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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마스터-40화 (40/237)

# 40화.

도시 팔람

***

어느덧 스킬 사용의 후유증에서 벗어난 충렬이 앞으로 나왔다.

“…….”

샤오링의 시체가 눈앞에 있었다. 결국 이곳에서 자신 빼고는 모두가 전멸해 버렸다.

“믿음의 방에서 모두 살리고 왔는데…….”

운명의 장난인지 여기서 모조리 사망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이제 다 끝났다. 충렬은 혹시나 싶어 샤오링의 시체에 스킬을 사용해 보았다.

“해골 소환.”

비록 불에 타버렸지만 시체가 남아 있어서인지 스킬의 사용이 가능했다.

[근처에 사용할 수 있는 시체가 존재합니다.]

[시체를 활용하시겠습니까?]

[시체 목록]

[초보자 검황 ‘샤오링’]

충렬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시스템이 알려온다.

[샤오링이 당신의 스킬을 받아들입니다.]

[죽음을 거부한 초보자 검황 ‘샤오링’이 당신의 부름에 일어섭니다.]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새로운 병종을 탄생시켰습니다.]

[추가된 병종: 기사]

동시에 시체의 살과 뼈가 분리되며, 뼈다귀만 일어섰다. 일어서는 샤오링의 손에는 생전에 사용하던 무기가 쥐어져 있었다. 마르바스 때 겪었던 해골 기사와는 조금 달랐다. 샤오링의 상태창을 살펴보니 아직은 별다른 특징이 없었다. 숙련도가 낮으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이었다.

<해골 상태창>

이름: 샤오링

숙련: F등급 - 0%

직업: 기사

스킬: 없음

장비: 바스타드 소드

해골 기사로 일어서게 된 샤오링은 이빨을 부딪쳐 가며 충렬의 명령을 기다렸다. 전형적인 소환된 해골의 모습이다.

따닥. 딱. 따닥.

조금 착잡한 감정은 있었다. 그러나 충렬이 할 수 있는 것은 당장에 여기까지였다. 그렇게 샤오링의 죽음을 애도하는 한편 해골 기사가 된 그녀를 살필 때였다. 충렬이 문득 랜서의 시체를 보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랜서 32호의 뼈를 수집하시겠습니까?]

아마도 수집할 수 있는 뼈였나 보다. 충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직접적인 해체 작업을 할 것도 없이 시스템이 알아서 해주었다. 거의 뼈만 남게 된 랜서였다. 하지만 시스템은 뼈를 제외하고 남아 있는 찌꺼기들을 친절하게 제거해 주었던 것이다.

곧 충렬의 앞에는 깨끗해진 뼈다귀가 놓였다. 물론 박살 난 머리뼈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용아병의 뼈를 흉내 내기 위하여 만들어진 뼈입니다.]

[드레이크의 뼈와 광물을 융합하였기에 무척이나 튼튼합니다.]

[어느 해골에게 적용하시겠습니까?]

시스템의 물음에 충렬이 대답했다. 랜서의 뼈가 얼마나 단단한지 샤오링의 전투를 통해 볼 수가 있었기에 머뭇거림은 없었다. 저 뼈를 준다면 가장 강한 해골에게 주는 것이 옳을 터였다. 해골 보병보다 기사가 강한 것을 알고 있었으니 충렬은 새롭게 합류한 샤오링을 가리켰다.

“샤오링에게 적용한다.”

***

바닥에서 주워 갈 수 있는 아이템은 챙기는 등, 장내를 정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스템이 알려왔다. 보상의 차례였던 탓이다.

[3차 방어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낸 당신에게 직업과 관련된 특수 아이템이 주어집니다.]

그 말을 끝으로 충렬의 손위로 하나의 아이템이 주어졌다. 아쉽게도 카르마는 주어지지 않았다.

[축하드립니다.]

[‘영혼 수확자의 반지’가 당신에게 주어졌습니다.]

‘영혼 수확자의 반지?’

거무튀튀한 해골의 얼굴이 조각된 반지였다. 통짜 철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살벌하게 생긴 외형과 같이 그 내용도 심상치 않았다.

[영혼 수확자의 반지: 상대를 처치할 때마다 일정 확률로 스택을 쌓는다. 반지를 사용하면 자신의 생명력을 완전히 소모시키고, 중첩된 숫자만큼의 언데드를 불러낸다. 언데드의 종류와 강함은 착용자의 레벨에 따라 다르다(현재 중첩된 숫자: 0).]

