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43화 (43/237)

# 43화.

3분이라는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3.]

[2.]

[1.]

[벽이 사라집니다.]

[전투를 시작하십시오.]

여기서 전투를 길게 끌고 갈 생각은 없었다. 때문에 벽이 사라지자마자 충렬은 해골 마법사들에게 마법을 난사하도록 시켰다. 상대의 모습을 살피는 행위도 하지 않았다.

파이어 스피어부터 시작해 각종 기초 마법들, 거기에 더해서 마렉의 다크 애로우까지. 화력을 담은 마법들이 순식간에 건너편을 향해 짓쳐들었다.

충렬은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시작부터 퍼부어진 각종 마법들이 상대를 집어삼키리라는 것을 말이다.

화아아아아아아악!

주변의 공기를 뜨겁게 달구며 날아가는 파이어 스피어. 특히나 저기에 당한다면 절대 온전하지 못할 것이었다. 그렇게 각종 마법들은 순식간에 상대를 향해 적중되었다.

콰광!

콰과과과과과과광!

퍼엉!

퍼버버벙!

마법이 적중되는 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강력하게 발생한 화마와 먼지로 인해 시야가 가려졌다. 비록 보이지 않았지만 이 정도의 화력이라면 상대는 멀쩡하지 못할 터였다.

‘이번에도 쉽게 끝나나?’

적중된 소리만 들으면 최소 중상이었다. 하지만 충렬은 순간 귀를 의심해야 했다.

[해골 소환수들의 마법이 ‘빛의 장벽’에 의해 막혔습니다.]

그리고 알 수 있었다. 곧이어 시야가 확보되자 확인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생각하던 것과는 달리 상대가 잘 막았다는 것을, 그리고 무엇에 마법들이 가로막혔던 것인지를 말이다. 마법을 막은 그것은 반투명한 하얀색의 벽이었다. 사람 대여섯 이상은 가릴 정도의 반투명한 막이, 상대의 손바닥에서 펼쳐져 나와 굳건히 버티고 있었다.

해골 마법사들의 마법 공격에 버텼다면 상대는 결코 하수가 아니었다.

‘한가락 하는 놈이었군.’

역시나 상대는 평범한 인물이 아님이 분명했었다. 앞선 두 인물들보다 강해 보였다. 그렇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상대는 더욱 미친놈이었다.

“감히 신의 사자를 공격하다니! 어떻게 이런 불경한 짓을!”

신의 사자라고?

‘미쳐도 단단히 미친놈이군.’

상대방은 30대에서 40대 사이로 보이는 남자였다. 금발의 머리에 건장한 체격을 가진 그의 표정은 매우 날카로웠다. 그는 충렬을 당장에 공격하지 않고 궤변을 늘어놓았다.

“참회하라. 악에 물든 불쌍한 종자여.”

어이없는 소리에 충렬이 반문했다.

“참회?”

그러자 그가 기다렸다는 듯이 설명했다.

“그렇다. 이곳은 하나의 지옥이다. 지금 참회한다면 천국의 문으로 내 친히 인도를 해주겠다.”

즉, 참회하라는 소리는 죽어달라는 소리였다. 답변할 가치도 느끼지 못한 충렬은 더 이상 말을 섞지 않았다. 지금껏 만나본 도전자들 중에서 이렇게 정신이 나간 놈은 처음 보았다. 여기서 시간을 끌 생각이 없었던 충렬은 모든 해골들에게 명했다.

“전부다 덮…….”

하지만 충렬이 명령을 내리기 전에 그는 딱하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어리석은 종자가 여기 또 있구나. 쯧쯧.”

그러면서 전혀 예상하지도 못한 스킬을 사용했다.

“빛의 강림!”

***

평범한 흰색의 로브 차림에 별다른 장신구도 걸치지 않은 그였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그에게는 아무런 아이템조차 없었다. 그러나 거기에 대한 생각을 가질 틈은 존재하지 않았다.

빛의 강림.

그 말 한 마디와 함께 그의 머리 위로 새하얀 빛이 ‘강림’했기 때문이다.

하늘의 구름이 갈라지며 그 사이에서 나타난 빛이 상대에게 내리 꽂혔다. 일시에 너무나도 밝은 빛이 내려오자 주변을 환하게 비추었다. 이미 밝았던 주변이었지만 지금은 차원이 다른 밝기로 주변을 밝혀갔다.

화아아아아아악!

따스한 빛. 포근한 빛. 강렬한 빛. 뜨거운 빛. 청량한 빛…….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느낌을 주는 빛이 내려왔다. 그러한 빛이 그를 완전히 덮어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빛이 내려오는 시간은 총 1초를 넘기지 않았다.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었다.

그렇게 하늘에서 내려온 빛은 모조리 그의 몸에 흡수되었다. 동시에 평범한 사람이었던 상대는 더 이상 사람이라고 불리기 어려운 존재가 되었다.

