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73화 (73/237)

# 73화.

레일리의 호칭이 리치로 변경되면서 나타난 변화는 겉모습뿐만이 아니었다.

[<리치 레일리>의 숙련 등급은 D등급입니다.]

[이후 숙련 등급이 오를 때마다 <리치 레일리>는 자신이 배울 스킬을 스스로 선택할 것입니다.]

[그리고 리치는 해골 마법사보다 상위 직업입니다.]

[해골 마법사로서 가지고 있던 스킬들이 강화됩니다.]

그랬다. 리치란 해골 마법사의 상위 직업이었다. 때문에 기존에 가지고 있던 스킬들이 강화되었다. 물론 강력해진 만큼 재사용 대기 시간도 생겨났다.

[‘파이어 볼트’가 ‘트리플 파이어 볼트’로 변경됩니다.]

[트리플 파이어 볼트: 스킬을 사용하면 한 번에 3개의 파이어 볼트가 생성된다. 위력도 일반적인 파이어 볼트에 비해 강력하다. (재사용 대기 시간: 5초)]

[‘파이어 스피어’가 ‘스피어스 오브 헬’로 변경됩니다.]

[스피어스 오브 헬: 지옥의 문을 열어 그곳의 열기를 담은 불의 창을 무수히 만들어 쏟아낸다. 쏟아지는 불의 창은 지정한 지역을 초토화시킨다. (재사용 대기 시간: 30분)]

스킬의 강화는 엄청났다.

‘파이어 볼트가 저 정도면 엄청나게 강화된 것이다.’

무려 3개의 파이어볼트를 한 번에 발사할 수가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파이어 스피어의 강화는 더 엄청났다.

‘필살기 같은 스킬로 변해 버렸군.’

저렇게 강화된 스킬을 사용하면 어느 정도의 파괴력을 보여줄지 상상이 가질 않았다.

강력해진 만큼 막대한 재사용 대기 시간이 주어졌지만, 그 정도 값어치는 충분이 할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스킬의 변화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패시브 스킬 ‘마법 조장’이 액티브 스킬 ‘해골 마법사 소환’으로 바뀝니다.]

[해골 마법사 소환: 레일리가 4마리의 해골 마법사를 한꺼번에 소환할 수 있다. 소환된 해골 마법사들은 충렬의 소환 최대치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재사용 대기 시간: 1분)]

마법 조장이었을 때는 2마리가 함께 등장하는 것이 전부였다. 만약 레일리와 등장하던 해골 마법사가 파괴되면 거기서 끝이었다.

‘하지만 내용이 바뀌었다.’

이제는 중간에 파괴되어도 재소환이 가능했고 무려 4마리까지 운용할 수가 있게 되었다.

‘리치라는 존재가 이렇게 엄청나다니.’

만약 레오의 무덤에서 다른 아이템을 선택했다면 엄청난 후회를 했을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아이템 하나를 얻는 것 이상이었으니까.

어쨌거나 라이프 베슬이 레일리를 리치로 만들어주자 그 내용이 수정되었다.

[라이프 베슬: 레일리를 상급 언데드인 리치로 만드는 데 사용되었다. 레일리는 소환 최대치를 차지하지만 따로 스킬로 소환하지 않아도 항시 소환되어 따라다닌다. 몸이 파괴되어도 라이프 베슬에 담긴 힘을 이용하여 다시 부활할 수가 있다. 단, 라이프 베슬이 박살나면 레일리는 소멸된다.]

수정된 라이프 베슬의 설명을 다시 읽은 충렬은 앞으로 주의하기로 했다.

‘정말 조심히 다루어야겠어.’

리치라는 존재로 만들어주는 아이템이니만큼, 이것이 부서진다면 레일리는 정말로 끝장이었으니 말이다. 충렬은 혹여나 라이프 베슬에 금이 생길까 싶어서 정령의 주머니에 곧장 넣었다.

그렇게 충렬이 라이프 베슬을 집어넣을 무렵, 레일리에게 마지막 변화가 발생했다. 그것은 지금까지의 스킬 강화와는 비교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리치 레일리>가 패시브 스킬 ‘자아 발현’을 습득하였습니다.]

[자아 발현: 잠들었던 자아가 깨어난다. 비록 ‘이충렬’에게 소속된 언데드이지만 스스로 판단하며 행동할 수 있다.]

그렇게 레일리의 변화가 모두 끝이 났다.

***

잠들었던 자아가 다시 깨어난 레일리. 그녀가 처음으로 내뱉은 말은 한숨이었다.