영혼 수확자의 반지는 실로 놀라운 아이템이었다. 자신의 생명력을 완전히 소모시킨다고는 했지만, 어차피 그래보았자 자신도 언데드로 되살아나니 상관은 없었다.

‘엄청나군.’

어느 정도의 확률로 스택을 쌓는지는 몰랐다. 그러나 확실히 많이 중첩될수록 어마어마한 위력을 발휘할 아이템이 분명했다. 지금까지는 제대로 된 아이템을 얻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게 보면 엄청나게 좋은 아이템을 얻어버렸다.

‘더군다나 중첩할 수 있는 숫자에 제한이 없는 것 같은데…….’

정말로 그렇다면 대박이었다. 충렬은 마다하지 않고 반지를 손가락에 꼈다. 신기하게도 반지는 손가락의 크기에 맞춰서 알아서 크기가 조절되었다.

그렇게 보상까지 주어지고 나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아이템 보상과는 별개로 무언가를 추가적으로 주었던 것이다. 손에 잡히는 그런 것은 아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도전자 ‘이충렬’에게 프리패스 이용권이 주어집니다.]

[프리패스 이용권은 양도하거나 버릴 수 없습니다.]

프리패스 이용권이 무엇인지는 따로 설명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충렬의 의문은 잠시 뒤 사라졌다. 용도가 곧 밝혀졌기 때문이다.

***

헬 하운드의 등에 탄 충렬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그렇게 첫 번째 관문을 지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두 번째 관문이 나타났다. 두 번째 관문의 이름은 ‘인내의 방’이었다.

물론 주변에는 이전과 같이 묘비가 존재했다.

-잘 들어, 여길 깨고 싶다면 들어가자마자 바로…….

-크게 숨을 들이쉬시오

-ㄹㅇ 감사요

-와 이 사람 천재인 듯

-근데 님들 왜 죽음?

-개X끼야

-아 독가스 마시고 죽네.

아마도 인내한다는 것이 숨을 참는 것과 관련이 있었나 보다. 그러나 충렬은 두 번째 관문을 겪을 필요가 없었다.

[당신은 프리패스 이용권 소지자입니다.]

[자동으로 관문을 통과합니다.]

방어전을 완료하고 받은 프리패스 이용권의 효과였다.

‘그냥 보내준다니.’

편하기야 했다. 그런데 동시에 아쉬운 느낌도 들었다. 관문에서 또 얻어갈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참여는 불가능했다. 충렬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관문을 자동으로 통과해야만 했다.

그렇게 두 번째 관문을 자동으로 통과한 충렬이 얼마나 이동했을까? 헬 하운드를 타고 이동하니 순식간에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었다. 덕분에 충렬의 앞에는 세 번째 관문이 곧 모습을 드러내었다.

세 번째 관문의 이름은 ‘희생의 방’이었다. 세 번째 관문에서는 그 앞을 몇몇의 사람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제길… 이거 어떻게 하지? 엄청 위험한 곳 같은데.”

“기다렸다가 사람들 좀 더 모으고 가자고.”

“그래, 우리들 쪽의 인원이 많을수록 유리한 관문이야.”

저들끼리 떠들던 사람들은 충렬이 모습을 드러내자 반가워했다.

“오! 누군가 온다!”

“한 시간 만에 드디어 새로운 사람이 왔네.”

“와, 몬스터를 부리는 사람인가 봐. 몬스터의 덩치를 좀 봐.”

“아무래도 이번 관문은 우리에게 조금 유리해지겠어.”

“어서 오라고!”

그러나 충렬은 그들의 반김에 양해를 구했다. 저들이 머더러 같은 이들이 아니라 다행이긴 했다. 하지만 자신은 이곳에 용무가 없었다.

“잠시만 지나갈게요.”

충렬의 행동에 도전자들이 의문을 품었다. 하지만 곧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 어떤 관문인지 보려는 거구나.”

“하하, 근처에 묘비들 좀 보고 오세요.”

물론 충렬은 양해를 구한 이유가 따로 있었다. 사람들이 길을 가로막고 있으니 지나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충렬은 근처에 있는 묘비를 살필 필요조차 없었다. 힌트를 얻을 필요가 없다는 소리다. 왜냐고? 왜긴, 프리패스 이용권을 가졌으니까 그냥 지나치면 되었다.

