 구울들의 근처에 있던 헬 하운드. 하운드는 구울들을 향해 앞발을 휘둘렀다. 충렬에게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던 구울들이 피하기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두툼한 헬 하운드의 앞발이 구울 두 녀석의 몸통을 그대로 후려갈겼다. 뒤늦게 한 녀석이 경각심을 가지고 피했지만 두 마리는 피하지 못했다.

결국 하운드의 공격으로 인하여 간단한 타격 소리가 들렸다. 정확히 두 번.

퍼억!

퍽!

그렇지만 결과만큼은 단순하지가 않았다. 하운드의 묵직한 앞발에 타격당한 구울들. 녀석들은 날아가는 도중 사망 선고를 받고 말았다.

[구울의 사지가 으스러지며 사망합니다.]

[구울의 두개골에 충격이 가며 사망합니다.]

[400카르마를 습득합니다.]

[400카르마를 습득합니다.]

역시 체급이 깡패였다. 아무리 민첩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구울일지라도 버티지는 못했다. 묵직한 일격에 얻어터지니 버틸 재간이 없었나보다.

더군다나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간신히 하운드의 일격을 피해내었던 하나의 구울. 녀석에게는 샤오링이 따라붙었다.

그렇게 샤오링이 구울과 대치하게 되었다. 그때서야 구울의 진짜 전투력을 드디어 확인할 수가 있었다. 녀석의 움직임이 얼마나 민첩한지,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횡으로 휘둘러지는 샤오링의 블랙 데스.

그 일격을 구울은 어렵지 않게 회피했다. 고개를 간단히 젖히는 것으로 피해내었다.

그러나 샤오링의 공격이 거기서 끝은 아니었다. 검황의 길을 걷는다는 옵션을 선택해서일까? 샤오링의 전투 센스가 달라졌다.

‘저런 생각을 하다니.’

단순히 횡으로 휘두르는 것으로 그칠 것이라 생각했던 샤오링의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검이 휘둘러지기는 했다. 그렇지만 샤오링이 휘두른 블랙 데스는 구울이 고개를 젖힌 장소에 우뚝하고 멈추어 있었다.

‘애초에 놈이 피할 거라고 예상한 것인가?’

그것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샤오링의 검이 휘둘러지면서 구울을 완전히 지나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고개를 젖힌 구울의 이마 위에 정확히 멈추어진 샤오링의 블랙 데스였다. 샤오링은 그 자세 그대로 블랙 데스를 내려 그었다.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는 아래쪽을 향해서 말이다.

아무리 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구울일지라도 회피하기에는 불가능했다. 이미 한번 움직였기에 자세가 불안정하게 되어서다.

결국 샤오링의 일격을 피했을 것이라고 예상되었던 구울의 몸이, 눈 깜짝할 사이에 반쪽으로 쪼개어졌다.

서걱!

보통의 검과는 다른 블랙 데스였다. 덕분에 구울의 몸은 두부가 잘리듯 절단되어 버렸다. 너무나 간단히 반으로 쪼개진 구울의 몸뚱이가.

양옆으로 갈라지며 바닥으로 무너졌다.

털썩.

그렇게 샤오링이 구울을 처치하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400카르마를 습득합니다.]

이제 남은 구울의 숫자는 2마리였다. 레일리와 해골 마법사들에게 달려든 2마리가 아직 남아있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2마리쯤이야 어렵지 않았다.

해골 마법사들의 품으로 달려든 구울 두 마리였다. 녀석들의 모습은 마치 양 떼들 속으로 난입한 늑대와 같이 날뛰었다.

근접전에 매우 취약한 해골 마법사들이었다. 때문에 본래라면 구울들에게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달랐다. 구울들은 달려들 대상을 잘못 선택했다.

지금의 해골 마법사들은 순한 양들이 아니었다. 리치라는 레일리의 존재로 인해 양의 탈을 쓴 범으로 변했다.

그리고 당연한 소리겠지만 늑대 두 마리 따위는 호랑이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오히려 놈들은 죽을 장소를 잘못 찾아 호랑이들의 무리 속으로 뛰어든 셈이었다.

[<리치 레일리>가 해골 마법사들을 조작합니다.]

