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70화 (70/237)

# 70화.

***

창병들이 헬 하운드와 검치호를 향해 창을 찌르거나 휘둘렀다. 그렇지만 녀석들은 빠른 몸놀림으로 모조리 피해내었다.

창병들을 지나치는 것 자체는 어렵지가 않았다. 너무나 간단했다. 다만 걸리는 것이 있었다.

‘제레미가 잘 따라올지에 대해서 조금 걱정이다.’

충렬과 해일이 창병 30명을 지나치는 만큼, 제레미가 추후 감당해야할 인원이 그만큼 많아졌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그만큼 빨리 끝내버리면 되니까.’

아리엘을 늦지 않게 끝장낸다면 어떻게든 되리라. 어차피 분쟁 지역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그 방법밖에 없었다.

그러나 제레미가 창병들을 상대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창병들은 등을 돌려 자신들을 지나친 충렬과 해일을 쫓아왔기 때문이다.

어찌되었거나 창병들마저 지나치고 달리니 의자에 앉아있던 아리엘이 일어섰다.

“네놈들이 기어코……!”

하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해일의 공격이 먼저였다.

“그만 좀 징징거리시지. 스파이럴 애로우!”

해일이 스킬을 사용하자 그의 화살이 순식간에 발사되었다.

피융!

그 화살은 미친 듯이 회전하며 아리엘을 집어삼킬 듯 보였다. 지근거리에서 사용되었기에 막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별것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흥, 그딴 잔재주 따위!”

그러더니 곧바로 자신이 가지고 있던 비장의 수를 사용했다.

“신성한 폭주!”

동시에 하늘의 구름이 갈라졌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신성한 오오라가 하늘에서 직격으로 내리쳤다. 신성한 기운이 쇄도하자 그녀가 서 있던 땅이 들썩였다.

쿠웅!

그러자 해일의 스킬은 거기에 막혀 사라졌다. 애초에 존재하지 않던 것처럼 소멸된 것이다.

***

아리엘이 사용한 신성 폭주는 도전자들에게 해주었던 것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그녀가 스스로에게 사용한 신성 폭주는 유지 시간이 짧은 대신 목숨을 잃는다는 부작용이 없었다.

물론 이를 알고 있을 리가 없던 충렬은 시스템이 알려주는 정보를 들으며 침을 삼킬 뿐이었다.

[아리엘이 ‘신성한 폭주’를 사용하였습니다.]

[신성한 폭주는 20분간 유지됩니다.]

20분 동안이나 지속되는 신성한 폭주.

‘뭐가 저렇게 오랫동안 지속이 되는 것이지?’

다행이라면 신성한 폭주로 인하여 아리엘이 스킬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신성한 폭주로 인해 아리엘의 모든 스킬이 봉인됩니다.]

대신 그녀에게 엄청난 변화가 생겨났다.

[아리엘의 기본 공격이 ‘신성한 징벌’로 교체됩니다.]

[신성한 징벌: 대상에게 신성 속성이 부여된 벼락을 내리꽂아 피해를 준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아리엘의 회복력이 급속도로 상승합니다.]

[치명적인 일격을 당해도 피해는 순식간에 수복됩니다.]

여기서 끝이었다면 그래도 어떻게라도 해보았을 터였다. 그렇지만 아직 안타까운 소식은 하나 더 남아있었다.

[아리엘에게 신성한 기운이 너무나도 많이 모여 들었습니다.]

[1분 간, 아리엘은 무적 상태가 됩니다.]

[무적이 끝나기까지 남은 시간: 59초.]

[신성한 폭주의 남은 시간: 19분 59초.]

덕분에 당장 1분 동안은 아리엘을 공격할 수가 없게 되었다.

***

무적 상태라고는 했지만, 그렇다고 두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때문에 아리엘을 향해 공격을 해보았다.

그렇지만 무적 상태라는 말과 걸맞게 그 어떤 상처도 줄 수 없었다. 공격을 해도 아리엘에게 공격이 닿는 순간 사라져 버린 것이다.

무적이 끝나기까지는 1분 정도가 남아 있었다. 신성한 폭주가 끝나기까지는 20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고 말이다.

무적 상태까지는 기다릴 수 있었다. 그러나 신성한 폭주가 끝날 때까지는 기다릴 수가 없었다.

‘무적 상태가 풀리는 순간, 할 수 있는 모든 공격을 감행한다.’

때문에 충렬은 이쪽으로 달려오는 창병들을 보며 해일에게 말했다.

“창병들은 이쪽으로 오면 처치해 주세요.”

시체 폭파에 사용하기 위해서다.

충렬의 부탁에 해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질문은 없었다.

“알겠다.”

