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화.
***
옥상으로 가는 방법 또한 이전과 같이 다양했다. 그렇지만 제한 시간이 걸려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쓸 수 있는 것은 강행 돌파밖에 없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충렬과 해일은 제법 많은 거리를 이동할 수가 있었다.
‘제기랄. 그런데 왜 이렇게 나타나는 간수들은 끝이 없지?’
구출 때에 비해 간수들이 나타나는 간격이 너무나 짧았다. 함께 나타나는 간수들의 수는 많지 않았지만 등장하는 빈도가 너무 많았던 것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최대한 놈들의 공격을 피하며 달려야 했다. 그나마 지금부터는 올라가는 계단이었다. 그리고 이 계단만 오르면 옥상이었다.
충렬은 데프론과 보병 둘에게 명령했다.
“데프론, 그리고 거기 보병 둘. 저기 간수에게 들러붙어.”
그러자 데프론을 포함한 보병 둘이 올라가는 계단을 지키고 있는 간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해골 분대장 데프론>과 <해골 보병1>, <해골 보병2>가 간수에게 돌진합니다.]
보병들이 간수의 시선을 끄는 사이, 충렬과 박해일은 재빨리 계단을 박차며 올라갔다.
타닷!
탓!
그렇게 충렬이 간수를 지나치고 잠시 뒤에 시스템이 알려왔다.
[<해골 분대장 데프론>이 역소환됩니다.]
[<해골 보병1>이 역소환됩니다.]
[<해골 보병2>가…….]
역시나 보병 셋으로 간수를 처치하기란 불가능했다. 그래도 시간을 끄는 역할로는 충분했다.
물론 여기까지 오면서 너무나 많은 해골들을 간수들에게 던져주었다.
지금까지 스킬의 쿨타임이 돌 때마다 해골들을 소환했다. 그렇지만 방금 희생시킨 데프론과 보병 둘이 마지막 남은 해골이었다.
충렬은 계단을 올라가며 다시 스킬을 사용했다. 마침 스킬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초기화되었기 때문이다.
“해골 병력 소환!”
[어떤 해골을 소환하시겠습니까?]
[<해골 분대장 데프론>, <안식을 거부한 마렉>, <마법 조장 레일리>, <죽음을 거부한 샤오링>, 보병, 암흑 사제, 마법사, 기사.]
일반 해골을 소환할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네임드 중에서도 당장에 소환할 해골은 데프론이었다. 중간에 마주칠 간수에게 던져 주려면 데프론이 제일 나았다. 물량 자체가 엄청났으니까.
“데프론을 소환해.”
동시에 방금 역소환이 되었던 데프론이 해골 보병 8마리와 함께 등장했다. 충렬은 소환 스킬을 사용한 뒤,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쳤다.
‘휴. 소환 스킬의 랭크를 올리길 잘했다. 만약 올리지 않았다면 정말 위험할 뻔했어.’
곧 있으면 옥상이었다. 그나마 탈진 상태가 발생하지 않으니 여기까지 달려올 수가 있었다. 다만 충렬이 스킬을 사용하고도 계속해서 움직이자, 그 모습에 박해일이 놀라 했다.
“대단하군.”
그가 놀라거나 말거나 충렬은 집행관이 들이치기까지 남은 시간을 살폈다.
[집행관의 등장까지 남은 시간: 18초.]
집행관의 등장까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겨우 18초. 그 시간이 전부였다.
‘그렇지만 운이 좋다면 집행관이 도착하기 전에 옥상으로 먼저 도착할 수가 있다.’
거기에 더하여 진짜로 운이 좋았는지 간수들의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가 않았다.
그렇게 10초가량을 계단을 올라가는 데 사용했다. 그리고 끝내 뻥 뚫린 옥상으로의 입구가 보였다.
‘되었다. 다 왔어.’
그러나 그때는 집행관의 등장까지 8초만이 남아 있는 상황이었다.
[집행관의 등장까지 남은 시간: 8초.]
충렬은 악착같이 허벅지에 힘을 주었다. 계단을 올라가는 충렬의 허벅지가 당장에라도 터질 듯 부풀었다. 덕분에 잠시 뒤, 옥상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집행관의 등장까지 남은 시간: 5초.]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저 멀리 전방에 포탈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런데 포탈은 생각보다 멀리 위치해 있었다.
“제기랄! 왜 저렇게 멀리 있어!”
5초간 죽어라 뛰어도 도착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옥상은 공간이 확 트인 곳이었다. 충렬은 빠르게 판단을 내리고 입을 열었다. 동시에 다급하게 외쳤다.
“헬 하운드 나와!”
빠른 판단을 내린 것은 충렬만이 아니었다. 뒤따라오던 박해일. 그도 역시 탈것을 소환했다.
