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마스터-31화 (31/237)

# 31화.

탈것이 생기다

***

충렬은 꺼져가는 의식 속에서 시스템의 음성을 들었다.

‘분명 내가 사망을 했다는 소리가…….’

그랬다. 충렬은 자신이 사망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희미해져가던 의식은 곧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 의식이 선명해지고 있다는 소리다. 왜냐고? 그 이유는 바로 충렬이 가지고 있는 네크로맨서의 특성이 활성화되었기 때문이다.

[특성 ‘죽음을 버티는 자’가 적용 중입니다.]

[도전자 ‘이충렬’이 죽음을 한차례 버텨냅니다.]

그렇게 충렬은 언데드가 되어갔다.

[당신의 레벨은 6입니다.]

[현재 언데드화가 가능한 종류는 3가지입니다.]

[다음 목록 중 하나의 언데드로 부활합니다.]

[스켈레톤(50%), 좀비(40%), 구울(10%)]

목록이 3개나 주어졌다. 절반의 확률로 스켈레톤이 된다는 것 같았지만, 충렬은 다른 것으로 선택이 되었다.

[구울이 선택되었습니다.]

[신체를 재구성합니다.]

동시에 쓰러져 있던 충렬의 몸이 들썩였다. 그리고 충렬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뼈가 뒤틀리기 시작했다.

우둑.

우두둑.

박살 난 뼈들이 본래의 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거기서 끝난 것은 아니었다. 꿰뚫리며 찢어졌던 살들은 다시 돋아나고 있었다. 마치 물이 끓어서 기포가 생기는 것처럼 세포는 분열과 증식을 계속했다.

뽀글뽀글.

하지만 새롭게 생겨난 살은 거무죽죽했으며 창백했다. 더 이상 사람의 것이라고는 말할 수가 없었다. 즉, 혈액이 순환하지 않는 죽은 이의 피부라는 소리다. 혈액이 필요가 없으니 심장도 뛰지 않았다.

그러나 상관없었다. 중요한 것은 다시금 움직일 수 있도록 되살아났다는 것이었으니까.

[신체의 복구를 완료하였습니다.]

[안전한 상황에서 충분한 수면을 취하십시오.]

[현재 당신의 레벨에서는 그렇게 하면 인간으로 되돌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충렬은 시스템의 음성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시뻘건 시야가 충렬의 머릿속을 어지럽게 했기 때문이다. 밤하늘의 달도 붉은색. 허물어진 대저택의 건물도 붉은색, 심지어 주변의 모든 것이 온통 핏빛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더불어 정작 문제는 따로 있었다.

엄청나게 끌어 오르는 살심. 무언가를 죽이고 싶다는 욕망이 뇌리 한편에 강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레벨이 낮기에 불완전한 언데드의 상태입니다.]

[언데드의 기본 욕구가 강하게 내재됩니다.]

무언가를 죽이고 싶다는 강한 욕구가 충렬을 꼬드겼다.

죽여. 죽여. 죽여.

죽여 버려.

다행이라면 주변엔 아무도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죽일 만한 대상이 있다고는 해도 충렬은 거기에 넘어갈 위인이 아니었다. 오히려 속에서 발광하려는 녀석에게 일침을 놓았다.

“좀 닥쳐봐. 시끄럽게 하지 말고.”

그러자 신기하게도 살심은 곧바로 누그러졌다. 그렇게 언데드의 본능을 눌러 버린 충렬이 자신의 몸 상태를 살폈다.

‘이게 언데드의 몸인가……?’

피부는 창백하다 못해 푸르렀고, 손톱은 날카롭게 벼려져 있었으며 이빨의 끝은 뾰족하게 나와 있었다. 이런저런 변화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전체적인 외형은 크게 바뀐 것 같지는 않았다. 그저, 죽어서 되살아난 언데드의 육체치고는 감각이 더욱 날카로워져 있을 뿐.

