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35화 (35/237)

# 35화.

방어전

***

누가 뭐라고 할 시간도 없이 모두가 이동되었다. 주변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허허벌판의 거친 들판과 등 뒤의 예배당뿐. 그 외의 특별한 건물은 없었다.

예상치 못한 이동에 사람들이 놀라할 때, 이곳에 온 이유가 공개되었다.

[이곳은 서로의 결속력이 강하여 8인 모두가 살아남았을 때 오게 되는 특별한 장소입니다.]

딱히 서로의 결속력이 강하여 모두가 살아남은 것은 아니었다. 압도적인 폭력 앞에 마구 날뛰는 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입을 여는 사람은 없었다. 시스템의 음성은 들어야 했으니 말이다.

[최후의 결사단 - 방어전]

[당신들은 이곳으로 물밀 듯이 쳐들어오는 몬스터들을 방어해야 합니다.]

[몬스터들이 예배당으로 진입하지 못하게 막으십시오.]

[방어전은 총 3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방어에 모두 성공하시면 특수한 아이템이 지급됩니다.]

갑작스런 이벤트에 너도나도 시끄러워졌다.

“오, 특수한 아이템이라고?”

“완전 땡잡은 거 아냐?”

“난 얼마 전에 라이트닝 소드를 가진 녀석을 봤는데. 혹시 그런 것도 나오려나?”

반면 우려를 표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거 또 위험한 게 진행될 것 같은 기분이…….”

“위험한 건 싫은데…….”

여러 의견들이 갈리는 가운데, 시스템은 공평하게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주었다.

[방어전에 참여하기 싫으신 분은 거수하여 주십시오.]

[의견을 존중해 드리겠습니다.]

어차피 충렬은 이런 기회를 마다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래서 시스템의 음성을 들으면서도 주변으로 시선을 돌렸다. 습관적으로 주변에 묘비가 있나 없나를 살핀 것이다.

‘역시나 여기도 묘비가 있었군.’

묘비를 확인한 후 거기 쓰여 있는 글을 읽어갔는데, 꽤나 중요한 정보가 보였다.

-방어전 참여하기 싫다고 손들지 마라.

-죽는다.

-아 슈바알~ 묘비 글 먼저 볼걸. ㅠㅠ

-레알 팩트 반박불가다 ㅋㅋ 린정?

-어 린정. 손들면 빼박캔트 사망각 >_<

샤오링도 마침 묘비를 보았는지 충렬에게 알려왔다. 만난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다. 하지만 험난한 곳에 함께 있다 보니 샤오링은 자연스럽게 충렬에게 계속 호감을 보였다. 물론 충렬은 아무렇지도 않게 맞장구쳐 주었다.

“오라버니, 여기서 손을 들면 죽는다는데요?”

“응. 나도 봤어. 괜히 손 들지 말고 있어.”

충렬과 샤오링 외에도 습관적으로 묘비를 살피는 사람들은 제법 있었다.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묘비의 글을 보았다.

“손을 들면 안 된다고?”

“휴. 하기가 싫기는 했는데. 손을 올렸으면 큰일 날 뻔했네.”

그러나 묘비에 관심을 주지 않고, 시스템의 음성만 듣고 판단을 내린 사람들도 존재했다. 그 수는 정확히 셋이었다. 거기엔 믿음의 방에서 다툼을 벌였던 둘도 포함이 되어 있었다.

“이봐! 손을 들면 안 된다고!”

“어, 어……? 당장 손들 내려!”

누군가 경고를 주었지만, 이미 셋은 손을 들어버린 상황이었다.

그들은 방어전에 참여하기 싫어서 손을 드는 한편, 자신들에게 다급하게 외치는 사람들을 향해 의문을 표했다. 또는 자신들을 강제로 참여시키려는 줄 알고 반대의 의사를 내비쳤다.

“왜 손을 들면 안 됩니까?”

“저는 이런 종류의 것은 참여하기 싫은데요.”

“죄, 죄송합니다. 저도 힘겨운 일은 싫어서…….”

하지만 의문은 거기까지였다. 그들은 곧 이상한 위화감을 느꼈다. 무언가 일이 잘못 흘러간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은 것이다.

시스템은 정말 불참자들의 의견을 들어주기만 했다.

다만 살려서 내보내 준다고는 약속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탈주하려는 자들의 여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도전자 ‘폴로’, 도전자 ‘케이’, 도전자 ‘팜’.]

[당신들은 결사단의 결속을 해쳤습니다.]

[도전자의 자격을 박탈합니다.]

동시에 그들의 머리가 일시에 부풀었다. 그러자 그들은 당황했다.

“어……?”

“뭐야?”

“무슨……!”

