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68화 (68/237)

# 68화.

대리인 아리엘

***

충렬은 나설 것도 없었다. 박해일이 알아서 전부 처리해 주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가 도전자 셋을 처리하자 충렬에게 보상이 들어왔다.

[당신의 부관 ‘박해일’이 적대적인 세력의 도전자 셋을 처리하였습니다.]

[총 3,900의 카르마가 당신에게 주어집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얻은 3,900의 카르마였다.

‘흐음. 이건 예상하지 못했는데.’

박해일을 살려주고 함께 온 덕을 이렇게 보게 되다니. 솔직히 나쁘지는 않았다.

‘살려주었으니 이 정도의 혜택을 받는 것이겠지.’

어쨌거나 처치가 된 도전자들이 남긴 아이템은 별것 없었다. 그냥 평범한 물품들뿐이었다. 어차피 아이템을 팔아보았자 카르마는 얼마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템에 관한 관심은 접었다. 엄연히 박해일이 처치하고 나온 결과물이었으니까.

어쨌거나 충렬은 미니맵을 살피며 현재 분쟁의 양상을 살폈다. 아직 충렬을 제외하고 다른 장소에서 점령된 거점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긴, 여기도 다른 진영의 방해를 받지 않았기에 금방 점령할 수가 있었어.’

더군다나 이쪽의 거점은 좀비 사이클롭스를 제외하고, 일반 사이클롭스가 이제 두 마리나 지키고 있었다. 추후에 들이치는 일반 병력들 따위는 충분히 방어할 수가 있으리라.

그렇게 잠시 뒤, 해골왕의 다음 지시가 들려왔다.

[정중앙으로 이동하여 거점의 점령을 도와라.]

여기서 정중앙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북쪽으로 조금만 이동하면 금방이었다.

***

정중앙의 지역까지 탈것을 타고 신나게 달렸다.

굼뜬 움직임을 보이는 사이클롭스 좀비였다. 그렇지만 몸체가 워낙 거대했기 때문일까? 녀석도 충분히 뒤따라오고 있었다. 아무리 느려도 긴 다리로 움직이니 한 번에 이동하는 거리가 짧지는 않았다.

대신 녀석이 움직일 때마다 땅이 들썩였다. 그만큼 무게가 묵직해서다.

쿠웅!

쿵!

그렇게 얼마간 이동했을까? 얼마 지나지 않아 정중앙의 거점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곳은 한창 치열한 전투가 진행되고 있었다.

채앵!

챙!

푹!

서걱!

빠각!

수많은 해골들과 나가들이 치고받으며 서로를 제거하고 있었다.

그리고 도전자들끼리도 거점을 점령하기 위해 미친 듯이 서로를 공격해 갔다.

“그만 포기하라고! 플레임 볼!”

“그럴 수는 없지! 워터 실드!”

거점을 방어하는 몬스터는 딱히 보이지가 않았다. 그 이유는 곧 알 수 있었다.

[정중앙의 거점은 2분 동안 머무르면 자동으로 점령이 됩니다.]

[단, 주변에 적대 세력이 존재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천사들의 진영은 정중앙으로 오지 않은 것인가?’

정중앙은 아군과 나가들 진영의 병력들밖에 없었다. 무언가 느낌이 이상했다.

‘거점의 점령을 쉽게 포기하다니.’

무슨 꼼수를 부리려던 것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충렬은 거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생각해야 했다. 당장은 정중앙의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것이 먼저였다.

아직 저쪽에서는 충렬의 접근을 알아채지 못했다. 거대한 덩치의 사이클롭스까지 있었건만 전투가 치열했기에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 기회를 살려야 했다.

‘원거리 스킬로 먼저 요격하고 들어간다.’

충렬은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입을 열었다.

“해골 소환. 레일리.”

충렬이 스킬을 사용하자 레일리를 포함하여 해골 마법사 2마리가 등장했다.

“마법 날려.”

어차피 전투에 참여할 것이라면 적들의 숫자를 줄이고 들어가는 것이 나을 것이리라.

물론 기습적인 마법을 날리는 것은 해골 마법사들뿐만이 아니었다. 해일도 활시위를 당겼고 사이클롭스 좀비도 바위를 하나 집어서 들더니 던지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렇게 마법사들의 마법과 해일의 화살, 사이클롭스의 바위까지. 원거리 공격이 일시에 적들을 향해 시작되었다.

***

팽팽한 전투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발생한 갑작스런 원거리 공격. 그로 인하여 전투를 이어가던 이들도 충렬의 존재를 눈치채었다.