어쨌거나 충렬이 다시금 살아난 것에 신기해할 무렵, 시스템의 음성이 들려왔다. 시스템은 충렬이 스스로의 상태를 살피거나 말거나 자신의 역할만 수행했다.

[악마 ‘마르바스’를 처치한 당신에게 보상이 주어집니다.]

그랬다. 이제 보상을 받을 차례였던 것이다. 충렬은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시스템이 하는 말을 들었다.

[레벨이 자동으로 한 단계 상승됩니다!]

[축하드립니다! 당신의 레벨은 7이 되었습니다.]

[현재 ‘이충렬’의 레벨: 7(다음 레벨까지 25,000카르마 필요).]

레벨7이 되기 위해서는 1만 5천이라는 엄청난 카르마가 필요했다. 그런데 레벨을 올려주다니. 이거 하나만으로도 보상에 대해서는 충분히 만족이 되었다.

‘와, 대박인데?’

하지만 충렬이 놀라기에는 아직 일렀다. 보상은 이제 시작이었기 때문이다.

[보유한 네임드 해골들의 숙련을 최대치로 만듭니다.]

[‘데프론’의 숙련도가 100%가 되었습니다.]

[‘마렉’의 숙련도가 100%가 되었습니다.]

[‘레일리’의 숙련도가 100%가 되었습니다.]

단번에 숙련도를 100%로 만들어준다고?

‘……!’

덕분에 녀석들의 업그레이드를 할 수가 있었다.

[데프론, 레일리, 마렉에게 새로운 능력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부여할 수 있는 능력의 목록을 살펴보시겠습니까?]

충렬은 지체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보여줘.”

그러자 시스템은 충렬이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나열했다.

[원하시는 옵션을 선택하십시오.]

옵션의 종류는 이전보다 더욱 많았다. 하지만 뭐라고 해도 충렬의 눈에 띄는 것은 다음의 것들이었다.

[<해골 부분대장>: 분대장이 되기 직전의 직책이다. 데프론이 소환될 때 해골 보병 4마리가 함께 소환된다. 주변에 시체가 없어도 된다. 추가로 소환된 해골 보병들은 소환 최대치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마법 조장>: 레일리가 소환될 때 해골 마법사 2마리가 함께 소환된다. 소환 최대치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다만 함께 소환된 해골 마법사는 기초적인 마법들 중 하나만 사용이 가능하다.]

[<다크 애로우>: 암흑 사제가 배울 수 있는 공격 스킬이다. 어둠의 힘을 담은 화살을 만들어 적을 공격한다.]

예전에 해골 조장의 경우, 추가로 해골 보병들을 소환하려면 시체가 필요했다. 그렇지만 이제부터는 필요가 없게 되었다. 마법 조장의 경우도 보병과는 달랐는지 마찬가지로 추가로 소환할 때 시체는 필요가 없었다. 거기에 더하여 마렉의 다크 애로우까지. 충렬은 거리낌 없이 그 3가지를 선택했다.

“해골 부분대장, 마법 조장, 다크 애로우를 선택한다.”

마렉의 경우에도 물량으로 가고 싶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마렉의 목록에는 그와 관련된 선택지가 없었다. 있는 것이라고는 ‘방패 착용하고 나타나기’와 같이 죄다 의미 없는 것들뿐이었다. 기껏 채운 숙련도를 그런 곳에다가 허비할 수는 없었다.

‘그나마 다크 애로우가 사용할 만하다.’

그렇게 충렬이 선택하자 시스템이 알려왔다.

[데프론의 숙련 등급이 상승하였습니다.]

[현재 데프론의 숙련: D등급]

[데프론의 지위가 ‘해골 조장’에서 ‘해골 부분대장’으로 상승합니다.]

[레일리의 숙련 등급이 상승하였습니다.]

[현재 레일리의 숙련: D등급]

[레일리의 지위가 ‘해골 마법사’에서 ‘마법 조장’으로 상승합니다.]

[마렉의 숙련 등급이 상승하였습니다.]

