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51화 (51/237)

# 51화.

승급전

***

머더러의 습격이 발생하고 얼마 후. 충렬의 사냥은 계속되었다. 그러나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사냥도 끝이 났다. 정확히 랫맨들을 500마리까지 학살했을 때, 충렬은 퇴장해야 했다.

[동족들을 대량으로 학살한 당신의 위용에 랫맨들이 겁을 먹고 도망갑니다.]

[현재까지 사냥에 성공한 몬스터의 수: 랫맨 500마리.]

더 이상은 사냥을 하고 싶어도 랫맨들을 마주칠 수 없었다. 충렬이 나타나면 랫맨들이 냄새를 맡고 도망갔기 때문이다. 물론 억지로 쫓아가며 사냥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승급전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냥은 여기까지인가.”

여기서 해골들의 숙련도를 쭉쭉 올릴 수 있었다. 데프론의 경우에는 등급이 높아 잘 오르지 않았지만, 샤오링은 숙련도를 35% 이상으로 넘기게 되었고 레일리와 마렉은 각각 25%를 넘길 수 있었다.

그렇게 하수도에서의 사냥을 마무리 지은 충렬은 밖으로 나왔다. 하수도 밖으로 나오자 드디어 카르마가 정산되었다.

[랫맨 한 마리당 40카르마가 지급됩니다.]

[그러나 500마리까지 랫맨들을 처치한 당신에게는 1.2배 추가된 카르마가 지급됩니다.]

[축하드립니다.]

[총 24,000카르마가 당신에게 주어집니다.]

충렬은 보상을 받자마자 지금까지 모인 카르마의 양을 살폈다.

[보유 카르마: 34,000]

‘엄청 많이도 모였군.’

사냥도 사냥이었지만 중간에 마주친 머더러들 덕분에 적지 않은 카르마를 획득할 수 있었다. 충렬은 우선 레벨부터 올리기로 했다. 레벨을 올리는 데는 25,000의 카르마가 필요했다.

“시스템, 레벨 올려줘.”

[25,000카르마를 소비하여 레벨을 올립니다.]

[레벨이 7에서 8로 상승되었습니다.]

[레벨: 8(다음 레벨까지 40,000카르마 필요).]

동시에 보유 카르마는 9,000으로 줄어들었다.

‘흠… 카르마가 조금만 더 있었어도 스킬 하나의 랭크를 올리는 건데.’

아쉽게도 카르마는 조금 부족했다. 아이템을 판다고 해도 아마 부족할 터였다.

우선은 승급전까지 남은 시간을 살폈다.

[승급전까지 남은 시간: 11시간 31분]

‘일단은 여관으로 가서 씻고 승급전 준비를 해야겠어.’

승급전이 시작되기 전까지 상태를 최상으로 만들어 놓아야 했다. 그러려면 조금 빠듯한 시간이었기에 빨리 움직여야 했다.

“하운드, 나와.”

여관으로 돌아가기 위해 충렬은 하운드를 불렀다. 충렬의 왼팔의 문양에서 붉은빛이 화하더니 하운드가 나타났다. 그런데 하운드는 나타나자마자 충렬로부터 뒷걸음질 쳤다.

[헬 하운드가 당신의 몸에서 나는 썩은 냄새를 싫어합니다.]

주인에게서 냄새가 난다고 뒷걸음질을 치다니. 순간 충렬의 이마에 혈관 마크가 생겨났다.

“…….”

***

충렬의 가벼운 쓰다듬음에 멍이 생긴 하운드가 불쌍한 모습으로 거리를 질주했다. 녀석은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은 빠르기로 여관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하운드의 등에 탑승한 충렬은 녀석의 갈기를 꽉 잡으며 낙상하지 않도록 조심했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저 앞에 여관의 모습이 보였다. 역시 탈것이 있으니 금방 도착할 수가 있었다.

곧이어 여관 앞에 도착한 충렬은 하운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순간 녀석이 움찔거렸다. 때리는 줄로 알았나 보다.

“고생했다. 돌아가 쉬어.”

돌아가라고 하자 하운드는 지체 없이 문양으로 되돌아갔다. 어지간히 냄새가 싫었던 것이 분명했다. 어쨌거나 여관 앞에 도착한 충렬은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다.