하기야, 지금은 질문 같은 것을 할 때가 아니었다. 아리엘의 공격을 회피하는 것도 벅찼으니까.

아리엘은 현재 표독한 눈초리로 충렬과 해일에게 연신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죽어라!”

아리엘이 손가락으로 충렬을 가리키자 번개가 내리쳤다.

번쩍!

물론 번개가 내리치는 순간에는 이미 충렬의 모습을 그곳에서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아리엘의 손가락을 주시하고 있던 하운드가 재빨리 이동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맨바닥을 강타하게 된 신성한 징벌은 잠시 뒤, 굉음을 울렸다. 징벌은 순식간에 내려쳤지만 그 소리는 나중에 들려왔던 것이다.

쿠르르릉!

실제 번개가 먼저 번쩍이고 천둥소리가 뒤늦게 들려오는 것과 같았다.

어쨌거나 그 강력한 번개에 충렬이 식은땀을 흘렸다.

‘저기에 맞으면 즉사다.’

그나마 하운드가 신성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했기에 피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신성한 징벌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아리엘의 기본 공격이라는 것이 정말이었는지, 그녀는 쉴 틈도 없이 징벌을 사용했다.

“죽어! 죽어! 죽어버려!”

그녀가 손가락으로 가리킬 때마다 번개가 내리꽂혔다.

번쩍!

번쩍!

쿠르릉!

콰과광!

박해일의 검치호도 간신히 피하는 수준에 그쳤다. 충렬은 하운드가 아리엘의 징벌을 피하는 와중에 남은 시간을 살폈다.

[무적이 끝나기까지 남은 시간: 49초.]

[신성한 폭주의 남은 시간: 19분 49초.]

‘젠장, 1분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길 줄이야.’

이제 겨우 10초가 지났을 뿐이었다. 상대가 미친 듯이 벼락을 만들어내니 정신이 사나웠다. 만약에라도 하운드가 없었더라면 정말로 위험했으리라.

그렇게 회피만 해야 하는 시간이 찾아왔다. 하지만 충렬이 누구던가. 집행관의 전투에 비한다면 1분쯤이야 충분히 버틸 만했다.

***

흐르지 않을 것 같던 시간도 어느새 지나갔다. 미친 듯이 움직이다 보니 금방 지나간 것이다.

[아리엘의 무적이 끝나기까지 남은 시간: 0초.]

[무적이 해제됩니다.]

물론 아리엘의 무적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던 덕분에 창병들의 거리도 다시금 가까워졌다. 이쪽을 향해 거의 다 도착해 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상관은 없었다. 중요한 것은 그녀의 무적이 해제되었다는 것이었으니까.

결국 아리엘은 1분이라는 시간동안 아무도 처치하지 못한 것에 분노를 표했다.

“이 미개한 것들을 죽이지 못하다니!”

그런 그녀에게 박해일이 말했다.

“그렇다면 그 미개한 놈의 화살 맛 좀 보시던가.”

그러면서 즉각적으로 활시위를 당겼다.

피융!

지근거리에서 쏘아진 화살이 어렵지 않게 아리엘의 가슴을 꿰뚫었다.

푸욱!

하지만 아리엘은 약간 인상을 찡그릴 뿐, 가슴이 화살에 꿰뚫렸음에도 그렇게까지 큰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윽…….”

반응을 보이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시스템의 말대로 신성한 폭주 상태가 상처를 순식간에 수복했기 때문이다.

박혔던 화살도 스르륵 하고 알아서 빠지더니 그녀의 상태는 곧바로 멀쩡해졌다. 그런 아리엘은 계속해서 공격을 이어갔다.

“죽어!”

그런데 이번에는 박해일이 조금 위험한 상황이었다. 검치호의 숨이 너무 거칠어 있어서다. 계속해서 움직였던 탓에 검치호는 너무 지쳐 있었다. 검치호의 상태를 알아챈 박해일은 조금 당황했다.

“이런…….”

그러나 이미 아리엘의 공격은 시작된 상황이었다. 때문에 해일은 어쩔 수 없이 검치호를 역소환시켰다.

“검치호! 되돌아가!”

그러면서 해일은 즉시 땅을 박찼다. 그러자 방금까지 해일이 있었던 곳으로 신성한 징벌이 내리꽂혔다.

번쩍!

쿠르르릉!

그런 해일을 보며 충렬이 말했다.

“여기서부터는 저한테 맡기시고 창병들을 부탁드립니다!”

탈것이 없다면 그를 뒤로 보내는 것이 나았다.

충렬의 부탁에 해일이 말했다.

“어쩔 수 없군. 부탁하지.”

그 말을 끝으로 그는 달려오는 창병들을 상대하기 위해 움직였다.

