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7화.
집행관의 감옥
***
임무를 달라는 충렬의 말에 시스템이 물어보았다.
[누구를 살리겠습니까?]
동시에 충렬이 처치하였던 이들의 목록이 나타났다.
[도전자 ‘몽펠’]
[도전자 ‘푸맛’]
[도전자 ‘베롬’]
[도전자 ‘피알로’]
…….
[도전자 ‘박해일’]
다음 지역이 어떤 곳인지는 몰랐다. 그렇지만 이왕 아군이 될 사람이라면 강한 사람이 좋으리라. 그렇지만 그가 동료가 되지 않으려고 할 수도 있었다. 심지어 보복을 하려고 할지도 몰랐다.
“그런데 시스템아. 만약 상대가 다른 마음을 먹을 수도 있는 것이잖아.”
충렬의 물음에 시스템이 대답했다.
[제 역할은 당신이 선택한 대상이 살아날 기회를 주는 것.]
[그리고 당신을 그 대상과 함께 다음 지역으로 보내는 것뿐입니다.]
[그 외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상관하지 않습니다.]
그 말인 즉, 상대가 무슨 마음을 먹던지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는 소리였다. 만약 일이 잘못 된다면 선택에 대한 후회는 충렬 스스로가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단 말이지…….’
뭐, 상관은 없었다. 진심으로 동료가 되든지 말든지 딱히 관심이 생기지는 않았다. 관심이 가는 것은 보상으로 주어지는 카르마였다. 다음 지역으로 가기 전에 최대한 이득을 보아야 했다.
그러한 까닭으로 살려주는 상대에 대해서는 그다지 집착할 생각이 없었다.
‘함께하기 싫다고 한다면 함께하지 않으면 된다.’
그리고 혹시라도 적대적으로 나온다면.
‘또다시 처치하면 되겠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었다. 중요한 것은 상대가 공격적으로 나온다고 해도 충렬은 상대를 짓밟을 자신이 있었다. 자신은 겨우 그런 것에 겁을 먹고 두려워할 애송이가 아니었다.
아무리 상대가 강하다고 해도 한차례 겪어본 경험이 있는 상대에게 패배할 이유 따위는 없었다.
‘그리고 이미 죽은 목숨을 살려주는 것이다. 멍청한 짓을 한다면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해줄 뿐.’
상대가 어떤 선택을 한다고 해도 그 뜻을 존중해 주기로 했다. 물론 선택에 따라 존중해 주는 방식이 다르겠지만 말이다.
충렬이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시스템이 재차 물어왔다.
[그럼, 누구를 살릴 것인지 선택하여 주십시오.]
이들 중 누구를 살릴지는 이미 마음속으로 정한 상태였다.
“박해일을 살린다.”
충렬이 대답하자 임무에 대한 브리핑이 시작되었다.
***
[당신이 수행해야 할 임무는 아주 단순합니다.]
[바로 ‘구출’과 ‘탈출’입니다.]
그 말을 끝으로 시스템은 하나의 스크린을 생성해 주었다. 스크린에는 기절한 사내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박해일이었다.
언제 되살린 것일까? 충렬이 대상을 선택하자마자 살려내고 저렇게 만든 것 같았다.
해일의 양쪽 손목, 그리고 양쪽 발목은 벽에 고정된 족쇄에 묶여 있었다. 더불어 그의 입은 열리지 못하도록 입마개가 적용되어 있었다.
그런 박해일의 모습을 잠시 보여준 시스템은 설명을 이어갔다.
[도전자 ‘박해일’은 집행관의 감옥에 구금되어 있습니다.]
시스템의 말에 충렬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대 시대의 교도소에 비해서는 구조가 조금 다른 것 같았다. 잠깐 보았지만 너무나 원시적이었다. 마치 중세 시대 이전에 죄인들을 가두기 위해 만들어진 장소로 보였다.
그리고 그곳은 단순한 감옥이 아니었다. 간수들이 존재하는 감옥이었다.
[집행관의 감옥에는 많은 수의 간수들이 머물고 있습니다.]
[그들은 항시 돌아다니며 순찰을 합니다.]
구출과 탈출은 바로 간수들이 존재하는 감옥에서 이루어졌다.
[간수들의 눈을 피해 도전자 ‘박해일’을 구출하십시오.]
[간수들은 하나같이 강력한 이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들에게 맞서지 마십시오.]
[당신의 목숨을 보장할 수가 없습니다.]
따로 간수들의 특징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었다. 다만 그들의 눈을 피해 다니라는 경고만이 주어졌다.
