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화.
***
충렬은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해골들에게 외쳤다.
“산개해서 덮쳐!”
산개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적의 시야를 조금이라도 더 교란시키기 위해서다. 특히나 적의 덩치는 거대했다. 때문에 해골 보병들이 사방에서 공격할 공간은 충분했다.
어쨌거나 충렬의 명령에 샤오링을 포함한 데프론, 그리고 해골 보병들이 서로 거리를 벌리며 덮쳐갔다.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그러는 사이 마렉, 레일리, 해골 마법사들이 기본 마법을 준비했다. 박해일은 처음부터 강력한 화살을 사용하려는지 활시위를 힘껏 당겨갔다.
그렇게 공격이 시작되어감에도 집행관은 딱히 별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물러서지 않고 충렬에게 말했다.
[그대가 소환한 졸개들의 무력부터 시험해 보겠다.]
그 말을 끝으로 집정관이 한쪽 손을 내밀며 손바닥을 보여주었다. 그러더니 스킬을 사용했다.[에너지 쇼크웨이브.]
동시에 그의 손바닥에서 탁한 회색의 파동이 일직선으로 발사되었다.
지이이잉.
레이저처럼 빛의 속도로 짓쳐드는 그것은 달려들던 해골 보병 하나에게 적중되었다.
단순히 보병을 꿰뚫고 지나갈 것이라 생각되었던 에너지 쇼크웨이브였다. 하지만 그것은 해골 보병에게 적중되자마자 놀라운 변화를 보여주었다.
‘저게 뭐지……?’
우로갈의 에너지 쇼크웨이브에 당한 해골 보병. 녀석의 몸을 탁한 연기가 감쌌다. 그리고 잠시 뒤. 해골의 몸을 감싼 그것은 진동을 시작했다. 그러자 해골의 전신이 눈 깜짝할 사이에 조각조각 부서졌다.
빠각!
빠가각!
빠가가가각!
모든 뼈가 박살 나며 기능이 상실된 보병은 어쩔 수 없이 역소환되었다.
[<해골 보병8>이 조각 단위로 부서지며 역소환됩니다.]
머리에 적중된 것도 아니었다. 대충 갈비뼈 부분에 적중이 되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우로갈의 스킬은 해골 보병을 적중시키자 뼈 전체를 박살내었다.
즉, 저 스킬에 스치기만 해도 온몸이 으스러질 가능성이 높다는 소리다. 더군다나 저 스킬은 근거리 스킬이 아니었다. 원거리 스킬이었다.
‘무조건 피해야 한다. 한번 적중되면 끝이야.’
스킬이 들어오는 속도를 보면 피하기란 불가능했다. 만약 피하려면 우로갈의 손바닥 방향을 보고 미리 자리에서 벗어나는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우로갈의 행동이 그다지 빠르지 않다는 점이 위안이 되었다.
‘집중하면 충분히 피할 수가 있다.’
그렇게 놈에 대해 알아가는 사이, 이쪽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아직 보병들은 달려가는 와중이었다. 그렇기에 이쪽의 공격은 원거리 딜러들의 공격이었다.
먼저 시작된 원거리 공격은 멀찍이 자리를 잡은 박해일의 스킬이었다. 그의 스킬은 해골 마법사들보다 먼저 사용되었다. 그가 사용한 스킬은 이전에 충렬을 위험하게 만들었던 스킬이었다.
“스파이럴 애로우!”
과연, 살벌하게 발사되는 화살이었다. 믹서 기계의 칼날처럼 회전하는 화살촉. 그것은 그 무엇이든지 갈아버릴 정도로 매섭게 짓쳐들어 갔다.
피융!
충렬은 혹시나 기대했다. 스파이럴 애로우의 파괴력은 이미 경험해 보지 않았던가.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스파이럴 애로우는 집행관에게 닿자,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사라져야 했다.
티잉!
‘역시. 집행관인데 실드가 없을 리가 없지.’