“제기랄! 원거리 공격이다!”

“천사들의 진영 쪽에서 뒤늦게 온 건가?”

하지만 그들은 이내 충렬과 해일의 탈것을 보더니 크게 환호했다.

“아니다! 아군이야!”

“크. 다행이구만!”

“역시, 나가들을 공격하더니 우리 편이었군!”

도전자들의 숫자는 아군 넷, 나가들 쪽에 넷이었다. 그 외의 병력은 해골과 나가들이 각각 50으로 비슷한 숫자를 맞추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방금까지였다. 방금까지만 해도 어느 정도는 균형이 맞아 돌아갔지만 충렬과 해일, 제레미가 오면서 그 균형이 깨어져 버렸다.

그러한 이유 때문일까? 나가들에게 합류한 도전자들이 크게 동요했다.

“제, 젠장! 난 여기서 몸을 빼겠어!”

“같이 가자고!”

“이봐! 나 혼자 두고 가지 마!”

그 말을 끝으로 그들은 즉각적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여기서 죽을 생각이 없었던 탓에 몸을 내빼는 것이리라.

비겁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렇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저 방법밖에 없었다.

나가들의 진영에 소속된 도전자들이 후퇴하자 아군 측의 도전자들도 무리해서 쫓아가지는 않았다. 나가 병력들이 여전히 있었기에 녀석들을 처리하는 것에 집중했다.

충렬도 마찬가지였다. 도망치는 저들과의 거리가 제법 멀었다. 그렇기에 딱히 추격은 하지 못했다. 그저 아군을 도와 나머지 남아 있는 나가들을 처치하기 위해 움직일 뿐이었다.

***

첫 번째 거점을 점령하던 때와는 달리, 두 번째 거점의 점령은 더욱 수월했다. 평범한 나가들로는 일곱에 달하는 도전자들과 해골들의 협공을 막을 수가 없었다.

결국 정중앙까지 거점을 두 개나 차지할 수가 있었다.

[정중앙의 거점을 차지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그러나 순조롭게 흘러가던 상황은 거기까지였다. 이후의 상황은 심상치 않게 흘러갔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경우가 발생해 버린 것이다.

[신성한 전당에서 거점을 차지하였습니다.]

[신성한 전당에서 거점을 차지하였습니다.]

연속해서 들려오는 두 개의 음성. 동시에 미니맵에 표시된 나머지 거점 두 개가 천사들의 거점으로 바뀌었다. 총 4개의 거점 중 해골왕이 2개를 차지하였지만, 저쪽도 2개의 거점을 차지해 버렸다.

‘천사들 쪽은 도전자들이 얼마 없을 텐데?’

도대체 무슨 수로 저렇게 빨리 점령한 것일까. 그 방법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궁금증에 신경을 쓸 때가 아니었다.

다급한 해골왕의 음성이 모든 도전자들에게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서, 성채로 복귀하라!]

***

거점은 2개나 차지한 상황이었다. 더욱이 거점을 먼저 차지했기에 이제는 버티기만 해도 이쪽의 승리였다. 아무리 천사들 쪽에서 거점 2개를 차지하였어도 이쪽의 승리라는 소리였다.

그런데 각 거점을 지켜도 모자랄 판에 성채로 복귀하라니. 그 말이 뜻하는 바는 뻔했다.

‘천사들 쪽에서 빈센트를 처치하기 위해 진격하는가 보군.’

가장 빠르고 확실한 승리인 대리인의 처치. 그 방법을 성공시키려 하는 것이 확실했다.

그렇다면 이대로 귀환해서 방어를 해야 할까?

“아니다, 오히려 적의 본진을 습격해야 한다.”

이미 천사 녀석들의 움직임으로 보건데 거점을 점령하는 싸움으로 가기는 글렀다. 거점으로 승리하기 전에 결판을 내는 수밖에 없었다.

나가들 쪽에서 반격해 올 수가 있었지만 우선적으로 천사들의 진영을 끝내어야 했다. 놈들은 거점으로의 승리보다 대리인의 처치를 우선순위로 두었으니 말이다.

‘오히려 나가들의 반격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

천사들은 메두사의 성채로도 공격 인원들을 보냈을 터였다. 나가들의 성채로 향하는 곳에 위치한 거점도 녀석들이 차지한 것을 보면 가능성은 충분했다.

충렬은 혹시나 싶어 해골왕 레오에게 대화를 시도했다.

“해골왕, 들리십니까?”

