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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마스터-74화 (74/237)

# 74화.

보스토크 백작의 영지

***

레오에게 부탁해서 가지고 있던 잡다한 아이템들을 모두 처리할 수 있었다. 그는 값을 후하게 쳐주었다. 덕분에 많은 카르마를 얻을 수가 있었다.

어쨌거나 뱀파이어들을 몰아내기로 결정한 일행들. 분쟁 지역에서 한 팀이 되었고 그 질긴 인연이 여기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그렇게 이어지게 된 충렬과 일행들은 만찬을 끝내고 곧바로 이동하기로 했다.

거리가 매우 먼 지역이었지만 해골왕 측에서 포탈을 만들어주었다. 물론 적진 내부에는 만들 수가 없었다. 포탈이 만들어진 장소는 뱀파이어들이 점령한 지역의 주변 마을이었다.

포탈에 충렬과 일행들이 들어서기 전, 해골왕이 말했다.

[그럼, 조심히들 가시게.]

그의 배웅에 일행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동을 시작했다.

***

포탈을 통해 이동된 지역은 해골들의 마을이었다. 주변엔 무수히 많은 해골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해골들은 각자 정처 없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달그락. 달그락.

물론 해골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간혹 좀비들도 눈에 보였다. 언데드들은 충렬과 일행들이 등장하자 그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겔겔겔.

으워어어.

평범한 일반인이었다면 공포스럽게 느껴졌을 광경이었다. 그렇지만 이곳의 언데드들은 적이 아니었다. 그들도 일행들을 잠시 바라만 보았을 뿐, 더 이상은 관심을 가지지는 않았다. 다시금 정처 없이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할 뿐이었다.

제레미만 괜스레 호들갑을 떨었다.

“휴. 역시 이들의 모습에는 적응이 되질 않네요.”

그러거나 말거나 이제는 어떻게 뱀파이어들을 몰아낼지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뭐, 몰아낼 방법이야 닥치는 대로 제거하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 침범한 뱀파이어는 한 가문의 수장이라고 했었지.’

그 녀석과 함께 소속된 뱀파이어들을 처치하면 될 듯했다.

“그나저나 저 건너편의 장소가 뱀파이어들이 차지한 곳이라는 것 같은데.”

마을의 건너편. 안개가 가득하게 낀 장소가 있었다. 안개로 인하여 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볼 수가 없었지만, 레오가 알려준 바에 의하면 저쪽은 뱀파이어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장소가 확실했다.

그러나 저들의 지역으로는 당장에 이동할 수가 없었다.

뱀파이어들의 영역과 이곳 마을의 중간엔 커다란 호수가 존재했는데, 호수를 건너야 저쪽에 도착할 수가 있어서다.

‘그냥 건너기에는 거리가 조금 멀다.’

만약 억지로 수영을 해서 건너라고 한다면 건너지 못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충렬과 일행들은 곧 깨달을 수 있었다. 커다란 호수를 그냥 건너갈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라는 것을 말이다.

신기하게도 이곳에는 도전자들의 묘비가 존재했다. 호숫가의 근처에 만들어진 묘비를 발견한 일행들은 지체 없이 그곳으로 향했다.

-빡친다. 호숫가에서 해골의 장신구 찾아주기 하다가 죽었네.

-설마 호수에 들어갔나요? 호수 망령 ㄹㅇ극혐인데.

-ㅋㅋㅋ 사망임무. ㅊㅋㅊㅋ.

-호수에 빠져 죽은 사람들~ 소리 질러~

-응, 노잼이야.

언데드의 마을이었다. 그렇지만 이곳에서 임무를 받은 사람들도 있는 것 같았다. 물론 충렬과는 다른 임무였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호수에 함부로 다가가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호수를 건너야 저곳에 도달할 수가 있다.’

그래도 소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곳에도 묘비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으니 말이다. 충렬은 곧바로 일행들에게 말했다.

“우선 근처에 다른 정보가 없나 살펴보죠.”

“그러도록 하지. 최대한 묘비를 찾아봐야 할 것 같아.”

그렇게 일행들을 서로 흩어져서 묘비를 찾아보기로 했다. 호수를 건널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했기 때문이다.

***

각자 흩어진 일행들. 언데드의 마을을 돌아다니며 묘비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마을에는 묘비가 간간히 보이긴 했지만 아직까지 쓸모가 있는 것을 찾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때마침 제레미가 괜찮은 묘비를 발견했는지 크게 외쳤다.