귀찮게 하던 박해일이 자신을 더 이상 공격하지 않자 아리엘은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흥, 네까짓 것 혼자서 무얼 할 수가 있다고?”

하지만 충렬은 말을 섞을 생각조차 않았다. 말을 섞어보았자 피곤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다.

충렬은 그저 뒤쪽에 탑승한 샤오링을 향해 명령을 내릴 뿐이었다.

“샤오링, 가서 공격해.”

그러자 샤오링은 단번에 하운드의 등을 박차며 아리엘에게 짓쳐들었다. 갑작스런 해골의 돌진에 아리엘이 당황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 그녀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충렬에게 외쳤다. 깔깔 웃는 모양새가 어지간히도 충렬을 깔보는 듯했다.

“겨우 해골 하나가 전부인 것이냐! 평범한 공격 따위는 나에게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리엘의 표정은 곧 경악으로 바뀌어야 했다. 샤오링의 공격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

샤오링의 투입. 그것은 상상하지도 못할 전개를 만들어내었다.

본래 아리엘의 상태는 목이 잘리거나 심장이 꿰뚫려도 순식간에 회복되는, 그런 괴물과 같은 상태였다. 아무리 무수한 공격을 받는다고 해도 멀끔히 수복되는 수준이었다.

그렇지만 아리엘은 샤오링의 공격에 당하니 더 이상은 그러지 못했다.

정확히는 샤오링이 아니었다. 샤오링의 손에 들린 블랙 데스가 아리엘에게는 엄청난 효과를 발휘한 것이었다.

[<죽음을 거부한 샤오링>이 블랙 데스로 ‘아리엘’의 어깻죽지를 잘라냅니다.]

[‘아리엘’에게 상태 이상 ‘악화되는 상처’가 적용됩니다.]

[‘아리엘’의 회복 효과가 크게 감소합니다.]

아리엘이 샤오링의 공격을 회피할 수만 있었더라면, 그녀도 이렇게까지 당하지는 않았을 터였다. 하지만 아리엘은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는 샤오링의 공격을 회피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샤오링의 모든 공격을 허용해야만 했다.

[<죽음을 거부한 샤오링>이 ‘아리엘’의 복부에 블랙 데스를 쑤셔 박았습니다.]

[‘아리엘’에게 상태 이상 ‘정신 착란’이 부여됩니다.]

[20초 동안 ‘아리엘’의 지적인 능력이 일시적으로 상실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리엘의 육체는 느린 속도일지라도 끊임없이, 꾸준히 복구되었다. 신성한 폭주는 그만큼 엄청난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샤오링의 공격 또한 멈추어지는 일이 없었다. 계속되었다.

더군다나 샤오링의 공격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해골 소환. 마렉.”

블랙 데스의 효과를 본 충렬이 마렉을 소환했다. 그리고 마렉을 소환하자마자 명령했다.

“샤오링에게 버프를 줘라.”

그러자 마렉이 샤오링에게 스킬을 사용했다.

[<안식을 거부한 마렉>이 <죽음을 거부한 샤오링>에게 ‘다크 블레싱’을 사용합니다.]

정확히 이때부터였다. 블랙 데스에 다크 블레싱까지. 그 두 개가 어울리자 아리엘도 더 이상은 버티지 못했다.

이미 수많은 상태 이상으로 심각한 상황에 처한 아리엘이었다. 거기에 신성과는 상극의 속성인 다크 블레싱까지 가미되자 아리엘은 처절히 무너져야만 했다.

그렇게 아리엘이 무너지는 것은 금방이었다. 그녀는 쉬지 않고 난자당하는 고통에 차마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아……!”

잠시 뒤, 아리엘의 수급이 또다시 베어졌다. 조금 전에도 한번 베어보았지만 그때는 멀쩡했던 그녀였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서걱.

본래라면 급속도로 회복이 되어 떨어지지 않았을 그녀의 머리가, 이번에는 목에서부터 떨어져나갔다.

동시에 떨어져 나간 아리엘의 머리가 바닥을 굴렀다.

데구르르.

그와 함께 머리를 잃은 그녀의 몸뚱이가 바닥에 쓰러졌다.

털썩.

샤오링을 투입하고 마렉의 버프를 사용했을 뿐인데, 아리엘은 사이클롭스를 사냥할 때보다 더욱 쉽게 처치할 수가 있었다.

‘이렇게 쉽게 끝난다고?’

어안이 벙벙했던 충렬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끝난 것은 거짓이 아니었다.

[셀라피엘의 대리인 ‘아리엘’을 처치하였습니다.]

[5000카르마를 습득합니다.]

[분쟁 지역에서 셀라피엘의 진영이 탈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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