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52화 (52/237)

# 52화.

***

충렬의 시야가 뒤바뀌며 시스템이 알려왔다.

[‘버려진 선착장’에 도착하였습니다.]

[현재 살아 있는 인원: 50명.]

도착한 장소는 선착장의 부두였다.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있던 부두는 제법 넓었다. 그러나 상태는 좋지 않았다. 부두는 나무로 되어 있었는데, 용암에 의해 불타며 녹아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장 현재 장소를 벗어나지 않으면 1~2분도 지나지 않아 용암에 잡아먹힐 터였다.

그런데 이곳을 시작 지점으로 삼은 것은 충렬뿐만이 아니었다.

“씨발. 뭐야.”

“망했다.”

“헉. 여기서 왜 이렇게 많이들 시작하는 거야?”

시작 지점이 같은 3명. 충렬까지 합치면 총 4명이 같은 지역에서 시작했다. 당장에 붙어 있지는 않았지만 서로가 약간씩 떨어진 부두에서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당황도 잠시. 허무하게 용암에 당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었다. 우선은 지면으로 가기 위해 모두가 달리기 시작했다.

충렬도 마찬가지였다. 이곳에서 전투를 벌이는 행위는 자살행위였다. 그런 미친 짓은 사양이었다. 급한 대로 샤오링과 함께 탑승한 충렬이 하운드에게 말했다.

“달려!”

다른 해골들을 당장에 태우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뛰어오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지면으로 올라가기 위한 부두는 하나였다. 그 말인 즉,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있는 부두에서 지상으로 가기 위해서는 한 지점으로 모여야 한다는 소리다.

그 지점에 제일 먼저 도착할 사람은 누가 보아도 충렬이었다. 아무리 높은 레벨을 가지고 있는 도전자라고 하더라도, 탈것인 헬 하운드의 속도에 비교한다면 조족지혈이었다.

그렇게 충렬과 샤오링을 태운 하운드가 부두의 바닥을 박찼다. 쏜살같이 바람을 가르는 하운드의 움직임은 먼 거리도 순식간에 좁혀 버렸다.

덕분에 지면과 연결된 부두에 제일 먼저 도착할 수가 있었다. 충렬은 지체하지 않고 명령했다.

“이대로 지면으로 올라가.”

다른 도전자들보다 월등히 빠르게 지면에 발을 닿을 수 있었다. 이럴 때 탈것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만약 먼저 땅위에 오르지 못했다면 아무리 네크로맨서라고 하더라도 어떻게 될지 몰랐다. 물량이 많다고 해서 용암까지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어쨌거나 지면에 도착한 충렬은 샤오링과 함께 하운드의 등에서 내렸다.

“샤오링. 저들이 올라오지 못하게 길을 막아라.”

이제는 다른 도전자 셋이 올라오지 못하게 할 차례였다.

잔인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생존을 위해서라면 남을 짓밟고 올라가야 했다. 그리고 이왕 짓밟아야 한다면 그 어떤 잔혹한 짓도 서슴지 않아야 했다. 대신 희생하여 줄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래서 제일 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할 뿐이었다.

‘현재의 상황으로는 이 길을 사수하는 것이 저 셋을 처리하기가 가장 쉬운 방법이다.’

그렇게 충렬의 명령을 받은 샤오링이 길목을 막아섰다. 그러자 저들도 가만히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도전자 셋은 서로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암묵적으로 잠시 협동하기로 한 것이다. 부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당장에 협력을 해야만 했다.

더군다나 그들의 뒤에서는 해골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빠르게 길을 뚫지 못하면, 뒤쫓아 오는 해골들이 후미에서 덮쳐올 터.

때문에 도전자 셋은 거침없이 강행돌파를 펼쳤다.

처음 돌파를 시도한 기는 가장 앞에 위치한 도전자였다. 그는 검을 높게 들며 스킬을 사용해갔다.

“저리 비키라고! 스트라이크!”

그의 검에 일순간 빛이 일어났다. 그리고 무언가 알 수 없는 힘이 응축되어 갔다.

우우우우웅.

그는 힘이 응축된 검으로 샤오링을 향해 베어갔다. 위에서 아래로 베어오는 그의 검이 매섭게 내려쳐 왔다.

응축된 힘의 크기로 보건데 저기에 당한다면 뼈가 부러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샤오링은 상대의 맹공에도 물러서지 않았다.

