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46화 (46/237)

# 46화.

***

전투를 벌일 수 있는 인원이 추가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황은 좋지 않았다. 스미스와 랄프를 합류시켜서 괜찮았다고 생각되었던 순간은 이어지지 못했던 것이다. 랄프의 오두막에서 나와 잠깐 이동했을 뿐이었다. 그랬는데 이동하는 사이에 마을 사람들이 추가적으로 네 명이나 더 죽어버렸다.

[살아 있는 마을 사람들의 수: 44명]

[남아 있는 병사들의 수: 24명]

스미스와 랄프는 몰랐다. 얼마만큼의 사람들이 줄어드는 지를. 하지만 충렬은 확인할 수 있었다. 빠르게 줄어드는 마을 주민들의 숫자를 말이다. 때문에 이를 꽉 깨물어갈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생각 외로 빠르게 악화되고 있었으니까.

‘금세 4명이 당했다…….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아.’

솔직히 말해서 마을 사람들의 숫자는 빠르게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충렬과 합류한 스미스와 랄프 등, 그 외에 실제로 마을에서 힘을 쓸 수 있는 이들은 몇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전투력이 있다고 해도 무장한 병사들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을 터였다.

‘이대로 가다가는 죽어가는 숫자가 점점 많아지게 된다.’

처음에만 하더라도 조심히 이동하며 병사들을 처치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럴 틈은 없었다. 최대한 많은 이들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약간의 위험성을 감수해야 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20명은커녕 10명을 구하는 수준에서 그치겠군.’

은밀히 이동하는 것은 포기다. 임무의 진행 방향을 결정한 충렬이 입을 열었다. 어디까지나 이번 임무의 결과는 자신의 행동에 따라 달라졌다. 그러니 판단은 늦지 않게 내려야 했다.

“스미스, 랄프 아저씨. 빨리 이동해야 할 것 같아요.”

충렬의 말에 그들도 동의했다.

“빨리 가자고.”

“늦지 말아야할 텐데.”

이제부터는 신속함. 그 하나에 모든 것을 두고 질주했다. 질주하는 도중 충렬은 영주의 병사를 상징하는 겉옷을 한쪽에 던져 버렸다.

***

충렬이 랄프를 만나고부터 가장 가까운 위치의 장소. 그곳은 4인 가족이 살고 있는 집이 있었다. 그러나 그곳의 4인이어야 할 가족의 숫자는 2인으로 줄어 있었다. 불길이 일어난 건물 앞으로 성인 남녀의 시체가 놓여있었던 것이다.

아이들을 보호하려했던 것일까? 남녀의 시체 아래로 6~7살 정도로 보이는 꼬마 아이 둘이 있었다. 쌍둥이였는지 여자아이 둘의 모습은 닮아 있었다. 그런 아이들이 울고 있었다. 싸늘한 주검이 된 부모의 아래에서.

“으아앙. 아빠!”

“어, 엄마. 흐에엥!”

울고 있는 꼬마아이 둘에게 병사 넷이 천천히 다가갔다. 그들도 어린이들을 죽이는 것이 조금은 꺼림칙한 듯했다.

“어린 애들까지 죽여야 하나?”

그러나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옆의 병사들이 대답했다.

“죽여야지.”

“명령에 불복종을 할 수는 없잖아.”

“지금 이건, 진급할 수 있는 좋은 기회야. 빨리 처리하자.”

그러자 그도 수긍했다.

“그래. 그럼 할 수 없지.”

그리고 숏소드를 역수로 쥐고 높이 들어 올렸다. 그의 표정엔 꺼림칙함이 가득했다. 그렇지만 그것은 표정일 뿐. 그의 행동은 이미 어린아이들의 생명을 끝내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였다.

아이들을 찌르려던 그에게로 돌멩이가 날아왔다. 가차 없이 행동하려던 병사의 움직임을 돌멩이가 멈추었다. 돌멩이는 참혹한 짓을 벌이려던 병사의 뒤통수를 정확히 갈긴 것이다.

