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37화 (37/237)

# 37화.

***

헬 하운드의 입에서 빠져나온 충렬은 녀석의 등에 올라탔다.

‘멍멍이가 아니었다면 무조건 사망하는 상황이었다.’

순간 등골이 오싹했다. 도대체 얼마 만에 느껴보는 공포감일까? 등줄기에 소름이 끼쳤다. 방금까지 함께했던 일행 셋이 단번에 절명했지만 애도할 시간은 없었다. 지금은 남아 있는 사람을 챙겨갈 뿐이었다.

“샤오링! 이쪽으로 와!”

샤오링은 갑작스런 사람들의 사망에 당황한 표정을 보였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으아… 바로 갈게요!”

눈치가 빠른 하운드는 충렬이 하고자 하는 일을 파악했다. 때문에 샤오링이 있는 방향을 향해 움직였다. 서로의 거리는 멀지 않았기에 2초도 되지 않아 둘은 다시 가까워질 수가 있었다.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던 충렬이 외쳤다.

“올라타!”

“네!”

언제 땅속에서 그레이트 웜이 튀어나올지 몰랐다. 해골들은 아직 휘말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해골들을 생각해 줄 시간은 없었다.

샤오링이 충렬의 뒤에 탑승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헬 하운드 발밑의 땅이 갈라져 갔기 때문이다.

쩌저저적!

“제기랄……!”

욕지거리가 나오는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헬 하운드가 한 발 빠르게 장소를 벗어났다. 장소를 벗어나자 마찬가지로 땅이 부서지며 놈의 아가리가 튀어나왔다. 그 전에는 어떤 징조나 낌새도 느낄 수가 없었다. 정말 신기하게도 놈이 땅을 뚫고 나오는 순간에만 지진이 일어났다.

쿠구구구구궁!

해골들도 그레이트 웜이 어디서 나타날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때문에 제자리만 지키며 멍청히 서 있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몰라서가 확실했다. 단지 헬 하운드만이 그레이트 웜의 공격을 예측하고 빠르게 자리를 벗어날 뿐이었다.

하운드가 단번에 땅을 박차자, 충렬의 뒤에 탑승했던 샤오링이 비명을 질렀다.

“꺄악……!”

그러면서 몸을 밀착해 뒤에서 충렬을 꽉 안았다. 샤오링이 달라붙자 등 뒤로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청순하게 생긴 외모와 달리 풍성한 것을 가지고 있는 그녀였다.

뭉클.

괜히 얼마 전에 샤오링의 찢어진 옷 사이로 보였던 광경이 떠오르는 충렬이었다. 그러나 그 느낌을 감상할 시간은 없었다.

“컹컹!”

헬 하운드가 큰 소리로 짖으며 또다시 땅을 박찼기 때문이다. 역시나 이번에도 방금까지 있었던 장소의 땅이 갈라졌고, 그레이트 웜의 아가리가 솟아올랐다.

쿠구구구궁!

급박한 상황이 계속되었다. 그러나 도무지 그레이트 웜을 사냥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대로 가면 당한다……!’

더군다나 거친 움직임으로 자꾸 피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계획을 세우려고 해도 자꾸 움직이게 되니 생각할 겨를 자체가 없었다.

하지만 충렬은 버텨냈다. 몸이 이리저리 이동되며 정신을 분산시켰지만, 악착같이 생각을 이어갔다. 그리고 곧 이상한 점을 떠올릴 수 있었다.

‘잠깐…….’

그 이상한 점들은 바로 해골들이었다.

‘왜 해골들은 공격하지 않는 거지?’

그러고 보니 이상했다. 해골들은 그 자리에 가만히 멈춰서 서 있었는데, 그레이트 웜은 해골들을 건드릴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설마……?’

가만히 있으면 찾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솔직히 말해서 그레이트 웜이 등장했다는 시스템의 알림 후에, 일행들은 충렬의 곁으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그 후에 공격을 당했다.

‘땅 위에서 움직이면 그 위치를 알고 공격하는 것인가.’

가설 하나가 생겼다. 그러면 실험을 해보아야 했다.

“해골들 전부다 서로 거리를 벌려! 빨리 산개해!”

충렬이 명령을 내리자 해골들이 일시에 서로와의 거리를 벌려갔다. 그리고 2초도 지나지 않아, 충렬은 자신의 가설이 단순한 가정이 아닌 사실임을 알게 되었다.

헬 하운드의 빠른 움직임에 짜증이 났던 것인지, 그레이트 웜이 이번에는 다른 위치에 있는 해골을 향해 나타났다. 충렬과는 거리가 멀어진 곳에서 그레이트 웜이 나타난 것이다.

