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65화 (65/237)

# 65화.

***

마지막으로 들어오는 존재는 역시나 언데드였다. 그리고 그 언데드의 모습은 충렬에게 매우 익숙한 모습이었다.

바로 해골의 모습. 그것도 이전에 겪어본 적이 있는 클레이모어를 착용한 해골 기사의 모습이었다.

다만 해골 기사는 혼자였다. 다른 일행은 없었다.

그런 해골 기사가 발걸음을 여관 내부로 옮겼다.

달그락. 달그락.

모든 도전자들이 그의 입을 주시했다. 이제 그가 말하는 것에 따라 어느 진영을 선택할 것인지 결정할 터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잠시 뒤, 해골 기사는 자리를 잡자마자 도전자들을 향해 말했다. 성대가 없어서 직접적으로는 음성을 내지 못하는 것일까? 시스템처럼 정신적으로 도전자들에게 인사했다.

[반갑다. 레오 전하의 기사 빈센트다.]

녀석은 거두절미하고 요점만 전달했다.

[전하께서 제시한 것은 단 하나. 왕릉에 대한 입장 권한이다.]

왕릉이라면 왕의 무덤을 뜻하는 단어였다.

‘그곳은 왜?’

물론 단순한 왕릉은 아니었다.

[입장하게 될 왕릉은 레오 전하의 왕릉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원하는 보물을 하나 선택할 수 있다. 대신 분쟁 지역에서 전하에게 승리를 가져다주어야 입장할 수가 있다.]

왕릉으로의 입장. 그리고 거기에 비치되어 있는 보물의 선택. 그것이 해골들의 왕이 제시하는 보상이었다.

‘그렇군. 그곳에서 보상을 직접 고르라는 소리인가.’

대신 조건이 붙어 있었기에 한 도전자가 질문했다.

“반드시 승리해야만 입장이 가능한 거요?”

[그렇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다만, 모두에게 입장을 허락할 수는 없다.]

모두에게 입장을 허락할 수는 없다니. 방금 질문했던 도전자가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물어보았다.

“그러면?”

[승리로 이끈 기여도가 높은 3인. 오로지 그 3인에게만 입장을 허용한다.]

그 말은 3인 안에 들어가지 못한 인원들은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아무리 승리를 하더라도 결국 3인 안에는 들어야 했다.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말이다.

도전자들은 즉시 머리를 굴렸다. 그러더니 어디 진영에 참여할지 결정을 내렸다.

“쳇. 난 나가들에게로 가야겠어.”

“아무래도 그게 좋겠군. 나도 경쟁하기를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라서 말이야.”

덕분에 나가들의 진영은 순식간에 10명이 채워졌다. 아무리 멋진 보상이 있을 것 같아도 3위안에 들지 못한다면 얻을 수 없는 것이 해골 왕의 보상이었다. 그래서 도전자들은 그 안에 들지 못할 바에야, 보상이 확실한 나가들 쪽으로 합류하려는 것이다.

물론 나가들이 받는 도전자들의 숫자는 제한이 있었다. 때문에 몇몇 도전자들은 나가들의 진영에 합류하지 못한 것에 입맛을 다셨다. 10명이라는 인원이 금방 채워지니 후회가 되는 것이다.

“아… 솔직히 노예를 받는 것도 좀 끌렸는데.”

“진작 갈걸.”

하지만 신성한 전당으로 향하는 도전자는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충렬은 해골들의 왕. 레오의 진영으로 합류하고자 했다.

‘왕릉이라…….’

아이템의 선택은 하나밖에 못한다. 그렇지만 그곳에 평범한 아이템이 있을 리는 없었다. 무려 왕의 무덤이었다.

그것도 해골들의 왕.

그의 무덤이다.

‘내가 만약 입장하게 된다면 분명 도움이 되는 아이템을 구할 수 있겠지.’

거기서 얻을 아이템은 확실히 나쁘지가 않을 것이었다. 해골을 소환하는 자신과 관련된 아이템이 그곳에 분명히 있을 테니까.

문제는 최고의 공로를 세운 3인의 안에 들어야 한다는 것. 그것이 관건이었다. 핵심을 간파한 충렬이 해골 기사 빈센트에게 물어보았다.