박해일의 화살을 뒤따라간 마법사들의 마법도 있었다. 그러나 마법들도 마찬가지였다. 집행관의 실드에 가로막힐 뿐이었다.
티잉!
팅!
티딩!
티잉!
그렇다면 답은 하나였다.
‘실드가 없어질 때까지 때리는 수밖에 없다.’
지금 믿을 것은 해골 소환 스킬이었다.
‘놈이 해골을 처치하는 속도에 맞추어 그만큼 소환할 수만 있어도 해볼 만하다.’
그 생각을 끝으로 충렬도 보병들의 뒤를 따라 앞으로 달려갔다. 실드를 최대한 깎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더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기 때문이다.
***
집행관을 상대할 수 있겠다는 생각. 그 생각은 오판이었다. 보병들과 샤오링이 녀석에게 근접한 순간, 녀석이 얼마나 강력한 존재인지 깨달을 수가 있었다.
[일일이 상대하기는 귀찮군.]
[에너지 스톰.]
우로갈이 스킬을 사용하자 녀석을 중심으로 연기가 서서히 퍼져 나갔다. 그렇게 퍼져 나간 연기는 곧 성질을 바꾸었다. 잔잔했던 연기가 빠른 속도로 휘몰아치기 시작한 것이다. 대략 1초 뒤, 에너지의 폭풍이 우로갈의 주변을 휩쓸어갔다.
[우로갈이 ‘에너지 스톰’을 사용합니다.]
[우로갈을 중심으로 반경 5m까지 에너지 스톰에 휩쓸립니다.]
단순히 연기가 주변을 휩쓰는 것이 아니었다. 그 스킬의 효과는 쇼크웨이브 때와 같았다. 연기에 닿은 해골들은 처음에 해골 보병이 당했을 때처럼의 과정을 겪어야 했다.
빠득!
빠드득!
빠드드득!
빠드드드드드드드득!
삽시간에 근접 딜러 역할을 맡은 해골들이 단체로 부서지기 시작했다. 거기엔 예외가 없었다. 우로갈로부터 반경 5m 이내라면 무조건 박살이 나야 했다.
놈에게 달려가던 충렬은 그 즉시 제자리에 멈추었다.
‘이런……!’
달려가기는 했지만 라이프 드레인을 쓰려고 뒤늦게 출발한 것이 전화위복이 되었다. 충렬은 자신의 곁에서 함께 달려가던 하운드도 이 앞으로는 돌진하지 못하게 했다.
“하운드! 뒤로 가 있어!”
우로갈의 스킬은 하나같이 모두가 강력했다.
‘이러면 방법이…….’
놈에 대한 근접 공격은 의미가 없었다. 도대체 녀석을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제기랄 이러면 이판사판이다.’
당장에 떠오르는 방법은 원거리로 계속 요격하는 것. 그것뿐이었다. 충렬이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원거리 공격은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하나는 해골 마법사를 소환하는 것. 그리고 라이프 드레인이다. 라이프 드레인은 6m까지 사용할 수가 있었으니 거리 계산만 잘한다면 충분히 사용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해골은 마법사들로만 모조리 소환한다.’
어차피 원거리 해골이 아니면 쓸모가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우로갈은 지금까지 사용했던 스킬 외에 새로운 스킬을 가지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렇지만 그것은 나중에 생각해 볼 문제였다.
지금부터는 집중력 싸움이었다.
실드를 완전히 깎아버릴 때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몰랐다. 시간 싸움이나 마찬가지였다.
‘생고생을 해야 한다니.’
해골들을 부릴 때는 좋았지만, 설마 자신이 직접 발로 뛰어야 하는 날이 오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한 충렬이었다.
***
에너지 쇼크웨이브가 충렬을 향해 발사되었다.
지이잉!
그러나 우로갈의 손바닥 방향을 주시하고 있던 충렬이 땅을 박차는 것이 먼저였다. 덕분에 녀석의 스킬은 옥상의 맨바닥에 적중되더니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흩어졌다.
