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67화 (67/237)

# 67화.

***

데프론을 포함하여 총 아홉의 해골 보병들이 사이클롭스를 향해 달려갔다.

달려오는 해골들의 모습에 사이클롭스는 바위를 집기 위해 허리를 굽혔다. 해골들을 향해 던지기 위해서 바위를 집으려던 것이다.

거점에 스톤헨지처럼 놓여 있던 바위들. 그것은 사이클롭스를 위한 무기였다. 녀석은 바위를 한 손으로 들어서 올리더니 해골들을 향하여 던지려고 했다.

그러나 놈은 그러지 못했다. 녀석이 바위를 집어 올리는 동안, 박해일이 활의 시위를 당겼기 때문이다.

“스파이럴 애로우!”

동시에 그의 활시위에서 나간 화살이 사이클롭스를 향해 짓쳐들었다.

피융!

화살을 발사한 박해일은 매우 신선한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 편하군.”

그는 스킬을 사용했음에도 지치지 않는 자신의 상태에 반해 버렸다. 스킬이 A랭크에 도달하니 신세계를 경험한 것이다.

어쨌거나 믹서기의 칼날이 돌아가는 것처럼 휘몰아치는 그의 화살이었다. 스파이럴 애로우는 정확히 사이클롭스의 미간을 향해 날아갔다.

물론 사이클롭스도 위험을 감지했다. 허접한 몬스터는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녀석은 너무나 거대했다. 그렇기에 굼뜬 행동을 보였다.

박해일의 화살을 피할 수 없음을 감지한 사이클롭스는 어쩔 수 없이 들고 있던 바위로 얼굴 앞을 가로막았다. 그러자 바위와 부딪친 화살이 바위를 갉아갔다.

드드드드득!

화살의 끝과 바위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물론 바위는 강력한 박해일의 스킬에 버티지 못했다.

화살촉에 적중된 바위의 부분은 이내 금이 가더니.

쩌적.

금이 번지며 여러 갈래로 쪼개졌다.

쩌저저저저저저적!

그리고 부서졌다.

뻐걱!

하지만 아쉽게도 박해일의 스킬은 바위를 쪼개는 데 그쳤다. 그럼에도 괜찮았다. 효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박해일이 시간을 벌어준 덕분에 해골들은 이동에 그 어떤 방해도 받지 않을 수 있었다.

방해 없이 달리던 해골들이 사이클롭스에게 도착하기까지는 금방이었다.

충렬은 헬 하운드를 타고 이미 도착한 상황이었다. 가까이 와서 소환 스킬을 사용할 수도 있었지만, 미리 사용한 이유는 쿨타임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였다.

어찌되었거나 충렬은 사이클롭스의 가까이에 도착하자마자 스킬을 사용했다.

“라이프 드레인!”

그렇게 사용되어지는 라이프 드레인. A랭크의 라이프 드레인은 어렵지 않게 적용되었다.

[라이프 드레인이 ‘사이클롭스’의 생명력을 지속적으로 흡수합니다.]

[대상과의 거리가 5.76m입니다.]

[6.5m를 벗어나지 않으면 라이프 드레인은 계속해서 유지됩니다.]

라이프 드레인이 적용되자 온몸에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하운드를 타고 미친 듯이 움직여도 이제 라이프 드레인은 해제되지 않는다.

“하운드! 놈의 주변을 계속해서 맴돌아!”

하운드를 타고 놈의 공격을 피할 생각이었다. 직접 움직이는 것보다는 하운드가 더욱 빨랐으니까.

그러나 하운드가 사이클롭스의 공격을 피할 필요는 없었다. 왜냐하면 박해일이 계속해서 견제를 했기 때문이다.

그의 손은 쉴 새 없이 화살을 발사했다. 화살의 최종 목적지는 사이클롭스의 눈, 혹은 미간이었다.

피융!

피융! 피융!

사이클롭스에게는 그 어떤 방어 장비도 없었다. 때문에 녀석은 박해일의 화살을 막기 위해 왼쪽의 팔을 희생해야만 했다. 왼쪽 팔을 들어 얼굴을 가리자, 박해일의 화살이 그 팔뚝에 박혔다.

푹!

푸욱! 푹!

그렇지만 화살이 팔뚝에 박힘에도 사이클롭스는 건재했다.

‘역시 화살 정도로는 사이클롭스를 처치할 수가 없군.’

사이클롭스의 눈은 하나였다. 화살로 치명적인 일격을 가하려면 그 눈을 적중시켜야 했는데 놈이 팔로 가려 버리니 답이 나오지 않았다.

물론 스파이럴 애로우라면 가능성은 있었다. 하지만 그 스킬은 이미 재사용 대기 시간에 의해 당장 사용할 수는 없었다.

박해일의 공격을 지켜보며 충렬은 자신의 뒤에 타고 있는 제레미에게 말했다. 사이클롭스와 전투를 시작했기에 목소리는 자연히 커졌다.

“내릴 겁니까!”

