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62화 (62/237)

# 62화.

우로갈의 팬던트

***

죽음을 알리는 시스템의 음성. 그 음성을 듣자마자 충렬의 시야가 어두워져 갔다.

그러나 충렬은 진짜로 죽은 것이 아니었다. 충렬이 가진 특성이 죽음을 버티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희미해져 가던 의식이 다시금 선명해졌다. 동시에 시스템은 네크로맨서의 특성이 활성화되었음을 알려주었다.

[특성 ‘죽음을 버티는 자’가 적용중입니다.]

[도전자 ‘이충렬’이 죽음을 한차례 버텨냅니다.]

그렇게 악마 마르바스. 녀석을 처치했을 때를 이어서 충렬은 또다시 언데드가 되어갔다. 다만 이번에는 일이 진행되는 양상이 달랐다. 레벨이 올라서 그럴까? 변할 수 있는 언데드의 종류가 늘어났다. 기존에 있던 언데드에서 레이스라는 목록이 추가된 것이다.

더군다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몇몇 언데드는 직업, 또는 능력과 관련된 것이 적용되었다. 덕분에 주어지는 목록은 엄청났다.

[당신의 레벨은 8입니다.]

[현재 언데드화가 가능한 종류는 6가지입니다.]

[다음 목록 중 하나의 언데드로 부활합니다.]

[해골 전사(25%), 해골 마법사(25%), 감염 좀비(20%), 헤비 좀비(15%), 구울(10%), 레이스(5%)]

총 6개의 목록. 어떤 언데드가 될지는 몰랐다. 하지만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무작위였으니 말이다.

무작위로 이루어지는 언데드로의 변화. 그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감염 좀비’가 선택 되었습니다.]

[감염의 능력이 깃든 좀비가 됩니다.]

[공격한 대상이 감염에 적합한 종족이라면, 대상을 공격했을 때 일정 확률로 감염시켜 좀비로 만듭니다.]

설명을 끝으로 충렬의 몸이 변화했다.

[신체를 재구성합니다.]

동시에 충렬의 몸이 기괴한 방향으로 뒤틀리기 시작했다.

우득.

우드득.

우드드득!

기존에 인간이었던 충렬의 몸을 좀비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이전에 구울의 신체가 되었던 과정과는 달랐다.

구울이 되었을 때는 창백하더라도 새살이 돋아났다. 그렇지만 좀비가 되면서는 반대였다. 살이 썩어갔다. 피부가 문드러지고 있었던 것이다. 충렬은 썩어가는 자신의 몸을 지켜보아야 했다.

1초, 혹은 2초 정도면 충분했다. 신체가 변화하기까지는 순식간이었다.

잠시 뒤. 충렬은 더 이상 사람이라고 볼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창백하고도 썩은 피부. 그리고 흘러나오는 시체가 썩은 악취.

그렇게 충렬은 좀비가 되었다. 그것도 평범한 좀비가 아닌 감염 좀비로 말이다.

[신체의 재구성을 완료하였습니다.]

[현재 당신의 레벨에서는 충분한 수면을 취하면 인간으로 되돌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충렬이 자신의 생명력을 소모하면서까지 사용한 영혼 수확자의 반지. 거기서부터 총 58마리의 언데드가 등장했다.

[영혼 수확자의 반지가 이번에 불러낼 언데드는 ‘유령’으로 결정되었습니다.]

[58마리의 유령 병사로 이루어진 소대.]

[‘유령 소대’가 등장합니다.]

[유령 병사들은 당신의 전투가 끝날 때까지 함께할 것입니다.]

***

좀비로 변한 충렬. 그런 충렬의 주변으로 58마리의 유령 병사들이 날아다녔다. 유령들의 모습은 생전에 살아있었던 모습 그대로였다. 대부분이 검이나 창 등을 소지한 병사들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소환된 녀석들의 정신 상태는 심히 염려가 되는 수준이었다.

[킬킬킬킬.]

[와! 밖이다. 밖으로 나왔어!]

[키헤헤헤헤.]

유령들의 상태에 충렬은 조금 당황했다.

‘미친놈들인가. 정신이 완전히 돌아버렸군.’

지금까지 어딘가에 갇혀 있었던 것일까? 자세한 사항을 알 수는 없었다. 알 수 있는 것은 그저 그곳에서 벗어난 녀석들이 매우 신나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녀석들에게 자유를 만끽할 시간은 없었다.

