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48화 (48/237)

# 48화.

***

바깥보다 더욱 깜깜할 것이라 예상되었던 내부였다. 그래서 이동이 불편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아래층으로 내려가기란 어렵지 않았다. 곳곳에는 전등과 같은 것들이 설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흘러나오는 빛은 그리 밝은 빛은 아니었지만, 주변을 식별하기에는 충분했다.

그것과는 별개로 계단을 전부 내려오자 악취는 더욱 심해졌다. 그러나 뜻밖의 상태 이상이 충렬의 상태를 나아지게 해주었다.

[청결하지 못한 하수도의 위생 상태가 당신에게 상태 이상을 일으킵니다.]

[당신의 레벨이 던전의 수준보다 상대적으로 높아 상태 이상에 어느 정도 저항합니다.]

[수준이 낮은 상태 이상이 먼저 걸립니다.]

그 말을 끝으로 충렬의 코가 막혀갔다.

[상태 이상 ‘코막힘’이 발생되었습니다.]

[하수도에 오래 노출되면 점점 악화된 상태 이상이 발생됩니다.]

동시에 냄새가 차단되었다. 코가 막힘으로 인해 냄새는 더 이상 맡을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숨을 들이쉬기에는 조금 불편했지만 냄새가 사라지자 기분은 한결 나아졌다.

“그나저나 질병과 관련된 상태 이상이 발생하는 곳이라…….”

충렬에게는 비슷한 아이템이 있었다. 바로 샤오링이 착용한 ‘블랙 데스’였다.

“그래도 블랙 데스에 비할 바는 아니지. 냄새만 아니라면 여기가 훨씬 나아.”

블랙 데스는 상태 이상을 심각하게 일으켰다. 코막힘을 발생시키는 하수도의 환경과는 비교 자체를 불허할 정도다.

어쨌거나 이제는 사냥할 때였다. 입구와 연결된 계단이라 그런지 근처에 몬스터는 보이지 않았다.

다만 하수도의 구조는 생각보다 넓었고 길도 여러 갈래의 갈림길로 나뉘어져 있었다. 당장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정도로 길이 많았다. 그렇게 당장 보이는 길은 네 방향이었다.

‘앞, 뒤, 양옆의 길이라…….’

우선은 앞의 길로 쭉 가보기로 했다. 하수도는 특이하게도 미니맵이 보이지 않았다. 잘못하면 길을 잃을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현재 장소를 기억하며 나아가기로 했다.

“가자.”

충렬이 앞으로 나서자 해골들이 뒤따랐다.

***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닥에 얕게 흐르는 물길이 맞닿아 소리를 내었다.

첨벙. 첨벙.

하수도의 길을 걸어간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마침내 새로운 공간이 나타났다. 통로를 걷는 중에는 몬스터가 등장하지 않았다. 그러나 곧 몬스터를 발견할 수가 있었다. 통로와 연결된 거대한 공간이 나타나자 그때서야 몬스터의 모습이 보였던 것이다.

‘생쥐같이 생겼군.’

인간형의 몬스터. 그러나 인간은 아니었다. 몬스터는 쥐의 생김새를 가지고 있었다. 단순히 표현하자면 쥐가 사람처럼 두발로 서서 다닌다고 보면 되었다. 덩치도 사람과 비슷했다. 평균적인 키는 대략 170㎝ 정도에 이족 보행을 하고 있는 몬스터였다.

충렬은 우선 들어가기 전에 주변의 묘비를 살폈다. 랫맨들이 있는 공간에 들어서기 전에 공략관련 글과 허튼 글의 묘비가 함께 존재하고 있었다.

-랫맨 공격력 약한데 손톱에 병균 많음.

-공격당하면 상태 이상 더욱 빨리 악화된다.

-다행히 멍청해서 단순한 패턴밖에 없어요.

-공략 같은걸 왜 보냐? 그냥 죽고 주민 가즈아~

-응, 가더라도 가기 전에 끝말잇기 시작. 바지.

-지랄하지 마.

-마그날륨.