하지만 더 이상 말을 이어나갈 수가 없었다. 부푼 머리가 곧바로 터져 나갔기 때문이다.

퍼엉!

펑!

퍼벙!

셋의 머리가 동시에 터져 나가며 사망하자, 장내에 혼란이 찾아왔다.

“제기랄! 진짜야?”

“와… 그냥 죽인다고?”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도전자 3명의 탈주로 인해]

[등장하는 몬스터의 강함이 3배만큼 강화됩니다.]

미친. 탈주자가 생겼다고 몬스터의 강함을 올려버리다니. 충렬과 샤오링을 제외한 셋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씨발! 멍청한 자식들 때문에!”

“망한 거 아냐?”

“몬스터의 강함이 3배라면… 엄청나게 강해지는 것 같은데.”

기존의 몬스터를 그대로 상대한다고 해도 결사단의 숫자가 줄어버린다면 그만큼 힘들 터였다. 그런데 여기에 몬스터의 강함이 배가 되어버렸다. 너무나 어려워질 것이 분명했다. 그것도 무려 3배나 말이다.

‘긴장해야겠군.’

어떤 적들이 나올지 몰랐다. 충렬은 미리 해골들을 소환하기로 했다.

“해골 병력 소환.”

그러자 시스템이 물어온다.

[근처에 사용할 수 있는 시체가 존재합니다.]

[시체를 활용하시겠습니까?]

[시체 목록]

[초보자 요술꾼 ‘폴로’]

[초보자 절망 연주가 ‘케이’]

[초보자 야만 전사 ‘팜’]

혹시나 싶어 충렬이 스킬을 사용해 보았다.

‘저들을 해골로 만드는 데 성공하면 새로운 병종이 또 생길 수도 있겠지.’

하지만 결과는 순조롭지 않았다.

[폴로가 당신의 스킬을 거부합니다.]

[케이가 당신의 스킬을 거부합니다.]

[팜이 당신의 스킬을 거부합니다.]

[네임드 해골을 만드는 데 실패하였습니다.]

마렉과 레일리의 경우와는 달리, 저들은 거부의 의사를 내비쳤다. 그렇다면 어쩔 수가 없었다. 기존의 해골들을 소환할 수밖에.

[<해골 부분대장 데프론>이 <해골 보병1>부터 <해골 보병4>까지와 함께 등장합니다.]

[<안식을 거부한 마렉>이 당신의 부름에 나타납니다.]

[<마법 조장 레일리>가 <해골 마법사1>, <해골 마법사2>와 함께 등장합니다.]

해골은 하나를 더 소환할 수가 있었다. 충렬은 마법사를 추가적으로 소환했다.

[<해골 마법사3>이 당신의 부름에 일어섭니다.]

[현재 해골 병력]

[보병: 5]

[암흑 사제: 1]

[마법사: 4]

마렉은 소환되자마자 다른 해골들에게 버프를 돌리기 시작했다.

[<안식을 거부한 마렉>이 다크 블레싱을 <해골 부분대장 데프론>에게 사용합니다.]

[<해골 부분대장 데프론>의 공격력이 상승됩니다.]

[<안식을 거부한 마렉>이 <해골 보병1>에게…….]

그러는 사이 충렬은 왼팔에 새겨진 문양에서 하운드도 꺼내었다.

“멍멍아. 나와라.”

헬 하운드는 어떠한 상황인지를 알고 있었는지 큰 덩치로 나타났다. 본래 탈것의 용도였던 헬 하운드였다. 그렇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전투에 합류시켜야 했다.

충렬이 해골들을 소환하는 동안 몬스터가 튀어나왔다면 큰일이었겠지만, 다행스럽게도 몬스터들은 곧바로 나오지 않았다.

[3분 뒤, 1차 방어전이 시작됩니다.]

[1차에 등장하는 몬스터: 맨티스 20마리]

시스템의 알림과 상관없이 사람들은 해골들과 거대한 지옥견이 등장하자 놀라고 말았다.

“모, 몬스터를 소환했잖아!”

“헙! 저 커다란 개는 뭐지?”

“와, 소환한 숫자가 도대체 얼마야. 장난 아니잖아.”

난이도가 올라갔지만 아군이 늘어났던 탓일까? 사람들은 충렬 덕분에 어느 정도는 승산이 있다고 보기 시작했다.

“잘하면 무난하게 방어를 성공할 수도 있겠는데?”

특히 헬 하운드의 위용을 본 샤오링의 눈빛이 변했다. 작았을 때의 모습은 본 적이 있었지만, 커진 모습을 본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하기야, 이전에는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었기에 겨를이 없다 할 뿐이었다.

지금 그녀의 눈빛은 하운드를 향해 초롱초롱해져 있었다. 사납게 생긴 지옥견의 모습이었지만, 그녀에게서 거리낌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우와! 오라버니! 저… 이 아이 만져보아도 되어요?”

