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화.
***
랜서가 창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쳤다. 그러자 샤오링은 아래에서 위로 검을 올려치며 공격을 막아갔다. 쇠끼리 부딪치자 그 소리가 울렸다.
카앙!
하지만 힘의 우위는 랜서였다. 샤오링이 랜서의 속도는 충분히 따라갔지만, 힘에서는 조금 밀렸던 탓이다. 그래서 서로가 공방을 벌일 때마다 샤오링은 한 발자국씩 뒤로 물러나야 했다. 그러나 샤오링은 혼자가 아니었다. 소리 소문 없이 합류한 충렬이 랜서에게 스킬을 사용했다.
“라이프 드레인.”
몰래 소환 스킬을 사용할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충렬은 일부러 라이프 드레인을 먼저 사용했다. 만약 빠르게 생명력을 흡수할 수 있다면.
‘틈을 봐서 소환 스킬을 사용한 직후에, 라이프 드레인으로 회복하면 된다.’
당연히 그것도 위험한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말이다. 그리고 애초에 소환 스킬을 먼저 사용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더욱 컸다. 상대가 지능이 있는 적이다 보니 예리하게 행동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충렬이 스킬을 사용하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랜서 32호의 생명력을 흡수합니다.]
그런데 무슨 일일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라이프 드레인이 실패하였습니다.]
[대상은 생명력이 없는 마법 생물입니다.]
‘이런.’
분명 상대는 언데드가 아니었다. 그렇지만 생명력 또한 없는 존재였다. 그렇게 충렬이 자신을 향해 스킬을 사용하자 랜서가 비웃는다.
[흥. 그런 쓸데없는 스킬을.]
그러면서 자신의 공격을 버텨내고 있는 샤오링 말고 충렬을 향해 짓쳐들었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랜서가 창끝으로 찔러왔다. 목적지는 충렬의 심장 부근이었다. 당한다면 단번에 사망이었다. 충렬은 다가오는 랜서의 창끝에 집중했다.
‘글라디우스로 창끝을 쳐내기에는 너무나 큰 도박이다.’
그래서 마주보았던 몸을 옆으로 돌리며 뒤로 한발자국 후퇴했다. 그러자 찔러 들어오는 창끝이 아슬아슬하게 충렬의 가슴팍 앞을 지나간다.
‘젠장. 더럽게 빠르네.’
물론 충렬은 피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았다. 랜서가 찔러 들어오는 만큼 이제 그녀와의 거리가 지척거리가 되었다. 바로 코앞 거리에서 지나치려 하는데 이를 가만히 두고 볼 충렬이 아니었다. 몸을 빼내는 와중이었음에도 글라디우스를 아래에서 위로 올려쳤다. 그러면서 랜서를 공격해 나아갔다. 그리고 그 공격은 의외로 성공적이었다. 랜서의 날씬한 뱃가죽을 긁었기 때문이다.
서걱.
충렬을 지나친 랜서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고통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었다. 설마 자신이 공격에 당할 줄은 몰라서다. 랜서는 등을 돌렸다. 그러자 충렬은 랜서의 배를 볼 수가 있었다. 그녀의 배에서는 빨간 피가 아닌, 초록색의 피가 흘러내린다는 것을 말이다.
‘초록색의 피라니. 역시 사람은 아니었군.’
그리 큰 상처는 아니었다. 하지만 흘러내리는 피의 양은 적지 않았다. 어떻게 본다면 심각해질 수도 있는 상처였다. 그러나 랜서는 출혈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행동했다. 다만 흘러내리는 초록색의 피를 손가락으로 스윽 하고 닦더니 입안으로 집어넣으며 먹어갈 뿐이다.
[에이. 너무하잖아. 숙녀를 공격하다니. 이 피는 이제 구하기도 힘들단 말이야.]
짐짓 여유를 부리는 랜서였다. 그렇지만 그녀는 한가하게 잡담할 시간이 없었다. 충렬에게 신경을 쓰는 사이 샤오링이 재차 쫓아와 랜서를 압박해 갔기 때문이다. 샤오링은 랜서가 충렬과 대화하는 것 자체를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이 공격적으로 나왔다.
“한눈을 팔 곳이 있었나요?”
랜서의 창끝에 한 번이라도 스친다면 죽는 것이 확정이었다. 그러나 돌진하는 샤오링의 모습에는 거침이 없었다. 랜서는 자신을 공격하려는 샤오링을 향해 가당치도 않다는 듯 말했다.
[감히 어딜!]
충렬은 다시금 샤오링을 향해 집중하는 랜서를 쳐다보면서 주변을 살폈다.