녀석은 아가리를 벌리고서 바로 위에 위치한 해골을 삼켜갔다. 해골의 움직임으로는 녀석의 공격을 회피할 수가 없었다.

[<해골 보병4>가 ‘그레이트 웜’의 입속으로 삼켜집니다.]

삼켜진 해골 보병의 운명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알려졌다.

[<해골 보병4>가 위액에 녹아 역소환이 되었습니다.]

예상한 결과였다. 그래도 덕분에 충렬은 어그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헬 하운드도 더 이상 회피하려고 이리저리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당장 이쪽은 어그로에서 벗어났다.’

땅을 밟으며 발생하는 파동만 놈에게 전달되지 않으면 당할 염려가 없는 것이 분명했다. 결국 놈에 대한 공략을 어렴풋이나마 떠올린 충렬이 해골들에게 명령했다.

“전부 다 멈춰!”

그러자 해골들이 일시에 제자리에 멈췄다. 그러나 마지막에 동작을 멈춘 해골은 역소환이 되어야 했다. 불쌍하게도 그레이트 웜의 표적이 된 해골은 마렉이었다.

[<안식을 거부한 마렉>이 역소환되었습니다.]

또다시 소환을 해줄 수는 있지만 당장에 소환해 주지는 않았다. 소환 스킬을 사용하면 근처에서 등장했기 때문이다.

‘지금 마렉 하나를 소환하면 이쪽으로 그레이트 웜의 공격이 재차 시작된다.’

해골들을 다시 소환하는 시점은 나중이었다. 그리고 아직 시험할 것이 하나 더 남았다.

‘바로 놈의 기억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 보아야해.’

이제는 모두가 다 같이 멈춘 상태였다. 그런데도 놈이 각자 멈춘 위치를 기억하고 공격해 온다면 방금 떠올린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그렇지만 1초, 2초, 3초……. 10초가 지나도 그레이트 웜이 땅 위로 아가리를 벌리는 일은 없었다. 그랬다. 녀석은 당장 움직이는 물체가 아니라면, 이전의 이동까지는 기억해 내지 못했다.

나타나지 않는 녀석의 모습에 충렬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공략 완성이다.’

***

그레이트 웜은 소리에도 반응하지 않았다. 녀석이 반응하는 때는 발걸음 등의 이동을 할 때였다. 혹시나 싶어서 돌멩이 같은 것을 던져보았지만 신기하게도 그런 것에는 반응하지 않았다. 아마 땅을 밟으면 누가 밟았는지 아는 것이리라.

어쨌거나 충렬은 남아 있는 해골들을 살폈다.

[현재 해골 병력]

[보병: 4]

[마법사: 4]

‘이 정도면 상대할 만하다.’

그레이트 웜의 맷집이 얼마나 강할지는 몰랐다.

‘그러나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계속 공격한다면 죽겠지.’

결국 시간 싸움이었다. 그리고 충렬은 시간 싸움을 반겼다. 손해를 볼 것이 없으니 싫어할 이유가 없었다.

“샤오링.”

“네, 오라버니.”

“내리지 말고 꽉 붙어 있어.”

“알겠어요.”

동시에 샤오링이 더욱 충렬의 등에 밀착했다. 헬 하운드를 타며 이동하는 것이 아님에도 어지간히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충렬은 거기에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제 그레이트 웜에 대한 사냥을 시작해야 했으니 말이다. 괜히 그녀가 그레이트 웜을 사냥하겠다고 말썽만 부리지 않는다면 땡큐였다.

어찌되었든 충렬은 상황을 컨트롤하기 시작했다.

“해골 법사들은 이동하지 말고 제자리에서 마법 준비 해.”

충렬이 명령하자 해골들이 각자의 마법을 미리 장전시켜 갔다.

[<마법 조장 레일리>가 ‘파이어 스피어’를 준비합니다.]

레일리가 마법을 충전하는 시간은 조금 걸렸다. 파이어 스피어는 기초 마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 레일리를 기다리며 해골 마법사들이 각자 기초 마법을 준비하며 대기했다.

[<해골 마법사1>이 ‘라이트닝 볼트’를 발사할 준비를 완료했습니다.]

[<해골 마법사2>가…….]

…….

모두가 기다리는 사이, 곧 레일리도 마법의 준비를 끝마쳤다.

[<마법 조장 레일리>의 ‘파이어 스피어’가 최대로 충전되었습니다.]

마법사들의 마법 준비가 끝나자 충렬은 공격 타이밍을 알려주었다.

“법사들은 그레이트 웜이 튀어나오면 바로 마법을 갈겨.”

그러면서 해골 보병 하나를 지목하고서 말했다.

“거기 해골 보병아. 저쪽으로 뛰어라.”