***

대충 씻고 나오니 승급전까지는 대략 10시간이 남았다. 그때서야 시스템은 승급전을 어떻게 참여하면 되는지를 알려주었다.

[승급전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광장에 마련된 게이트로 가야 합니다.]

[승급전이 시작되기 1시간 전부터 게이트가 활성화됩니다.]

[당신은 그 게이트에 발을 넣으면 됩니다.]

미니맵을 살펴보니 과연 게이트라고 표시된 장소가 있었다.

‘저곳이 승급전을 참여하기 위해 들어가는 곳이었나.’

그러나 그것 외에도 새로운 정보를 알려주는 시스템이었다.

[당신이 현재 머물고 있는 도시는 ‘팔람’입니다.]

[승급전에 참여하게 되면 각각 다른 49개의 도시에서 오는 도전자들과 경쟁하게 됩니다.]

도전자들이 각자 가게 되는 무법 지대가 다르다더니, 그 때문에 각자 머물게 되는 도시들도 다른 것 같았다. 그리고 승급전은 서로 다른 도시에서 오는 도전자들끼리 경쟁을 하는 것이었다.

어쨌거나 시스템이 알려주는 정보는 거기까지였다. 녀석은 승급전에 참여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생길 것이라는 경고를 주었다.

[남은 시간 안에 게이트에 들어가지 않으면 어딘가의 주민으로 배속됩니다.]

[그럼, 그때까지 평안한 휴식을 보내십시오.]

시스템의 음성이 끝남과 동시에 충렬은 침대에 누웠다.

‘당연히 내뺄 생각은 없다.’

승급전의 내용이 무엇인지 궁금했지만 막상 가보면 알게 될 터였다.

***

몸의 상태를 최상으로 만들기 위해서 충분히 잠을 청했다. 충렬이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이미 게이트가 활성화된 후였다.

[승급전까지 남은 시간: 48분]

‘슬슬 출발을 해볼까.’

게이트가 있는 장소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걸어서 가도 충분히 가까운 거리였다.

***

전차 하나는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크기를 가진 게이트는 포탈의 확장판이었다. 포탈과 비슷한 모양을 취하고 있었지만 우선은 크기가 더욱 컸다. 그리고 가장자리는 금속으로 만든 것인지, 튼튼해 보이는 구조물이 포탈을 감싸고 있는 모양이었다.

승급전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어디서 찾아야 했나 싶었는데, 게이트 주변에 묘비들이 많았다.

-형님들. 생존 확률 2%의 구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시작 지점에서 적이랑 같이 시작하고 싸우다 죽음. ㅠㅠ

-ㅇㅇ시작 지점 잘 골라야 함.

-아, 잘 숨으면서 다녀라. 대놓고 다니다가 바로 사망.

묘비들의 글을 읽어보았지만 승급전의 진행 방식을 완전히 알기란 불가능했다.

‘그나저나 시작 지점도 고를 수 있다고?’

하지만 그 외에 특별한 정보는 보이지 않았다. 어렵다라는 글이 대부분이었다. 묘비들의 글만 봐서는 정보를 얻기에 한계가 있었다. 혹시나 싶어 다른 묘비들도 살폈지만 딱히 괜찮은 정보는 없었다.

‘일단은 직접 부딪쳐 보는 수밖에 없나.’

어쩔 수 없음을 느낀 충렬은 게이트로 진입했다.

***

게이트를 통과하자 충렬이 도착한 곳은 방문이 없는 조그만 회의실이었다. 큰 테이블 하나에 여러 의자가 놓여 있었는데, 충렬 외에 다른 사람들은 없었다.

그것은 당연했다. 이곳은 충렬만을 위한 장소였으니까.

[작전 회의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참여하게 될 전장의 지도를 테이블 위에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시스템의 말이 끝나자 테이블 위에 거대한 지도가 생성되었다. 하나의 섬에 대한 지도였다. 섬은 매우 거대했다.

‘승급전을 저곳에서 시작하는가 보군.’

[승급전에서의 승리 조건은 단순합니다.]

[최후의 1인이 되면 승급에 성공합니다.]

그 말의 의미는 나 빼고 다 죽이면 된다는 소리였다. 그렇지만 단순히 싸우기만 하는 장소는 아닐 터였다. 여러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는 장소일 것이었다.

[섬은 끝이 보이지 않는 용암 위에 마련되었습니다.]