하지만 녀석의 스킬을 피해낸 충렬의 표정도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하… 힘들어 죽겠네.”
라이프 드레인이라도 통했다면 지치는 일이 없을 터였다. 그렇지만 우로갈에게는 실드가 있었다. 때문에 라이프 드레인은 성공되지 못했다. 그래도 계속해서 사용해야 했다. 놈의 실드를 깎기 위해서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라이프 드레인!”
라이프 드레인을 사용하려면 6m 이내여야 했다. 지근거리에서 덩치가 큰 하운드를 데리고 다닐 수는 없었다. 스치기만 해도 사망이었으니까. 그래서 문양으로 되돌린 상황이었다.
어쨌거나 저 뒤에서는 박해일이 검치호 등에 올라타 연신 활시위를 당겨대었다. 그나마 그가 소지한 화살통이 화살을 계속해서 생성해 내었기에 지금까지 보조해 줄 수가 있었다.
그렇게 옥상에는 집행관, 충렬, 해일과 검치호. 넷이 전투를 이어가고 있었다.
해골들은 어디로 갔냐고? 모두 역소환이 되었다. 우로갈의 원거리 스킬에 당할 재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에너지 쇼크웨이브.]
이번에는 우로갈의 스킬이 박해일에게 발사되었다. 그러자 우로갈을 주시하고 있던 검치호가 즉시 자리를 벗어나며 스킬을 피해내었다.
그랬다. 우로갈의 어그로는 누구에게 향할지 몰랐다. 매번 무작위였다. 때문에 마법사들도 모조리 역소환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충렬과 해일은 제법 오래 버텼다. 충렬은 문득 성을 내며 박해일에게 외쳤다.
“젠장! 우리 몇 대나 때렸습니까?”
그 말은 우로갈의 실드를 몇 번 타격했냐는 소리였다. 충렬의 물음에 해일이 대답했다.
“정확히 950번이다!”
미친. 950번이나 끈질기게 타격하다니. 대단한 집념이었다.
‘설마 나중에 1,000번 이상을 공격했는데도 실드가 건재한 것은 아니겠지?’
당장에라도 지쳐서 쓰러질 것만 같았다. 처음엔 100번의 공격에 실드가 깨졌으면 좋겠다고 빌었다. 그 100번은 곧 200번이 되었고, 300, 400, 500이 될 때까지 이어졌다. 그렇지만 실드는 절대로 깨어지지 않았다. 덕분에 950번까지 오게 되었다.
이는 아무리 독종이라도 해내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충렬과 해일은 어떻게든지 버텨내어 여기까지 올 수가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버틴다고 해도 이 이상은 버티기가 힘들었다.
‘제발 1,000번으로 승부를 보자.’
기절할 것만 같았다. 간신히 정신을 부여잡고 있었다. 범인이었다면 여기까지 절대로 오지 못했으리라. 그러나 충렬은 이를 꽉 깨물었다. 어떻게든지 버텨내기 위해서다.
***
“라이프 드레인!”
티잉.
998대. 정확히 998대를 공격했다. 그렇게 충렬이 스킬을 사용한 뒤. 박해일의 화살이 우로갈에게 짓쳐든다.
티잉.
여기까지 999대였다. 그리고 이어서 우로갈이 스킬을 사용했다.
[에너지 쇼크웨이브.]
놈의 손바닥에서 매번 같은 패턴으로 스킬이 발사되었다.
지이잉.
충렬은 후들거리는 다리로 간신히 놈의 스킬을 피해내었다. 그리고 말라 버린 입을 벌리며 소리쳤다.
“씨발. 제발 좀 여기까지 하자! 라이프 드레인!”
동시에 녀석의 실드가 충렬의 스킬을 또다시 막아내었다.
티잉.
하지만 충렬의 염원이 하늘에 닿았던 것일까? 드디어 첫 결실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결실은 충렬이 예상하던 것과는 달랐다.