대충 랫맨들을 주의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물론 놈들이 약하다는 것도 말이다. 그러고 보니 놈들은 무기를 들고 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사냥은 더욱 쉬웠다. 해골들이 사냥하기에는 최적의 장소였다.

‘해골들은 질병이 걸리고 싶어도 걸리지 않으니 사냥은 한층 더 쉬워지겠군.’

그러나 감상평을 할 때는 아니었다. 랫맨들이 하나둘씩 소리를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소리만 내었다면 상관이 없을 터였다. 하지만 녀석들은 무언가 특별한 냄새를 맡은 듯했다.

찍찍.

찍찍찍.

그 특별한 냄새는 바로 충렬의 냄새였다. 코를 킁킁거리던 녀석들은 곧 충렬이 있는 위치를 일시에 바라보았다. 인간의 냄새를 맡은 것이다.

랫맨들은 충렬을 발견하자마자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 수가 정확히 5마리였다. 만약 도전자 혼자서 왔다면 랫맨들의 전투력이 낮다고 해도 조금은 고전할 터였다. 스킬을 사용하면서 5마리를 상대하기란 쉽지 않을 테니까. 그렇지만 충렬은 혼자가 아니었다.

충렬은 달려오는 랫맨들을 보며 해골들에게 명했다.

“가서 처리하고 와.”

충렬의 명령에 해골들이 달려갔다. 그런데 충렬은 잠깐 멈칫했다. 무언가 까먹은 것이 있어서다. 잊어버린 내용을 다시 상기한 충렬은 뒤늦게 새로운 요청을 했다.

“아 맞다. 한 녀석은 살려둬. 생명력 회복해야 하니까.”

***

충렬의 명을 받은 해골들이 일시에 랫맨들을 덮쳐갔다. 랫맨들은 자신들보다 숫자가 배나 많은 해골들의 수에 당황한 듯 보였다. 하지만 놈들은 저능한 몬스터였다. 자신들의 불리함도 금방 잊어먹고선 잠깐 멈추었던 돌진을 재개했다.

랫맨들의 사냥에 해골 마법사들이 나설 것도 없었다. 랫맨 하나당 보병이 2마리씩 붙었다. 보병은 총 9마리였다. 때문에 마지막 랫맨 하나는 보병 하나와 해골 기사인 샤오링을 맞이해야 했다.

그리고 샤오링과 마주하게 된 랫맨은 불쌍하게도 제일 먼저 처형당하는 운명에 처해야 했다.

찍찍. 찍.

녀석은 쥐가 우는 소리를 내며 앞을 막아선 해골 보병을 공격하려 했다. 하지만 랫맨보다 움직임이 날렵한 보병이 거기에 당할 리가 만무했다.

랫맨이 오른손을 앞으로 휘둘렀다. 그러자 보병은 옆으로 살짝 몸을 비틀며 놈의 공격을 피해내었다. 사실 맞아도 상관이 없을 공격이었다. 뒤에서 마렉이 곧바로 치료해 줄 테니까. 그러나 해골은 굳이 피했고 랫맨은 공격이 실패하자 재차 공격해 나가려 했다.

하지만 놈이 다시금 움직이기도 전에 샤오링이 나섰다. 샤오링의 공격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랫맨의 심장을 향해 찔러갔다. 보병보다 빠른 샤오링의 공격을 랫맨은 피할 수가 없었다.

[<죽음을 거부한 샤오링>이 블랙 데스로 랫맨의 심장을 향해 찔러갑니다.]

[랫맨이 블랙 데스를 미처 피하지 못합니다.]

[블랙 데스의 날카로운 끝이 랫맨의 가슴을 뚫고 지나갑니다.]

그 말을 끝으로 랫맨의 가슴이 관통되었다.

푸욱!

랫맨은 너무나 간단히 샤오링의 블랙 데스에 당했다. 동시에 하수도에서 살아가는 랫맨에게 상태 이상이 발생되었다. 하수도에서는 질병에 걸리지 않는 녀석들이 반대로 질병에 걸려 버린 것이다.