‘몸을 숨길 만한 곳이…….’
소환 스킬을 사용하기가 어려워졌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기회는 있었다. 한창 전투에 열을 올리고 있는 랜서를 처치할 기회가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시체 폭파를 사용하면 치명적인 일격을 안길 수 있을 터.’
그러나 그러려면 이쪽의 피해도 만만치 않을 것이었다. 자신은 죽어도 언데드가 되어서 되살아난다지만, 샤오링은 아니었다. 그래서 몸을 숨길 장소를 찾아가던 것이었다.
‘다행히 숨을 곳은 충분하군.’
곳곳에 그레이트 웜이 남겨놓은 구멍이 있었다. 시체 폭파를 사용하는 한편, 샤오링을 끌어안고 구멍 안으로 숨으면 될 듯했다.
‘그럼 이제 랜서가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게 만들면 된다.’
당장에 시체 폭파를 사용할 수는 없었다. 랜서의 빠른 움직임이라면 미리 눈치를 채는 순간 피할 수도 있었다. 그녀가 피하지 못하게 정신줄을 쏙 빼놓아야 했다.
작전을 샤오링에게 말하고는 싶었다. 그러나 랜서는 말을 알아듣는 몬스터다.
‘어쩔 수 없지.’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시체 폭파를 사용할 수 있도록 상황을 만들어야 했다. 적을 속이기 위해서는 아군도 속일 필요가 있는 법이었다.
***
아슬아슬한 외줄타기가 반복되고 있었다. 둘이서 랜서 하나를 상대하는 격이었지만, 랜서는 결코 밀리지 않았다. 연신 뒤로 물러나는 것은 충렬과 샤오링이었다. 그러나 이는 모두 충렬이 의도한 바였다.
솔직히 충렬도 전력을 다하면 조금은 비등한 싸움을 만들어낼 수가 있었다. 둘이서 하나의 적을 상대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원하는 장소에 다다르기 위해 샤오링을 뒤로 밀리게끔 유도했다.
물론 랜서의 공격에 당해 조그만 상처라도 생긴다면 샤오링이나 자신은 곧장 죽어버릴 터였다. 그래서 위험한 일격을 당하려고 할 때마다는 조금씩 주의를 하며 상황을 이끌었다.
랜서는 샤오링과 충렬이 좀처럼 당하지 않자 짜증을 내었다. 자신의 실력이 월등한 것 같았지만 상대가 악착같이 버텨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익……! 좀 죽으란 말이야……!]
그녀의 외침에 충렬의 뇌리가 번뜩였다. 랜서가 짜증나는 말투를 해서가 아니다. 드디어 최상의 자리까지 랜서를 끌고 올 수가 있어서다.
‘됐다. 도착했어.’
이제 샤오링을 밀쳐 구덩이로 집어넣고, 시체 폭파 스킬을 사용하면 되었다.
마침 3분이 지났는지 랜서는 한 발자국 물러나며 재차 궁극기를 사용하려 했다. 바로 앞에서 궁극기가 사용된다면 충렬과 샤오링은 반드시 사망이었다.
[다 죽어버려! 반월 베……!]
그러나 랜서는 궁극기를 사용하지 못했다. 궁극기는커녕 그 어떤 공격 스킬을 사용하지도 못하고 방어해야 했다. 충렬이 가지고 있던 글라디우스를 랜서를 향해 던졌기 때문이다. 랜서는 글라디우스가 자신의 미간을 향해 날아오자 궁극기의 사용을 취소하고 쳐내었다. 반사적으로 반응한 것이었다. 날아가던 글라디우스는 랜서가 휘두르는 창에 의해 맥없이 튕겨 나갔다.
카앙!
랜서는 충렬의 공격에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
[흥. 무기를 버리다니!]
그렇지만 상황은 가소롭게 흘러가지 않았다. 이제는 랜서가 당할 차례였다.
충렬은 무기를 던져버리자마자 옆에 있던 샤오링을 끌어안았다. 충렬의 돌발적인 행동에 샤오링이 당황했다.
“어……?”
하지만 그녀는 버티지 않고 충렬이 이끄는 대로 넘어져 주었다. 그렇게 둘은 그레이트 웜이 파놓은 구덩이 속으로 들어갔고, 동시에 충렬이 스킬을 사용했다.
“시체 폭파!”
그러자 시스템이 알려온다.
[머리가 터져 죽은 ‘폴로’의 시체를 폭파시킵니다.]
물론 터지는 시체는 그것 하나가 아니었다.