‘저게 무슨 스킬이지? 아예 다른 존재가 되어버리다니.’

빛의 정령일까? 아니면 천사일까. 딱히 비유할 만한 존재가 떠오르지 않았다.

사람의 외형을 가지고 있는 상대였다. 그렇지만 눈으로부터, 코로부터, 그리고 입과 귀로부터는 새하얀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마치 드라이아이스가 기화하는 것처럼 말이다.

‘더군다나 그것이 끝이 아니다.’

그의 등 뒤로부터는 빛으로 만들어진 날개가 튀어나왔으며, 한 손에는 빛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검이 들려 있었다. 빛이 뭉쳐서 검의 모양을 갖춘 것이다.

빛의 검은 당장에라도 이글거리듯이 타올랐다. 물론 새하얀 빛으로만 타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을 연출했다.

상대의 강림이라는 스킬을 바라본 충렬은 그제야 조금 이해할 수가 있었다.

“저런 스킬을 얻었으니 스스로를 신의 사자라고 착각한 것인가.”

그러나 이 이상의 감상은 불가능했다. 상대의 존재감만으로도 충렬의 언데드에게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빛의 오오라가 소환된 해골들의 능력치를 크게 감소시킵니다.]

[소환된 해골들의 공격력이 30% 감소됩니다.]

[소환된 해골들이 입는 피해가 50% 증가합니다.]

[소환된 해골들에게 지속적인 피해가 발생합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하운드의 상태도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덩치가 큰 녀석이 몸을 움츠리며 괴로워했다.

“끼이잉…….”

[헬 하운드가 성스러운 기운에 괴로워합니다.]

[문양으로 되돌아가고 싶어 하는 헬 하운드의 요청을 허락하시겠습니까?]

‘이 정도라고……?’

저런 무지막지한 스킬일 줄이야. 충렬은 우선 헬 하운드의 상태부터 돌보았다.

“하운드. 문양으로 돌아와.”

그러자 하운드는 기다렸다는 듯이 충렬의 왼팔로 되돌아왔다. 하운드의 상태는 둘째로 치더라도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였다. 인간의 상태인 자신은 괜찮았지만, 소환수들의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벌써부터 해골들의 상태가 나빠져 가기 시작했다. 특히나 해골들의 뼈다귀는 불에 굽는 것처럼 치이익 하고 타올랐다.

덕분에 바빠진 것은 마렉이었다.

[<안식을 거부한 마렉>이 ‘데스 힐링’을…….]

하지만 마렉 하나로 모든 해골들을 커버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해골들 모두가 동시에 타들어가고 있어서다.

‘이건 좀 골을 때리는 상황이네.’

그러나 푸념을 할 시간은 없었다. 곧바로 움직여야 했다. 시간을 끌수록 불리한 것은 충렬이었다.

상대도 전투를 길게 이어갈 생각이 없었는지 머뭇거리지 않았다. 몸을 허공으로 살며시 띄우더니, 그대로 충렬을 향해 짓쳐왔다. 상대의 거침없는 행동에 충렬이 외쳤다.

“법사들은 마법 갈기고! 보병들은 가서 상대해!”

***

보병들은 앞으로 돌진했고 마법사들은 마법을 준비해갔다. 마법사들이 마법을 준비하는 사이 가장 먼저 상대를 맞이해 준 해골은 데프론이었다.

데프론이 앞을 막아서자 상대가 이동을 멈추었다.

빛의 강림이라더니. 그는 자신이 대단한 존재인양 행동했다. 그의 음성은 조금 전과 달리 정신을 울렸다.

[가소롭군.]

그 한마디와 함께 빛의 검을 위로 올리는 그였다. 느긋한 움직임이었다. 그런 그를 향해 데프론이 검을 찔러갔다. 공격은 데프론이 훨씬 빨랐다. 그러나 그 이유는 따로 있었다. 상대는 해골이 자신을 찌르던지 말든지 별로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믿는 구석이 있는 것인가?’

그래도 덕분에 데프론의 찌르기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성공했다.

푸욱.

데프론의 검이 상대의 살가죽을 찌르고 들어갔다. 너무나도 쉽게 공격을 성사시키자 오히려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분명 느긋하게 행동하는 이유가 있을 텐데…….’

그렇게 잠시 뒤, 역시나 이상한 현상은 나타나고야 말았다. 그것은 바로 갈라진 상대의 살가죽 사이로 피가 흘러나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오히려 그 사이로 빛이 더욱 흘러나오더니 공격한 데프론을 삼켜갔다.

데프론이 빛에 노출되자 시스템이 좋지 않은 소식을 알려주었다.

[<해골 부분대장 데프론>이 성스러운 힘에 묶여 2초간 움직이지 못합니다.]

동시에 상대방은 올렸던 빛의 검을 아래로 내려갔다. 빠르지 않는 움직임이었다. 그러나 움직이지 못하는 데프론은 방어하지 못했다. 빛으로 만들어진 검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데프론을 위에서 아래로 그었다.

