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44화 (44/237)

# 44화.

데프론의 숙원

***

보상이 주어지자마자 충렬은 곧바로 여관으로 이동되었다. 그런 충렬의 손으로 거무튀튀한 검이 들려 있었다. 바로 보상으로 받은 ‘블랙 데스’였다. 그것은 평범한 장검의 모양을 취하고 있었다. 그러나 전체적인 색은 새까맣게 되어 있었다. 손잡이부터 시작해 모든 것이 검은색이었던 것이다.

[블랙 데스: 질병에 조예가 깊은 마녀들이 모여 만든 마검이다. 공격이 적중했을 때 질병과 관련된 상태 이상을 적에게 부여한다. 하지만 착용자에게도 질병이나 관련된 증상을 계속해서 일으키기 때문에 웬만하면 착용하기를 권장하지 않는다.]

그렇게 블랙 데스를 손에 쥐고 아이템을 살피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충렬에게 상태 이상이 부여되기 시작했다. 블랙 데스를 손에 들고 있었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었다. 운이 좋았을까? 당장에는 질병이 발생하지 않았다.

[상태 이상 ‘몸살’이 발생하였습니다.]

[‘몸살’은 5분 동안 유지됩니다.]

당장 질병에 걸리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지만 기분은 좋지 않았다. 동시에 충렬은 몸에 힘이 쫘악 빠지는 기분을 느껴야 했기에 조금은 거리낌이 들었다.

‘…이런 것을 쓰라고?’

전형적인 몸살의 기운이 확 올라오니 힘들었다. 아무리 레벨을 가진 육체라고 하더라도 버티기는 쉽지 않았다. 으슬으슬한 느낌과 근육에 힘이 빠지는 느낌이 온몸을 지배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잠시 뒤, 좋지 않은 증상이나 새로운 질병이 추가적으로 발생합니다.]

[무기에서 손을 떼어놓으시기를 권장드립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충렬은 들고 있던 블랙 데스를 내려놓았다. 지금 걸린 상태 이상은 질병이 아닌 단순한 증상이었다. 그런데도 이 정도인데 질병에 걸린다면 어떻게 될지 몰랐다.

‘이건 쓰기가 좀 힘들 것 같군.’

적뿐만 아니라 착용자에게 지속적으로 질병과 관련된 상태 이상을 부여하다니. 비록 충렬이 라이프 드레인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쓰고 싶지는 않은 무기였다.

어찌되었거나 무기를 놓았음에도 몸살의 기운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열은 점점 심해지고 있었고 두통마저 발생하기 시작했다. 충렬은 상태 이상 ‘몸살’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바닥에 놓인 블랙 데스를 쳐다보았다.

‘해골들이 사용하기에는 나쁘지가 않겠어.’

언데드는 질병에 걸려도 상관이 없을 것이었다. 그래서 시스템은 콜로세움에서 우승을 했을 때, 블랙 데스라는 무기를 준다고 했던 것일지도 몰랐다.

충렬은 블랙 데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샤오링, 이건 네가 써라.”

그러자 샤오링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무기를 내려놓고, 블랙 데스를 주워갔다.

[<죽음을 거부한 샤오링>의 무기가 ‘바스타드 소드’에서 ‘블랙 데스’로 교체됩니다.]

***

아마 도전자들이 각자 받은 임무의 내용과 보상은 제각기 다를 것이었다. 시스템은 각자의 상황을 고려해서 임무와 보상을 주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 충렬이 받은 두 번째 임무는 조금 난해한 것이었다.

몸살의 기운에서 벗어난 충렬은,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음 임무를 살폈다.

[1. 콜로세움에서 우승하기]

[보상: 블랙 데스] [완료.]

[2. 네임드 해골 하나의 과거 체험]

[보상: 대상 해골의 숙련도 100%상승(보유 중인 숙련도의 퍼센트는 사라지지 않고 다음 단계에 그대로 누적된다).]

[3. 두 번째 임무를 완수하면 개방]

아무리 보아도 평범하지 않은 임무였다.

‘해골의 과거를 체험하라니…….’

어떤 해골의 과거를 체험하게 되는 것일까. 현재 충렬과 함께하고 있는 해골들은 넷이었다.

데프론, 마렉, 레일리, 샤오링.

누구의 과거를 체험하라는 것인지는 몰랐다. 하지만 가만히 고민하던 충렬은 얼마 지나지 않아 어떤 해골의 과거를 체험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시스템의 목소리가 곧이어 들려오며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해골 부분대장 데프론>의 과거를 체험하시겠습니까?]