[주변에서 함께 죽은 ‘케이’의 시체도 함께 폭파시킵니다.]
[시체의 상태가 나쁘지 않기에 추가로 곱해지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조금 높습니다.]
[추가 대미지: 1.3배]
그리고 케이의 시체를 이어간 것은 팜의 시체였다.
[‘팜’의 시체도 포함해서 폭파시킵니다.]
[추가 대미지: 1.69배]
그렇게 도전자들의 시체들이 시체 폭파의 스킬에 적용되고,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그레이트 웜의 시체였다.
[엄청난 크기의 ‘그레이트 웜’의 시체도 폭파시킵니다.]
[시체가 너무나도 거대하기에 막대한 대미지 4.8배가 추가됩니다!]
[추가 대미지: 8.11배]
충렬은 총 추가 대미지가 8.11배로 끝인 줄로 알았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시체 외에도 추가적으로 대미지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그레이트 웜의 위액이었다. 레이너를 포함한 도전자 셋을 단번에 녹여 버렸던 그것이 추가 대미지에 합산되었다.
[그레이트 웜의 내부에 있던 산성액이 기존의 폭파를 강화시킵니다!]
[폭파에 산성 대미지도 추가로 계산되어 적용됩니다!]
[산성액의 너무 양이 많습니다! 대미지가 6.9배 추가됩니다!]
결국 그렇게 누적된 총 대미지는 다음과 같았다.
[지금까지 누적된 총 추가 대미지: 55.97배]
그리고 그 말을 끝으로 준비되어 있던 시체들이 터져 나갔다.
펑!
퍼벙!
퍼버버벙!
마르바스 때와는 달리 거대한 폭풍이 몰아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시체의 폭파는 마르바스보다 면적이 적은 랜서를 휩쓸어 버리기에는 충분한 정도였다.
***
시체 폭파의 위력은 상당히 강력했다. 충렬과 샤오링이 구덩이 속으로 들어간 후 발생한 크나큰 진동이 그러한 점을 알려주었다. 만약 그레이트 웜이 만든 구덩이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면 이번에도 충렬이 언데드가 되었을 정도였다.
어쨌거나 시체 폭파를 사용한 충렬은 구덩이 밖으로 나오기 위해 움직였다. 스킬을 사용한 직후라 움직이기가 힘들었지만, 결과는 확인해야 했다. 그런 충렬을 샤오링이 부축했다.
밖으로 나오니 주변은 시체들의 찌꺼기로 낭자되어 있었다. 특히나 시체 폭파에 제대로 휘말린 랜서의 모습은 보기가 처참할 정도였다.
‘끝났군.’
랜서의 피부는 온통 찢어져 있었다. 시체 폭파에 제대로 당했기 때문이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레이트 웜의 시체가 터지면서 랜서의 절반이 위액에 흠뻑 적셔졌다. 덕분에 랜서의 피부 절반은 현재 녹아내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처참한 상황임에도 랜서는 손에서 ‘불의 심판’을 놓지 않았다. 엄청나게 끈질기게 버텨냈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레이트 웜의 위액은 랜서를 계속해서 녹여갔다.
치이이이이익.
랜서는 녹아내리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절망하고 있었다.
[아아… 내 아름다운 모습이…….]
물론 버티고 있다고 해서 랜서의 상태가 멀쩡하다는 것은 아니었다. 당장이라도 랜서는 쓰러질 듯 위태해 보였다.
다만 랜서가 죽지 않은 이유는 살아 있는 생명체가 아니어서다. 더군다나 피부가 녹아내리며 드러난 랜서의 뼈다귀는, 그레이트 웜의 위액에도 녹지 않을 정도로 꿋꿋하게 버티고 있었다.
심지어 시스템은 무서운 소식을 알려왔다. 끝났다고 생각했던 랜서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랜서 32호의 육체가 30초 뒤, 자가 복구를 시작합니다.]
[자가 복구를 시작하면 입었던 피해를 급속도로 회복시킵니다.]
저 정도의 피해를 입었는데도 쓰러지지 않더니, 복구를 시작한다면 답이 없었다. 터뜨릴 시체도 더 이상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랜서를 향해 샤오링이 나섰다. 이제는 랜서를 끝낼 때였다. 샤오링은 충렬을 한쪽에 기대게 배려해 주며 말했다.
“제가 마무리를 짓고 올게요.”
샤오링은 지금까지 아꼈던 스킬을 사용하고자 했다. 처음에는 적을 확실히 죽이지 못할까 봐 아꼈던 스킬이었다. 하지만 지금 사용한다면 확실히 랜서를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샤오링은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랜서를 향해 달려가며 외쳤다.