“검치호!”
충렬과 박해일이 외침과 함께 둘의 앞으로 각각 헬 하운드와 검치호가 등장했다. 하운드와 검치호는 서로의 모습이 보이자 으르렁거렸다.
“크르르…….”
“크허엉…….”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하운드와 검치호는 상대를 노려보았지만, 이내 각자의 주인이 처한 다급한 상황 때문에 다투지는 못했다.
[집행관의 등장까지 남은 시간: 3초.]
각자의 탈것에 올라탄 충렬과 해일이 곧장 포탈을 향해 달려갔다. 지금이라도 빠르게 달린다면 도착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집행관의 등장까지 남은 시간: 2초.]
그러나 운명의 장난일까? 아무리 탈것을 타고 간다고 하더라도 시간은 충분하지 않았다. 포탈이 위치한 곳까지 제 시간 안에 도착하기란 불가능했다. 충분히 도달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현실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집행관의 등장까지 남은 시간: 1초.]
정말로 3초만 시간이 더 있었다면. 그랬다면 현재 장소를 탈출할 수도 있었을 터였다. 아니, 2초만 더 주어졌더라도 도전해 볼 가치는 충분했다.
‘젠장.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도…….’
그렇지만 희망사항은 희망사망일뿐. 원한다고 그 소중한 시간을 누군가 만들어줄 리가 없었다.
결국 대략 2~3초정도의 거리를 앞두고 집행관이 등장하고 말았다.
[집행관의 등장까지 남은 시간: 0초.]
[집행관이 등장합니다.]
[포탈 근처에 적대적인 존재가 등장하였습니다.]
[적대적인 존재가 사라질 때까지 포탈은 비활성 상태가 됩니다.]
***
아무것도 없던 옥상 바닥의 위. 충렬과 해일의 앞으로 탁한 회색의 연기가 다량 나타났다. 연기는 스산한 기운을 내뿜으며 응축되어 갔다. 그러면서 무언가 만들어지는 소리를 내었다.
우우우우우우우웅.
응축은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동시에 연기 속에서 새로운 존재가 등장했다. 전체적인 외모는 간수와 비슷했다. 그러나 3배 정도는 큰 덩치. 그리고 몸의 주변을 떠도는 연기가 녀석을 심상치 않은 존재임을 암시했다.
특이한 점은 상대의 하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하체가 있어야 할 부분에서는 연신 연기가 흘러나오며 그를 둥둥 떠다니게 했다.
그렇게 상대의 등장을 살필 사이, 놈의 위에 이름이 표시되었다.
<집행관 우로갈>
녀석의 이름은 ‘우로갈’이었다. 우로갈은 충렬을 향해 분노를 내뱉을 만도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감탄했다.
[간수들을 그렇게나 많이 살해하다니.]
[대단한 실력자인가 보구나.]
그의 감탄에 충렬이 멋쩍은 듯. 대답했다.
“실력자는 무슨…….”
하지만 충렬의 겸손과는 상관없이 우로갈은 자신이 하고자하는 말을 내뱉었다.
[너의 실력을 내가 측정해 보겠다.]
[그럼 전투를 시작하…….]
충렬은 전투를 시작하려는 우로갈의 말을 잘랐다.
“잠깐.”
그러자 신기하게도 녀석은 움직이려던 행동을 멈추어주었다. 지금까지의 몬스터들과는 다른 반응이었다.
[뭐지?]
녀석의 반응에 충렬은 안도의 한숨을 속으로 내쉬었다. 녀석의 말을 멈춘 것은 당연했다.
‘아직 해골들을 모두 소환하지 못했다.’
현재 소환되어 있는 해골은 데프론을 포함한 보병들뿐이었다.
‘시간을 끌어서 나머지 해골들도 소환해야 해.’
1분마다 해골을 하나씩 소환할 수 있었다. 데프론은 이미 소환이 되어 있었으니 다른 네임드 해골들을 소환하려면 적어도 3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때문에 녀석이 했던 말을 상기하며 시간을 끌었다.
“내 실력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보고 싶나?”
충렬의 말에 우로갈이 끄덕였다.
[나는 강자와 싸우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다면 잠깐만 기다려 봐. 설마 방금까지 힘들게 달려온 상대에게 휴식조차 주지 않으려는 것은 아니겠지?”
그 말에 우로갈이 잠시 고민했다. 그러나 결국 충렬의 꼬드김에 넘어갔다.
[음… 그렇군. 휴식할 시간을 주겠다. 최상의 상태가 되면 말하도록.]
이렇게나 친절한 보스라니. 우로갈은 솔직히 충렬이 최상의 상태이거나 말거나 상관이 없는 것이 분명했다. 그만큼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었으니 저러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리라.
‘어쨌거나 시간은 벌었다.’