[하아… 지금까지 꿈인 줄 알았는데 진짜로 해골이 되어 있었네.]

꿈인 줄로 알았다고?

‘자아가 없던 동안은 희미하게 의식이 있었을 뿐인가?’

아마도 그런 것 같았다. 어찌되었거나 레일리는 충렬을 잠시 바라보더니 인사했다.

[반가워요. 충렬 씨.]

“아, 예. 진짜로 의식이 돌아왔네요.”

신기했다. 그저 해골 마법사에 불과했던 그녀가 의식을 찾게 되었다는 것이 말이다.

[네. 리치가 되면서 정신이 또렷해졌어요. 그나저나 복수를 잘해주어서 고마워요. 배신자 웨인만 아니었어도 지금쯤…….]

그녀의 뒷말은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런 신세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소리겠지. 처음 구간에서 마주친 도전자 웨인. 그의 배신 때문에 레일리와 마렉은 해골의 신세가 되어야 했으니까.

그리고 이어지는 그녀의 말에 충렬은 하나의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당신의 해골이 되기 위해서는 주민이 되는 권리를 포기해야 했어요. 어쩔 수 없이 이제 함께 잘해볼 수밖에 없네요. 당신이 죽으면 우리들은 끝이니 말이죠.]

우리들이란 누구를 말하는지 모르지 않았다. 원래 도전자였던 레일리를 포함해 마렉, 그리고 샤오링을 말하는 것일 터.

‘흐음… 그나저나 주민의 권리를 포기해야 한다고? 그런 이유가 있었군.’

이제야 이해가 갔다. 해골로 만들려고 하였을 때 대부분의 도전자들이 왜 거절을 했는지를.

대충 상황을 이해한 충렬이 잘해보자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예, 잘 부탁합니다.”

대화가 끝나자 레일리는 충렬의 옆으로 걸어왔다.

달그락. 달그락.

리치가 된 그녀는 그 이후로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빈센트가 충렬을 포함한 일행들을 안내했다.

[이제 가도록 하지.]

***

만찬을 준비한 장소는 의외로 왕궁의 밖이었다. 척박한 대지 위에 놓인 테이블, 그 옆에는 커다란 동물이 요리가 되고 있었다. 마치 캠핑 분위기를 한껏 만들어낸 해골들의 왕 레오.

그는 방금 도착한 충렬과 일행들에게 말했다.

[마침 제 시간에 왔군. 딱딱한 분위기는 싫으니 앞으로는 말을 편하게 하겠네.]

그의 말에 충렬과 해일, 그리고 제레미가 순서대로 답했다.

“알겠습니다.”

“예.”

“잘 부탁합니다.”

그런데 해골인 레오가 고기를 먹을 수 있었던 것일까? 그것은 아니었다. 고기는 단순히 셋을 위해서 준비된 음식이었다.

[자네들을 위해서 와일드 보어의 고기를 준비했네. 자리에들 앉으시게.]

그 말을 하면서 그가 자리에 앉았다. 때문에 나머지 일행들도 알아서 자리를 찾아갔다.

모두가 자리를 찾아 앉는 것과 다르게, 레일리는 충렬의 뒤에 호위하듯 서 있었다. 그런 레일리를 본 해골왕의 두 눈이 빛났다.

[오, 저 아가씨는 내 친우 리치왕 카사스가 선물해 준 아이템을 사용했는가 보군. 어쨌거나 아름다운 여성을 거기에 세워둘 수는 없지. 그대도 자리에 앉았으면 하는군.]

레일리의 모습은 해골의 모습이었다. 어떤 기준으로 아름답다는 것인지는 몰랐지만, 레일리도 고개를 끄덕이고선 충렬의 옆자리에 앉았다.

일행들이 그렇게 자리에 모두 앉자 레오가 해골들에게 명령했다.

[그럼 빈센트, 자네는 물러나도록 하여라. 그리고 요리사들은 고기를 가져오라.]

***

해골 요리사의 요리 실력은 엄청났다. 어떤 양념을 한 것인지 지금껏 먹어본 돼지고기와는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로 맛있었다. 그러나 단순히 음식을 먹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느낌상 먹기 위해 모인 자리는 아니었다.

역시, 그 추측은 빗나가지 않았다. 레오는 일행들이 음식을 먹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말을 꺼내었다.

[내가 만찬을 준비한 이유는 따로 있다네.]

짐작하고 있었다. 승리를 가져다주었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자리를 마련할 리는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충렬은 짐짓 모르는 척을 하며 물어보았다.

“이유가 따로 있다는 말씀입니까?”

충렬의 물음에 레오가 대답했다.