“예! 내려서 저도 돕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스킬 하나만 더 쓰고요!”

그렇게 제레미를 내려주기 전, 충렬은 사이클롭스의 곁으로 완전히 도착한 해골들에게 명령했다.

“놈의 오른발에 붙어!”

충렬의 명령에 해골 보병들이 사이클롭스의 오른쪽 발목을 빙 둘렀다. 한창 박해일의 화살을 막아가던 사이클롭스도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은 것일까? 녀석은 자신의 오른쪽 발 주변을 둘러싸는 해골 보병들을 보고서는 공격하려 했다.

해골들이 다가오자 발을 들어 올린 다음에 밟아가려던 것이다.

하지만 충렬이 스킬을 사용하는 것이 먼저였다.

“시체 폭파!”

본래라면 움직이는 언데드는 터뜨릴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충렬의 보병들은 거기서 제외였다. 폭파병의 기능이 추가되어 있었다. 덕분에 해골 보병들은 사이클롭스의 오른쪽 발목을 둘러싸고 터져 나갔다.

[<해골 분대장 데프론>을 폭파시킵니다.]

[옆에 위치한 <해골 보병1>도 함께 폭파시킵니다.]

…….

그렇게 데프론을 시작으로 터져 나가는 보병들. 그 위력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인근에 서있는 <해골 보병8>까지 더불어 폭파합니다.]

[누적된 총 추가 대미지: 10.6배]

일반적인 시체 폭파 위력의 무려 10배에 해당하는 파괴력이었다. 그리고 그 파괴력은 사이클롭스의 오른쪽 발목을 통째로 날려 버리기에 충분했다.

펑!

퍼벙!

퍼버버버버벙!

일시에 터져 나가는 해골들. 폭파 자체의 위력에 사이클롭스의 오른쪽 발목이 그대로 날아갔다.

그러나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해골들이 터지며 발생된 뼛조각. 그것들이 놈에게 후속 공격을 퍼부었다.

덕분에 사이클롭스는 날아간 발목의 절단면을 시작으로, 하반신이 휘몰아치는 뼛조각에 당해야 했다.

푹!

푸북!

푹! 푹! 푹! 푹! 푹! 푹! 푹!

뼛조각은 삽시간에 사이클롭스의 하체를 걸레짝으로 만들어갔다. 날카로운 뼛조각이 쑤셔대자 사이클롭스는 처음으로 괴성을 질렀다.

“쿠아아아악!”

놈의 목청이 얼마나 컸는지, 순간 고막이 찢어질 뻔했다.

‘놀래라.’

충렬과 제레미를 태운 하운드는 사이클롭스의 왼쪽 다리를 엄폐물로 삼았다. 그렇기에 피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나 완전한 사각지대는 없었던 탓일까? 강력한 시체 폭파로부터 발생한 뼛조각 하나. 그것이 충렬의 어깨를 관통했다.

푸슉!

‘이런……!’

하지만 괜찮았다. 라이프 드레인이 적용되어 있으니 관통된 상처는 순식간에 수복되었다. 사이클롭스의 생명력이 풍부했던 탓인지 충렬의 상처는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라이프 드레인이 어깨에 생긴 관통상을 치유하였습니다.]

다행히 충렬 외에 제레미나 헬 하운드는 다치지 않았다. 그저 충렬이 잠깐 운이 좋지 않았을 뿐이었다.

어쨌거나 치명적인 일격에 당하자 사이클롭스는 그 자리에 넘어졌다. 한쪽 발목이 사라지니 육중한 몸을 유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쿠웅!

쓰러진 놈을 향해 제레미가 하운드의 등을 박차며 달려갔다.

“그럼, 저도 공격하겠습니다!”

제레미가 달려가는 중간에 사이클롭스가 일어서려고 땅을 짚었다. 그렇지만 제레미의 스킬이 들어가는 것이 먼저였다.

“도약!”

순식간에 그의 몸이 점프했다. 그러더니 쓰러진 사이클롭스의 머리까지 도달했다. 그는 사이클롭스의 머리위에 도착하자마자 이어서 스킬을 사용했다.

“뇌진탕 타격!”

그러더니 들고 있던 방패로 거세게 사이클롭스의 머리를 후려쳤다.

퍼억!

겉으로 보기엔 방패로 그냥 머리를 강타하는 단순한 공격이었다. 그러나 그 효과는 단순하지 않았다. 제레미가 뇌진탕 타격을 성공시키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사이클롭스가 일시적인 뇌진탕에 걸립니다.]

[5초 동안, 사이클롭스가 기절하여 움직이지 못합니다.]

스턴의 효과는 짧았다. 겨우 5초뿐이었다. 하지만 그 5초면 충분했다. 무방비한 사이클롭스가 처지되기까지 부족한 시간이 아니었다.

***

물론 5초 만에 사이클롭스를 죽일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녀석을 무력화시키기엔 충분했다. 5초 동안 눈알을 파버리고 목덜미를 헤집었다. 그것만으로도 사이클롭스는 전투를 이어가기가 불가능했다.

