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56화 (56/237)

# 56화.

***

적의 지근거리까지 도착한 샤오링이 헬 하운드의 등을 박찼다. 동시에 상대를 향해 들이쳤다. 그런 샤오링을 검치호가 막아가려 했다. 커다란 덩치의 검치호가 막아선다면 아무리 샤오링이라고 해도 상대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샤오링은 혼자가 아니었다.

검치호의 등장에 경쟁심을 느낀 것인지, 헬 하운드가 샤오링을 도왔다. 샤오링을 덮쳐가려던 검치호는 어쩔 수 없이 목표물을 바꾸어야 했다. 자신에게 달려오는 헬 하운드를 막아야 했기 때문이다.

헬 하운드가 한 차례 짖었다.

“크르르… 컹컹!”

그 후에 곧장 아가리를 쫙 벌리며 검치호의 옆구리를 물어뜯으려 했다. 그러자 검치호가 땅을 박차며 장소를 벗어났다.

검치호가 피하자 하운드는 허공을 물어갈 수밖에 없었다. 물론 하운드는 거기서 끝내지 않았다. 공격을 이어갔다. 그렇게 하운드와 검치호의 전투가 시작되는 동안, 샤오링과 박해일의 전투도 시작되었다.

샤오링이 블랙 데스를 꽉 움켜지며 박해일을 향해 내질렀다. 날카로운 블랙 데스의 끝이 당장에라도 그를 삼킬 듯. 공기를 가르며 들이쳤다.

충렬은 샤오링의 공격을 보조하기 위해 스킬을 사용하였다.

“라이프 드레인!”

그러나 상대도 단순히 운으로만 여기까지 온 것은 아니라는 듯. 날카로운 샤오링의 일격을 뒤로 텀블링하며 간단히 피해내었다. 그렇게 박해일과의 거리가 벌려지자 충렬의 스킬도 성공하지 못했다.

[상대와의 거리가 6m를 넘어갑니다.]

[라이프 드레인이 적용되지 못하였습니다.]

그렇다고 상대의 근처에 시체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시체 폭파를 사용할 수도 없었다. 충렬은 어쩔 수 없이 샤오링과 함께 상대와의 거리를 좁혀갔다. 헬 하운드와 검치호의 전투는 너무나 치열하기에 끼어 들어갈 틈이 없었다.

아니, 애초에 탈것들끼리의 싸움에 신경을 쓸 때가 아니었다. 이쪽의 공격이 실패하자 박해일의 공격이 곧바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뒤로 물러난 그는 물러나면서 이미 활시위를 당기고 있었다.

그의 화살이 조준된 곳은 충렬의 머리였다. 박해일은 활시위를 손에서 놓기 직전, 충렬에게 말했다.

“그럼, 잘 가라고.”

동시에 그가 스킬을 사용했다.

“유도 화살.”

마치 사형선고를 내리는 것과 같은 음성. 그 음성에 충렬이 즉시 자세를 낮추었다. 놈의 화살을 피하기 위한 동작을 취했던 것이다. 샤오링 역시 충렬을 보호하기 위해 충렬 쪽으로 막아서려고 했다.

하지만 박해일의 공격은 속임수였다. 일부러 충렬을 노리는 척한 것이었다.

물론 화살은 충렬의 머리를 향해 발사되었다. 때문에 충렬은 바닥을 구르며 화살을 피해내었다. 그러나 해일이 사용한 화살은 단순한 화살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유도 화살이었다.

그 유도 화살은 방금까지 충렬의 머리가 있었던 곳을 지나쳤다. 그러더니 물리법칙을 무시하고 곧바로 꺾이며 되돌아왔다.

화살이 노리고 있는 것은 샤오링의 머리였다. 박해일의 화살이 노리고 있던 것은 충렬이 아니었던 것이다.

충렬은 자신에게 화살이 날아올 줄로만 알고 피하는 것에만 급급했다. 때문에 샤오링의 상태를 살피지 못했다. 샤오링 역시 자신에게 화살이 날아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결국 되돌아오는 화살을 보지 못한 샤오링.

그녀의 두개골이.

단번에 꿰뚫렸다.

[<죽음을 거부한 샤오링>이 역소환됩니다.]

하지만 스킬을 사용했기 때문인지 상대의 상태도 멀쩡하지는 않았다. 본래라면 이럴 때 쓰는 스킬이 아닌 것이 분명했다.

“크으…….”

박해일은 지쳤는지 그 즉시 무릎을 꿇었다. 충렬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비록 샤오링이 역소환된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상대를 끝낼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라이프 드레……!”

그러나 그때 검치호가 충렬에게 달려들었다. 녀석은 자신이 상대하던 헬 하운드의 공격마저 허용하며 주인을 살리기 위해 행동했다. 그 때문일까? 등을 돌린 검치호의 엉덩이를 하운드는 어렵지 않게 깨물었다.