“이봐, 해골 기사. 기여도가 얼마나 되는지는 어떠한 기준으로 측정하지?”

그 질문에 그가 충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호오. 친숙한 기운이 느껴진다고 했는데. 그대였군. 좋은 질문이다.]

좋은 질문이라는 말과 함께 그가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었다.

[이마에 우리 진영의 각인이 새겨지면 전하께서 그대들의 시야를 공유하여 실시간으로 보신다. 비록 주관적으로 순위가 선정될 테지만, 레오 전하께서는 매우 공정하게 심사를 보시니 그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시야를 공유한다라…….’

그렇다면 3위 안에 들기 위한 아군들끼리의 추잡한 일은 발생하지 않을 터였다. 적어도 겉으로는.

사실 서로가 비열한 수를 써도 크게 상관은 없었다.

‘어쨌거나 확실한 전과만 세우면 된다.’

분쟁 지역에서는 어떠한 방식으로 싸움이 진행되는지 아직은 몰랐다. 그러나 충렬은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았다. 나가들의 진영은 이제 도전자를 받지 않았고, 충렬이 신성한 전당의 진영으로 갈리는 없었으니 말이다.

결국 어느 진영으로 갈지에 대한 답은 하나였다.

“해골 왕에게 합류하겠다.”

충렬의 말과 동시에 시스템이 알려왔다.

[해골들의 왕.]

[‘레오’의 진영에 합류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충렬의 이마, 그리고 박해일의 이마에 검은색의 각인이 새겨졌다.

***

해골 기사 빈센트가 한창 조건을 제시할 사이, 천사 아리엘은 저 뒤편에서 비웃음을 날렸다.

“저런 상종하지 못할 것들과 과연 누가 함께 할…….”

하지만 상황은 그녀가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해골 왕에게 합류하겠소.”

“음… 이쪽의 진영으로 가겠습니다.”

“인원수는 제한이 없나요? 저도 받아주세요.”

나가들의 진영에 합류하지 못한 대부분의 도전자들. 그들이 해골들의 왕 ‘레오’에게 합류하기 위해 움직였다. 어쩔 수 없었다. 보상을 얻기 위한 경쟁률이 엄청나겠지만, 아무것도 주지 않는 천사의 진영보다는 나았다. 그것이 도전자들의 판단이었다.

막상 자신의 진영에는 그 어떤 도전자도 합류하지 않으니 아리엘은 차마 할 말을 잊어버렸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아리엘의 수행을 돕던 천사가 입을 열었다.

“저… 아리엘 님. 이대로 돌아가게 된다면 셀라피엘 님께서…….”

그 뒷말은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실망하게 된다는 소리겠지. 아리엘도 알고 있었다. 이대로 돌아간다면 문책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이번 분쟁 지역에서는 도전자들의 유무가 핵심이었다.

“으… 이 세속적인 인간들에게 내가 굽혀야 한다니…….”

이를 꽉 깨문 아리엘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큰 소리로 외쳤다. 남은 도전자들이 해골 왕에게 모두 합류하기 전에 외친 것이다.

“조, 조건을 변경한다! 우리 진영으로 오는 이들은 신성한 기운을 나누어주겠다!”

저자세로 나간다는 생각에 자존심이 상했는지 아리엘의 얼굴은 매우 붉어져 있었다.

***

아리엘이 제시한 신성한 기운. 나쁘지는 않았다. 도전자들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종류의 것이었다. 그러나 충렬에게는 필요가 없었다.

만약 충렬만 사용한다면 효과는 좋았다. 그렇지만 해골들을 부려야 하는 입장에서는 오히려 역효과만 일어났다. 때문에 신성한 기운 따위는 받아보았자 손해였다.

‘뭐, 상관은 없겠지. 이미 진영은 선택했다.’

그렇게 모든 이들이 진영을 정했다. 막판에 천사 아리엘이 제시한 것에 혹해 남은 도전자들은 그리로 갔다. 경쟁하고 싶지는 않으나 나가들 편에도 붙지 못한 이들이었다.