역시나 이번에도 시스템은 충렬에게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두 번째 관문을 통과할 때처럼 말이다. 충렬이 사람들을 지나쳐 관문에 손을 대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당신은 프리패스 이용권 소지자입니다.]

[자동으로 관문을 통과합니다.]

세 번째 관문에 손을 올리고 충렬과 헬 하운드가 사라지자 사람들의 표정엔 경악이 가득했다.

“어? 이거 혼자서는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잖아? 어떻게 들어갔지?”

“내 투시 스킬로 보니까 저 사람… 그냥 관문 자체를 넘어갔는데?”

“뭐? 어떻게?”

그들의 놀람을 뒤로하며 충렬은 유유히 장소를 벗어났다. 세 번째 관문이 마지막이었다. 이제는 이대로 쭉 도시 팔람까지 가면 되었다. 마침 저 멀리 거대한 도시의 풍경이 보였다.

***

도시 ‘팔람’. 팔람의 모습은 상상하던 것과 정반대의 이미지였다. 시스템이 도시라고 소개했기에 건물이 많고 사람들이 많은, 그런 시끌벅적한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건물이 솔직히 많기는 했다. 다만 정상적인 건물은 없었고 거의 대부분이 오래되어 무너져 내린 건물들이었다.

사람들의 숫자도 도시의 크기에 비해 그다지 많지 않았다. 모두가 도전자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그들은 시스템의 지시에 따라 도시 ‘팔람’의 내부를 돌아다니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도 마냥 기능이 상실한 도시는 아닌 것 같아.’

각각의 위치에는 여러 편의 시설이 운영되는 중이었다. 미니 맵에는 도시에서 이용 가능한 장소들이 따로 표시되어 있었다.

‘상점 같은 곳도 있었네. 마침 잘되었어. 팔아야 할 아이템들이 많았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충렬이 도시에 입장하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도시 ‘팔람’에 입장하였습니다.]

[미니 맵에 표시된 ‘칼라만시 여관’에 당신의 숙소를 마련해 두었습니다.]

[가서 휴식을 취하면서 다음 지시를 기다려 주십시오.]

도시 내에는 많은 숫자의 여관이 있었다. 마침 칼라만시 여관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했다. 충렬은 곧장 그리로 이동하기로 했다. 어쨌거나 충렬의 등장에 이리저리 이동하던 도전자들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그 이유는 바로 헬 하운드 때문이었다.

“와, 저거 뭐야?”

“소환사인가? 몬스터를 타고 다니네.”

“생긴 것 봐. 쩐다. 진짜 큰데?”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괜히 다가와서 껄떡대는 사람은 없었다. 저들은 각자 충렬과의 거리를 두며 감탄할 뿐이었다. 하기야 당연한 행동일지도 몰랐다. 괜히 시비가 붙으면 자신에게 어떤 손해가 발생할지 몰라서다.

‘특히나 경비병 같은 존재들이 보이지 않는다.’

충렬이 보기에는 이곳 ‘팔람’도 결코 안전해 보이지는 않았다.

‘자신의 안전은 스스로 챙겨야 하겠어.’

그래서일까? 괜히 눈에 띄는 모습으로 돌아다녀도 좋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문에 충렬이 하운드에게 말했다.

“작은 모습으로 변해.”

그러자 녀석이 변하기 시작했다. 녀석은 자신의 몸을 조그만 강아지로 만들었다. 그러더니 충렬의 품속으로 점프했다. 충렬은 하운드를 품속에 받아주었다. 녀석은 충렬의 품속이 좋다는 듯 소리를 내었다.

“멍멍!”

충렬은 그렇게 헬 하운드를 품고 칼라만시 여관으로 이동했다.

***

칼라만시 여관에 충렬이 도착하자 시스템이 알려온다. 여관에는 따로 종업원 등이 없었다. 아니, 종업원은 시스템 녀석이었다.

[원하시는 음식을 말하시면 무료로 제공해 드립니다.]

[언제든지 말씀해 주십시오.]

[침실은 아무 방이나 들어가서 이용하시면 됩니다.]

충렬이 보기에는 자신 이외의 투숙객은 없는 듯했다.

‘일단 당장에 음식보다는 잠부터 자야겠어.’

아무래도 피곤에 절어 있는 상태였다.

“시원한 물 한 잔만 줘.”

그러자 충렬의 근처 테이블 위로 얼음물이 담긴 컵이 생성되었다. 충렬은 그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그리고 우선적으로 피곤을 떨쳐내기 위해 잠을 자려고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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