아직 몬스터가 등장하기까지는 시간이 남았다. 충렬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마음대로 해.”

충렬의 허락이 떨어지자 샤오링이 단숨에 헬 하운드를 향해 안아갔다. 그녀가 안아보았자 헬하운드의 일부를 만지는 것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좋았는지 마냥 좋은 미소를 지어가는 샤오링이었다.

괜히 헬 하운드만 샤오링의 접근이 싫었는지, 충렬에게 왜 허락했냐고 따질 뿐이었다.

“끼잉. 끼이잉.”

헬 하운드가 끼잉거리든 말든 충렬은 녀석의 애처로움을 무시했다. 그저 근처에 있는 다른 묘비들을 살피기 위해 분주히 시선을 돌릴 뿐이었다. 앞으로 등장할 맨티스에 대한 정보라도 있나 싶어서 충렬의 눈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나머지 사내 셋은 그런 충렬의 근처로 다가왔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충렬을 중심으로 뭉쳐야 살아 나갈 수 있음을 말이다. 제일 처음 입을 연 것은 갈색 턱수염을 가진 통통한 백인이었다. 믿음의 방에선 겨를이 없었을 뿐. 드디어 통성명을 하게 되었다.

“크흠… 난 레이너라고 해. 직업은 디펜더고. 방어력은 꽤 높은 편이야.”

레이너는 한 손엔 도끼, 다른 한 손에는 큼지막한 방패를 들고 있었다. 장비들의 상태는 그다지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는 어지간히 자신감이 있어 보였다.

레이너 다음으로 나선 이는 중동 계열로 보이는 사내다.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그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나는 아브리힘이고, 이름은 웃기겠지만 직업명은 양치기야.”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가진 무기를 보여주었다. 그는 한 손에는 곤봉을, 허리춤에는 슬링을 가지고 있었다. 아브리힘은 허리춤의 주머니를 툭툭 치더니 말을 이었다.

“이걸로 돌팔매질을 하면 그래도 나쁘진 않아. 내 스킬은 부작용이 없거든. 액션을 취해야 해서 좀 귀찮기는 해도 제법 쏠쏠하다고.”

그의 설명이 끝나자 마지막 사내가 자신을 소개했다. 뿔테 안경을 쓰고 있던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 저는 하워드입니다. 의술사이고요. 상대방과 접촉하여 치료 스킬을 사용해 줄 수가 있습니다.”

그렇게 셋의 설명이 끝나자 충렬도 자신에 대해 알려주었다.

“예. 보다시피 전 소환 계열 쪽의 직업입니다.”

그러자 레이너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가 조금은 부럽다는 듯이 말했다.

“쳇. 나도 소환과 관련된 재능이나 선택할 걸 그랬어.”

아브리힘도 거기에 동의했다.

“엄청 좋아 보입니다. 저런 소환수들이 있다면…….”

이들이 부러워하거나 말거나 한창 하운드의 털을 만지작거리던 샤오링도 어느새 다가왔다. 조금 어색해하긴 했지만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조용히 소개했다.

“저… 저는 샤오링이고 직업은 검황이에요.”

샤오링의 직업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 그녀가 가진 스킬은 제법 살벌한 듯했다.

“아직 스킬은 별로 없고 악즉참이라는 대상 하나를 무방비로 만들어놓고 난도질하는 스킬만 있어요.”

대상 하나를 무방비로 만들고 난도질하다니.

‘일대일로 싸운다면 엄청나겠군.’

어쨌거나 그렇게 다섯 명이서 통성명을 하는 사이, 2분이 훌쩍 지나갔다.

[1분 뒤, 1차 방어전이 시작됩니다.]

1분이 남았다는 말에 사람들은 자신들이 할 일을 행하기 위해 움직였다.

“이러고 있을 것이 아니라 각자 묘비를 살피고 옵시다.”

“그러죠. 그러지 않아도 3배나 강해진다는데. 맨티스의 약점이라도…….”

그러나 안타깝게도 약점에 대한 정보를 찾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곳에 있는 묘비들은 짜증을 내거나 정신의 줄을 놓은 글밖에 없었다.

-이걸 사람이 깨라고 만든 거냐? 먼저 간다.

-우리 팀 나 빼고 다 탈주. 적 7배 강해짐 ㅠㅠ

-이건 깨라고 만든 거 아님ㅋ

-존버 가즈아아아아ㅏㅏㅏㅏ

-으헤헤헤헤헤헤헤헤헤

결국 별다른 소득 없이, 일행들은 방어전을 시작해야 했다.

[남은 시간이 모두 소모되었습니다.]

[1차 방어를 시작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