[승낙하시면 곧바로 의식의 흐름을 변경시켜 드리겠습니다.]

다른 해골들은 물어보지 않고 데프론에 대해서만 물어보는 시스템이었다.

‘데프론의 과거라…….’

[다만 주의하십시오, 데프론의 과거를 체험하는 동안 당신의 육체는 무방비하게 노출이 됩니다.]

무방비하게 노출된다는 말이 조금은 신경이 쓰였다. 그러나 상관은 없었다. 해골들이 주변을 철통같이 경계하고 있을 테니까.

“그나저나 단순히 과거만 체험하면 되는 것인가?”

그렇다면 너무나 쉬운 임무임에 틀림이 없었다. 겨우 과거 하나를 체험하고 숙련도를 100%나 챙길 수 있다면 엄청나게 이득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과거를 체험하는 것은 아니었다.

[당신은 데프론의 과거 중에서 특정 시간대로 가게 됩니다.]

[거기로 가서 그가 풀어내지 못한 숙원을 해결해야 합니다.]

[숙원을 해결하지 못하면 임무는 실패합니다.]

역시나.

쉬운 임무가 주어졌을 리는 없었다. 단순히 과거의 체험이 아니라, 숙원의 해결이었다. 충렬은 문득 데프론의 모습을 보았다.

“네가 언데드가 된 이유와 관련이 있겠지.”

데프론은 아무 생각이 없는 듯 가만히 이빨만 부딪쳐 갔다.

따닥. 딱. 따닥.

저런 녀석의 과거로 가서 숙원을 해결해 주어야 한다니. 물론 실제로 그 숙원을 해결해 준다고 해도 진짜로 해결되는 것은 아닐 터였다. 과거라는 것은 이미 지나간 시간을 의미했으니까. 그러나 시스템의 의도를 한낱 인간에 불과한 충렬이 이해할 수는 없었다.

‘시킨다면 할 수밖에.’

어찌되었거나 두 번째 임무도 거를 생각이 없었던 충렬은 침대에 누웠다. 의식의 흐름이 바뀐다면 제대로 서 있지 못할 것이 분명해서다. 충렬이 침대에 눕자 시스템이 재차 물어왔다.

[<해골 부분대장 데프론>의 과거를 체험하시겠습니까?]

시스템의 물음에 충렬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래.”

동시에 충렬의 의식이 어딘가로 빨려 들어갔다.

***

달이 하늘 높이 떠 있었다. 그 주변에는 캄캄한 어둠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맑은 밤하늘의 별빛이 현재 시각을 늦은 밤, 혹은 새벽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야행성이 아닌 생명체라면 잠을 자고 있을 그러한 시간이라는 소리다.

그러나 하늘 아래로 보이는 마을은 평안한 잠자리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산악 지대에 마련된 마을은 지금 크나큰 화재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화르르르르륵!

마을의 모든 건물들은 불타고 있었다. 나무로 지어진 것들이라 그럴까? 너무나도 잘 타올랐다. 혼비백산한 마을 사람들은 크게 두 무리로 나뉘었다. 불을 끄기 위하여 아등바등하는 사람들과, 망연자실하며 자리에 주저앉은 사람들로 나뉜 것이다.

두 무리로 나뉜 그들이었지만 공통점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들에게 어째서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를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도, 도대체 왜 이런 불이……!”

“누, 누가 좀 도와줘요! 안에 아이들이……!”

“어서 불을 꺼야 해! 우물의 물을 퍼가지고 와!”

현재 충렬의 몸은 영혼의 상태로 하늘에서 아래를 보는 것과 같았다. 그런 충렬의 시야로 마을의 입구 쪽에서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그곳에는 일단의 무리들이 포진해 있었다.

수는 대략 30명 안팎이었다. 그들의 차림새는 평범한 병사의 옷차림과 같았다. 가죽을 덧대어 만든 기본적인 갑옷에, 숏소드와 라운드 실드를 착용한 복장이었다. 하지만 다급한 마을의 상황과는 다르게 그들의 분위기는 매우 차분했다. 마을 사람들을 대피시켜도 모자랄 판에 그들은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비현실적인 이질감이 충렬의 촉을 건드렸다.

‘혹시나 마을에 불을 지른 것이 저들인가?’

문득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한 추측이 아니라는 것을 곧 알 수 있었다. 마을에 불을 지른 것은 그들이었다.

그들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멀리 있었음에도 충렬의 귓가로 저들의 음성이 똑똑히 들려왔다.

