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화.
분쟁 지역
“상태창.”
간수들을 처치하면서 얻은 카르마. 거기에 보상으로 얻은 3만 카르마가 추가되었다. 덕분에 보유한 카르마의 양은 다음과 같았다.
[보유 카르마: 36,000]
충렬은 카르마가 모인 정도를 보자마자 마음을 정했다.
‘이번에 얻은 카르마는 스킬에 올인한다.’
해골 소환의 랭크가 올라가면서 A랭크의 스킬이 어떻게 변하는지 체감할 수가 있었다. 아마 다른 스킬들도 랭크를 올리면 새로운 변화가 있을 터. 충렬은 곧바로 시스템에게 말했다.
“라이프 드레인과 시체 폭파의 스킬 랭크를 올린다.”
라이프 드레인은 15,000카르마. 시체 폭파는 14,000카르마가 필요했다. 때문에 도합 29,000의 카르마가 단번에 소비되었다.
[29,000카르마를 소모합니다.]
[보유 카르마: 7,000]
[‘라이프 드레인’ 스킬의 랭크가 A랭크로 상승됩니다.]
라이프 드레인의 랭크가 올라가면서 어떻게 변했을까? 잠시 뒤, 충렬은 볼 수 있었다. 라이프 드레인이 A랭크가 되면서 엄청난 기능이 하나 붙어버렸다는 것을.
[라이프 드레인 - A랭크: 하나의 대상자를 지목하여 생명력을 갈취해 스스로를 회복시킨다. 신체 접촉을 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가 있다. 단, 대상과의 거리가 6.5m를 초과하면 사용할 수 없다. 거칠게 움직여도 대상과의 거리가 일정하게 유지가 된다면 스킬이 취소되지 않는다. (9랭크까지 120,000카르마 필요) (재사용 대기 시간: 20초)]
대상과의 거리는 6.5m로 늘어났다. 이전에 비해 50㎝가 추가된 것이다. 그렇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거리만 유지된다면 스킬이 취소되지 않는다고?’
물론 재사용 대기 시간이 생기기야 했다.
‘하지만 저건 길다고 볼 수도 없지. 겨우 20초다.’
어차피 한 대상만 가지고 생명력을 흡수한다. 더군다나 생명력을 흡수하는 동안은 스킬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계속해서 줄어들 터. 그렇다면 실질적인 쿨타임은 얼마 되지 않았다.
‘어쨌거나 거칠게 움직여도 스킬이 취소되지 않는다라…….’
이건 진짜 대박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까지 라이프 드레인을 유지하려면 제자리에서 움직이기가 힘들었다. 움직이면 어떻게 되느냐고?
‘스킬이 취소되지.’
그러나 이제는 거리가 유지만 된다면 아무리 움직여도 취소가 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면 앞으로 전투가 발생했을 때, 이전에 보이지 못했던 활발한 움직임이 가능했다.
‘역시 스킬은 A랭크 때부터 폭발적으로 성장을 하는가 보군.’
A랭크가 되면서 이렇게 변했는데, 9랭크로 올라가면 어떻게 변모할지 몰랐다. 9랭크가 되기 위해서는 엄청난 카르마가 필요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업그레이드가 된 라이프 드레인을 살필 사이, 이번에는 시체 폭파의 설명이 이어졌다.
[‘시체 폭파’ 스킬의 랭크가 A랭크로 상승됩니다.]
그런데 시체 폭파는 해골 소환 스킬, 그리고 라이프 드레인과는 달리 제법 적지 않은 재사용 대기 시간이 적용되었다.
[지금부터 ‘시체 폭파’ 스킬을 사용했을 때, 더 이상 무기력해지지 않습니다.]
[‘시체 폭파’ 스킬의 재사용 대기 시간은 3분입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이 조금 긴 것 같은데?’
어떻게 본다면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었다. 겨우 3분에 불과했으니까. 다른 스킬들에 비한다면 길게 느껴질 뿐이었다. 하지만 다른 스킬에 비해 대기 시간이 길었던 이유가 있었다. 그만큼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가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시체 폭파’ 스킬에 ‘폭파병’ 기능이 추가됩니다.]
[폭파병: 등록된 병과 중 하나에 폭파병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폭파병 기능이 추가된 병과는 시체 폭파를 적용할 수 있는 언데드가 된다.]
‘폭파병 기능이라고!’
라이프 드레인도 대박이었다. 그런데 이건 더 대박이었다. 솔직히 시체 폭파 스킬은 평소에 쓰기에는 약간 부담스러운 스킬이었다. 시체를 조달하기가 쉬운 것도 아니었고, 그런 이유로 대부분 보스 몬스터 같은 녀석들을 사냥할 때만 쓰이는 한 방 스킬이었던 탓이다.