콰직!

단번에 검치호의 엉덩이 한쪽이 한 움큼 뜯겨져 나갔다. 그렇지만 방향을 돌린 검치호의 움직임은 멈추어지지 않았다. 비록 심한 상처를 입었음에도 녀석은 충렬을 향해 계속해서 돌진한 것이다.

‘이런!’

충렬은 녀석이 달려들자 어쩔 수 없이 몸을 뒤로 내빼어야 했다. 아무리 엉덩이 한쪽이 뜯겨버렸다고 한들, 저런 덩치의 녀석을 맨몸으로 받아낼 수는 없었다.

‘아깝군. 끝낼 수 있었는데.’

그래도 피하지 않았다면 당하는 것은 자신이었다.

그런데 상황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검치호가 벌어준 짧은 시간. 그 시간은 박해일이 충렬과의 거리를 벌리기까지 충분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젠장. 분명 스킬로 인해 탈진 상태일 텐데?’

그것은 사실이었다. 자세히 보면 박해일의 상태는 매우 좋지 않았다. 무리하게 움직였던 덕분인지 그의 안색은 시퍼렇게 변해 있었다. 얼굴에서부터 식은땀이 흘렀으며 그의 다리는 사시나무 떨리듯 몹시 떨고 있었다. 억지로 몸을 움직인 결과였다.

하지만 거리가 벌려짐으로 인해 불리해진 사람은 충렬이었다. 박해일은 거리를 벌리자마자 상처 입은 검치호를 역소환했다.

그러더니 곧장 충렬을 향해 화살의 끝을 조준했다. 그의 팔이 심하게 흔들렸다. 조준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팔이었지만 어떻게든지 화살을 쏘아내려는 그였다.

탈진과 같은 상태에서 박해일은 무리하여 또다시 스킬을 사용해 내었다. 그러나 이번에 사용되어지는 스킬은 이전의 것과는 궤를 달리했다.

“크윽… 스파이럴 애로우……!”

동시에 그는 당겼던 활시위를 놓았다. 활시위가 튕기며 화살이 발사되는 소리를 내었다.

피융!

날아오는 화살의 끝. 화살촉이 믹서 기계의 칼날처럼 회전했다. 닿는 것은 그 무엇이든지 갈아버릴 정도로 살벌하게 충렬을 향해 들이쳤다.

이건 피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피할 수 없는 거리에서 발사되었다.

하지만 그때. 충렬의 앞으로 헬 하운드가 뛰어들었다. 그리고 뛰어든 헬 하운드를 향해 스파이럴 애로우가 파고들어갔다.

그렇게 하운드의 옆구리에 파고들어간 화살이.

미친 듯이 회전하며 하운드를 갈아버리기 시작했다.

콰드드드드드드드드득!

화살 한 방이 순식간에 하운드의 옆구리를 뻥 뚫어버렸다. 그와 함께 자신의 역할을 끝낸 화살은 산화하여 사라졌다.

수복되지 않을 상처가 생긴 하운드는 엄청난 고통에 울부짖었다.

“깨개갱……!”

이대로 놔두면 죽을 수밖에 없는 일격이었다. 옆구리가 뻥 뚫렸는데 어떻게 살아남겠는가. 충렬은 하운드를 문양으로 불러들이려 했다. 나중에라도 회복시킬 방법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하운드. 문양으로 돌아……!”

하지만 충렬은 차마 그럴 수 없었다. 하운드에게 무슨 방법이 있는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헬 하운드가 몸을 치료하기 위해 이동합니다.]

하운드는 상처를 입은 몸으로 어딘가로 향했다. 그곳은 난간이었다.

난간으로 이동한 녀석은 지체 없이 용암 속으로 몸을 던졌다.

풍덩!

설마 녀석이 용암 속으로 몸을 던질 줄은 몰랐던 충렬이 당황했다.

‘이게 무슨……!’

충렬은 재빨리 하운드가 몸을 던진 난간으로 달려갔다.

헬 하운드가 보이지 않았다. 치료를 한다더니 용암 속에 빠져서 죽은 것일까? 그러나 걱정을 할 필요는 없었다. 용암에 빠졌으리라 생각되었던 하운드였다. 하지만 녀석의 몸은 곧 용암 위로 떠올랐다. 동시에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헬 하운드가 용암의 뜨거운 기운을 받아 상처를 수복하기 시작합니다.]

시스템의 음성과 함께 뭉텅이로 사라진 녀석의 옆구리에 새살이 돋아나고 있었다.

헬 하운드의 모습에 놀랐던 충렬은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었다. 방금까지 녀석을 잃어버리는 줄로만 알았기 때문이다. 헬 하운드가 용암을 이용해서 상처를 치료할 줄은 짐작도 못했다.