[그래. 사실 따로 부탁을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말일세.]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시스템의 음성이 들려왔다.

[해골들의 왕 ‘레오’가 주는 특별 임무에 대해서 들어보시겠습니까?]

[듣지 않는다면 곧바로 다음 임무 지역으로 이동됩니다.]

시스템의 음성은 충렬에게만 들린 것이 아니었다. 때문에 해일과 제레미가 순간 음식을 먹던 움직임을 멈추고 충렬을 쳐다보았다. 어떻게 할지 고민이 되는 것이리라.

물론 시스템의 음성에 충렬은 이미 답을 내렸다.

‘듣기만 하는 것이야 어렵지는 않지.’

답을 정한 충렬이 레오에게 물어보았다.

“무슨 부탁을 말입니까?”

그러자 그가 말을 이어갔다.

[자네는 잘 모르겠지만, 이곳은 언데드들이 주로 살아가는 세상이지.]

그의 말에 충렬이 끄덕였다. 뭐, 말하지 않아도 느낌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이곳은 살아 있는 생명체를 보기가 힘이 들었으니 말이다.

덤덤한 충렬의 반응에 레오가 고민을 털어놓았다.

[물론 언데드만 사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요점은 여기에도 각자의 세력이 있다는 소리야.]

그 말을 끝으로 그가 본론을 말했다. 본론을 말하는 레오의 안광에서 흉흉한 기류가 흘러나왔다.

[내 영토를 침범한 뱀파이어 일족이 있네. 그들을 처리해 주게. 감히 나의 영토를 침범하다니.]

그러면서 그가 보상을 약속했다.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보상이었다.

[만약 그들을 처리해 준다면 그 지역의 일부를 분할하여 자네들의 영지로 나누어 주겠네. 솔직히 나는 다른 분쟁 지역에 신경을 쏟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야. 때문에 거기까지 병력을 사용하기엔 힘든 실정이라 부탁하는 것일세.]

영지를 보상으로 준다니. 상상하지도 못했던 것이었다.

‘영지라고?’

영지를 준다는 그의 말에 해일과 제레미 또한 놀란 눈치였다.

‘그런데 영지라는 것을 가져보았자 어차피 매번 어딘가로 이동이 되는데…….’

하지만 거기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는 없었다. 시스템이 영지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영지가 생기면 앞으로 영지에서 임무를 부여받고 이동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임무가 끝나면 다시 영지로 복귀가 가능합니다.]

영지에 대한 기능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임무 도중, 뜻하지 않는 사고를 피하기 위해 영지로 대피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에 따른 불이익이 발생할 경우가 대부분이겠지만 말입니다.]

[그 외에 자세한 사항은 제한된 정보입니다.]

시스템이 알려주는 영지에 대한 기능은 일단 거기까지였다. 시스템은 충렬에게 물어보았다.

[해골들의 왕 ‘레오’의 제안을 수락하시겠습니까?]

[수락하지 않는다면 다음 지역으로 이동이 됩니다.]

충렬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건 고민할 것도 없잖아.’

자신의 영지를 가진다는 것. 그것은 엄청난 가치가 있음이 분명했다. 영지가 생기면 일단 무작정 이리저리 치이며 다닐 필요가 없었다. 임무가 끝나면 영지로 복귀가 가능해 보였으니 말이다. 즉, 다음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준비할 시간이 주어진다는 소리다.

‘그것만으로도 엄청나다.’

그렇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위험한 순간에 영지로 대피할 수가 있다니.’

만약 임무 도중에 대피한다면 거기에 따른 불이익이 발생된다고는 했다. 그러나 대피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것이었다.

‘앞으로 겪어야 하는 장소에서 어떤 위험이 들이닥칠지 모른다.’

그런 미래에서 자신만의 영지가 존재다면 비장의 수 하나를 가진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시스템이 물어보는 것이니 영지에 대한 보상은 확실히 주어지는 것이겠지.’

박해일과 제레미. 어차피 그들과의 인연은 여기까지였다. 저 둘은 충렬 자신을 바라보았지만, 그들도 알고 있었다. 레오의 제안을 수락할 것인지 아닌지는 스스로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것을.

물론 누구보다도 빠르게 마음을 정한 충렬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영지를 얻을 수 있는 기회. 그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뱀파이어들을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충렬의 대답에 해일도 입을 열었다.

“영지를 얻을 기회라… 그냥 지나치는 멍청한 짓을 할 수는 없지.”

제레미 역시 해일과 마찬가지로 입을 열었다.

“하하, 저도 꼽사리를 좀 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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