길목을 사수하라는 충렬의 명령에 회피하지도 않고 검을 맞대어갔다.

[<죽음을 거부한 샤오링>이 블랙 데스로 적의 공격을 막아갑니다.]

베어오는 상대의 검을 마주해 주는 샤오링. 곧 블랙 데스와 상대 도전자의 검이 부딪치자 굉음이 울렸다. 스트라이크라는 스킬로 인해 발생하는 파괴력 때문에 엄청난 소리가 주변을 울렸다.

카카카카카카가가가강!

자칫하면 블랙 데스가 부러질 정도의 강한 일격이었다. 하지만 블랙 데스가 쉽사리 부러질 리는 없었다. 무려 ‘마검’이라는 종류에 속하는 무기였으니까.

그러나 상대의 일격마저 간단한 것은 아니었다. 얼마나 강한 공격이었는지 샤오링은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야 했다. 샤오링은 상대의 일격을 간신히 버텨내고 있었다. 그만큼 상대의 공격은 강력했다.

그렇지만 거기까지였다. 상대의 스킬은 샤오링을 무너뜨리지 못했다.

랜서의 뼈로 교체된 샤오링의 힘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상대의 검에 응축된 빛이 힘을 잃어갔다. 그리고 스킬이 실패하자, 그가 털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너무 급하다 보니 후유증은 생각하지도 않고 스킬을 사용한 것이 분명했다. 아니, 그것을 생각했더라도 선택의 여지는 없었을 터였다. 다만 상대가 좋지 않았다.

“제, 제기랄… 어째서 해골 따위가…….”

그런 그의 목을 샤오링이 단번에 베어버렸다.

서걱.

동시에 기울어진 그의 몸뚱이가 용암 속으로 떨어졌다.

첨벙!

시체를 삼킨 용암은 곧바로 그의 몸뚱이를 태워갔다.

화르르륵!

[도전자 ‘칼츠’를 처치하였습니다.]

[지금까지 처치한 목숨: 1]

칼츠라는 사내를 처치했지만 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칼츠의 뒤를 이어 다른 도전자가 이어서 돌진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었다. 두 명의 도전자가 협공했다. 한 명은 샤오링의 왼쪽을, 다른 한 명은 오른쪽을 점한 것이다.

그들은 이번 공격에 모든 힘을 담기로 한 것인지 스킬을 사용해 갔다. 칼츠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뒤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만큼 상황이 급하다는 뜻이리라.

“하압! 더블 어택!”

“오른쪽은 내가 공격할게! 천둥의 일격!”

이대로라면 샤오링이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한 손으로 두 손을 막을 수는 없는 법이었으니 매우 위급한 순간이었다.

‘이런… 이대로라면 위험하다.’

본래라면 라이프 드레인을 사용하여 보조를 해주려고 했다. 그렇지만 그러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당장의 일격을 막는 것이 우선이었다.

빠르게 판단한 충렬은 재빨리 정령의 주머니에서 무기 하나를 꺼내었다. 하수도에서 머더러들을 처치하였기에 가지고 있는 무기는 많았다. 때문에 본 완드는 왼손에 착용하고 새로 꺼낸 무기를 오른손으로 쥐었다.

[정령의 주머니에서 ‘커틀러스’를 꺼내었습니다.]

그리고 샤오링을 보조하기 위해 즉각 나섰다. 샤오링도 이번 공격은 막기가 힘들다고 생각했는지, 오른쪽으로 다가오는 이의 공격을 먼저 막아갔다. 아무래도 천둥의 일격이 더욱 위험한 것으로 보였기에 그런 것이었다.

때문에 충렬은 더블 어택을 사용한 도전자의 무기를 대신 막아주기로 했다. 충렬의 커틀러스는 투박한 모양이었는데 상대도 그에 못지않았다. 두툼한 철검이 샤오링을 잡아먹을 듯이 짓쳐들었다.

그런 상대의 무기를 충렬이 커틀러스로 후려쳤다.

두 무기가 부딪치자 쇳소리가 울린다.

카앙!

첫 일격은 어렵지 않게 막았다. 근접에 특화된 직업이 아님에도 레벨은 충렬이 더 높았는지 상대의 공격을 수월하게 막아낼 수가 있었다.

그러나 더블 어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서로 힘이 맞부딪친 것으로 끝나지 않았던 것이다. 비등하게 막았다고 생각했던 적의 철검이 물리법칙을 무시하며 재차 들이쳤다.