그러나 충렬은 잠시 뒤 어이가 없음을 느꼈다. 방금까지 생겼던 감동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잠깐만. 설마 용암에 있어도 안전한 거였어?”

더군다나 하운드의 몸은 용암 속으로 침수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충렬이 해왔던 일은 헛수고나 마찬가지였다. 이럴 줄 알았다면 굳이 여기까지 올 필요가 없었다. 그냥 아무 곳에서 멍하니 있기만 해도 1위를 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용암 위에 몸을 띄울 수 있는 하운드의 위에서 가만히만 있어도, 용암에 의해 모든 도전자가 녹아버릴 테니 말이다.

물론 닿지 않는다고 해도 뜨거운 용암의 기운을 버티기란 쉽지 않을 터였다. 그렇지만 그런 방법이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다니.

‘젠장… 헛수고를 했네.’

헬 하운드에 대한 정보를 몰랐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그나마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서 다행이었다.

“그나저나 이제 끝낼 때가 왔군.”

하운드의 상태가 걱정되어 잠시 달려왔지만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 일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박해일의 처리였다.

무리하게 스킬을 연속으로 사용한 박해일. 그는 기절해 있었다. 한마디로 뻗어버린 것이다.

지금껏 탈진이 발생하는 스킬을 연속해서 사용해 본 적이 없던 충렬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리한 상태로 스킬을 재차 사용하면 저렇게 되는군.’

좋은 정보를 얻게 되었다.

어쨌거나 충렬은 그를 처치하기 위해 직접 나설 필요가 없었다. 뒤따라오던 데프론과 해골 보병 둘. 그렇게 총 셋이 어느새 박해일의 근처까지 다다랐기 때문이다. 잠시 뒤, 해골 셋은 무방비한 상태의 그를 향해 검을 찔러갔다.

푸욱!

푹!

푹! 푸욱!

마지막 일격 필살의 스킬을 충렬에게 사용했던 박해일이었지만. 결국 승자는 충렬이었다.

[도전자 ‘박해일’을 처치하였습니다.]

[현재 살아 있는 인원: 1명]

[지금까지 처치한 목숨: 13]

그렇게 충렬과 마지막 일전을 벌였던 도전자 박해일. 그가 사망하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도전자 ‘이충렬’ 님.]

[승급에 성공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당신의 수식어가 ‘초보자’에서 ‘견습’으로 바뀌었습니다.]

[다음 지역으로의 진입이 허가됩니다.]

***

승급전이 끝나자마자 충렬의 시야가 바뀌었다. 언제 문양으로 되돌아온 것인지 하운드는 왼팔에 들어와 잠들어 있었다. 그런데 충렬은 곧장 다음 지역으로 이동되지 않았다. 충렬이 도착한 곳은 다름이 아닌 이전에 왔었던 장소였다.

‘작전 회의실?’

그랬다. 승급전을 시작하기 전에 머물던 장소였던 것이다.

여기로 되돌아온 이유는 따로 있었다.

[당신은 승급전에서 10명 이상을 처치하는 전과를 세웠습니다.]

[당신에게 특전의 기회가 주어집니다.]

‘특전의 기회라고?’

어떤 것인지는 곧 알 수가 있었다.

[승급전에서 당신이 처치하였던 인물들 중 하나를]

[동료로 삼아 다음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뭐? 그러면 죽었던 사람을 되살려 주기라도 한단 말이냐?”

[그렇습니다.]

[단, 동료로 데려가기 위해서는 하나의 임무를 수행해 내어야 합니다.]

역시 공짜가 아니었다. 조금은 생각해 볼 문제였다.

‘방금까지 치고 박고 싸웠던 이를 동료로 삼고 나아간다라…….’

동료로 선택해 함께 간다고 했을 때 선택할 사람?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가장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사내. 그를 데리고 가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리라. 탈것까지 있는 도전자였으니 다른 이들보다 월등히 나았다.

다음에 가게 될 지역이 얼마나 힘이 들지 알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동료가 있다면 조금이라도 수월하게 버틸 수는 있을 터였다.

‘물론 다음 지역을 강자와 함께 간다면 나쁘지는 않아.’

다만 충렬이 고민하는 것은 또 다른 임무를 수행하면서까지 동료를 얻어가야 하냐는 것이었다. 그를 부활시키자마자 자신에게 보복하리라는 경우도 생각해야 했다.

“됐다. 그냥 갈래. 동료는 필요 없어.”

그러자 시스템이 재차 물어왔다.

[임무에 성공하면 막대한 카르마의 보상이 추가적으로 주어집니다.]

[정말로 포기하시겠습니까?]

막대한 카르마의 보상이라고?

그 말에 충렬은 즉시 태도를 바꾸었다.

“당연히 해야지! 그 임무, 내가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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