[<해골 부분대장 데프론>이 빛의 검에 의하여 좌우로 분리됩니다.]

[<해골 부분대장 데프론>이 역소환됩니다.]

그것으로 데프론은 끝이었다.

‘역시, 저런 효과가 있었으니 느긋했던 것이로군.’

그래도 데프론의 공격이 전혀 소용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흐음… 왜 자동으로 치유가 되지 않는 것이지?]

데프론에게 적용되어 있던 ‘다크 블레싱’. 그것이 상대에게 예상외의 대미지를 주었기 때문이다.

독의 대미지는 적용되지 못했지만, 데프론에게 당한 그의 가슴팍으로 검은 아지랑이가 발생했다. 빛의 속성과 상극인 다크 블레싱의 효과였다. 다크 블레싱의 효과에 당한 그의 상처는 수복되지 않았다.

[이게 무슨…….]

하지만 그는 잠시 당황을 했을 뿐. 자신의 가슴에 남아있는 어두운 기운을 몰아내었다. 자동으로 수복되지 않는다면, 스킬로 수복할 생각이었다.

[빛의 치유!]

그러자 검을 잡지 않은 손에서 빛이 나오더니 그의 가슴팍에 스며들었다. 동시에 어둠의 잔재가 사라지며 갈라졌던 가슴이 붙어갔다.

상대의 행동을 확인한 충렬이 씨익 웃었다.

‘강림이라더니, 괜히 쫄았잖아.’

솔직히 말해서 상대의 스펙 자체는 엄청났다. 하지만 상처를 입히는 법을 알게 되었으니 이제 강림은 별달리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더군다나 저렇게 행동을 굼뜨게 하다니.

‘지금까지 스킬만 믿고 편하게 왔나 보군.’

강림을 사용하면 무의식중에 당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적이 자신을 공격해도 가만히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강림이 된 몸은 상처가 생기면 반대로 상대를 묶어버리니 사냥하기가 편했던 것이겠지.’

거기에 더해서 상처도 자동으로 수복이 되고 말이다.

상대는 평범한 온실 속에서 시간을 보낸 화초나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야생의 세계는 어떤지 보여주도록 하는 것이 예의일 터.

판단이 서자 충렬은 지체 없이 해골들에게 명령했다.

“보병들아. 득달같이 달려들어라. 마법사들 뭐 하냐. 빨리 마법 안 날리고.”

***

빛의 계승자를 둘러싼 보병들이 일시에 칼을 찔렀다.

푹.

푹.

푸욱.

푹!

그러자 상대의 상처로부터 빛이 흘러나오며 보병들을 묶어갔다. 그러나 그것은 2초뿐. 빛의 계승자가 해골 하나를 공격하는 사이, 다른 해골들의 공격이 이어졌다.

푹!

푸욱!

푸북!

푹!

빛의 계승자는 현재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는 중이었다. 본래라면 금방 수복되어야 할 상처가 다크 블레싱에 의해 회복이 느려졌던 탓이다.

[크윽……!]

더군다나 아무리 죽여도 해골들은 계속해서 소환되었다.

“해골 병력 소환.”

동시에 네크로맨서라는 상대는 강림을 한 자신의 몸에 끊임없이 사악한 술수를 부렸다.

“라이프 드레인.”

그렇게 계속된 공격에 강림이 된 신체가 기능을 잃어갔다. 몸에서 나오던 빛이 점점 꺼져가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만 하더라도 활화산같이 불타오르던 새하얀 빛이, 이제는 바람 앞의 등불 정도의 신세로 위축되어 버렸다.

빛의 계승자는 얼마나 당황했는지, 더 이상 그의 음성으로부터 근엄함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건 좀 아니잖…….]

물론 그의 말이 이어지기란 불가능했다. 끊임없는 해골들의 공격에 결국 강림이 해제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빛의 계승자’의 ‘빛의 강림’이 해제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적이라 생각했던 강림이 해제되자 그는 예상된 결말을 맞이해야 했다. 그의 목을 친히 베어준 것은 샤오링이었다.

샤오링은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온 상대의 목을 베었다.

서걱.

이전까지는 아무리 베어도 형체를 유지하던 그였다. 그렇지만 강림이 해제되자 평범한 사람의 몸이 된 육체는 더 이상 그러지 못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상대는 초반에만 해도 엄청난 위압감을 선보였지만 지치지 않는 해골들의 물량 앞에 패배하고 말았다.

그렇게 결국 머리를 잃은 상대의 육체가 바닥에 쓰러졌다.

털썩.

그의 육체가 쓰러짐과 동시에 시스템이 알려왔다

[‘빛의 계승자’가 사망하였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토너먼트전에서 우승을 하였습니다.]

[보상으로 ‘블랙 데스’가 주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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