[대단한 집념이군. 설마 내 에너지 실드를 부수는 이가 존재하다니.]
그 말을 끝으로 우로갈이 스킬을 사용했다.
[차지 실드.]
차지실드. 그것은 충렬에게 악몽을 안겨주는 스킬이었다.
[우로갈이 ‘차지 실드’를 사용합니다.]
[1분 뒤, 파괴된 우로갈의 에너지 실드가 복구됩니다.]
[1분 동안 우로갈의 모든 움직임이 정지됩니다.]
에너지 실드의 복구라니. 또다시 1,000번을 공격해야 한다는 미친 짓거리를 할 수는 없었다.
‘미친!’
충렬이 충격을 받거나 말거나 시스템은 새로운 정보를 보여주었다. 우로갈의 이름 아래에 놈의 생명력에 대한 정보를 표시한 것이다.
<집행관 우로갈>
[남은 생명력: 100%]
[실드 복구까지 59초 남음.]
무조건 1분 안에 놈을 처치해야 했다. 다행인 점은 1분 동안 녀석이 그 어떤 행동도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충렬은 곧바로 스킬을 사용했다.
“라이프 드레인!”
그러자 처음으로 라이프 드레인이 성공했다. 실드가 없으니 우로갈에게 적용된 것이다.
[‘집행관 우로갈’의 생명력을 흡수합니다.]
그러나 그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
<집행관 우로갈>
[남은 생명력: 99.8%]
[실드 복구까지 58초 남음.]
1초 동안 겨우 0.2%를 줄이는 데 그쳤다. 물론 충렬의 공격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이때다 싶은 박해일이 다가와 스킬을 사용했다.
“스파이럴 애로우!”
강력한 화살이 우로갈의 머리를 향해 날아갔다.
피융!
자신과 달리 박해일은 스킬의 랭크가 A는 아닐 것이었다. 때문에 이제 몇 십초 동안은 움직이지 못할 터.
‘그래도 머리에 적중된다면 치명적인 일격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적중된 스파이럴 애로우가 우로갈의 머리를 갈아버릴 듯 들이쳤다.
콰드드드드드득!
저 일격이면 아무리 튼튼하다고 해도 실드가 없는 이상은 끝이었다. 하지만 우로갈의 머리는 멀쩡했다. 대신 남은 생명력의 표시만 바뀌었을 뿐이다.
<집행관 우로갈>
[남은 생명력: 96.8%]
[실드 복구까지 57초 남음.]
물론 강한 파괴력만큼 우로갈의 생명력은 충렬이 공격했을 때보다 많이 줄어들었다.
‘젠장. 그런데 저 강력한 스킬이 3%밖에 줄이지 못했다고?’
스킬을 사용한 박해일은 이제 움직이지 못했다. 나머지 공격은 충렬이 해야 했다. 마침 박해일이 명령을 했는지 검치호가 우로갈을 공격하기 위해 달려왔다. 충렬도 헬 하운드를 불렀다.
“하운드! 나와서 공격해!”
해골도 소환하려 했다. 하지만 직전에 스킬을 사용했던 탓인지 재사용 대기 시간이 남아 있었다.
“해골 소환!”
[재사용 대기 시간이 12초 남았습니다.]
12초를 기다렸다가 스킬을 사용해야 할까? 충렬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확실한 화력이 필요했다.
‘솔직히 해골을 소환한다고 해도 엄청난 화력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방법은 단 하나밖에 없었다. 지금으로서 폭발적인 화력을 낼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였다.
“영혼 수확자의 반지를 사용한다!”
동시에 시스템이 알려왔다.
[영혼 수확자의 반지를 사용합니다.]
[중첩된 숫자는 58입니다.]
[당신의 생명력을 모두 소모하여 58마리의 언데드를 불러냅니다.]
그 말을 끝으로 충렬에게 두 번째 죽음이 찾아왔다.
[도전자 ‘이충렬’이 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