[랫맨에게 상태 이상 ‘다발성 신경…….]

그러나 상태 이상이 완벽히 적용되기도 전에, 심장을 찔린 녀석이 숨을 거두는 것이 먼저였다.

[심장을 관통당한 랫맨이 사망합니다.]

[랫맨의 사냥에 성공하였습니다.]

[현재까지 사냥에 성공한 몬스터의 수: 랫맨 1마리.]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손에 착용하고 있던 반지가 반응했다. 랜서를 처치하면서 방어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해내어 얻은 반지였다.

[영혼 수확자의 반지에 스택이 쌓입니다.]

[중첩이 1증가합니다.]

일정 확률로 스택이 쌓인다고 했는데 운이 좋게도 바로 1중첩을 얻었다.

***

랫맨 5마리를 상대하는 것은 너무나 간단했다. 순식간이었다. 시체 폭파 스킬을 쓸 것도 없었다. 쓰기도 전에 장내는 정리되었다.

결국 랫맨 4마리를 처치하고 남은 한 마리의 랫맨을 해골들이 제압했다. 그리고 충렬의 앞으로 끌고 왔다. 랫맨은 풀려나기 위해 발악을 했다.

“찍찍! 찍찍찍!”

그렇지만 발악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해골들의 수가 너무 많았다. 충렬은 해골들의 품에서 벗어나려는 랫맨을 향해 스킬을 사용했다.

“라이프 드레인.”

그러자 랫맨의 몸뚱이가 말라비틀어지며 충렬의 상태 이상이 해결되었다.

[랫맨의 생명력을 흡수합니다.]

[상태 이상 ‘코막힘’이 사라졌습니다.]

[생명력을 모조리 약탈당한 랫맨이 사망합니다.]

[랫맨의 사냥에 성공하였습니다.]

[현재까지 사냥에 성공한 몬스터의 수: 랫맨 5마리.]

충렬은 다시금 코로 들어오는 악취에 인상을 찌푸렸다. 그렇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이곳의 상태 이상은 라이프 드레인으로 없어지네.’

일단은 일부러 시험을 해본 것이었다. 혹시나 상태 이상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위험했으니까. 언데드로 부활할 수가 있다고 해도 살아 있을 때의 목숨은 소중히 다루어야 했다. 언데드로의 부활이 만능은 아니었다.

“그런데 괜히 확인한다고 스킬을 사용했네. 악취는 도무지 적응이 되질 않아.”

조금 더 심각한 상태 이상이 생기면 그때 라이프 드레인을 사용할 것을 그랬다. 하지만 상관은 없었다. 상태 이상은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발생되었기 때문이다.

[상태 이상 ‘코막힘’이 발생되었습니다.]

[하수도에 오래 노출되면 점점 악화된 상태 이상이 발생됩니다.]

상태 이상이 다시 발생할 때는 충렬이 랫맨들의 시체를 한창 살필 때였다.

“랫맨들의 뼈는 별로 쓸모도 없군.”

인간의 뼈에 비해서 특별히 단단하지도, 뛰어난 점도 없었다. 놈들에게서 챙길 것이 없던 충렬은 발걸음을 옮기기로 했다.

조금 아쉬운 점은 5마리의 랫맨을 처치했음에도 영혼 수확자의 스택은 겨우 1밖에 쌓이질 않았다는 것이었다.

***

거대한 공간은 또다시 4방향으로 나뉘어 있었다. 충렬은 오로지 한쪽 방향으로만 일직선으로 이동했다. 되돌아갈 길을 혹여나 잊으면 안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또다시 시작되는 통로에는 랫맨이 보이지 않았다. 새로운 거대한 공간이 나타나자 그제야 랫맨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나타나는 랫맨들의 숫자는 랜덤인 듯했다. 그렇지만 입구에서 멀어질수록 나타나는 랫맨들의 수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것 같았다. 그래도 병력의 우위는 여전히 충렬이었다.

‘흠. 이번에는 8마리인가.’