[현재 마렉의 숙련: D등급]

[마렉이 ‘다크 애로우’를 습득했습니다.]

셋을 각각 업그레이드시키자 문득 아쉬운 감정이 들었다. 현재 해골을 소환하고자 하면 총 4마리까지 소환할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네임드 해골이 하나만 더 있었더라면…….’

그랬다면 하나라도 더 이득을 보았을 터였다. 그러나 충렬은 고개를 저었다. 이미 새로운 네임드 해골을 소환해 보려고 시도를 해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 소환으로는 새로운 네임드 해골을 소환할 수가 없었지.’

데프론의 경우는 첫 번째 해골이었기에 네임드 해골이 주어진 것이었다. 네임드 해골을 얻으려면 이전에 레일리나 마렉을 얻었던 것처럼 도전자가 죽었을 때 허락을 구해 자신에게 합류시켜야 했다.

무작위로 해골을 소환하는 방법이 있었지만, 그것은 나중에 보니 그냥 현재 소환 가능한 병종 중에서 하나의 해골을 무작위로 소환한다는 소리였다.

‘슬슬 새로운 도전자의 시체라도 구해야하나.’

그것도 영혼이 떠나지 않은 도전자의 시체여야만 했다. 레일리와 마렉도 일전에 그렇게 했으니까. 물론 자신에게 악감정이 있다면 도전자의 시체를 이용하더라도 합류시키지는 못할 터였다. 그 시체를 네임드 해골로 만들고자 할 때는 허락을 구해야 했으니 말이다.

“어쨌거나 보상은 제법 괜찮게 얻었네.”

1만 5천의 카르마에 해당하는 레벨 상승이라는 보상과, 해골들의 숙련도를 최대치까지 올려준 보상이라면 만족스러웠다. 아니, 레벨을 상승시켜준 것만 해도 만족이었다. 1만 5천의 카르마를 공짜로 먹은 것이나 다름이 없었으니 손해가 아니었다.

하지만 보상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신은 하드 모드의 난이도를 클리어하였습니다!]

[보상으로 탈것이 지급됩니다! 어떤 종류가 주어질지는 모릅니다!]

그렇게 충렬의 눈앞으로 사다리 게임의 화면이 나타났다. 중간의 사다리 부분은 가려져 있었는데, 그 밑에 탈것의 목록이 보였다. 그 종류는 매우 다양했다.

‘조랑말, 코뿔소, 스톤 터틀, 크리스탈 타이거, 타조……?’

탈것들의 이름 밑에는 각자의 모습들이 사진처럼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은 사람이 탑승할 수 있을 만한 덩치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탈것의 종류는 총 32가지였다.

충렬이 탈것들의 모양을 하나하나 살펴볼 사이 시스템이 알려왔다.

[사다리를 선택하십시오.]

그 말에 충렬의 손이 움직였다.

“어차피 계속 본다고 해서 좋은 것이 선택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고민 없이 하나를 선택하기로 했다.

[22번째 사다리가 선택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충렬이 선택한 사다리가 선을 타고 내려가더니, 뜻하지도 않은 대박이 걸려 버린 것이다.

[축하드립니다!]

[‘헬 하운드’가 당신에게 주어집니다!]

[헬 하운드: 지옥에서 생활하는 사냥개다. 생김새는 검은색의 큰 대형견의 모습을 하고 있으나, 사냥개에 걸맞은 흉포함과 날카로움 또한 가지고 있다. 주인을 등에 태우고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보통의 탈것에 비해 매우 공격적이며 주인에게 적대적인 이들에게는 자비를 보이지 않는다.]

헬 하운드에 대한 설명이 끝나자, 충렬의 왼쪽 팔 주변으로 붉은 빛의 무리가 발생하여 스며들기 시작했다.

[헬 하운드의 문양이 당신의 왼팔에 새겨집니다.]

[문양은 도전자의 동반자가 된 존재들의 쉼터와 같은 장소입니다.]

