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42화 (42/237)

# 42화.

***

상대의 덩치는 제법 우락부락했다. 얼굴에 생긴 긴 자상은 평범하지 않은 길을 걸어온 듯 보였다.

생김새야 범상치 않았지만, 그의 장비는 생긴 것과 다르게 볼품이 없었다. 손에는 큼지막한 양손 대검을 착용하고 있었는데, 그것 또한 상태는 좋아 보이지 않았다. 녹이 슬어있었다.

‘괜히 걱정했네.’

이름만 무시무시한 광전사였지, 실상은 초보나 마찬가지였다.

‘하긴. 아직까지의 구간은 초기니까.’

어떻게 보면 충렬은 계속해서 스테이지를 어렵게 클리어해 나갔다. 그래서 상대방과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일지도 몰랐다.

딱히 전력을 다할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충렬은 이왕 이렇게 된 거, 해골이 된 샤오링의 전투력이나 측정하고자 했다. 랜서의 뼈로 탈바꿈한 샤오링의 전투력이 매우 궁금했다.

“샤오링. 네가 상대해.”

그러자 곧바로 명령을 수행하는 샤오링이었다. 샤오링은 다른 해골들의 앞으로 천천히 걸어 나왔다.

달그락. 달그락.

상대 광전사는 처음엔 주춤하더니 충렬이 해골 하나를 보내자 태세를 전환했다. 해골 하나는 쉬운 상대로 보았는지 코웃음을 쳤다.

“흐흐. 해골 하나로 뭐 하려고? 그나저나 이름이 샤오링이라니 크크큭.”

그는 해골 따위는 별것 아니라는 듯이 마주해 왔다.

“그깟 해골 하나쯤이야! 곧 후회하게 해주마!”

하지만 곧 후회하게 되는 것은 그였다.

***

아무리 허접한 아이템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광전사는 과연 무시무시했다. 그는 초장부터 거침없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현재 광전사의 온몸은 검붉은 빛으로 달아올라 있었다. 더불어 근육은 터질 듯이 부풀었다. 얼마나 부풀었는지 살갗이 버티지 못하고 찢어질 기세였다. 그의 모습은 한 마리의 야수와 같았다. 일시에 육체의 한계까지 끌어 올리는 스킬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실로 놀라운 빠르기와 파괴력을 가지게 된 그였다.

그러나 그의 강함은 거기까지였다. 해골 기사가 된 샤오링의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적극적으로 공격해 오는 광전사의 양손 대검을, 샤오링은 한 손에 잡은 검으로 가볍게 쳐내었다.

카앙!

캉!

카앙!

광전사가 보이지 않는 빠르기로 연신 두들겨 대었다. 충렬이 보아도 그는 제법 한가락 할 정도의 실력자이기는 했다. 그렇지만 샤오링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해골 기사는 역시 해골 보병과는 달랐다. 수준 차이가 엄청났다. 해골 보병이었다면 혼자서는 당해내지 못할 상대였는데 저렇게 쉽게 상대하다니. 더욱이 샤오링은 마렉의 버프도 받지 않은 상태였다.

그렇게 샤오링은 상대의 대검을 어렵지 않게 막아갔다. 아무리 상대가 극한까지 능력 수준을 올렸다고 해도, 샤오링의 육체에 칼끝 하나 대지 못했다.

“으아악! 무슨 해골이……!”

그는 열을 받았는지 더욱 악착같이 달려들었다. 사실 그에게는 시간이 별로 없었다. 조금 있으면 광포화의 스킬 지속 시간이 끝나기 때문이다. 지속 시간이 끝나면 자신의 목숨도 끝이었다. 지쳐 떨어져 나가게 될 것이 분명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에게도 마침내 기회가 왔다. 어째서인지 연신 잘 막아가던 해골이, 틈을 보여준 것이다.

‘지금이다!’

그는 지체 없이 움직였다. 드러난 상대 해골의 갈비뼈를 향해 대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그가 휘두른 대검은 정확히 해골의 갈비뼈를 강타했다. 정확히 타격했으니 이제 눈앞의 해골은 박살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크흐흐. 별것 없구만?’

그런데 부서져야 할 갈비뼈가 부서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대검이 튕겨났다.

티잉!

엄청난 방어력에 그가 당황하며 물러났다.

“뭐, 뭐야! 왜 안부서지는 거야!”

사실 이는 충렬이 일부러 틈을 보여주게 시킨 것이었다. 샤오링의 방어력을 확인하기 위해서 말이다. 충렬은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했다.

“역시, 랜서의 뼈가 엄청 강했던 것이었네.”