퍽!

아군이 돌멩이에 당하자 당한 이를 포함한 병사들이 일시에 시선을 돌렸다.

“아씨, 뭐야……!”

“어디서 날아온 것이지?”

“적이다!”

동시에 그들은 목격할 수 있었다. 세 명의 인물들이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음을. 특히나 도끼를 쥐고 있는 사내에게서는 노여워하는 기색이 가득했다.

“이 파렴치한 놈들이!”

그의 외침은 분노로 가득했다. 그랬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나무꾼 랄프였다.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충렬과 스미스에게 말했다.

“내가 두 놈 맡는다. 스미스, 데프론. 너희는 하나씩 처리하고 도우러 와!”

그러면서 랄프는 성난 황소처럼 돌진했다.

***

지금까지는 암습을 통해서 병사들을 쉽게 처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전면전으로 병사들을 맞서서 싸우니 사람의 숫자가 많은 저쪽이 유리했다.

당장에 랄프가 병사 둘을 맡아주고는 있었다. 그럼에도 실상 전투는 힘겨웠다. 충렬은 병사 하나를 상대하기도 벅찼던 것이다. 데프론의 몸뚱이는 정공법을 펼치기엔 많이 부족한 몸이었다.

그것은 스미스도 마찬가지였다. 우락부락한 근육을 가진 그였음에도 불구하고 훈련을 받은 병사의 상대가 되기엔 약간 힘들었다. 전직 용병이었던 나무꾼 랄프만이 노련하게 병사 둘을 상대로 선전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충렬은 자신의 전투에 다시금 집중해야 했다. 한눈을 팔 시간은 없었다. 충렬의 앞으로 날카로운 숏소드가 횡으로 베어왔기 때문이다.

‘젠장.’

처음 시작하면서 몇을 죽였던 덕분에 병사들의 실력을 너무 얕보았다. 충렬은 간신히 옆으로 몸을 빼내며 상대의 숏소드를 피해내었다. 레벨을 가진 몸뚱이가 아니라서 그런지 움직일 때마다 숨이 차올랐다.

공방은 몇 번 주고받지도 않았다. 그런데 데프론의 몸뚱이가 벌써부터 말을 듣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반드시 해내어야 한다.’

단순히 임무 때문이어서가 아니었다. 선택을 잘못하여 마을 사람들을 살해해야 했던 데프론의 아픈 마음이 계속해서 충렬의 가슴을 고동치게 했다. 녀석의 정신적인 괴로움이 이렇게나 전해지는데 무시할 수는 없었다.

본래 이기적인 성격에 남의 아픔 따위는 관심이 없었던 충렬이었다.

‘그렇지만 오늘만큼은 다르다.’

아니, 오히려 이기적이기에 이렇게 마음을 먹는 것일지도 몰랐다. 자신의 소환수에 대한 애정의 발로로 말이다.

충렬은 터질 것 같은 심장을 억누르며 상대의 옆구리를 향해 숏소드를 찔러갔다. 상대는 호흡도 거칠지 않았다. 그는 충렬이 검을 찔러오자 비웃었다.

“크크. 배신자. 실력은 겨우 그게 끝인가? 역시 거지 생활을 하던 녀석이라 그런지 체력이 빈약하구만?”

그러면서 너무나 쉽게 피해내었다. 그리고 이대로 충렬을 끝낼 생각이었는지 검을 높게 치켜 들었다.

“그럼 잘 가라고.”

지친 충렬이 상대의 움직임을 따라잡기에는 무리였다. 악착같이 마음을 먹었던 충렬이었지만 따라주지 않는 몸뚱이는 어쩔 수가 없었다.

‘제기랄. 저딴 녀석에게 당할 수는 없는데……!’

그렇게 상대가 검을 내리치려 할 때였다. 충렬을 상대하던 병사에게 누군가 달라붙었다. 그 누군가는 스미스도, 랄프도 아니었다. 부모를 잃은 꼬마 여자 아이 둘이었다. 녀석들은 병사의 바짓가랑이에 달라붙으며 악을 썼다.

