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화.
***
광역 도발을 사용하자 10마리의 악마 추종자들이 첫 번째 해골 기사에게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확인한 충렬은 움직이기로 했다. 혹시나 도발이 몇몇에게 적용되지 않는 경우를 대비하기 위하여 먼저 나서지를 않은 것뿐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때문에 충렬은 적 모두에게 도발이 적용된 것을 확인하자마자 직접 움직였다.
“기사들은 제자리를 지켜라. 나머지는 전부 따라와.”
그러자 해골들이 단체로 충렬의 뒤를 따랐다. 많은 수의 해골들이 함께 움직이자, 뼈다귀들의 관절이 부딪치는 소리가 일정하게 울렸다.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충렬은 악마 추종자들이 첫 번째 기사에게 도착하기 전, 최대한 놈들을 제거할 속셈이었다. 어차피 도발에 걸린 이상 놈들은 다른 곳에 신경을 쓰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그런 충렬의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충렬과 해골들이 거리를 좁혀감에도 녀석들은 전혀 시선을 주지 않았던 것이다. 그저 첫 번째 해골 기사에게로 계속해서 향할 뿐이었다.
놈들과의 거리가 지척까지 도착하자 충렬이 해골들에게 알렸다.
“작업 시작해.”
그렇게 사냥이 시작되었다.
***
해골들은 자신들을 지나치려는 악마 추종자 10마리를 일시에 덮쳐갔다. 악마 추종자들은 해골들이 공격해 옴에도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덕분에 공격하기는 수월했다.
서걱.
푹.
푸욱.
칼에 찔리고 살이 베어짐에도 악마 추종자들은 오로지 첫 번째 해골 기사를 향해 나아갔다. 악마 추종자들의 이동속도가 빨랐기에, 그들은 두세 개의 상처 자국을 제외하고는 큰 타격 없이 해골들의 무리를 지나쳤다. 그렇다고 모든 악마 추종자들이 해골들을 지나칠 수 있던 것은 아니었다. 2마리의 악마 추종자는 해골들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득실득실한 해골들에 의해 이동하지 못하고 칼침을 허용해야 했다. 칼침을 허용한 악마 추종자 둘은 그로인하여 더 이상 살아 움직일 수가 없었다.
[<해골 병사3>이 철검으로 ‘안드라스’의 심장을 찔렀습니다.]
[악마 추종자 ‘안드라스’가 사망합니다.]
[200카르마를 획득하였습니다.]
[<해골 농민22>가 푸줏간 칼로 ‘사브녹’의 목을 베었습니다.]
[악마 추종자 ‘사브녹’이 처치되었습니다.]
[200카르마를 획득합니다.]
해골들의 숫자가 많으니, 잠깐이나마 틈을 보인 악마 추종자들은 허무하게 죽을 수밖에 없었다. 2마리를 제거하자 8마리의 악마 추종자들이 남게 되었다. 하지만 나머지 8마리는 해골들의 공격 범위를 벗어난 상태였다. 때문에 충렬은 고민 없이 자리를 벗어났다.
“움직여! 분수대 근처로 이동한다!”
해골들의 이동속도로는 악마 추종자들을 따라잡지 못했다. 그래서 놈들이 이동할 경로를 예상하고 그곳에서 미리 대기할 계획이었다. 어차피 이동한다고 해보았자 바로 근처였다. 그렇게 분수대 쪽으로 자리를 옮겼을 때. 두 번째 해골 기사의 도발이 시작되었다.
[<해골 기사2>가 ‘광역 도발’을 시전합니다.]
[악마 추종자 8마리가 <해골 기사2>를 처치하기 위해 움직입니다.]
새롭게 이어진 도발과 함께 악마 추종자들의 인식 대상이 두 번째 해골 기사로 바뀌었다. 그 순간은 첫 번째 해골 기사에게 놈들이 도착하기 직전이었다. 악마 추종자들이 첫 번째 해골 기사를 덮치기 전에 다행히도 놈들의 경로를 바꿀 수가 있었다. 충렬은 다시금 다가오는 악마 추종자들을 보며 해골들에게 말했다.
“빠릿빠릿하게 좀 공격해 봐! 겨우 두 마리밖에 못 죽이냐! 그리고 첫 번째 해골 기사! 너도 이제 합류해!”
그러자 첫 번째 해골 기사가 악마 추종자들의 후미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잠시 뒤, 다시금 해골들이 득실거리는 길을 지나는 녀석들에게 곧이어 2차전이 시작되었다.
푹!
푸욱!
푹!
이번에는 방금과는 다르게 총 3마리의 악마 추종자를 제거할 수가 있었다.
[<해골 병사6>이 철검으로 ‘샥스’의 왼쪽 눈을 꿰뚫었습니다.]
[악마 추종자 ‘샥스’의 뇌가 곤죽이 되며 사망하였습니다.]
[200카르마를 획득합니다.]
[<해골 농민19>가 날카로운 낫으로 ‘바풀라’의 내장과 주요 동맥들을 헤집었습니다.]