어찌되었거나 녀석들은 충렬이 소환한 존재였다. 그리고 소환된 이상 충렬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정신이 나간 유령들의 모습에 충렬이 성질을 내었다. 시간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뭐하고들 있냐. 빨리 공격해!”

혹여나 명령을 듣지 않는다면 낭패였다. 그렇지만 충렬의 호통은 통했다. 충렬이 명령을 내리자 녀석들은 정신을 사납게 하던 행동을 멈추었던 것이다. 동시에 충렬이 가리킨 적을 목표로 움직였다.

[흐익! 옙!]

[공격하자! 히히히!]

[가자아!]

물론 충렬이 가리킨 대상은 무방비 상태의 우로갈이었다. 녀석들은 유령이라서 그런지, 서로의 몸을 겹치면서 우로갈을 향해 어렵지 않게 공격해 나갔다. 충렬도 녀석들을 따라 우로갈에게 달려들었다.

어쨌거나 유령들이 공격하기 직전의 우로갈의 생명력은 다음과 같았다. 충렬이 언데드가 되는 동안 헬 하운드와 검치호가 연신 공격을 해대었지만 그렇게까지 많은 생명력을 줄이지는 못했다.

<집행관 우로갈>

[남은 생명력: 95.1%]

[실드 복구까지 53초 남음.]

그러나 상관은 없었다. 유령들이 일시에 우로갈을 덮치는 순간. 엄청난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유령들이 들고 있는 무기는 솔직히 장식품일 뿐. 녀석들의 공격은 매우 단순했다.

[흐흐흐흐.]

[나의 검을 받아라!]

[나의 창도 받아라!]

[음… 그럼 나는 맨주먹으로 상대해 주마!]

[케케케케케!]

그 말을 끝으로 모든 유령들이 우로갈의 몸을 통과했다. 단순히 통과하는 것. 그것이 유령 병사들의 공격 방법이었다.

쉬이이익!

그리고 단 한차례의 통과에 우로갈의 생명력은 상상하지도 못할 정도로 줄어들었다.

[집행관 우로갈의 육체를 형성한 에너지는 영혼 계열의 존재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그들의 공격에도 매우 취약합니다.]

[상성으로 인해 유령들의 공격이 집행관 우로갈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선사하였습니다.]

<집행관 우로갈>

[남은 생명력: 62.1%]

[실드 복구까지 51초 남음.]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충렬은 어안이 벙벙했다. 우로갈에게 향하던 발걸음도 멈추고 볼을 꼬집었다.

‘저렇게 줄어든 것이 사실이야?’

언데드라서 그런지 꼬집은 볼에서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괜찮았다. 충분히 사실이라는 것을 인지할 수는 있었으니까.

아무튼지 그 많던 우로갈의 생명력이 한순간에 62.1%가 되었다. 그 때문일까? 차지 실드를 사용하면서 정신을 어딘가에 집중하고 있었던 우로갈이었다. 그런데 녀석은 당황하며 다급한 음성을 내비쳤다.

[자, 잠깐만 기다려 다오.]

그러면서 뜻밖의 제안을 제시했다.

[내가 패배했다. 이대로 그냥 보내주겠다.]

처음 등장했을 때 보여주었던 위엄은 어디로 갔을까? 우로갈은 어울리지 않게 목숨을 구걸했다. 그렇지만 녀석의 부탁을 들어줄 충렬이 아니었다.

‘실드를 깎느라 내가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데. 막상 이렇게 되니까 그냥 보내주겠다고?’

삐딱한 표정을 지은 충렬은 조급해하는 녀석에게 물었다.

“내가 왜 그냥 가?”

그러자 녀석은 전투가 시작되었을 때를 강조했다. 봐주었던 적이 있으니 충렬에게도 자비를 구했던 것이다.

[나도 처음에 휴식 시간을 주지 않았더냐! 서로 비긴 것으로 하고…….]

물론 녀석이 그러한 점을 강조하거나 말거나 충렬의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그러니까 누가 여유를 부리라고 했냐.”

그리고 자신의 말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던 유령들을 향해 말했다.

“너희들은 멀뚱히 뭐 하고 있어? 빨리 처치해.”

충렬의 명령에 유령들이 가지각색으로 반응했다. 대충 돌아가는 상황을 알아챘기 때문이다.