의미 모를 말을 내뱉는 충렬의 모습에, 광전사는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자신의 패배가 확실해서다.

그런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비장의 스킬을 사용하기로 했다. 본래는 아꼈다가 네크로맨서라는 녀석에게 사용하려고 했지만, 당장 여기서 아끼다가는 죽도 밥도 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으윽! 광전사의 포효!”

스킬을 사용하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당신과 전투 중인 상대에게 상태 이상 ‘공포’를 겁니다.]

‘됐어. 공포를 걸고 어떻게든 때리면 박살 나겠지!’

더군다나 아직 광포화의 지속 시간이 끝나지 않았다. 광포화가 지속되는 동안에는 스킬의 후유증이 발생하지 않았으니 괜찮았다. 물론 광포화가 끝나는 순간 엄청난 격통에 시달려야 하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시스템은 그에게 절망적인 소식을 알려왔다.

[상대는 언데드입니다.]

[상태 이상 ‘공포’가 무효화됩니다.]

그는 지금까지 언데드를 상대해 보지 못했던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저런 실수를 한 것이리라. 결국 그는 스킬의 실패에 동요하고 말았고.

샤오링의 검에 목을 내어주게 되었다.

서걱.

단번에 목이 잘린 그의 머리가 바닥을 굴렀다.

데구르르.

떨어져 나간 그의 얼굴 표정은 억울함이 가득했다.

어쨌거나 상대를 끝낸 충렬이 입을 열었다. 사람을 죽인다는 것이 찝찝할 수도 있었지만 별 거리낌은 없었다.

‘상대도 그러한 점을 각오하고 들어온 것이니까.’

상대를 대신하여 죽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다만 궁금한 점은 시스템에게 질문했다.

“시스템아, 전리품은 챙겨도 되지?”

***

충렬은 상대를 처치하고 선수 대기실로 돌아왔다. 상대의 전리품을 챙길 수는 있었지만, 아쉽게도 챙길 것은 무기밖에 없었다.

혹여나 시체를 정령의 주머니에 넣을 수 있나 실험을 해보았다. 만약 된다면 나중에 시체를 던지고 폭파 스킬을 사용하면 되었으니까.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했다.

그리고 사람의 뼈는 해골에게 줄 필요가 없으니 그대로 두었다. 하운드도 인간의 시체 따위는 먹으려 하지 않았다. 때문에 무기만 챙기고 나왔다.

물론 광전사는 해골로 합류하려 하지 않았다.

‘어쨌거나 녹이 슨 양손 대검이라…….’

샤오링과의 전투 이후, 대검의 날은 매우 상해 있었다.

‘가져다 팔아야겠군.’

그래도 하나의 아이템이라도 챙긴 것이 어디인가. 이런 것들이 자꾸 쌓이다 보면 나중에 레벨이라도 하나 더 올릴 수가 있는 것이었다.

“그나저나 다른 사람들도 경기가 빨리 끝나나본데.”

충렬은 자신이 제일 빨리 전투를 끝내고 온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것은 틀린 생각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경기를 볼 수는 없었지만, 끝났는지 아닌지는 알 수가 있었다. 그리고 아직 경기를 치르고 있는 팀은 하나의 팀밖에 남지 않았다.

잠시 뒤, 시스템이 알려왔다.

[마지막 8번 경기장의 대결이 끝났습니다.]

모든 경기장에서 대결이 끝났다. 그러자 시스템은 다음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참여 여부를 물어보았다.

[다음 경기의 참여여부를 확인중인 인원의 수: 8명]

[지금은 다음 경기의 참여를 포기할 수 있습니다.]

[포기하시겠습니까?]

물론 충렬은 고개를 저었다.

“포기하지 않아. 참여한다.”

충렬이 포기하지 않자 시스템은 다른 도전자들의 확인에 들어갔다.

[다른 도전자들의 참여 여부를 확인 중에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렇게 몇 초가 흐르자 시스템이 재차 알려왔다.

[2명이 다음 경기의 참가를 포기했습니다.]

[현재 참가한 선수들의 수: 6명]

휴식 시간 따위는 없었다. 시스템은 그 즉시 충렬을 옮겼다.

[다음 경기가 곧바로 시작됩니다.]

[11번 경기장으로 이동시켜 드리겠습니다.]

***

11번 경기장은 이전 경기장과 달리 조금 더 넓었다. 그리고 상대 또한 광전사보다는 상대하기가 까다로워 보였다.

[11번 경기장]

[얼음의 정령술사 VS 네크로맨서]

‘얼음의 정령술사라…….’

상대는 정령을 부리는 존재가 확실했다. 아직까지 정령은 상대해 본 적이 없었다.