그래도 그냥 구출하라고 보내는 것은 아니었다.
[감옥과 주변 환경에 관한 정보를 미니맵을 통하여 표시해 드리겠습니다.]
[구출에 성공하면 해당 감옥 시설의 옥상으로 가십시오.]
[그곳에 포탈이 생성될 것입니다.]
브리핑은 거기까지였다.
[당신이 가게 될 장소는 감옥 시설의 외부입니다.]
[지금 출발하시겠습니까?]
시스템의 물음에 충렬이 대답했다.
“그래. 보내줘.”
그러자 시스템이 충렬을 옮겨주었다.
[구출에 성공하시길 기원합니다.]
***
배경은 어두운 밤이었다. 그러나 달빛이 밝았기에 주변의 식별은 충분히 가능했다.
충렬이 이동된 곳은 시스템의 말대로 감옥 시설의 외부였다. 감옥 시설은 나무들이 우거진 수풀들 사이에 위치했다. 조그만 요새가 감옥을 둘러싸서 가렸다. 그런데 그 크기는 현대 교도소에 못지않을 정도로 컸다.
[지금부터 3시간 안에 구출에 성공해야 합니다.]
[3시간이 지나면 박해일은 간수들에게 처형됩니다.]
[‘박해일’의 처형까지 남은 시간: 2시간 59분 59초.]
‘3시간 안에 구출을 해야 한다라…….’
충렬은 나무들 사이에 숨어 전체적인 침입 루트를 파악해 가기 시작했다. 외부에서는 딱히 돌아다니는 간수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신기한 점은. 이곳에도 묘비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의외로 구출 임무에 참여한 사람이 많았나 보다.
묘비들 중에서 특히 눈에 띄는 글이 있었다.
-와, 간수들 사냥 절대 안 된다. 인정하는 부분?
-이거 레알 반박 불가. 에너지 실드가 개사기.
-무슨 공격이랑 스킬을 다 막어. ㅡㅡ.
-ㅋㅋㅋㅋㅋㅋ. 웃긴 새끼들이네. 그걸 왜 잡으려고 ?aㅋㅋ.
-지나가는 한국인이 알려준다. 실드는 100회 때리면 깨진다.
-ㅎㄷㄷ 100회 어떻게 때림요 ㅠ 그 전에 맞으면 뒤짐.
‘아무래도 간수들은 실드라는 것이 있나 본데.’
그리고 그 에너지 실드라는 것은 100회까지 모든 공격과 스킬을 막아내는 듯했다.
‘어마어마하군.’
실드는 액티브 스킬이 아닌 것 같았다.
암살을 시도해 본 도전자도 있었다. 그러나 그 방법도 실드에 가로막혀 통하지 않는다고 적혀 있었다.
애초에 실드는 자동으로 적용되는 간수들만의 패시브 스킬인 것이 분명했다.
더군다나 문제는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간수의 공격력에 관한 것이었다. 대부분이 한 대 맞으면 죽는다고 알려주고 있었다.
“그나저나 이번에는 친절한 묘비들이 많군.”
헛소리를 하는 묘비들이 거의 없었다. 보지 못했을 수도 있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이제는 이동을 할 때였다. 충렬은 우선 해골들부터 소환했다.
“해골 병력 소환.”
***
충렬이 알아낸 침입 루트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정문.
나머지 하나는 벽을 타고 잠입하는 것.
그렇게 2가지였다.
정문이면 위험하지 않겠느냐고?
‘아니, 오히려 정면 돌파가 나에게는 적당하다.’
벽을 타고 들어가면 각종 함정 기관들을 피해서 진입해야 한다. 그러나 함정 기관들이 간단하지가 않았다. 걸리면 하나같이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인 것들이었다. 물론 몸이 재빠르고 은밀하다면 나쁘지 않은 루트였다.
하지만 충렬과는 상성이 좋지 않았다. 해골들을 희생시키면서 지나칠 수 있는 함정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충렬은 정문을 선택했다.
‘해골들을 이용한다면 간수들의 사냥을 도전해 볼만하다.’
간수들의 실드는 공격의 강약을 따지지 않고 100회를 막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해골들의 물량 공세가 답이었다.
물론 정문을 통해서 간다면 간수들을 계속해서 마주쳐야 했다.
‘대신 간수들을 처치하는 것에만 집중하면 된다.’
다른 함정이나 기타 잡다한 것들은 무시하고 전진해도 되었다. 사냥만 성공한다면 다른 루트에 비해서 진입을 위한 가장 편한 방법이기도 했다.