“찾았습니다! 이쪽으로 모여주세요!”

그의 말에 충렬과 해일이 즉각 그곳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호수에 대해서 자세한 정보를 적은 묘비를 볼 수가 있었던 것이다.

-호수 건너려는 사람. 뱃사공 찾아가라. 해골 뱃사공의 위치는…….

-위치는 호숫가를 돌아다니다 보면 있음. 나룻배랑 같이 있다.

-와, 어떤 배를 타고 갈지 선택 잘해라. 잘못 타면 ㅈ된다. ㅇㅈ?

-ㅇㅇㅈ. ㅋㅋ뱃머리 돌리라고 공격해 봤는데 내가 털림.

-왜 공격함? 뱃사공 만렙러임. 물론 나도 공격해봄.

‘뱃사공이라는 해골이 있었군.’

아마도 그를 통해야 호수를 건널 수 있는 것 같았다. 묘비의 내용을 읽은 충렬은 곧바로 이동하기로 했다.

“호숫가로 가보죠.”

***

호숫가는 정말 넓었다. 주변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물밖에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묘비의 말이 정말이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뱃사공의 존재를 발견할 수가 있었다. 뱃사공은 낡은 로브를 뒤집어쓴 해골이었다.

해골은 한손에 긴 노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녀석의 뒤에는 나룻배가 여러 척이 있었다.

그런 해골 뱃사공의 앞으로 도착하자 시스템의 음성이 들려왔다.

[나룻배에 탑승하기 위해 오셨습니까?]

시스템의 물음에 충렬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시스템이 말을 이어갔다.

[나룻배의 목적지는 각각 다릅니다.]

[단순히 호수를 건너는 배부터, 저승으로 가는 배까지 매우 다양합니다.]

[이곳의 많은 배들 중 하나에 탑승한다면, 뱃사공이 노를 저어 당신을 목적지까지 인도해 줄 것입니다.]

[물론 탑승하여 발생하는 모든 결과는 당신의 책임입니다.]

묘비에서 사람들이 왜 뭐라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배를 잘못 탑승한다면 바로 저승행인가.’

해골 뱃사공은 아무런 말도 없었다. 그저 겔겔거리며 누군가가 나룻배에 탑승하기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어쨌거나 충렬과 마찬가지로 일행들 또한 시스템의 음성을 들었다. 때문에 고민했다. 괜히 잘못 탑승한다면 거기서 끝이었으니까.

하지만 충렬에게 하나의 방법이 떠올랐다. 방법은 의외로 어렵지 않았다. 가진 것으로 충분히 쉽게 이행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충렬은 곧장 입을 열어 자신의 의사를 밝혔다.

“저한테 생각이 있습니다.”

그러자 일행들이 반색한다.

“계획이 있는 것인가?”

“무슨 계획입니까?”

그 생각은 바로 해골을 소환하여 태워보는 것이었다.

“제가 해골을 소환하여 먼저 배에 태워보겠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안전해 보이니까요.”

충렬의 계획에 지금까지 묵묵히 있던 레일리가 처음으로 말을 하며 동의했다.

[좋은 생각이에요. 저도 해골 마법사들을 소환해서 태울게요. 그렇게 한다면 배의 목적지를 알 수가 있겠죠.]

역시나 소환수가 있으니 의외로 일이 잘 풀렸다. 물론 소환할 수 있는 존재가 없었다면 직접 몸으로 때워야 했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다른 이들이야 그러한 충렬의 의견에 반길 수밖에 없었다.

“해골들을 소환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군.”

“와, 진짜 다행이네요. 소환 스킬이 없었다면 위험할 뻔했네.”

그러나 그때였다. 일행들은 계획을 세울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을 얼마 지나지 않아 알 수가 있었다. 다른 도전자들과 달리 이번 임무를 수행하는 충렬과 일행들은 특별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해골 뱃사공이 ‘레오’의 임무를 수행중인 당신들을 알아봅니다.]

[그가 원하는 목적지에 태워다주겠다고 합니다.]

‘원하는 목적지에 그냥 태워다주겠다고?’

설마 이런 경우가 있을 줄은 몰랐다. 인맥의 영향을 받는 임무일 줄이야.

뱃사공의 행동에 충렬이 생각했다.

‘해골왕과 친해지면 이곳에 영지를 얻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네.’

정말이었다. 적대적이지 않고 우호 관계를 쭉 이어간다면, 이곳에 영지를 얻는 것 자체가 나쁘지는 않은 선택이리라.