물론 그 숫자는 많지 않았다. 이미 많은 이들이 해골 왕에게 지원했기 때문이다. 한번 진영을 정했다면 무르기란 불가능했다.

[모든 도전자들이 진영의 선택을 끝마쳤습니다.]

[도전자들이 선택한 진영의 현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해골들의 왕 ‘레오’: 15명]

[나가 왕국의 ‘메두사’: 10명]

[신성한 전당의 ‘셀라피엘’: 5명]

전력 자체는 해골 왕이 무척이나 우세했다. 그렇지만 그것은 도전자들의 숫자만 놓고 보았을 때의 이야기였다.

분쟁이 진행되는 방식은 단순히 도전자들끼리 싸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곧 알 수가 있었다.

[지금부터 도전자들을 각 진영의 성채로 이동시켜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중립 지역에서 머물던 도전자들은, 그들이 선택한 진영의 사절단과 함께 이동되었다.

***

충렬을 포함해 총 15명의 도전자들이 이동된 장소. 그곳은 칙칙한 분위기가 주변을 잠식한 해골들의 성채였다. 성채 내부에는 수많은 해골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건물들은 대부분 정체를 알 수 없는 커다란 뼈와 나무를 이용하여 만들어져 있었다.

“으… 분위기가 조금 스산하구만.”

“저건 다 해골들인가? 숫자가 엄청나군.”

“그러게. 아무래도 함께 싸우는 것 같은데.”

그런 장소를 도전자들이 둘러볼 무렵, 시스템의 음성이 들려왔다.

[해골들의 왕 ‘레오’의 진영에 합류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시스템은 도전자들에게 분쟁 지역에서 승리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조건은 단순합니다.]

[각 성채에 머물고 있는 대리인을 처치하면 승리할 수가 있습니다.]

[혹은 미니맵에 표시된 거점을 차지하고 진영의 영향력을 늘리면 됩니다.]

각 성채에 머무는 대리인이라. 그 뜻은 해골들의 왕 ‘레오’는 직접적인 전투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진영들도 마찬가지겠지.’

결국 단번에 승리를 취하고 싶다면 상대 진영의 대리인을 처치하면 되었다.

하지만 만약 그 방법이 어렵다면 두 번째 방법을 선택해야 했다. 생각해 보면 성채에서 대리인을 처치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이곳에 머물고 있는 병력도 엄청났는데 다른 진영이야 뻔했다.

시스템도 두 번째 방법. 즉, 거점 차지에 대한 설명을 중요하게 다루었다. 아마 전투의 양상이 거점 차지가 주된 내용으로 흘러가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거점은 4개입니다.]

[서로의 성채 사이에 위치한 거점 3개와]

[여러분들께서 방금까지 머문 정중앙의 여관.]

[그렇게 거점은 총 4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모든 거점을 차지하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그것은 아니었다.

[거점을 점령한다면 차지한 거점을 중심으로 소속 진영의 영향력이 주변의 땅을 잠식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분쟁 지역의 절반 이상을 영향력으로 잠식하는 데 성공하면 분쟁에서 승리할 수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거점의 차지가 매우 중요했다. 어차피 대리인의 처치 자체는 어려워 보였으니 말이다.

미니맵에는 모든 장소가 표시되어 있었다. 각 진영의 성채부터 시작해 거점의 위치까지.

우선 성채로 말하자면 천사들이 12시 지역, 나가들은 5시. 그리고 해골 왕은 7시의 지역이었다.

‘시작하자마자 병력이 나누어지겠군.’

천사들 쪽으로, 나가들 쪽으로. 그리고 정중앙의 지역으로.

빠르게 거점을 차지하려면 그렇게 병력을 나누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작전은 도전자들이 짜는 것이 아니었다.

[해골들의 왕 ‘레오’가 여러분들이 향할 곳을 정해줄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그곳으로 이동하여 활약을 하면 됩니다.]

그렇게 시스템의 설명이 끝나고, 도전자들의 앞으로 ‘레오’의 대리인이 앞으로 나섰다. 대리인은 딱히 다른 이가 아니었다. 도전자들을 데리고 온 해골 기사 빈센트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