[악마 추종자 ‘바풀라’가 고통에 겨워하다가 과다 출혈로 사망합니다.]
[200카르마를 획득하였습니다.]
[<해골 기사1>이 클레이모어로 ‘자간’의 경추를 끊었습니다.]
[악마 추종자 ‘자간’이…….]
[200카르마를…….]
이제 남은 악마 추종자의 숫자는 다섯이었다. 단 두 번 사용한 도발로 놈들의 숫자를 반이나 줄일 수가 있었던 것이다. 물론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어서 마지막 차례의 도발이 시작되었다.
[<해골 기사3>이 ‘광역 도발’을 시전합니다.]
충렬은 마지막으로 도발을 사용한 해골 기사에게 외쳤다.
“세 번째 기사야! 너는 광장 한 바퀴 뛰어라!”
괜히 세 번째 해골 기사는 뺑뺑이를 돌아야 했다.
***
북서쪽의 광장에서 발생한 전투는 막바지로 가고 있었다. 현재는 악마 추종자 하나만이 남게 되었고 그런 악마 추종자를 향해 첫째와 둘째 해골 기사가 협공하는 중이었다. 혼자 살아남은 악마 추종자는 해골 기사 둘의 맹공에 손발을 어지러워했다.
그렇게 녀석이 해골 기사 둘의 공격을 힘겹게 막아갈 때였다. 졸지에 광장을 뺑뺑이 돌게 된 세 번째 해골 기사가 자신을 고생시킨 녀석에게 일격을 가하기 위해 다가왔다. 놈의 근처까지 금방 도착한 세 번째 해골 기사는 두터운 클레이모어를 악마 추종자 ‘카이오’의 머리를 향해 휘둘렀다. 묵직한 클레이모어가 바람을 일으키며 카이오의 머리를 쪼갤 듯이 짓쳐들었다.
후우웅!
다른 해골 기사 둘의 공격을 막아가던 녀석은 그런 클레이모어의 접근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때문에 결국 놈은 머리를 내어주고야 말았다. 그리고 강력한 일격을 허용한 카이오의 머리는 곧 토마토가 터지듯이 박살났다.
콰직!
[<해골 기사3>이 클레이모어로 ‘카이오’의 머리통을 박살 내었습니다.]
[200카르마를 획득합니다.]
많은 수의 악마 추종자를 상대한 전투였지만, 해골들은 단 한 구의 손실도 없었다. 불타오르는 카이오의 시신을 보며 충렬이 미소지었다.
“이젠 굳이 도망을 다니면서 이동할 필요가 없겠어.”
광장에서 전투를 벌인 이유는 단순했다. 악마 추종자들의 숫자가 쌓였기에, 놈들의 숫자를 줄이려고 일부러 전투를 벌인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달랐다. 충렬의 전력은 더 이상 악마 추종자들을 겁내며 다닐 전력이 아니었다.
‘고생 끝, 행복 시작이다.’
앞으로 얻어갈 카르마를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씨익.
악마 추종자가 강하든지 말든지 이제부터는 편하게 해골들을 합류시키면서 척살해 나가면 되었다. 놈들은 이제 불에 뛰어드는 불나방이나 같은 처지였다. 보이는 족족 충렬에게 200카르마를 뱉어내게 될 것이리라. 더 이상 눈치를 보며 다닐 필요가 없으니 긴장조차 사라졌다.
“그럼 편안하게 카르마나 불리러 가볼까?”
그렇게 걱정이 사라진 충렬은 고성의 내부를 마치 산책하듯 편안하게 걷기 시작했다. 그의 발걸음은 매우 가벼웠다.
***
고성의 최남단. 무너져 내린 종탑 옆으로 붉은색의 포탈이 존재했다. 드디어 포탈을 발견한 것이다. 이번 스테이지는 너무나 얄궂었다. 왜냐고? 고성의 전부를 돌아다녔음에도 발견하지 못했던 포탈이, 마지막으로 탐색한 장소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탈을 발견했음에도 충렬은 포탈로 진입하지 않았다.
“네가 마지막 녀석인가?”
해골 기사 둘에 의해 양팔이 붙잡힌 악마 추종자. 녀석의 처형식을 진행하고 있어서다. 마지막 남은 악마 추종자의 몸은 이미 걸레짝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놈은 투지를 잃지 않았다. 오히려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충렬을 바라보았다. 녀석은 고작 인간 따위에게 진다는 것이 억울했는지 연신 달려들려고 했다. 물론 그 염원을 이루기란 불가능했지만 말이다.
“키아아아악!”
어찌 되었거나 자신의 질문에 답하지 않더라도 충렬은 알고 있었다. 저 녀석이 마지막 악마 추종자라는 것을 말이다. 미니맵에는 더 이상의 빨간 점이 보이지가 않았다.
아니, 정정한다. 빨간 점이 보이긴 했다. 그러나 그것은 도살자가 위치한 곳이었다.