그러자 한차례 힘이 흩어진 충렬의 커틀러스는 그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다. 커틀러스가 순식간에 한쪽으로 기울었다. 상대의 철검이 샤오링을 무시했다. 이제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기울어진 커틀러스 긁으며 충렬을 향해 베어왔다.

카가가가가각!

하지만 충렬은 무기로 방어해야 한다는 미련을 가지지 않았다. 커틀러스를 잡은 손에서 힘을 뺀 충렬은 그대로 자세를 낮추었다.

그리고 땅을 양손으로 짚은 뒤. 상대의 드러난 복부를 향해 발을 뻗었다. 그런 충렬의 머리 위로 철검이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후우우웅!

물론 충렬은 자세를 낮추었기에 당하지 않았다. 반대로 당한 것은 상대였다. 상대는 충렬의 강한 발차기에 복부를 허용하고 말았다.

퍼억!

8레벨의 강렬한 발차기가.

상대를 용암의 바다로 밀어냈다.

“어……! 안……!”

그러자 근처에 잡을 것도 없었던 상대는 그대로 용암 속으로 빠졌다.

첨벙!

[도전자 ‘하랄’을 처치하였습니다.]

[지금까지 처치한 목숨: 2]

충렬이 하랄을 처치하는 사이, 샤오링의 전투도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는 당장에 쓰러지지 않았다. 특수한 스킬이 있었는지, 강력한 해골인 샤오링의 공격에도 버텨낸 것이다. 충렬은 아직도 부두에서부터 달려오고 있는 해골들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이놈들은 왜 이렇게 늦어.”

그리고 마지막 남은 도전자를 향해 스킬을 사용했다.

“라이프 드레인.”

***

하운드는 웬만하면 전투에 참여시키지 않을 생각이었다. 녀석의 목숨은 단 하나였으니 위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억지로 나서게 할 필요가 없었다. 괜히 나서다 상처를 입고 더 나아가 목숨까지 잃는다면 누구를 원망해야 하겠는가?

어쨌거나 충렬의 라이프 드레인에 의해 도전자가 말라비틀어지며 사망했다. 힘을 잃은 그의 몸뚱이가 용암 속으로 떨어졌다.

[도전자 ‘크리스’를 처치하였습니다.]

[지금까지 처치한 목숨: 3]

충렬이 도전자 셋을 처리하는 동안 남아 있는 사람들의 숫자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전투는 이곳뿐만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일어났기 때문이다.

[현재 살아 있는 인원: 40명.]

시작하자마자 10명이 사라졌다. 그 짧은 시간에 20%에 가까운 사람들이 사망한 것이다. 그러나 감상을 하고 있을 시간 따위는 없었다. 어느덧 용암이 부두를 완전히 삼켜 버렸다.

당연히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용암은 이제 부두를 넘어서 지면으로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용암이 생각 외로 빨리 차오르는군.’

우선은 이대로 고지대를 향해 이동하기로 했다. 이곳에서 꾸물거리다가는 용암에 삼켜져 사망하게 되리라.

***

충렬이 선택한 시작 지점은 중앙에서 거리가 가까운 장소에 속했다. 그렇지만 길은 그만큼 험준했다. 처음에만 해도 헬 하운드를 타고 언덕 위를 오를 수 있을 줄로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곧 알 수 있었다.

험준한 길목이 너무나 좁았던 탓이다. 덩치가 큰 하운드가 땅을 딛기에는 장소가 좋지 못했다. 길목의 양 옆은 아예 발을 디딜 수 없도록 높은 경사를 지닌 언덕이었다.

억지로라도 하운드를 타고 빨리 이동하려 했던 충렬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지도에서 보았을 때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실제로 보니 하운드를 탑승하고 이동할 수는 없었다.

“일단 강아지의 모습으로 따라와.”

그러자 하운드가 작은 모습으로 변했다.

“멍멍!”

녀석은 용암의 냄새가 좋았는지, 표정이 매우 밝아 있었다. 뜨끈뜨끈한 기운이 지옥을 연상시켰나 보다.

그러거나 말거나 충렬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좁은 길목을 빠르게 올라갔다.

물론 멍청하게 앞장서지는 않았다. 혹여나 기습이라도 당한다면 낭패여서다. 앞장을 서는 이는 따로 있었다.

“샤오링, 먼저 앞장서서 전방을 살펴라.”

그리고 데프론과 레일리, 마렉은 후방에서 따라오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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