“이 악마!”

“엄마랑 아빠를 살려내!”

아이들이 다리를 붙잡고 늘어지자 짜증이 난 그가 발로 걷어찼다. 당연히 연약하던 아이들은 발길질 한 번에 떨어져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덕분에 충렬은 시간을 벌어갈 수가 있었다.

아이들이 벌어준 찰나의 시간.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충렬은 이를 꽉 깨물고 병사의 가슴에 칼을 박아갔다. 잠깐 아이들에게 시선을 돌린 병사는 충렬의 공격을 허용하고야 말았다.

푸욱!

설마 이렇게 당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그의 표정에는 억울함이 가득했다.

“커헉……!”

당연히 가슴에 칼이 찔린 그는 곧 쓰러졌다. 실이 끊어진 연처럼, 그의 몸뚱이가 무너졌다.

털썩.

충렬은 그가 쓰러지거나 말거나 재빨리 아이들의 상태를 살펴갔다.

‘하아… 위험한 순간이었어. 그나저나 아이들은 다치지 않은 것 같은데.’

정말이었다. 아이들은 엉덩방아를 찧은 수준에 그쳤을 뿐. 크게 다치지 않았다. 녀석들은 넘어진 부위가 아팠을 텐데도 더 이상은 울지 않았다. 그저 넘어진 서로를 부축하며 다시 일어설 뿐이었다.

‘씩씩한 녀석들.’

이런 상황임에도 버텨내는 아이들의 모습이 대견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미안했다.

‘내가 조금만 더 빨리 왔어도…….’

아마 아이들의 부모를 살릴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지나간 일에 감상은 사치였다. 아이들의 상태를 대충 확인한 충렬은 재빨리 몸을 움직여 스미스와 랄프를 돕기 위해 나섰다.

***

충렬이 병사 하나를 끝내고 합류하자 전세는 단번에 기울게 되었다. 먼저 스미스를 도와 상대를 처치하고 그 기세 그대로 스미스와 함께 랄프를 도왔다. 그러자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던 것이다. 병사 둘을 상대하던 랄프의 전신에는 자잘한 상처들이 생겼지만 그는 괘념치 않았다.

하지만 전투를 벌이는 사이에 마을 주민 2명이 또 살해당했다.

[살아 있는 마을 사람들의 수: 42명]

[남아 있는 병사들의 수: 20명]

‘더군다나 아직 병사들의 숫자는 20명이나 남아 있다.’

그렇다면 더욱 빨리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때, 저 멀리서 몇몇 주민들이 도망쳐 오는 것이 보였다.

도망치는 주민들의 숫자는 6명이었다. 남자 넷에 여자 둘이었다. 남자들은 도망가기 어려워하는 여자들을 도우며 마을을 벗어나기 위해 움직였다. 그들도 이쪽을 발견했는지 크게 외쳤다.

“거기서 뭐 해! 빨리 도망쳐!”

“그래! 병사들이 미쳤다고!”

그런 그들의 뒤로 병사 4명이 쫓아오고 있었다.

‘병사 4명이라…….’

충렬은 거리낌 없이 외쳤다.

“다들 이쪽으로 오십시오!”

지금까지는 힘겹게 전투를 이어왔다. 그렇지만 이제부터는 아니었다.

***

이쪽에 남자 넷이 합류하자 병사 넷을 상대하기에는 어렵지 않았다. 연령이 다양했지만 새롭게 합류한 넷은 충렬의 부탁에 칼자루를 들었다. 자신의 가족들과 이웃을 위해서 기꺼이 칼자루를 쥐었던 것이다. 아이들은 여자들에게 돌보기를 부탁했다.

어쨌거나 전투 인원이 7명으로 불어나자 병사 넷은 순식간에 제압되었다. 그때부터였다. 전투를 벌일 수 있는 인원이 늘어나자 각기 흩어져 있는 병사들 따위는 겁나지가 않았다.