8마리쯤이야 어렵지 않았다. 해골들은 굳이 명령을 받지 않고도 충렬이 하고자 하는 뜻을 파악하고 돌격했다.

***

미친 듯한 빠르기로 사냥은 계속되었다. 몬스터 한 마리당 카르마를 얼마나 정산을 해줄지는 몰랐다. 몬스터가 약했으니 그렇게까지 많은 카르마를 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아무리 적은 카르마를 준다고 해도 승급전이 시작되기 전까지 레벨 업은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현재까지 사냥에 성공한 몬스터의 수: 랫맨 42마리.]

이곳 사냥터는 통로의 길이 조금 긴 것이 단점이었다.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상당했다. 막상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스택은 엄청 안 쌓이네.”

어차피 당장에 쓸 일이 없는 영혼 수확자의 반지였다. 그래도 너무 쌓이지 않는 중첩을 보니 쉽게 쓸 물건은 아닌 듯했다.

[영혼 수확자의 반지: 상대를 처치할 때마다 일정 확률로 스택을 쌓는다. 반지를 사용하면 자신의 생명력을 완전히 소모시키고, 중첩된 숫자만큼의 언데드를 불러낸다. 언데드의 종류와 강함은 착용자의 레벨에 따라 다르다(현재 중첩된 숫자: 4).]

몬스터를 42마리나 죽였는데 지금까지 중첩된 수는 고작 4였다.

“그냥 반지에 대해서는 신경을 꺼야겠군.”

언젠가 본다면 중첩이 많이 되어 있겠지 싶었다. 그렇게 대충 현재 상황을 점검한 충렬은 다음 통로를 향해 나아갔다.

***

충렬이 하수도에 입장하고 사냥을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 일단의 무리들이 하수도의 입구에 도착했다.

“여기로 간 거 맞아?”

“맞아. 여기 놈의 발자국이 있다고.”

그들은 충렬을 뒤따라 온 것 같았다.

“크윽. 그나저나 이게 무슨 냄새야. 이딴 곳을 굳이 들어가야 하나?”

“득템하려면 가야지 어쩌겠어.”

그들의 숫자는 정확히 다섯이었다.

“탈것도 있던데 아이템은 당연히 많이 가지고 있겠지?”

“정확하게 분배해서 서로 나누자고.”

“당연하지. 승급전이 시작되기 전에 좋은 아이템을 구해놓아야 해. 비록 우리끼리 나누게 되더라도.”

떡 줄 사람은 생각도 하지 않는데 자기들끼리 분배 방식을 정하고 있었다. 그들은 충렬을 괜찮은 먹잇감으로 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도시에서 보이는 놈들의 아이템은 너무 허접했단 말이야.”

“크큭. 그러니 이렇게 뒤따라 온 것이 아니겠어?”

“그건 그래. 놈은 분명 도시에 있는 그 어떤 녀석들보다는 좋은 아이템을 가지고 있을 거야.”

도시에서도 사람들을 어느 정도는 죽여보았던 것일까? 그들의 대화는 살벌했다. 아이템을 위해서 다른 사람을 죽이다니. 그들은 평범한 도전자가 아닌 머더러가 확실했다. 임무를 위해서가 아닌,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서 사람들을 살해하는 이들임에 틀림이 없었다.

“혹시 모르니까 바로 공격하지는 말고 실력 좀 보다가 공격하자고.”

“그러는 것이 좋겠지. 도시에서 보니까 소환수도 많이 부리던데. 곧바로 습격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아.”

“그럼 방심한 틈을 만들어서 공격하면 되겠네.”

나름 잔머리를 굴리는 그들이었다. 그들은 자신들 중에 유일한 여자를 향해 말했다.

“흐음. 미인계로 방심시키는 것은 어떨까? 레이첼, 네가 나중에 마주치면 유혹 좀 해봐. 고자가 아니라면 넘어오겠지.”

여자도 어지간히 자신의 외모에 자신이 있었는지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호호. 대신 죽이고 나온 아이템은 내가 1순위로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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