[<리치 레일리>의 트리플 파이어볼트와 더불어 해골 마법사들의 기초 마법이 구울에게 사용됩니다.]

그 말을 끝으로 달려드는 구울 하나에게 쏟아지는 마법 폭격.

퍼벙!

펑!

퍼버벙!

그중에서 트리플 파이어볼트는 단연코 압권이었다. 그것은 단숨에 구울의 몸에 바람구멍을 만들었다.

푸부북!

물론 해골 마법사들의 공격 또한 뛰어났다. 아무리 기본 마법에 불과할지라도 화력이 집중되니 효과는 엄청났다.

때문에 마법에 당한 구울의 몸은 순식간에 걸레짝이 되어버렸다. 온몸에 구멍이 뚫린 구울은 그 질긴 생명을 유지하지 못했다.

[400카르마를 습득합니다.]

그러나 일점사를 했기에 아직 하나의 구울이 건재하게 남아 있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구울은 레일리를 우선적으로 제거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달려들었다. 그런데 웬걸. 손톱을 치켜세우며 달려드는 구울을 향해 오히려 레일리가 다가갔다.

자칫하면 구울의 공격에 박살 나버릴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구울의 공격은 결코 약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리치가 되면서 레일리의 기본 스펙 자체가 강해졌다는 것을 곧이어 알 수가 있었다. 레일리는 더 이상 일반적인 해골 마법사가 아니었다.

“키에에엑!”

구울이 괴성을 지르면서 레일리를 향해 손톱을 휘둘렀다. 그렇지만 레일리는 휘둘러 오는 구울의 손목을 한 손으로 잡았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구울의 손목은 너무나 쉽게 제압되었다.

턱!

한손을 제압당한 구울이 더욱 거세게 괴성을 질러대었다.

“키아아아아아악!”

그러면서 잡히지 않는 나머지 손으로 레일리를 향해 휘둘렀다.

하지만 레일리 역시 멀쩡한 손이 하나 더 있었다. 곧 녀석의 반대쪽 손목은 또다시 레일리의 손에 간단히 붙잡혔다.

턱!

양 손목이 레일리의 손에 붙잡힌 구울이었다. 어이없게 제압당한 녀석은 레일리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악다구니를 써댔다.

“키에엑! 키아아악!”

그러나 레일리가 붙잡은 구울의 손목은 약간의 흐트러짐도 없이 그 자리를 유지했다. 아무리 발악을 해도 구울은 레일리의 손아귀 힘을 벗어날 수가 없었다.

믿을 수 없는 괴력에 놀란 것은 레일리였다.

[온몸에 활력이 돌기에 실험해 본 것인데… 리치라는 몸은 정말 생각 외로 강하네요.]

생각 외로 강하다니, 그 표현은 적절하지 못했다. 그보다 더 격한 표현이 필요했다.

‘괴물이 하나 탄생해 버렸어.’

충렬이 레일리의 강해진 모습에 약간의 충격을 받는 동안,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구울의 복부에 한쪽 발을 올리며 걸쳤다. 그러더니 구울의 양팔을 집어 당겼다. 그러자 구울의 양쪽 팔이 사정없이 뽑혀 나왔다.

푸슉!

얼마나 강한 괴력을 가졌기에 구울의 양쪽 팔을 뽑아낼 수 있었던 것일까?

‘미친.’

원거리 공격을 담당하는 리치가 아니라, 근접 딜링을 맡는 해골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샤오링보다도 더 강한 것 같은데?’

물론 순수한 괴력만을 보자면 샤오링보다 한 수 우위임에는 확실했다. 직접적인 전투는 겨루어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었지만 말이다.

‘만약 새로운 뼈를 레일리에게 구해다 주면 엄청나겠군.’

아마 리치의 몸도 해골이었기에 강력한 뼈를 구한다면 교체가 가능할 터였다.

‘그때는 또 더욱 강해지겠지.’

얼마나 강해질지 상상이 가질 않았다.

어쨌거나 양팔이 뽑힌 구울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녀석은 어느새 다가온 샤오링의 일격에 수급이 베어져야 했다.

서걱.

머리가 베어진 녀석이 남긴 것은 단 하나. 카르마였다.

[400카르마를 습득합니다.]

그렇게 녀석을 끝으로 습격해 온 구울들을 모조리 제거할 수가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