애초에 이러한 방법을 알려준 것은 대부분이 한국인들이 쓴 공략글이었다.
“다행인 점은 간수들과 전투를 시작해도 딱히 추가적인 지원군은 합류하지 않는다는 점이지.”
당장에 마주친 녀석들만 상대하면 되었다. 다만 간수들의 전투력이 엄청나게 강할 뿐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간수 외에도 주의해야 할 점이 있었다.
-간수 사냥에 성공했다고 우쭐 ㄴㄴ
-간수 닮은 집행관 만나면 바로 사망.
-이놈은 진짜 방법이 없다.
주의해야 할 것은 이 시설의 주인. 바로 ‘집행관’이었다.
녀석을 만나면 답이 없는 것 같았다. 언제, 어디서 나타나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일정한 패턴대로 순찰하는 간수들과 달리 등장하는 장소와 때는 무작위인 듯했다.
‘놈을 마주치면 바로 달아나야겠군.’
그렇게 움직일 준비를 마친 충렬은 전방을 바라보았다.
충렬의 앞으로는 감옥 시설을 둘러싼 요새의 입구가 보였다. 입구는 딱히 무언가로 가려져 있지 않았다.
간수들도 입구는 지키지 않았다. 그렇지만 보이지만 않을 뿐. 입구에 들어서면 간수를 마주치게 될 터였다.
“그럼, 가볼까.”
정공법을 선택한 충렬이 발을 옮겼다. 그리고 그 뒤를 총 14구의 해골들이 뒤따랐다.
***
충렬은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아무리 묘비들을 통해 정보를 알았다고 한들, 실전은 달랐다.
여유가 있는 시간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혹시나 모를 변수를 만들지 않기 위해 천천히 전진했다.
앞으로 걸어가는 충렬의 뒤를 해골들이 관절이 부딪치는 소리를 내며 따라왔다.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천천히 이동함에도 요새의 정문까지는 금방이었다. 별다른 장애물이 없었기 때문이다.
“데프론, 보병들과 함께 내 바로 앞으로 와. 샤오링은 보병들 틈에 섞여.”
만약 데프론과 보병들이 없었다면 충렬도 정면 돌파를 고려하지 않았을 터였다. 그러나 보병들의 숫자가 많았기에 간수의 사냥을 선택할 수 있었다.
어쨌거나 전열을 정비한 충렬이 진입을 시도했다. 요새의 입구를 지나쳐 들어가자 여러 구역으로 나누어진 감옥 시설의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달빛에 의해 밝혀진 내부의 모습은 이 시설이 오래되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마침 입구 근처를 순찰 중인 간수 하나의 모습이 보였다. 간수는 인간이 아니었다. 형체는 비슷했지만 전체적인 모습은 영화에서나 볼 법한 외계인에 가까웠다.
마른 체형에 쭈글쭈글한 피부. 그리고 보통 사람의 1.5배 정도나 긴 팔은 사람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간수는 천조가리 하나만으로 중요한 부위를 가리고 있었다. 더불어 양손에는 각각 검을 하나씩 들고 있었는데, 평범한 검은 아니었다.
“저건…….”
이전에 충렬이 겪어보았던 무기와 비슷했다.
“빛의 검?”
물질로 이루어진 무기가 아닌, 순수한 빛으로만 이루어진 무기였다. 얼마 전, 빛의 계승자와 전투를 벌였을 때가 떠올랐다. 놈이 사용하던 무기와 무척이나 비슷했다.
물론 완전히 똑같지는 않았다. 간수의 손에 쥐어진 쌍검은 회백색의 조금 탁한 색상이었다.
‘그나저나 혼자 다니는 간수다.’
운이 좋았다. 묘비에서는 간수들이 함께 다니는 숫자는 보통 2인 이상이라고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혹여나 처음부터 놈들을 많이 마주하게 되면 고생할지도 몰랐다. 그러나 첫 전투의 상대로 간수가 하나라면, 그나마 수월하게 전투를 치를 수 있었다.
“일단은 놈의 전투력부터 알아볼까.”
때마침 간수도 충렬의 진입을 목격했다. 녀석은 충렬을 발견하자마자 자신의 의지를 전달했다.
[돌아가라. 이곳은 네가 올 곳이 아니다.]
그의 말에 충렬이 대답했다.
“미안하게 되었수다. 여기에 볼일이 있어서 말이죠.”
충렬의 대답에 간수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달려왔다. 경고는 1회뿐. 더 이상의 경고는 없었다.
[침입자는 제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