[앞으로 헬 하운드는 문양에 잠들어 있다가, 당신이 부르면 소환에 응할 것입니다.]

붉은 기운은 하나의 모양을 만들어갔고, 이내 충렬의 왼팔엔 문양이 만들어졌다. 마치 붉은 색으로 문신한 것과 같이 새겨진 것이다.

[문양은 스킬이 아니기에 소환에 따른 페널티가 딱히 없습니다.]

[헬 하운드의 수준은 당신의 레벨을 따라갑니다.]

[다만 주의하십시오.]

[헬 하운드는 한 번 사망하면 되살릴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마지막 보상으로 탈것까지 얻을 수 있었다.

***

모든 보상을 받자 시스템은 다음 지역으로의 이동이 잠시 뒤 있을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10분 뒤, 다음 지역으로 가는 포탈이 생성됩니다.]

남는 시간 동안 충렬은 새로 얻은 녀석을 살펴보기로 결정했다.

“헬 하운드. 밖으로 나와 봐.”

언데드가 되면서 스킬은 사용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헬 하운드의 소환은 스킬이 아니었다.

어찌되었거나 충렬이 말하자 사냥개처럼 생긴 왼팔의 문양이 팔에서 떨어져 나왔다. 그러더니 빛으로 화하며 그 덩치를 불려갔다. 그리고 충렬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런데 충렬은 등장한 헬 하운드를 보고서는 입을 열 수가 없었다.

‘뭐야… 왜 이렇게 작아……?’

생각보다 너무도 조그만 녀석이었다. 성인 남성의 무릎까지밖에 오지 않는 크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충렬이 녀석의 크기에 충격을 받거나 말거나 헬 하운드는 충렬이 자신을 불러주어 좋았는지 연신 짖어대었다.

“멍멍! 멍!”

그러면서 이리저리 꼬리를 흔들며 충렬의 주위를 맴돌았다. 하지만 충렬은 녀석의 애교를 받아줄 정신이 없었다.

“이걸 타고 다니라고?”

탈것이라더니. 이건 탈것이 아니라 아주 그냥 애완동물이었다.

충렬이 어이없다는 말투를 내뱉자 그 의미를 알아들은 것일까? 녀석은 곧 충렬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마치 연막탄이 터지듯 헬 하운드의 주변으로 연막이 생겨나며.

퍼벙!

하는 소리와 함께 연막 사이에서 녀석이 몸을 부풀린 것이다.

연막이 걷히자 엄청난 크기의 위용을 가진 헬 하운드가 모습을 보였다. 그 크기가 무려 SUV 자동차 정도의 크기였다. 그런 녀석이 덩치가 커지더니 충렬을 덮쳐갔다. 자기 딴에는 안기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리라.

“컹컹!”

놈의 거대한 무게에 충렬은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충렬을 쓰러뜨린 하운드는 혓바닥을 내밀며 충렬의 얼굴을 핥아대기 시작했다.

“헥헥.”

놈의 혓바닥은 충렬의 얼굴을 가릴 정도로 거대했고, 곧 충렬의 얼굴은 침으로 범벅되어야 했다. 더불어 지옥견이라는 말이 정말이었는지 그 침에서는 유황 냄새가 진하게 흘러나왔다.

그렇게 갑자기 커진 헬 하운드의 모습에 충렬이 말했다.

“아, 알았으니까, 다시 작아져.”

그러자 충렬의 말대로 다시금 강아지의 모습으로 작아지는 헬 하운드였다. 말은 착실히 듣는 녀석이었다.

‘놀래라. 그나저나 크기 변형이 가능했었네.’

다행히 탈것으로의 용도는 충분한 것 같았다.

그렇게 헬 하운드에 대해 살펴가던 충렬은, 무얼 하며 기다릴까 고민하다가 눈앞의 시체에 눈을 돌렸다. 생각해 보니 아직 악마 마르바스의 시체가 여전히 방치되어 놓여있어서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