그렇게 뜻밖의 혜택을 받는 충렬과 일행들이었다.

***

호수를 건너는 나룻배는 튼튼한 녀석으로 골라 탔다. 충렬과 레일리, 그리고 해일과 제레미. 마지막으로 뱃사공까지. 탑승한 인원은 총 다섯이었다.

나룻배가 전진하는 속도 자체는 빠르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 어떤 나룻배보다도 안전했다.

왜냐고? 뱃사공의 서비스가 단순히 태워다주는 것에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본래라면 뱃사공은 나룻배를 몰아 태워주기만 할 뿐. 그 외의 서비스는 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살아 있는 생명의 냄새를 맡은 호수 망령들이 수면 위로 올라옵니다.]

그랬다. 원래는 배를 타는 동안 호수 망령들을 계속 상대해야 했다. 놈들은 살아 있는 사람의 냄새에 이끌려 달려들었기에 전투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호수를 건너는 동안에는 말이다.

그러나 일행들은 호수 망령들을 상대할 필요가 없었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호수 망령들이 접근할 때마다 뱃사공이 처리해 주어서다.

[해골 뱃사공이 배에 접근하려는 호수 망령에게 노를 휘두릅니다.]

[호수 망령이 휘둘러진 노에 뺨을 얻어맞고 소멸합니다.]

당연히 장점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뱃사공이 처치한 호수 망령들. 녀석들부터 카르마를 얻을 수 있었다.

뱃사공이 호수 망령들을 처치할 때마다 카르마가 주어졌던 것이다. 그냥 가만히 배에 탑승하고만 있어도 말이다.

[나룻배에 탑승한 인원이 각각 100카르마를 습득합니다.]

고작 100카르마에 불과하다는 생각은 접는 것이 좋았다. 접근하는 호수 망령들의 숫자는 적지 않았으니까.

만약 뱃사공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급박하게 방어해야만 했을 상황이었다. 하지만 뱃사공 덕분에 일행들은 편안하게 호수를 건너갈 수가 있었다.

그렇게 호수의 수면 아래에서 몸을 숨기다가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호수 망령들. 녀석들은 머리를 보이는 순간, 뱃사공의 노에 얻어터질 뿐이었다.

***

호수를 건너기만 하는데도 제법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 와중에 많은 카르마를 쏠쏠하게 벌어갈 수가 있었지만 혜택을 거기까지였다.

“드디어 도착했나.”

배를 태워다준 뱃사공은 자신의 역할을 끝내자 다시 되돌아갔다.

어쨌거나 결국 일행들이 새로운 땅에 도착하자, 시스템은 어떠한 지역에 도착했는지를 알려주었다.

[보스토크 백작의 영지에 입장하였습니다.]

[주의하십시오.]

[이곳 영지의 존재들은 대부분이 당신들에게 적대적입니다.]

동시에 시스템은 무엇을 해야 할지 알려주었다.

[보스토크 백작을 처치하고 이 일대의 뱀파이어들과 그 수족들을 몰아내십시오.]

[그들을 처리하는 데 시간이 지체될수록 그들은 급속도로 세를 불려 나갈 것입니다.]

[이곳 일대의 중추를 담당하는 뱀파이어들의 위치를 표시해 드리겠습니다.]

그러면서 시스템은 미니맵에 주요 뱀파이어들의 위치를 표시해 주었다.

표시된 장소는 정확히 세 곳이었다. 그러나 그 장소들 중에서 보스토크 백작이 어디에 있는지는 표시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곳들 중 하나는 보스토크 백작이 머무는 곳임에 분명했다.

[표시된 세 장소 중 하나는 보스토크 백작이 머무는 장소입니다.]

[그럼, 무운을 빕니다.]

시스템의 음성은 거기까지였다. 보스토크 백작이 어디에 있는지는 몰랐지만,

‘어차피 세 장소 전부 처리해야 한다.’

뱀파이어들은 모조리 제거해야만 했으니 말이다.

어쨌거나 미니맵에 장소가 표시되자 충렬이 의견을 내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가야 할 장소가 많은데, 서로 각자 흩어질까요?”

다함께 몰려다니면서 이동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체될수록 뱀파이어들의 세력이 늘어난다는 시스템의 말은 함부로 흘려들을 것이 아니었다.

다들 충렬의 의견에 동의했다. 서로가 흩어져서 움직이는 것이 아무래도 더욱 효율적으로 보였으니까.

“그렇게 하도록 하지.”

“저도 그게 나아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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