“악즉참!”
동시에 샤오링은 한줄기의 빛이 되었다. 그 동안 보이지 않았던 빠르기로 랜서를 향해 덮쳐갔던 것이다. 그냥 달려가는 수준이 아니었다. 스킬을 사용하자마자 섬광처럼 지나간 샤오링이었다.
빛과 같은 빠르기로 랜서의 앞에 도착한 샤오링이 무방비한 랜서의 몸뚱이를 걷어차 올렸다. 엄청난 속도가 더해진 발차기에 랜서의 살가죽이 터져 나갔다.
펑!
그렇게 허공에 약간 뜨게 된 랜서는 곧 샤오링에게 마구 난도질을 당해야 했다.
푸욱!
푹!
푸욱!
푸북!
푸부부북!
마구잡이로 찌르고 베는 것 같았지만 효과만큼은 확실했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공격해 나아가니 랜서의 몸이 순식간에 걸레짝이 되어갔기 때문이다. 잠시 뒤, 샤오링의 악즉참에 당한 랜서는 장기들을 포함한 내용물을 모조리 토해내어야 했다.
[으… 으…….]
그럼에도 랜서는 죽지 않았다. 반쯤은 녹아내린 얼굴을 포함해 몸 전체가 거의 뼈만 남아 있게 되었지만 아직 살아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남아 있는 뼈들도 모조리 파괴할 뿐이었다. 아직 스킬의 효과가 끝나지 않았는지 샤오링은 랜서의 뼈도 박살을 내기 위해 큰 타격을 가했다.
빡!
빠악!
빠아악!
뼈만 남게 된 랜서의 몸뚱이가 연신 흔들렸다. 랜서의 뼈는 강도가 어느 정도였을까? 샤오링이 연신 공격하는데도 부러지지 않았다. 그저 이리저리 흔들릴 뿐이었다. 그러나 랜서도 더 이상은 버티지 못했다. 뼈만 남았음에도 살아 있는 랜서였지만, 마침내 샤오링의 계속된 공격에 머리가 박살이 나고 말았다.
빠각!
랜서의 머리가 박살이 남과 동시에 샤오링이 주저앉았다. 스킬의 지속 시간이 끝난 것이다. 도대체 악즉참 스킬의 후유증은 어느 정도인지, 샤오링의 상태는 매우 좋지 않았다. 숨을 간신히 몰아쉬는 정도였다.
“하아… 하아…….”
그래도 그녀는 랜서를 처치했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시스템도 랜서가 처치되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이름 모를 제국에서 만든 키메라, ‘랜서 32호’가 처치되었습니다.]
시스템이 알려오는 소식에 샤오링은 힘겨웠지만 충렬을 향해 입을 열었다.
“오라버니 제가 쓰러뜨렸…….”
하지만 샤오링의 말은 거기까지였다. 여전히 랜서의 손아귀에 쥐어져 있던 ‘불의 심판’이 샤오링의 가슴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랜서의 머리가 박살나며 기능이 정지되었다고는 해도, ‘불의 심판’은 마지막 발악을 했다.
[마법 무기 ‘불의 심판’이 주인을 처치한 이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합니다.]
너무나 간단한 찌르기였다. 평소라면 레벨이 낮은 도전자라고 할지라도 피할 수 있을, 그러한 찌르기였다. 그러나 지쳐서 움직이지 못한 샤오링은 마지막 일격을 미처 피하지 못했다.
“……?”
그리고 그 결과는 참혹했다. 불의 심판의 창끝이 단번에 샤오링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파고든 창은 샤오링의 심장을 파괴했다.
푸욱!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생겨난 상처를 중심으로 샤오링의 육체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화르르르르륵!
설마 이렇게 당할 줄은 몰랐는지 샤오링은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갈라진 가슴에서는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식도로 혈액이 역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타오르는 불길의 화력이 강했던 탓인지 혈액이 바닥에 흘러내리는 일은 없었다.
“아…….”
자신의 마지막을 깨달은 것일까? 그녀는 충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슬픈 표정을 지었다. 이대로 죽는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는 것이리라.
그렇게 샤오링의 육체가 바닥으로 쓰러지며, 머리를 잃은 랜서의 몸뚱이도 함께 쓰러졌다.
그리고 시스템이 알려왔다.
[자신의 역할을 마친 ‘불의 심판’이 역소환 됩니다.]
불의 심판이 사라짐과 동시에 샤오링의 육체에 더 이상 불길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미 그녀의 육체는 새까맣게 타버린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