[일정 시간이 지날 때마다 용암은 차오르며, 섬을 잠식해 갑니다.]

역시나 도착하게 될 장소는 평범한 곳이 아니었다.

‘용암에 마련된 섬이라…….’

섬의 주변에 표시된 붉은색의 물결은 바닷물이 아니었나 보다. 설마 용암이었다니.

‘그렇게 되면 전투를 벌일 수 있는 지역은 계속해서 좁혀지게 되겠군.’

승급전이 끝날 때까지 어딘가에 숨어서 기다리지 못하도록 그런 방법을 취한 것 같았다.

[당신은 이러한 섬에서 한 장소를 선택하여 시작할 수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섬의 가장 높은 곳. 여기서는 중앙을 선택할 터였다. 섬의 중앙이 고도가 가장 높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승급전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시작할 수 있는 지점을 표시해 드리겠습니다.]

[표시된 장소 중 한 곳을 시작 지점으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시스템이 지도에 표시해 주었다. 시작할 수 있는 장소는 용암과 맞닿은 섬의 끝부분. 즉, 테두리였다.

마음대로 시작 지점을 선택할 수는 있었다. 다만 섬의 가장자리에서 시작해야 했다. 예외는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도 시작 지점을 잘 골라야 하겠어.’

섬의 가장자리라고 해서 모두가 같은 가장자리는 아니었다. 어떤 곳은 섬의 중앙과 매우 가까운 거리를 가지고 있었고 다른 곳은 매우 먼 위치에 있었다.

그렇지만 가까운 곳은 경사가 매우 가파르게 되어 있는 등 환경은 좋아 보이지 않았다. 발을 잘못 놀린다면 곧바로 용암으로 직행일 정도였다.

“더군다나 환경만 생각하면 안 되겠지.”

이곳엔 자신을 포함하여 50명의 도전자가 참여하게 된다. 어느 장소를 시작 지점으로 하냐에 따라서 마주치게 되는 적들의 숫자가 다르리라.

운이 나쁘다면 많은 적들과 조우하게 될 테고, 운이 좋다면 혼자서 느긋하게 움직이면 될 터였다.

관건은 섬에서 고도가 높은 지역까지 이동하기 위해서, 쉬운 길을 선택하느냐, 혹은 험한 길을 선택하느냐다. 결국 최종적으로 싸우게 될 장소는 섬의 중앙이었으니 말이다.

‘중앙에는 미리 도착하는 것이 확실히 유리하다.’

먼저 도착해 진지를 구축한다면 나중에 오는 이들을 상대하기가 훨씬 좋았다. 늦게 오는 이들은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뒤에서 용암이 시시각각 덮쳐올 테고, 앞에서는 적들이 다가오지 못하게 연신 공격을 이어갈 것이었으니까.

‘어디를 시작 지점으로 해야 할까?’

고민하던 충렬의 눈에 한 장소가 눈에 띄었다. 중앙으로부터 가장 멀지도, 가장 가깝지도 않은 장소였다. 섬의 중앙에서 가장 가까운 장소를 선택할 수는 없었다. 그곳은 오르지 못하는 절벽이 존재하는 곳이었다.

그렇지만 충렬의 눈에 띈 곳은 중앙까지 가기 위해서 길이 조금 가파를 지라도 빠르게 도착할 수 있는 장소였다.

‘저곳해서 시작한다.’

마음을 정한 충렬이 손으로 한 장소를 가리켰다. 그러자 시스템은 지도에 충렬이 선택한 지점을 점으로 찍었다.

충렬이 선택한 지역은 버려진 선착장이었다.

[‘버려진 선착장’을 시작 지점으로 설정하시겠습니까?]

시스템의 물음에 충렬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버려진 선착장’이 시작 지점으로 등록되었습니다.]

[승급전이 시작하기까지 16분 남았습니다.]

[16분 뒤에 시작 지점으로 이동시켜 드리겠습니다.]

충렬은 이동되기 전, 미리 해골들과 하운드를 소환하여 준비했다. 그렇게 모든 준비를 끝내고 기다릴 무렵이었다. 16분이라는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3초 뒤, 당신은 ‘용암에 삼켜지는 섬’에 도착합니다.]

[3.]

[2.]

[1.]

[이동을 시작합니다.]

[승급에 성공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