그나마 다행히도 이번에는 3초가 아니라 1분이라는 적절한 시간을 주었다. 생각할 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1분 뒤, 가운데 벽이 사라집니다.]

[벽이 사라지면 전투를 시작하십시오.]

아마 얼음의 정령술사라면 얼음과 관련된 정령이 주특기일 터였다.

‘혹시 모르니까…….’

충렬은 미리 마법을 준비하기로 했다.

“레일리. 파이어 스피어를 준비해라. 나머지 해골들도 마법 준비해.”

동시에 레일리를 포함해 해골 마법사 둘이 마법을 준비했다. 마렉도 마법사들의 틈에 섞여 스킬은 시전했다.

정령이 어떠한 식으로 전투를 벌이는지는 몰랐다.

‘하지만 마법 폭격 속에서 살아남기는 힘들겠지.’

그렇게 충렬이 준비를 할 무렵. 1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러자 벽이 사라지고 건너편의 모습이 보였다. 상대방은 두꺼운 코트를 입은 뚱뚱한 사내였다.

그런 사내의 옆으로는 사람 크기의 2배나 되는 얼음 정령이 있었다. 마치 동화에 나오는 요술램프 속의 지니와 닮은 정령이었다.

기름진 얼굴에 동그란 안경을 낀 그는 벽이 사라지자마자 자신이 소환한 정령의 무서움을 설명했다. 시력이 나빴는지, 눈이 작았는지 건너편에 있는 해골들이 보이지가 않았나 보다. 저렇게 느긋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보면 말이다. 혹은 자신의 정령을 너무 믿었을지도 몰랐다.

“흐흐. 얼음의 정령은 마법 공격을 제외하고 모든 물리 공격을 거의 무효화…….”

그러나 그의 설명은 오래가지 못했다.

[<마법 조장 레일리>가 ‘파이어 스피어’를 날립니다.]

[<안식을 거부한 마렉>이 ‘다크 애로우’를…….]

[<해골 마법사1>이…….]

[<해골 마법사2>가…….]

자신이 무적이라 믿었던 얼음의 정령술사는.

그렇게 입장과 동시에 퇴장하게 되었다.

***

두 번째 전투는 처음보다 빨리 끝나 버렸다. 레일리의 파이어 스피어는 단숨에 얼음의 정령을 역소환시켰기 때문이다. 상대의 스킬 랭크가 낮았는지, 얼음의 정령은 레일리의 마법 하나를 버티지 못했다.

그리고 이어서 날아간 마법사들의 공격이 상대를 단번에 절명시켰다. 그래서 전투는 시작되자마자 끝이나 버린 것이다.

너무나 빨리 끝내 버린 탓일까? 안타깝게도 전리품을 챙길 시간도 없었다. 충렬은 선수 대기실로 바로 돌아와야 했다. 시스템에게 잠깐만 기다려 달라는 말을 할 틈도 없었다.

“후우… 왜 이렇게 다들 약한 거지?”

그저 충렬이 비상식적으로 강한 것뿐이었다.

하지만 충렬의 운도 여기까지였다. 곧 시작되는 세 번째 전투에서는 긴장을 해야 했다.

***

[1명이 경기를 포기했기에 남은 두 명의 도전자가 서로 대결을 펼칩니다.]

[결승전입니다.]

[현재의 경기장은 99번 경기장입니다.]

[빛의 계승자 VS 네크로맨서]

결승전이라서 그럴까? 주변은 정말 넓었다. 월드컵 경기장에 비견될 정도로 넓은 장소가 배정된 것이다.

‘밖에서는 이렇게 넓은 경기장을 보지 못했는데…….’

아마 새로운 곳으로 이동된 것 같았다. 어찌되었든지 중간에는 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그렇기에 어떤 상대인지는 몰랐다. 그러나 그것도 이제 곧 알게 되리라.

[3분 뒤, 가운데 벽이 사라집니다.]

[벽이 사라지면 전투를 시작하십시오.]

충렬은 벽이 사라지기 전에 마렉에게 말했다.

“버프 돌려.”

그러자 마렉이 명령을 수행했다.

[<안식을 거부한 마렉>이 아군들에게 ‘다크 블레싱’을 사용합니다.]

동시에 마렉이 해골들을 포함한 충렬과 헬 하운드에게 버프를 사용했다.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공격 마법도 준비해.”

처음부터 본격적으로 나가야했다. 결승전까지 온 상대라면 분명 쉽지만은 않을 터.

‘그나저나 빛의 계승자라…….’

아무래도 언데드를 부리는 자신에게 치명적일 상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정확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