자신감이 넘치는 우로갈의 행동 덕분에 해골들을 모두 소환하고 전투를 치를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경계는 충분히 해야 했다. 적의 말을 있는 그대로 믿는 것은 멍청한 짓이었으니까.
‘그나마 소환 스킬의 랭크가 높으니 다행이다.’
만약 소환 스킬의 랭크가 낮았다면 이렇게 행동하지를 못했을 터였다. 적을 앞에 두고 탈진 상태가 될 수는 없었다. 아무리 시간을 준다고 해도 그것은 칼날 앞에 스스로의 목을 들이미는 행위나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지금은 괜찮았다. 소환 스킬을 사용고도 즉각적으로 움직일 수가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충렬이 소환 스킬을 재차 사용하려고 할 무렵. 추가적인 이득이 발생했다. 그것은 간수들을 상대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그대들이여. 도망갈 생각은 하지 말도록.]
어차피 포탈이 비활성화되었기에 탈출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런 것을 알지 못하는 우로갈은 스킬을 사용했다.
[블록 에어리어.]
우로갈이 스킬을 사용하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우로갈이 ‘블록 에어리어’를 시전합니다.]
[‘블록 에어리어’는 그 누구의 진입도, 퇴출도 허락하지 않습니다.]
동시에 회색의 장막이 돔 형식으로 옥상에 설치되었다. 덕분에 오로지 놈에게만 전투를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장막은 옥상으로 들어오는 출입구까지 정확히 막아버렸기 때문이다.
아무튼지 박해일도 몸을 추스를 시간을 벌게 되었다. 족쇄를 풀고 이곳까지 계속해서 달려왔다. 그 때문에 아무래도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런데 회복할 시간이 주어졌던 것이다.
‘대단하군. 나라면 떠올리지도 못했을 방법으로 시간을 벌다니. 일부러 시간을 벌어준 것인가…….’
본래라면 충렬은 스스로를 위해 그런 것이었다. 하지만 박해일은 충렬이 자신의 몸 상태를 걱정하여 시간을 벌어다 준 것으로 오해했다.
그리고 어떻게 생각해 본다면 충렬이 간수를 처치하였기에 우로갈이 나타난 꼴이었다. 그러나 해일은 마음가짐을 달리했다. 어찌되었거나 자신을 구하기 위해 일어난 일이었으니까.
‘최선을 다해 돕는다.’
타인을 믿지 못하여 꺼리는 성격인 박해일. 그에게 약간의 변화가 찾아왔다. 사실 박해일의 인성은 나쁘지 않은 편에 속했다. 다만 지금껏 좋지 못한 이들을 만났고, 그로 인하여 지우지 못할 상처를 받은 사람일 뿐이었다.
***
충렬이 모든 해골들을 소환하고 전력을 정비할 사이. 우로갈이 물어보았다.
[준비는 끝났나?]
그의 물음에 충렬이 박해일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박해일이 끄덕이며 말했다.
“난 준비가 끝났다.”
충렬도 모든 준비를 마친 상황이었다. 충렬의 주변으로는 총 15구의 해골들이 정렬해 있었다. A랭크가 되면서 해골 하나를 더 소환할 수가 있었다. 일단 추가로 소환한 해골은 해골 마법사였다.
[현재 소환된 언데드]
[보병: 데프론 외 8구의 해골.]
[마법사: 레일리 외 3구의 해골.]
[암흑 사제: 마렉]
[기사: 샤오링]
[총: 15구의 해골.]
충렬은 전투가 시작되기 전, 집행관을 상대할 방법을 모색했다.
‘아마 집행관도 에너지 실드가 있을 터.’
그렇지만 그것 외에 특징적인 실마리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우로갈의 양손에는 에너지 소드가 없다.’
간수와는 다른 방식으로 전투를 벌이는 것 같았다.
‘흐음… 직접 상대해 보면서 알아보는 수밖에 없나.’
더군다나 이제는 던질 돌멩이도 없었다. 순순히 가진 것들로만 전투를 치러야 했다. 그러니 마법사를 하나라도 더 소환하여 화력을 집중시키는 편이 나을 것이리라.
‘어쨌거나 비상시에 사용할 것은 반지뿐이야.’
충렬은 한쪽 손가락에 착용한 ‘영혼 수확자의 반지’를 잠시 쳐다보았다.
[현재 중첩된 숫자: 58]
아직 반지는 사용해 본 경험이 없었다.
‘만약 일이 잘못되면 이번에 사용하게 될지도…….’
그렇게 모든 정비를 끝낸 충렬이 우로갈을 쳐다보았다. 동시에 입을 열었다.
“그래. 나도 준비는 끝났다.”
충렬의 대답에 우로갈이 말했다.
[전투를 시작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