“각자 마을로 들어가서 작업을 시작해라. 단 한 명도 남기지 말고 죽이도록.”

그러자 명령을 받은 부하들 중 하나가 질문했다. 그의 목소리는 약간 떨리고 있었다. 앳되어 보이는 목소리는 그의 나이가 많지 않음을 알려주었다.

“저, 정말로 마을 사람들을 다 죽입니까? 아이들도요……?”

소년 병사로 보이는 부하의 질문에 옆에 있던 동료가 주먹으로 화답했다.

“젖비린내 나는 데프론아. 어디서 대장님의 말씀에 대들어?”

퍽. 퍽. 퍼억.

주먹세례는 계속되었다. 데프론은 구타를 당하면서도 궁금했는지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명령을 내렸던 이가 제지했다. 그 시기는 데프론이 이제 막 바닥에 엎어져 발길질을 당하려고 할 때였다.

“그만.”

그는 데프론의 얼굴을 보며 말해주었다.

“영주님의 명이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더 이상 설명을 이어가지 않았다. 영주님의 명이라는 한마디로 모든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잡다한 이야기는 그만하고 전부 다 흩어져.”

그러자 데프론을 구타하던 사내가 침을 뱉으며 자리를 벗어났다.

“에잇. 퉤. 고아 출신 주제에 깝치고 있어. 까라면 깔 것이지.”

그를 시작으로 병사들은 하나둘씩 자리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결국 마지막에 남은 것은 명령을 내렸던 이와 명령을 이해하지 못한 데프론이었다. 대장으로 보이는 이는 데프론을 잠깐 쳐다보더니 말했다.

“가라. 귀찮게 하지 말고.”

그의 말에 데프론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움직였다. 그리고 마을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충렬은 허공에서 그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저 소년병이 데프론인가 보군. 그런데 도대체 무슨 상황이지?’

대충 병사들 사이에서 데프론의 위치는 바닥이나 마찬가지였다. 설마 데프론은 스스로가 방금과 같은 질문을 하면 이렇게 구타를 당할 거라는 것을 몰랐던 것일까? 아마 아닐 터였다. 그런데도 질문을 하였다면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밝혀졌다.

***

발걸음을 옮긴 데프론이 향한 곳은 불타고 있는 마을의 빵집이었다. 그곳에는 한 아낙네가 치솟아오르는 불길에 물을 뿌리고 있는 중이었다. 대략 4년 전, 남편을 잃고 미망인이 된 그녀는 데프론의 모습이 보이자 반겨하는 한편 다급한 어투로 말했다.

“데프론이니? 나를 좀 도와주지 않을래? 보다시피 이곳에 불이…….”

하지만 데프론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의 복부에 숏소드를 안겨줄 뿐이었다.

푸욱!

그녀는 자신의 복부에 칼날이 들어오자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도, 도대체 왜……?”

그녀의 얼굴에는 정말 당혹해하는 표정만 드러나 있었다. 설마 데프론이 자신을 공격할지 몰랐다는 말투였다. 충렬은 그녀를 처치한 데프론의 마음을 바로 그때 알게 되었다. 녀석이 속마음으로 내뱉는 말이 충렬의 귓가로 들려왔기 때문이다.

[…미안해요 드셀린 아줌마. 영주님이 여기 사람들은 모두 사악한 흑마법사와 결탁을 했다고…….]

동시에 데프론의 과거 기억이 물밀 듯이 들어왔다. 이곳은 데프론이 갈 곳 없던 어린 고아 시절, 그를 도와주었던 정이 있는 마을이었다. 데프론은 그런 마을 사람들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 영주의 병사가 되었다. 외부에서 발생하는 위험으로부터 마을을 지키고 싶어서다.

그렇지만 정작 문제는 외부의 적이 아니었다. 이 지역을 다스리는 영주가 문제였다. 영주는 출세를 원했다. 그래서 존재하지 않는 흑마법사를 만들었다. 그리고 흑마법사와 함께 결탁한 존재들을 처형함으로써 자신의 입지를 높이려 했다.

이곳의 세계는 어둠과 관련된 마법을 극도로 거부하는 곳이었다. 그래서 흑마법사를 처치했다는 소문이 퍼지면 충분히 입지를 높일 수 있었다.

그러나 흑마법사 따위는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데프론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흑마법사와 결탁을 했다고? 웃기지도 않는 소리였다. 이 마을에서 자라왔으니 모를 수가 없었다.