잠시 미니맵을 살피며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충렬이, 마지막 악마 추종자의 생사를 결정지었다.
“처리해.”
그 말을 끝으로 등을 돌린 충렬이었다. 그러자 등 뒤로부터 한 차례의 음악이 울려 퍼졌다.
푹.
푹. 푹.
푸욱.
푹! 푹! 푹! 푹!
그리고 동시에 시스템의 음성이 들려왔다.
[해골 병사들이 ‘발람’의 몸을 난도질합니다.]
[악마 추종자 ‘발람’이 처치되었습니다.]
[200카르마를 획득합니다.]
카르마가 들어오는 소리를 들으며 충렬은 현재 자신의 전력을 살폈다.
[현재 당신을 따르는 해골: <해골 기사1~10>, <해골 보병1~40> <해골 농민1~150>]
[총 해골의 수: 200]
고성을 모두 돌며 자그마치 200이라는 해골들을 모을 수가 있었다. 그러나 상승된 것은 병력만이 아니었다. 여기까지 오면서 얻었던 카르마로 레벨과 스킬도 한층 강화시켰다.
“상태창.”
충렬이 상태창을 살피자 한층 강화된 레벨과 스킬을 볼 수 있었다. 충렬은 상태창에서 변화된 내용을 중점으로 살펴 나갔다.
<상태창>
이름: 이충렬
레벨: 6(다음레벨까지 15,000카르마 필요)
직업: 초보자 네크로맨서
재능: <죽음>, <군단>, <불멸>
스킬:
[라이프 드레인 - B랭크: 대상자의 생명력을 갈취해 본인을 회복시킨다. 신체 접촉을 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가 있다. 단, 대상과의 거리가 6m를 초과하면 사용할 수 없다(A랭크까지 15,000카르마 필요).]
[시체 폭파 - C랭크: 주변에 위치한 시체를 폭파시킨다. 시체의 수가 많을수록 위력이 상승한다(B랭크까지 5,000카르마 필요).]
보유 카르마: 1,780
라이프 드레인의 거리는 이전 보다 1m가 더 늘었고 시체 폭파는 위력이 한층 더 강화되었다. 물론 아직 사용해 보지는 못했지만, 나중에 사용해 본다면 충분히 진가를 발휘하게 되리라.
어쨌거나 그렇게 변화된 상태창을 잠시 살펴본 충렬은 다른 것을 확인해 나아갔다. 그것은 바로 도살자가 등장하기까지의 남은 시간이었다.
[도살자가 풀려나기까지 32분 19초가 남았습니다.]
‘시간이 딱 적당하게 남았네.’
충렬은 이제 이곳에서의 일을 끝내기 위하여 이동했다.
***
도살자가 예전에 살았던 대저택의 공터. 그곳엔 하나의 석문이 있었다. 그 석문은 도살자의 지하에 마련된 인육창고로 이동되는 길이었는데, 그 앞에서는 총 200구의 해골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해골들은 반원으로 입구를 감싸며. 석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도살자가 풀려나기까지 1분 15초가 남았습니다.]
해골들이 만든 반원 안의 공간에 충렬이 서있었다. 충렬은 빨리빨리 열리지 않는 석문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하품했다.
‘금방 끝내고 가자.’
아무리 도살자라고 하더라도 놈에게 승산은 없었다. 200마리의 해골을 어떻게 이길 것인가? 해골 기사 10마리만 붙여놓아도 놈의 몸은 순식간에 벌집이 될 것이었다. 도살자는 1분 뒤에 발생할 자신의 운명도 몰랐는지, 충렬이 가까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안에서 발악했다. 물론 중간에 위치한 석문으로 인해 그 소리는 크게 들리지 않았다.
“크아아악! 싱싱한 인간! 먹고 싶다!”
그렇게 놈의 계속된 발악을 들으며 남은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마침내 석문이 열리는 시간이 도래했다.
[도살자가 풀려나기까지 5초가 남았습니다.]
[4초.]
[3초.]
[2초.]
[1초.]
그 말을 끝으로 시스템은 마침내 석문의 열림을 알려왔다.
[폐쇄되었던 석문이 다시 열립니다.]
[도살자가 풀려납니다.]
동시에 석문이 점차 올라가기 시작했다.
드르르르륵.
석문이 올라가기 시작하자 그 아래로 발을 동동 굴리는 도살자의 발이 보였다. 그리고 곧, 석문이 완전히 올라가자 놈의 전신을 볼 수가 있었다. 놈은 석문이 열린 것이 기뻤는지 크게 괴성을 질렀다.
“먹는다! 식사 시간……!”
하지만 놈의 괴성은 곧 의문으로 바뀌었다. 눈앞에 진을 치고 있는 수많은 언데드가 보였기 때문이다.
“크아아?”
순간 의문이 가득한 녀석의 얼굴을 향해, 충렬이 반듯한 미소와 함께 도살자를 반겨주었다.
“반갑다. 어서와.”