전투 불가가 된 사이클롭스는, 곧 충렬과 해일, 제레미에 의해 잘 다져진 고깃덩어리가 되었다.

[거점을 지키던 사이클롭스가 처치되었습니다.]

[사이클롭스의 처치에 참여한 도전자들에게 각각 3,000카르마가 주어집니다.]

동시에 처치된 사이클롭스의 시체가 그대로 일어섰다.

[해골들의 왕 ‘레오’가 권능을 사용합니다.]

[처치된 사이클롭스가 좀비가 되어 일어섭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거점을 차지하면 몬스터가 재소환이 되었다. 그런데 처음으로 거점을 차지했기 때문일까? 재소환되는 사이클롭스의 숫자는 하나 더 추가되었다.

[누구보다 빠르게 첫 거점을 차지하였습니다.]

[재소환이 되는 사이클롭스가 하나 더 추가됩니다.]

그렇게 첫 거점을 차지하자 좀비가 된 사이클롭스 한 마리, 그리고 멀쩡한 위용을 보이는 일반 사이클롭스 두 마리가 전력에 합류하게 되었다.

총 3마리의 사이클롭스가 아군의 전력이 된 것이다.

일반적인 사이클롭스는 거점의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해골들의 왕. 레오가 권능으로 일으킨 사이클롭스 좀비는 병력으로 사용할 수가 있었다.

[잘해주었다. 네크로맨서여. 그 좀비는 네가 사용하라.]

하지만 충렬은 입맛을 다셨다.

‘쩝. 사이클롭스의 뼈를 파밍하려고 했는데. 아쉽게 되었군.’

그래도 좀비가 된 사이클롭스 하나가 전력에 추가되니 든든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저 앞으로 일단의 무리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나가들의 진영에 합류한 도전자들이었다. 그 숫자는 정확히 셋. 이쪽과 같았다.

그들도 빠른 기동성을 살린 것인지, 따로 병력들과 함께 오지는 않았다. 대신 미친 듯이 달려왔던 탓에 저들의 숨은 조금 거칠어져 있었다.

나가들 진영의 도전자 셋은 충렬 쪽을 보더니 이동을 멈추었다.

“허억. 헉. 한발 늦었나?”

“제기랄. 우리도 미친 듯이 뛰어왔는데.”

그들은 양손을 번쩍 들며 외쳤다. 충렬과 해일, 제레미를 향해서 말이다.

“이봐! 공격하지 마!”

“그래! 늦었다면 어쩔 수 없지! 우리 도전자들끼리는 싸우지 말자고!”

목숨을 아끼는 성격들인 것 같았다. 그러나 충렬은 싸우지 않을 생각이 없었다. 충렬은 옆에 있는 박해일을 쳐다보며 말했다.

“저는 적을 멀쩡히 보내줄 생각이 없는데 말입니다.”

충렬의 말에 박해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감이다.”

어차피 저들을 여기서 처리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상대해야 했다. 그리고 나중에 상대하게 된다면 그만큼 상대하기가 쉽지는 않을 터였다. 그때는 저들만 있는 것이 아닐 테니까.

다만 충렬과 해일의 결정에 제레미가 조금 난감해할 뿐이었다. 아무래도 중립 지역에서 친목을 도모한 것이 분명했다.

“저… 그래도 도전자들끼리 싸울 필요가 있을…….”

하지만 제레미의 말이 끝나기 전에 박해일의 화살이 먼저 날아갔다. 박해일의 화살은 저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쏘아졌던 것이다.

피융!

은밀한 박해일의 화살은 잠시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던 도전자들 중 하나에게 적중되었다. 그것도 심장에다가 말이다.

푹!

[당신의 부관 ‘박해일’이 메두사 진영의 도전자 ‘푸잔’을 처치하였습니다.]

박해일이 한 명을 처치하자 저쪽에 남은 두 명이 소리를 질렀다. 저들은 해일의 화살 공격에 놀란 것이 아니었다. 작전이 실패하자 짜증을 내었던 것이다. 저들은 서로 언성을 높여갔다.

“아이 썅! 봐봐. 안 속잖아!”

“쳇, 아깝다. 후속병력들 도착하면 덮치려고 했더니. 어쩔 수 없다. 일단 튀자.”

역시 믿을 놈은 하나도 없었다. 애초에 적으로 만났다면 살려둘 생각을 하면 안 되었다.

저들의 행동거지에 제레미가 크게 한숨을 쉬었다. 만약 충렬과 해일이 아니었다면 자신은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저들의 모습에 속아 당했을지도…….’

판단이 좋은 이들과 함께하여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제레미였다.

어쨌거나 꽁무니를 내빼는 도전자 둘을 향해 박해일이 재차 화살의 시위를 당겼다. 그들은 너무 쉽게 생각했다. 이곳에서 탈출할 수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탈것이 없는 그들이 충렬과 해일의 품을 벗어나기란 가당치도 않은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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