충렬의 마음으로 데프론의 괴로운 심정이 전해졌다. 충렬은 자신도 모르게 마음 한편이 아려온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나 데프론은 이 모든 상황을 알고 있음에도 이렇게밖에 움직이는 자신의 모습에 너무나도 힘들어했다.

‘이런 아픔을 간직하던 녀석이었나.’

데프론에게 있어서 이들은 자신을 키워주었던 부모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데프론은 그런 그들을 학살해야만 했다. 얼마나 고통스러운 심경인지 헤아리기란 불가능했다.

그러나 데프론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고작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것이 전부였다. 받은 명령은 수행해야할 뿐이라고 말이다. 그의 신분이 병사였다. 시키는 일은 무엇이든 해야 하는 그러한 존재였던 것이다.

그렇게 빵집 아줌마를 시작으로 데프론이 이리저리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무언가 홀린 듯, 데프론의 표정은 멍했다. 나사가 풀린 듯이 정신이 빠져나가 있었다.

어느덧 마을의 곳곳엔 비명이 가득 울려 퍼졌다.

“끄아악! 사, 살려 줘!”

“병사들이 여기는 왜……!”

“데, 데프론……? 우리를 구하러 와준 것이니……?”

도중에 데프론을 발견하고 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하지만 데프론은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의 목숨 또한 앗아갔다. 예외는 없었다. 마을 주민들 중에 건장한 남성들도 있었지만, 칼과 방패로 무장한 병사들의 상대는 되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잠시 뒤에 아비규환의 상황은 모조리 정리가 되었다.

데프론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마을의 불길이 거의 꺼져갈 때였다. 거리에서도 비명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죽어버린 탓이다. 모든 작업을 끝낸 병사들도 하나둘씩 모여왔다.

데프론은 모든 상황이 일단락되자 허무함에 무릎을 꿇었다. 칼을 잡은 손아귀에는 마을 사람들의 피로 가득했다. 그제야 데프론은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 자신이 했던 일이 참혹한 짓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아 버린 것이다.

[내, 내가 무슨 짓을…….]

그 때문일까? 데프론은 이성의 끈을 더 이상 유지하지 못했다. 그만 이성을 잃고 말았다. 본인이 했던 짓을 깨달음과 동시에 미쳐 버린 것이었다. 병사였지만 소년병에 불과한 데프론이었다. 그 어린 나이에 이런 일을 겪어야 했으니 정신이 똑바로 유지된다는 것은 힘겨운 일이었다.

이성을 상실한 데프론은 곧바로 일어섰다. 그리고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병사들을 향해 돌진했다. 병사들은 데프론이 게거품을 물고 달려들자 어이가 없어했다.

“이게 미쳤나?”

“아무래도 돌아버린 것 같은데?”

“여기서 살았던 녀석이라며.”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본능적으로만 움직이는 데프론은 그들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병사들의 대장이 하는 말에 데프론은 숨을 거두어야 했다.

“저놈도 죽여.”

그 말을 끝으로 데프론의 몸에 수많은 칼날이 들이박혔다.

푸욱!

푹!

푸북!

푹! 푹! 푹! 푸욱!

그렇게 끝이었다. 데프론의 몸뚱이는 그대로 쓰러졌다.

***

데프론이 잠에든 지 10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편히 잠들지 못한 영혼은 그 자리에서 계속해서 원념을 쌓아갔다. 그리고 크게 울부짖으며 일어났다. 어둠의 기운이 쌓이고 쌓여 마침내 언데드가 된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살려야 할 대상도, 복수의 대상도 이미 모두 사라진 상황이었다. 데프론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그 장소도 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찼을 뿐. 사람들이 살지 않는 오지로 변한 지 오래였다.

데프론의 이야기는 거기까지였다.

동시에 충렬의 시야가 처음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시선은 바뀌어있었다. 데프론의 몸에 빙의된 것이다. 상황은 데프론이 아직 마을로 발걸음을 옮기기 전의 시점이었다. 충렬이 자신의 상황을 인지할 무렵, 시스템이 알려왔다.

[데프론은 역사에서 망해 버린 왕국의 어느 영지에 소속되었던 병사입니다.]

[그는 자신의 잘못을 되돌려 마을 사람들을 살리고 싶어 합니다.]

[마을 사람들을 최소 20명 이상 탈출시키십시오.]

[일정한 포인트까지 사람들을 대피시키면 탈출로 인정됩니다.]

[현재 살아 있는 마을 사람들의 수: 50명]

[도중에 데프론이 사망하거나 반드시 대피시켜야 하는 주민들의 숫자가 충족되지 못하면 임무는 실패하게 됩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무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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