다행히 대화는 가능했다.

[말하라.]

“저는 이대로 신성한 전당의 성채를 치겠습니다.”

단도직입적인 충렬의 말에 해골왕이 잠시 고민했다.

[흐음…….]

그러나 그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그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대로 방어만 해서는 쉽게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그대는 그리하도록.]

물론 더 이상 충렬에게 추가적인 지원은 없었다. 그만큼 상황이 좋지 못했던 것이리라.

[미안하지만 나머지 병력들은 전부 철군시키겠다.]

하기야, 천사들의 진영을 향해서 8명의 도전자들을 보냈다. 그 인원이 승리하지 못했는데 마음이 다급해지는 것은 정상이었다.

결국 해골왕은 사이클롭스 좀비까지 모든 병력을 철수시키기 시작했다. 덕분에 신성한 전당의 성채로 향해야 하는 인원은 처음 멤버 그대로였다.

충렬과 해일, 제레미. 그렇게 셋으로 끝이었던 것이다. 셋을 제외하고 정중앙에 처음 보내졌던 도전자들을 포함해 나머지 병력들은 모조리 철수했다.

***

어쩔 수 없이 충렬을 따라가야 하는 제레미가 머쓱한 듯이 말했다.

“쩝. 조금 무섭기는 하지만 저도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아무래도 소수로 가는 것이 조금은 걱정이 되었던 것이리라. 그런 그에게 충렬이 말했다.

“굳이 따라오지 않으셔도 됩니다. 성채로 복귀하고 싶으면 하세요.”

그러나 그는 고개를 저었다.

“하하, 같이 시작했는데 끝까지 가야죠.”

그의 대답에 충렬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편하실 대로…….”

어차피 예의상 물어본 것이었다. 자신이 할 선택은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 싶었다.

어쨌거나 돌아가는 상황을 살피던 해일이 입을 열었다.

“이렇게 다들 빠지는 것을 보면 상황이 심각한가 보군.”

“예. 우리는 이대로 치고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도 대충 어떠한 상황인지 알고 있었다.

“적진을 치는 것인가?”

그의 물음에 충렬이 핵심을 말했다.

“대리인을 처치해야 하죠.”

충렬의 대답에 박해일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아리엘이라고 했었나. 아마 저쪽도 대리인은 아리엘일 가능성이 크겠지.”

그가 기뻐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그년의 면상에 화살을 꽂을 기회가 찾아왔군.”

은근히 뒤끝이 있는 해일이었다.

***

한편 그 시각의 신성한 전당의 성채. 그곳에서 아리엘은 음흉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호호. 멍청한 인간 놈들.”

그녀가 미소를 짓는 이유는 단순했다.

“신성한 기운을 받을 때는 그저 좋았겠지?”

그녀가 합류한 도전자들에게 나누어준 신성한 기운. 그것은 기운을 보유한 이들의 능력을 상승시키는 등의 어느 정도 버프의 효과를 주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아리엘이 그들에게 전해주었던 신성한 기운의 양이 너무나 많았던 것이다. 덕분에 신성 폭주라는 문제가 발생했다.

신성 폭주가 일어나면 일정 시간 동안 엄청나게 강력한 괴물이 된다. 그리고 그 일정 시간이 끝난 후에는 폭주한 이가 사망하게 되어 버린다.

물론 평범하게 신성한 기운을 나누어 주었다면 문제가 없었을 터였다.

다만 아리엘은 그러지 않았다. 신성 폭주가 일어날 만큼 엄청난 양의 기운을 나누어 주었다. 도전자들의 육체로는 버티지 못할 만큼.

“흥. 욕심이 많은 도전자들 따위는 소모품으로 써야지.”

신성 폭주가 발생해도 별다른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도전자들은 희희낙락하며 적진을 향해 돌진할 뿐이었다. 자신들이 무적의 힘을 얻었다고 생각하며 말이다.

덕분에 아리엘은 거점 두 개를 단번에 차지할 수가 있었다. 지금은 메두사 쪽으로, 그리고 해골왕 쪽으로 신성 폭주가 발생한 도전자들이 이동하는 중이었다.

사실 거점 따위는 점령할 생각도 없었지만, 가는 길에 위치하다 보니 점령했을 뿐. 아리엘의 진정한 목표는 각 성채에 머무는 대리인의 처치였다.

“어쨌거나 승리가 눈앞이야.”

신성 폭주가 발생한 도전자들의 목숨은 여기서 끝이겠지만 아무렴 어떤가. 자신은 승리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아리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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