[우우! 나쁘다!]

[저렇게 치사한 놈은 처음 본다!]

[키키키! 마음에 들어!]

[암! 그렇고말고!]

[뒤통수를 때릴 때가 제일 시원해! 크흐흐흐흐.]

그렇게 각자의 반응은 달랐다. 그래도 유령들은 충렬의 명령에 따라서 움직였다.

덕분에 우로갈만 안타까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자… 잠깐! 아……!]

우로갈이 충렬의 명령을 멈추어보려 했지만, 녀석의 내공으로는 충렬이 내린 결정을 멈출 수가 없었다.

결국 우로갈이 처치되기까지는 5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

우로갈의 생명력이 0%가 되자 시스템이 녀석의 사망을 알려왔다. 우로갈은 간수들이 죽는 것과 마찬가지로 연기로 변하며 사라졌다.

[축하드립니다.]

[감옥 시설의 주인, ‘집행관 우로갈’을 처치하였습니다.]

우로갈의 사망과 동시에 유령들도 본래 위치한 곳으로 돌아가야 했다.

[흐아아. 돌아가기 싫어!]

[여기에 남고 싶어!]

[크으윽.]

염원하든지 말든지 녀석들은 전투가 끝나자마자 어딘가로 사라졌다.

그런데 우로갈이 사망했지만 시스템은 하나의 좋지 못한 소식을 전해주었다.

[우로갈의 사망으로 인하여 이후 이곳에 파견되는 집행관의 수준이 높아집니다.]

당연히 충렬과는 상관이 없었다. 나중에 구출 미션을 수행하게 될 도전자만 불쌍할 뿐이었다.

어쨌거나 우로갈이 처치되자 시스템은 탈출에 성공한 것으로 인정해 주었다.

[도전자 ‘이충렬’, 도전자 ‘박해일’을 작전 회의실로 이동시키겠습니다.]

***

우로갈을 처치하고 탈출에 성공했다.

시스템은 작전 회의실에서 구출 성공에 따른 보상과 집행관 처치에 따른 보상을 해주었다.

[당신은 도전자 ‘박해일’의 구출에 성공하였습니다.]

[보상으로 10,000카르마가 지급됩니다.]

1만 카르마. 엄청난 양의 보상이었다. 솔직히 구출만 따지고 보면 그리 많은 시간이 소비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 시간에 비해 1만의 카르마라면 남는 장사였다.

‘와우. 엄청난데.’

하지만 그것은 구출을 성공했을 때 받는 카르마에 불과했다. 집행관의 처치에 대한 보상은 구출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풍족했다.

[집행관의 처치에 성공했습니다.]

[‘이충렬’과 ‘박해일’에게 각각 20,000카르마가 주어집니다.]

[처치 기여도가 높은 ‘이충렬’에게는 ‘우로갈의 펜던트’가 추가로 지급됩니다.]

박해일과 함께 20,000카르마를 받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와는 다르게 따로 아이템을 받았다. 그것은 바로 ‘우로갈의 펜던트’였다. 충렬은 곧바로 손에 쥐어진 펜던트를 살폈다.

[우로갈의 펜던트: 우로갈의 에너지가 일부 깃든 펜던트다. 원할 때 에너지 실드를 활성화 또는 비활성화시킬 수 있다. 에너지 실드가 활성화되면 충전된 횟수만큼 그 어떤 공격도 무조건 막아낼 수 있다. 다만 소모된 에너지 실드의 횟수는 재충전되지 않는다. (현재 충전된 횟수: 10회)]

우로갈을 처치하고 얻은 펜던트의 성능은 엄청났다. 물론 실제 에너지 실드에 비한다면 횟수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렇지만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무려 그 어떤 공격이든지 10회를 막아낼 수가 있다.’

어떻게 보면 목숨 10개를 얻은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나중에 필히 쓰이는 곳이 있으리라.

아이템의 설명을 읽은 충렬은 펜던트를 착용했다.

‘그나마 활성화와 비활성화가 가능하다니 다행이다.’

만약 그것마저도 되지 않았다면 조금은 골치가 아팠을 터였다.

어쨌거나 얻은 카르마는 총 3만이었다. 박해일도 뜻밖에 2만 카르마를 얻자 어디에 사용할지 살피는 듯했다.

그 모습을 본 충렬도 현재 모인 카르마를 소모하기 위해 상태창을 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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