모두가 마을의 안위를 도모하기 위해 한마음으로 움직였다. 그 결과 도움을 받은 마을 주민들의 수는 계속해서 늘어났고 결국 남은 숫자는 다음과 같았다.

[살아 있는 마을 사람들의 수: 40명]

[남아 있는 병사들의 수: 10명]

의외로 마을 사람들의 수는 40명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거기에는 별다른 이유가 없었다. 설마 동료들이 당할 줄은 몰랐던 병사들이 도망치듯 한곳으로 모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마을 사람들을 학살하는 데 더 이상 관심이 없었다. 아니, 관심을 가지지 못했다. 자신들의 목숨이 벼랑의 끝에 놓여 있어서다.

마을의 광장에는 병사들이 옹기종기모여 연신 사방을 경계하고 있었다. 주변에는 4배나 되는 인원이 그들을 포위하고 있었다.

“씨발! 갑자기 왜 이렇게 되었지?”

“우리 죽는 거 아니냐? 상황 참 좆같네.”

“망했어.”

“대장은?”

“몰라, 새끼야! 떠들지 말고 앞이나 잘 보고 있어!”

병사들의 상황은 사면초가였으며 진퇴양난이었다. 그들을 포위한 마을 사람들은 남자, 여자, 노인, 그리고 아이까지 다양했다.

그 누구도 물러서는 이는 없었다. 모두가 하나로 뜻을 모았다. 하나로 단결된 마을 사람들은 끔찍한 짓을 저지른 병사들을 포위했다.

마을 주민들의 사이에서 충렬이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너희도 영주가 시켜서 이렇게 행동한 것일 텐데. 악감정은 없다.”

물론 데프론의 몸뚱이는 병사들에 대한 원한이 가득했다. 자기들도 신분이 평민이었던 주제에 출신을 따지며 수없이 데프론을 괴롭혔던 탓이다. 먹는 밥에 침을 뱉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각종 더러운 짓거리는 다 해대었다.

어쨌거나 충렬이 나와서 말하자 남아 있는 병사들 중 하나가 악에 바친 목소리로 외쳤다. 그는 이곳에 와서 처음에 데프론을 구타했던 사내였다.

“개 같은 자식! 죽어서도 네놈을 쫓아다니겠다!”

충렬은 그의 말에 피식 웃었다.

“죽어서도 쫓아오겠다고? 그것 참 고맙군.”

충렬이 네크로맨서임을 알고 저런 소리를 내뱉는 것일까. 아마 아닐 터였다. 죽어서 쫓아와 준다면 좋았다. 이용해 주면 되니 말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제는 임무를 끝낼 때였다.

“잡담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지. 잘 가라.”

그 말과 동시에 충렬은 발걸음을 뒤로 되돌렸다. 그러자 마을 주민들이 성큼성큼 앞으로 나섰다. 그들의 손에는 각자 챙겨 온 무기와 병사들에게서 빼앗은 무기들이 쥐어 있었다. 이제부터는 충렬이 아닌, 마을 사람들의 복수극이 시작될 시간이었다.

남아 있는 10인의 병사들은 마을 사람들이 다가오자 비명을 질렀다. 병사들의 상황은 점점 더 아수라장이 되어갔다.

“제기랄!”

“사, 살려줘!”

“나, 나는 여기 마을 사람들을 죽일 생각이 없었다고……!”

“이 새끼 말은 거짓말이야! 내가 옆에서 봤어. 2명이나 죽였다고! 차라리 날 살려줘! 난 진짜 죽일 생각이 없었어!”

“뭐! 이 새끼가 날 팔아넘겨?”

“어쩌라고!”

그렇게 분열을 시작하게 된 병사들의 말로는 참혹했다. 마지막까지 뭉쳐도 모자랄 판에 단합하지 못하다니. 협동하지 못한 그들은 곧 성난 주민들에 의해 갈가리 찢겨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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