물론 앞으로도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기 위해 한 방 스킬로 사용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폭파병 기능이 적용된다면, 평범한 사냥을 하면서도 별다른 부담 없이 사용할 수가 있었다.
‘시체가 소모되는 것에 대해서도 굳이 걱정하며 아낄 필요가 없다.’
시체가 많이 발생하는 전장은 상관이 없겠지만, 이제는 시체가 발생하지 않는 전장에서도 마음껏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충렬이 폭파병 기능에 대해 놀랄 사이, 시스템이 물어왔다.
[어떠한 병종에 폭파병 기능을 추가하시겠습니까?]
[적용이 가능한 병종: 보병, 암흑 사제, 마법사, 기사.]
시스템의 물음에 충렬은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적용하려면 보병에 적용해야 했다. 물량도 물량이거니와 다른 직업군의 해골은 폭파시키면 손해였으니까.
“보병에 적용한다.”
[‘보병’에 폭파병의 기능을 추가하시겠습니까?]
[결정을 내리면 바꿀 수 없습니다.]
“어. 보병에 적용해.”
[‘보병’ 병과에 ‘폭파병’ 기능이 추가됩니다.]
시스템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시체 폭파의 스킬에 대한 설명이 나타났다.
[시체 폭파 - A랭크: 주변에 위치한 시체를 폭파시킨다. 시체의 수가 많을수록 위력이 상승한다. 소환한 언데드 중에서 ‘보병’에 한하여 시체 폭파를 사용할 수 있다. (9랭크까지 110,000카르마 필요) (재사용 대기 시간: 3분)]
시체 폭파까지 A랭크로 만드니 마음이 든든했다. 특히나 제일 큰 변화는 스킬 사용에 따른 탈진 상태에서 이제 완벽히 벗어났다는 것이다. 물론 새로운 스킬을 구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당장 앞으로는 스킬을 사용할 때마다 심장을 졸이지 않아도 되었다.
***
충렬이 스킬의 랭크를 올리는 사이, 박해일도 카르마의 소비를 끝내었다. 그는 놀랐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스킬이 A랭크가 되니 엄청나게 변하는군.”
그의 말에 충렬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사람도 성장이 빠르네. 벌써 A랭크라니.’
물론 레벨을 먼저 올리지 않는다면 스킬을 A랭크까지 올리기가 어렵지는 않았다. 제법 쉬운 편에 속했다. 레벨은 상승될 때마다 엄청난 카르마가 필요했으니 말이다.
어찌되었거나 기분 좋게 카르마를 소비했다. 그러나 문제가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충렬의 상태였다.
‘그나저나 휴식 시간은 따로 주어지지가 않나? 아무래도 지금은 언데드의 상태라 조금 불안한데.’
마침 박해일도 그런 충렬의 상태를 걱정했다.
“그런데 이봐. 괜찮나? 상태가 많이 심각해 보이는군.”
박해일은 그렇게 볼 수밖에 없었다. 충렬의 모습은 부패한 시체의 상태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그의 걱정에 충렬이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괜찮다는 충렬의 대답에 박해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다물었다. 궁금한 게 많을 테지만, 딱히 물을 생각은 없는 듯했다.
어쨌거나 서로의 정비가 끝나자 시스템이 다음 지역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당장에는 휴식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 것 같았다. 휴식 시간은 나중에 주어졌다.
[다음 지역으로 넘어가면 잠시나마 쉴 시간이 주어집니다.]
[다음으로 가게 될 장소에 대한 설명을 시작하겠습니다.]
때문에 충렬은 시스템이 하는 설명을 듣기 시작했다.
[헬리오스에는 수많은 종족과 인물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더불어 그들만의 분쟁은 끊임이 없이 일어나는 중입니다.]
[다음으로 가게 될 장소는 분쟁이 일어난 지역들 중 하나입니다.]
분쟁이 일어나는 지역들 중 하나. 과연 어느 장소의 분쟁지역으로 가게 되는 것일까? 하나같이 쉬운 장소는 없을 것이었다. 더군다나 이제는 초보자 신분에서 벗어나 견습 신분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그러니 그에 걸맞은 혹독한 장소로 가게 되리라.
[분쟁 지역으로 가게 된다면 당신들은 여러 진영 중에 한쪽 진영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선택한 진영에서 분쟁에 참여하게 됩니다.]
‘진영은 고를 수가 있는 것인가 보군.’
어떤 진영을 고를 수 있는 것인지는 몰랐다.
‘뭐, 가보면 알겠지.’
그렇게 생각할 사이 시스템이 충렬에게 물어보았다.