충렬의 명령이 죽음의 구렁텅이로 내모는 것임에도 해골 보병은 감히 거부하지 않았다. 오히려 명령을 받는 것이 숙명인 것처럼 곧장 지시에 따랐다.

[<해골 보병3>이 지시에 따라 옆으로 이동…….]

그런데 시스템의 음성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보병이 한발자국을 내딛으며 이동하자마자 그레이트 웜이 나타났다.

쿠구구구구궁!

단번에 아가리를 벌리며 세 번째 해골 보병을 삼켜가는 녀석이었다. 그러나 녀석이 이번만큼은 순조롭게 해골 보병을 삼켜갈 수는 없었다. 놈이 등장하자마자 해골 마법사들의 마법 공격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파이어 스피어를 시작해서 각종 마법들이 그레이트 웜을 향해 날아갔다.

[‘파이어 스피어’, ‘라이트닝 볼트’, … 가 그레이트 웜을 향해 날아갑니다.]

그리고 마법들은 튀어나온 녀석을 단번에 적중했다. 특히나 파이어 스피어는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엄청난 굉음을 내는 파이어 스피어로 인해 다른 기초 마법들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콰과과과과과과광!

강렬한 타격 소리와 함께 터져 나가는 불꽃이 놈에게 큰 피해를 입혔다.

화르르르르륵!

덕분에 지금까지 아무런 괴성도 지르지 않던 녀석이 처음으로 비명을 질렀다.

“끼에에에에에에에에엑!”

그레이트 웜은 그렇게 마법 세례를 한차례 당하자마자 땅 속으로 숨어들어 갔다. 얼마나 당황한 것인지 녀석의 움직임은 매우 거칠었다. 부드럽게 땅속으로 들어가던 이전과 달리, 지금은 매우 큰 진동을 일으켰다.

쿠구구구구궁!

그렇게 녀석이 땅 속으로 들어가고, 곧 시스템이 해골 보병3의 사망을 알려왔다.

[<해골 보병3>이 ‘그레이트 웜’의 위액에 녹아 역소환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충렬은 보병의 역소환에 신경 쓰지 않았다. 아직 움직일 수 있는 해골 보병이 남아 있어서다.

“거기 해골아. 뛰어라.”

***

처음 등장할 때만해도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던 그레이트 웜이었다. 그러나 단순한 패턴을 가지고 있었기에 녀석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무거운 몸뚱이를 곧 뉘어야 했다. 땅 위로 솟아오른 녀석의 몸뚱이가, 체력을 다했는지 몸을 부르르 떨며 엎어졌다. 그레이트 웜의 거대한 몸이 땅바닥과 충돌하자 크게 울렸다.

쿠웅!

동시에 놈의 쓰러진 육체를 중심으로 먼지가 화악하고 일어났다. 충렬은 먼지를 마시지 않기 위해 코를 막아가는 한편, 시스템의 음성을 들었다.

[‘그레이트 웜’의 사냥에 성공하였습니다.]

[살아남은 도전자에게 각각 1,000카르마씩이 주어집니다.]

일반 몬스터를 잡을 때보다는 많은 카르마를 주었다. 그러나 충렬의 기분은 좋지 않았다.

“이런…….”

그레이트 웜의 시체로 다가가 살펴보았지만, 놈의 시체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던 탓이다. 녀석에게 뼈는 당연히 없었고.

“심지어 다른 친구들의 시체까지 모조리 녹여 버렸나 보군.”

위액에 완전히 녹아버린 것인지, 다른 도전자들의 시체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때문에 호감이 있어 보이는 일행들이었는데 해골로 만들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더군다나 끝이 아니었다. 헬 하운드도 그레이트 웜의 시체는 꺼려했다.

[헬 하운드가 그레이트 웜의 역한 냄새를 싫어합니다.]

이제 보니 하운드는 냄새로 그레이트 웜의 공격을 알아챈 것이었다.

어쨌거나 용도가 없을 것만 같은 그레이트 웜의 시체였다. 그러나 따로 쓰일 데는 있었다.

‘시체 폭파 스킬로 사용해야겠어.’

거대한 시체였으니 충분히 쓸 만할 터였다. 시폭의 위력은 시체의 상태까지 참고가 되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생각을 이어갈 즈음. 마지막 방어전이 곧 시작됨을 시스템이 알려왔다.

[마지막 3차 방어전이 1분 뒤에 시작됩니다.]

[등장하는 몬스터: 이름 모를 제국의 키메라 ‘랜서 32호’ 1마리.]

‘랜서 32호?’

어떤 녀석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창을 사용하는 녀석인가.’

일단 마지막 방어전에 등장하는 녀석이었다. 충분히 조심해야 하는 녀석임에는 분명했다. 충렬은 랜서 32호라는 녀석이 등장하기 전에 재차 해골들을 소환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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