[다음 지역으로 도전자 ‘박해일’과 함께 가시겠습니까?]
[함께 가면 ‘박해일’은 당신의 전속 부관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시스템의 물음에 충렬은 박해일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일단 다음 지역까지는 확실히 서포트하겠다. 편한 대로 해.”
박해일의 확답에 충렬이 입을 열었다. 다음으로 가게 될 분쟁 지역. 한 사람의 손이라도 추가된다면 그나마 혼자 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리라.
“시스템아. 들었지? 함께 간다.”
충렬의 말에 시스템이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당신들을 분쟁 지역의 중립 지대로 이동시켜 드리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충렬과 해일의 모습은 작전 회의실에서 사라졌다.
***
잠시 깜깜해졌던 시야는 금방 회복되었다. 이동하게 된 장소는 중립 지대에 마련이 되어 있는 여관이었다. 충렬과 해일은 그런 여관의 1층. 수많은 테이블이 놓인 장소로 도착했다. 여관의 크기는 대략 40평 정도였다.
주변에는 테이블에 앉아 밥을 먹거나 떠드는 도전자들이 보였다. 그들의 수는 많았다.
“캬, 역시 여관의 음식은 언제 먹더라도 제격이란 말이야.”
“공짜니까 더 맛있다고.”
“그런데 너희들은 어디 진영으로 갈 거야?”
“괜찮은 보상을 약속하는 곳으로 가야지. 이곳은 묘비가 없어서 신중히 판단해야 할 것 같아.”
“어쨌거나 서로 진영이 달라지면 적으로 싸우게 되겠군.”
“그래. 그때는 어쩔 수 없어.”
“흐흐. 적으로 만난다면 각오하라고.”
도전자들은 묘비가 없음에도 어느 정도 정보를 얻은 것 같았다. 그러한 주변의 도전자들을 둘러보며 충렬은 시스템의 음성을 들어갔다. 저들이 얻은 정보는 시스템이 알려주는 정보에 포함되어 있었다.
[당신이 오게 된 분쟁 지역은 나가 왕국의 ‘메두사’, 해골들의 왕 ‘레오’, 신성한 전당의 ‘셀라피엘’이 분쟁을 벌이고 있는 지역입니다.]
[이들은 지난 몇 달간 이쪽 일대를 차지하기 위해 분쟁을 벌여왔습니다.]
지난 몇 달 동안이라고? 꽤나 오랜 시간 분쟁을 이어왔다.
[12시간 뒤, 여관으로 각 진영의 사신들이 방문할 것입니다.]
[당신은 그들의 소개를 듣고 원하시는 진영을 선택하시면 됩니다.]
[그들은 당신을 끌어들이기 위해 어떠한 보상을 약속할 것입니다.]
[진영이 선택되면 선택한 진영이 승리하거나 패배할 때까지 분쟁 지역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문득 궁금한 점이 생겼다. 승리를 한다면 당연히 살아남겠지만 만약 패배한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시스템아. 선택한 진영이 패배했는데 내가 살아남으면 어떻게 되는 것이지? 죽는 건가?”
충렬의 질문에 시스템이 대답해 주었다.
[죽지 않습니다. 진영의 승패와 상관없이 목숨만 붙어있다면, 분쟁이 끝난 뒤에 분쟁 지역을 떠날 수 있습니다.]
의외였다. 패배해도 살아남을 수가 있다니.
“그렇군.”
그렇다면 승패와 상관없이 처신만 잘하면 되었다. 어떻게 처신하느냐에 따라 목숨이 좌지우지가 될 테니까.
“그래서 도전자들끼리의 분위기가 나쁘지 않은 것인가.”
일부러라도 호감을 사기 위해 친목을 도모하는 것 같았다. 만약 적으로 만나게 된다면 목숨이라도 건지기 위해서 저러는 것이리라.
여기 있는 이들은 모두 승급전을 끝내고 온 실력자들이었다. 때문에 저렇게라도 해야 생존할 확률이 늘어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을 터. 쓸데없는 원한을 사는 것은 멍청한 짓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물론 도전자들끼리 친목을 도모하거나 말거나 충렬은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 남을 신경 쓰느니 자신을 조금이라도 더 돌보려는 사람이 충렬이었다.
‘그나저나 12시간밖에 휴식 시간이 없군.’
아마도 충렬과 해일이 이곳으로 뒤늦게 도착한 도전자인 것 같았다. 그러니 시간이 12시간 밖에 주어지지 않은 것이리라.
‘우선은 조금 쉬어야겠어.’
언데드의 상태로 계속해서 있을 수는 없었다. 목숨은 하나라도 더 아껴야 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